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 과학 소설을 좋아한다면, 오블리비언은 확실히 좋은 표본이 될 만한 영화다. 특히 미래 세계에 존재할 것만 같은 다양한 이동수단이 등장해 어렸을 적부터 머릿속에 그려왔던 남자들의 로망이 스크린 가득 펼쳐진다.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인간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황폐화된 지구를 무대로 진행된다. 하늘에 떠 있는 거주지는 잭(톰 크루즈)과 파트너의 공간으로 그려지며, 잭은 매일 개인 비행기로 정찰을 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휴대용 모터사이클을 펼쳐 스캐너 대신 직접 지상 순찰을 하기도 한다. 상부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잭은 지구의 남은 자원(물)을 채취하는 작업에 방해가 될 만한 요소를 탐색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잭의 모터사이클은 항상 그의 비행정에 보관돼 있다가 필요하면 꺼내서 마치 폴딩 바이크와 같은 형태로 펴서 사용한다. 과연 저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획기적인 ‘폴딩 모터사이클’이 아무렇지 않게 등장하는 것이다.
마치 전기 모터사이클과 같은 소리를 내며 시동이 걸린 모터사이클은 잭을 태우고 사막화 된 평야를 박차고 빠르게 달려 나간다. 서슴지 않게 높은 점프도 보여준다. 길지 않은 씬이지만 모터사이클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적잖은 충격이 될 법하다.
과연 이 모터사이클은 화면에 보여지는 대로 전기의 힘으로 작동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항간에 ‘잭의 모터사이클’이라 불리는 이 바이크는 전기 엔진과 아무 관련이 없다. 평범한 가솔린을 사용하는 혼다의 오프로드 모터사이클인 CRF450X가 오리지널이다.
감독인 코진스키는 오블리비언의 주인공 잭 역할을 맡은 톰 크루즈가 모터사이클을 아주 좋아하는 마니아인 것을 자랑했다. 또 마니아인 것에 그치지 않고 라이딩 실력도 상당해 영화에 등장하는 잭의 모터사이클을 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는 잭의 모터사이클로 고공 점프를 하는 등 스턴트 액션도 거리낌 없이 소화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애초부터 ‘잭의 모터사이클’은 해당 씬을 위해 다루기 쉽고 신뢰도가 높은 혼다 CRF450X을 베이스로 기획 됐다. 문제는 점프 씬 등 스턴트 장면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비록 여러 대 동시 제작하기 어려운 프로토 타입일지라도 예비용으로 최소한 3대 이상 필요했다는 점이다.
똑같은 3대의 CRF450X를 준비한 소품 팀은 CRF를 세워두고 모든 페어링, 연료 탱크, 라이트, 배기 시스템과 라디에이터를 제거했다. 그 대신 콘셉트 스케치대로 특별히 제작된 플라스틱 카울링을 덮었다. 미래지향적인 스케치를 그대로 구현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모두 완성하고 나니 마치 근 미래의 전기 모터사이클 같은 느낌을 진하게 풍겼다.
영화에 준비된 3대의 모터사이클 중 하나는 촬영 말미에 파손돼 더 이상 쓸 수 없게 됐다. 다른 하나는 촬영을 마친 후 라이딩 액션을 보여주느라 수고한 톰 크루즈에게 선물로 전달됐고, 나머지 한 대는 감독의 지시 하에 그 상태 그대로 보관하기로 했다. 코진스키 감독은 "남은 한 대의 모터사이클은 아마 속편에 등장할 겁니다.“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CRF450 시리즈는 수냉 449cc 4스트로크 단기통엔진을 장착한 혼다 오프로드 모터사이클의 기함이다. 5단 기어를 장착해 험로는 물론 공도 주행도 무리 없이 치러내는 모델이다. 향상된 열 방출을 위한 듀얼 라디에이터를 장착해 언제나 쾌적한 상태로 주행할 수 있다. 레이스에 최적화 된 CRF450R은 각종 레이스에서 심심찮게 시상대를 석권하는 챔피언 머신이다.
프론트 21인치, 리어 18인치 휠을 기본으로 높은 노면추종성을 갖췄으며, 두꺼운 47mm 구경의 쇼와 도립 포크를 장착해 점프나 각종 익스트림 퍼포먼스도 거뜬히 해내는 실력파다. 또 유니캠 실린더 헤드를 활용한 엔진을 심장으로 넓은 rpm 구간에서 끈끈한 토크를 발생시켜 오프로드 모터사이클을 처음 접하는 라이더도 빠르게 라이딩 스킬을 발전시킬 수 있다.
티타늄 흡기밸브는 엔진 높이를 줄여 보다 콤팩트한 차체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고 더불어 혼다 다운 튼튼한 내구성을 확보하는 데에도 장점으로 작용했다. 차량중량은 달릴 준비가 모두 된 상태로도 단지 122kg의 경량에 그친다. CRF450X는 이 클래스에서 가장 타기 편한 오프로드 모터사이클이며 언제든 공도주행이 가능한 사양으로 전 세계적으로 ‘오프로드 모터사이클의 기본’으로 인정받고 있다.
세계적인 영화배우 톰 크루즈와 근 미래를 배경으로 흥미진진한 가상 스토리를 펼친 코진스키 감독의 오블리비언. 이 환상적인 조합 속에 혼다 CRF450X가 잘 버무려질 수 있었던 이유는 기본적으로 기계적으로 신뢰도 높은 혼다 모터사이클에 대한 제작진과 배우의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진기한 탈 것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SF 영화에서 앞으로도 다양한 모터사이클이 대중 앞에 멋진 모습으로 비춰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공 : 임성진 기자 /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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