미국의 자전거 프레임 메이커 라이트스피드(LITESPEED)가 첫 티타늄 프레임을 출시한 것이 1986년, 지금으로부터 29년 전의 일이다. 당시 티타늄은 비싸고 가공이 어렵지만 가벼우면서도 강한 꿈의 소재로 여겨졌고, 이 소재를 이용해 만든 라이트스피드의 자전거 프레임들은 수많은 자전거 광들의 우상이 되었다.

티타늄은 가장 가벼운 금속이 아니다. 티타늄의 비중은 4.51g/㎤로 철보다 가볍지만 알루미늄보다 무겁다. 그러나 자전거에 사용되는 3AL-2.5V 티타늄 합금 소재(알루미늄 3%, 바나듐 2.5%가 함유)의 경우 크롬몰리 스틸의 약 2배에 이르는 피로 무게대비 강도와 높은 탄성을 갖는다. 쉽게 말해 티타늄은 가벼우면서도 강하고, 탄성이 뛰어나다. 티타늄은 자전거 프레임용으로 사용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금속이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대부분의 자전거 프레임은 강철로 만들어졌다. 2000년대 초반부터는 알루미늄이 대량생산되는 자전거 프레임의 재료가 되었고, 최근에는 카본 소재가 각광받고 있다. 티타늄 자전거가 ‘대량생산’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티타늄은 지구상에서 가장 흔한 금속중 하나지만, 제대로 다루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구 대기의 99%는 질소+산소로 이루어졌지만, 티타늄을 용접할 때는 질소나 산소와 닿게 해서는 안 된다. 용접 과정에서 뜨겁게 가열된 티타늄이 산소와 닿게 되면 용접된 부위의 내부에 불순물인 산화티타늄이 생기면서, 프레임이 깨지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가공이 까다롭고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티타늄 프레임은 과거에도, 현재도 여전히 생산량이 많지 않고 가격 또한 비싸다.

자전거를 도구의 하나로 여기는 이에게 티타늄은 그저 사치다. 금형을 이용해 찍어내는 카본소재라면 티타늄보다 가볍고 강한 자전거를 대량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인의 손이 만들어내는 마스터피스를 원한다면, 완벽하게 다루어내기 어려운 소재이기에 티타늄으로 만든 자전거 프레임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라이트스피드라는 이름의 유래
 

라이트스피드는 원래 케스트렐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뻔했으나, 이미 이 이름을 사용하는 자전거 메이커가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이름을 지어야 했다. 라이트스피드는 말 그대로 ‘가볍고 빠르다’는 의미를 담은 이름이다. 이후 자전거의 역사에서 라이트스피드와 케스트렐은 각각 티타늄, 카본 모노코크 프레임의 개척자라고 불리게 되며, 특히 1990년대의 철인삼종경기 선수들을 위한 공기역학적 자전거 분야에서 서로 다른 소재로 우열을 겨루는 라이벌이 된다.



SYLCO, 클래식과 뉴에이지의 경계에 위치한 하드테일



최근 MTB의 트렌드를 좌우하는 것은 휠 사이즈다. 기존 26인치 휠세트의 성능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보다 사이즈를 키운 27.5인치 휠세트가 새로운 MTB의 표준규격으로 떠오르고 있다. 새로운 규격의 바람은 휠이 전부가 아니다. 구동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크랭크의 축인 BB(Bottom Bracket, 바텀 브라켓)의 장착 방식도 기존의 나사산 방식에서 베어링을 프레스로 압착해 프레임에 직접 끼워 넣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방식을 적용하는 이유는 물론 ‘가볍고 성능이 우수하다’는 것이지만, 모든 라이더가 이를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27.5인치 규격 휠을 받아들이게 되면 기존에 만들어진 고성능의 26인치 휠을 포기해야 한다. 또 기존 나사산 방식의 BB는 지난 몇 십 년 동안 그 신뢰성이 검증된 반면, 새로운 규격의 BB가 잡음 등 문제를 발생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게 발견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여전히 신뢰할 수 있는 예전 규격을 선호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라이트스피드 사일코(SYLCO)는 이처럼 새로운 MTB의 규격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만들어진, 아마도 클래식의 마지막이자 뉴에이지의 시작을 알리는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철저하게 보수적인 관점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기술만을 집약한 MTB 하드테일 프레임이라 해도 무방하다.



프레임의 지오메트리는 같은 사이즈를 기준으로 할 때, 기존의 라이트스피드 하드테일 모델인 피스가(PISGAH)와 동일하다. 재미있게도 26인치 휠과 27.5인치 휠을 모두 장착할 수 있는 라이트스피드 MWC 디자인이 적용되었다. 26인치 휠에서 27.5인치 휠로 교체 시 BB의 지상고는 약 20mm정도 높아지게 되지만, 사일코 프레임은 둘 중 어느 휠을 장착하더라도 라이딩에 문제가 없는 중간영역에 BB가 위치한다. 장착 가능한 서스펜션 포크 트래블은 80-100mm이며, 단 27.5인치 휠용 포크를 장착할 경우에는 프레임 지오메트리에 영향을 주지 않는지 확인할 것을 권장한다.



헤드튜브는 상하 1.5인치의 오버사이즈 규격을, 리어휠의 디스크브레이크는 포스트 마운트 방식을 적용했다. 이는 이미 그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었고, 앞으로 출시될 많은 부품들이 따르게 될 규격이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지오메트리는 피스가와 비슷하지만, 피스가가 오버사이즈 튜빙을 사용한 반면 사일코는 조금 더 가는 클래식 스타일의 더블버티드 튜빙을 사용했다. 그 결과 무게는 1400g대 후반에서 1500g대 초반으로 티타늄 하드테일 프레임 중에서도 경량에 속한다.

BB 역시 새로운 규격이 아닌 잉글리시 스레드 방식(좌우 비대칭의 나사산 방식)을 적용했다. 오래되었지만 신뢰할 수 있는 방식이며, 한편으로 'Cook Racing' 이나 'Kooka'같은, 이제는 기억하는 이가 많지 않은 전설적인 컴포넌트를 장착할 수 있는 마지막 프레임이 될 가능성도 포함한다. 이 같은 매니악한 부품 구성으로 자전거를 꾸미는 이가 많지는 않겠지만, 그저 XTR이라는 세 글자에 만족하지 못하고 세상에 하나뿐인 자전거를 위해 어떤 발품이라도 팔기를 마다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아름답고 귀한 클래식 컴포넌트를 장착할 수 있다는 부분이 매력적일 것이다.



※ 티타늄 프레임을 깨끗하게 관리하기위한 팁

아무리 녹슬지 않는 티타늄 프레임이라도 오랫동안 사용하다보면 자잘한 스크래치로 인해 낡은 티가 나게 된다. 그러나 티타늄 프레임은 금속 표면이 외부에 노출되어있기 때문에, 표면을 연마해 광택을 살려주면 다시 새것처럼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다.

3M사의 스카치 브라이트 다목적 수세미 같은 나일론 부직포 제품을 이용하면 누구나 쉽게 티타늄 프레임의 스크래치를 사라지게 할 수 있다. 수세미를 사용하기 쉬운 크기로 자른 다음, 티타늄 표면의 결 방향을 따라 스크래치 난 부위를 문질러 주면 금방 표면의 광택이 살아난다. 라이트스피드 본사에 문의하면 단종 된 모델이라도 프레임의 스티커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오래된 모델을 언제든지 새것처럼 부활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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