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어른이 갖고 놀 수 있는 최고의 장난감이라면, RC카는 어린이를 위한 최고의 장난감이 아닐까? 그리고 RC카를 갖고 놀던 청소년은 언젠가 어른이 된다. 1980년대 청춘을 보냈던 청소년은 사회를 떠받치는 기둥이 되었을 것이고, 어쩌면 그들 중에는 청소년기에 갖고 놀았던 장난감에 대한 추억과 낭만이 아직 가슴속에 살아있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며칠 전 토요타 ‘UK’가 픽업트럭 하이럭스의 홍보영상을 공개했다. 여기에서 영국임을 유난히 강조하는 이유는, 영국 사람의 유난히 각별한 자동차에 대한 애정과 유머 감각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평범한 영상은 아니다. 토요타의 8세대 하이럭스 픽업트럭을 일본의 장난감 명가 타미야의 RC 픽업트럭과 비교하다니 분명 보통의 센스는 아니다.

이왕 이야기를 꺼냈으니, 토요타 하이럭스와 타미야의 RC카를 한번 자세히 살펴보자. 토요타 하이럭스는 1968년부터 생산된 픽업트럭인데, 영상에 등장한 하이럭스는 2015년 출시된 8세대 모델이다. 하이럭스는 군용 차량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튼튼한 보디와 고장이 적은 엔진, 다양한 우수한 활용성으로 명실공히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픽업트럭’이라 부를 수 있는 모델이다.

한편 이번 광고에 등장할 타미야의 RC ‘브루저’ 픽업트럭은 1982년에 출시된 모델이다. 가볍게 생각하면 장난감이지만, RC카 마니아 사이에서는 클래식이라 부를 만한 모델. 물론 평범한 장난감은 아니다. 이 타미야의 RC 브루저 픽업트럭은 ‘실제 자동차의 구조를 실감나게 재현’한 것이 특징으로, 픽업트럭의 프레임과 ‘리프 스프링’ 서스펜션, 구동계를 실제 자동차에 가깝게 재현했다. 

심지어 기계식으로 작동하는 3단 기어박스가 장착되기도 했다. 물론 실제 자동차보다 단순하지만 기본 구조를 충실하게 재현했으니 당시 자동차를 좋아하는 소년의 가슴에 불을 지르지 않았을까?  

타미야 RC 브루저 픽업트럭은 단종 되었고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고가로 거래되기도 했던 모델이다. 그런데 타미야는 브루저의 탄생 30주년을 기념해 복각 모델을 다시 내놓게 된다. 복각된 브루저 모델은 물론 ‘토요타 하이럭스’의 보디를 선택할 수 있다. 1/10사이즈로 축소된 하이럭스와 실제 하이럭스가 나란히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타미야가 1982년 RC 브루저 픽업트럭을 출시했을 당시, 여러 대의 브루저를 이용해 토요타 하이럭스를 견인하는 홍보영상을 촬영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비싼 장난감 정도로 여겨졌을 1/10 사이즈의 자동차가 실제 트럭을 견인하는 모습은 소년들의 가슴에 상당히 충격적이면서도 매혹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어쩌면 토요타의 이번 홍보영상을 기획한 담당자 역시 그런 소년 중 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Little and Large’라는 타이틀로 토요타 하이럭스 픽업트럭과 RC 픽업트럭을 비교할 기획을 하다니, 물론 이번엔 토요타와 타미야의 입장이 반대가 되었지만 말이다.

영상 속에서 토요타 하이럭스와 타미야 브루저는 나란히, 혹은 서로 실력을 겨루듯 달린다. 복잡한 지형을 헤치고 달리는 RC카의 성능이 놀랍다! 깊이 1m는 되어 보이는 작은 도랑도 문제없이 건너는 토요타 하이럭스, 물 속을 헤치고 달리는 엄청난(?) 성능의 타미야 브루저의 모습이 유쾌하다.

그렇다면 토요타는 단순히 재미로 이 영상을 찍었을까? 아니다. 이 영상은 시리즈다. 유쾌한 장면 사이사이에는 사실 하이럭스 픽업트럭의 놀라운 실력이 숨어있다. 특히 영상을 잘 보면 현실 속을 달리는 자동차인 하이럭스 픽업트럭이 RC카와 차원이 다른 성능을 보여준다. 물론 실제 자동차의 성능과 RC카를 1:1로 비교한 것은 아니다. 현실의 자동차가 무언가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는 것이 경이롭다는 뜻이다. 

토요타 UK의 하이럭스 광고는 유쾌하고 즐겁다. 이런 멋진 영상으로 감성을 자극하며, 한편으로는 자동차에 대한 흥미를 끌어내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한편으로 ‘아, 소년은 이제 RC카를 졸업하고 자동차를 마음껏 다룰 수 있는 어른이 되었구나’ 라는 생각에 어쩐지 센티멘털한 여운이 남는다면, 당신의 가슴속에는 아직 멋진 자동차를 동경하는 소년의 감수성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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