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그레이스 트랙에서만큼은 어떤 상대라도 제압할 만한 압도적인 강함을 지닌 ‘악마’를 자처하는 아메리칸 머슬카가 등장했다. 이번 주말 개막하는 뉴욕오토쇼를 앞두고 닷지는 ‘챌린저 SRT 데몬’의 정보를 공개했다.

슈퍼카가 아니라 ‘아메리칸 머슬카’라고 불리는 이 차는 유럽의 자동차 메이커와는 다른 그들만의 세계에서 서로 경쟁하며 한편으로 독자적인 전통과 문화를 만들어왔다. 그리고 그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직선주로에서 가속과 최고 속도를 겨루는 드래그 레이스일 것이다. 

엔진의 출력을 높일 뿐 아니라, 그 출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지면에 쏟아부으며 달리는지에 집중한다. 드래그 레이스는 그야말로 누가 얼마나 빠르고 강한 차인지 겨루는 ‘힘과 힘의 대결’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남긴다. 

지옥에서 온 고양이나 개 정도로는 충분치 않았나 보다. 가솔린과 산소가 혼합된 가스를 폭발시키며 뛰쳐나가는 맹수들 가운데 최강자를 노리는 이 차에, 닷지는 ‘챌린저 SRT 헬캣’의 상위에 군림하는 머슬카로서 악마라는 이름을 붙였다. 

엔진 보닛 아래에는 6.2리터 V8 헤미 엔진을 탑재했고 슈퍼차저가 압축 공기를 실린더로 불어넣는다. 닷지가 밝힌 공식 제원에 따르면 최대출력은 840마력, 최대출력은 106.5kg.m에 이른다. 그러나 사용하는 연료의 종류와 주행 모드에 따라 챌린저 SRT 데몬의 최대출력은 그 이상으로 상승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닷지 챌린저 SRT 데몬은 자동차 메이커가 내놓은 ‘순정사양 모델’에 대한 상식을 철저히 깨부순다. 6.2리터 헤미 엔진의 출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 2.7리터 슈퍼차저를 장착하고, 부스트 압력은 14.5psi로 높였다. 

보닛의 거대한 후드 스쿠프가 눈에 띈다. 더 많은 공기를 빨아들이기 위해 ‘에어-그래버(Air-Grabber)’라는 이름의 인덕션 시스템을 장착했고, ‘SRT 파워 칠러(SRT Power Chiller)’라는 공기냉각 시스템을 적용했다. 

SRT 파워 칠러는 에어컨과 같은 원리로 차갑게 식힌 공기를 엔진에 불어넣는다. 또한 양산차로서는 처음으로 엔진이 정지한 다음에 엔진과 터보차저 등을 냉각시켜 주는 애프터 런 칠러가 장착되었다. 

무식하게 힘만 센 것이 아니다. 양산차량으로는 처음으로 옥탄가 91의 연료뿐 아니라 옥탄가 100 이상의 연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토크 리저브를 장착해 최적의 힘 분배를 돕는다. 런치 어시스트는 휠 스피드 센서와 밀리 초 단위의 엔진 토크 변경을 통해 완벽한 접지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양산차로는 처음으로 ‘트랜스 브레이크’를 장착했다. 

트랜스 브레이크는 차량이 정지한 상태에서 엔진의 회전수를 충분히 높이다가 브레이크를 푸는 순간 급가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다. 일반 도로에서의 안전주행에는 당연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잘못 사용한다면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장치지만, 이를 기본 장착했다는 것은 닷지 챌린저 SRT 데몬이 평범한 스포츠카가 아님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심지어 내부에는 시트조차 하나뿐이다. 드래그레이스에서 무거운 동승자 따위는 필요 없다는 뜻일까? 분명 비상식적이지만, 다른 비상식적인 부분을 떠올리며 그저 이 차가 ‘데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어쩐지 납득이 될지도 모르겠다.

닷지에 의하면 챌린저 SRT 데몬은 북미의 핫로드협회(NHRA)가 인증한 최강의 드래그머신이다. 0-60마일(96km/h) 도달시간은 2.3초에 불과하다. 1/4마일(약 402m) 레이스를 위한 테스트 기록을 보면 불과 9.65초 만에 주행했고, 도달 속도는 무려 시속 140마일(225km/h)에 이른다. 운전석에서 느끼게 될 중력가속도는 1.8g에 이른다. 이쯤 되면 챌린저 SRT 데몬을 닷지의 순정사양 고성능 스포츠카가 아니라, ‘팩토리 레이싱’ 스펙의 차량으로 봐야 할지 고민될 정도다.

그러나 이런 엄청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닷지 챌린저 SRT 데몬은 ‘레이스 카’가 아니다. 테스트에서 어마어마한 성능을 보여준 나머지 이 악마가 깃든 차를 NHRA가 드래그 레이스 출전 금지 차량으로 지정해버렸기 때문이다. 아직 정식으로 출시되기도 전에 레이스 출전 자격을 박탈당했지만, 닷지는 오히려 이를 자랑스럽게 선전하고 있다.

닷지는 이번 주 시작될 뉴욕오토쇼에서 챌린저 SRT 데몬을 정식으로 공개하고, 올해 여름부터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챌린저 SRT 데몬은 3,300대(미국 3,000대, 캐나다 300대)가 판매될 예정이다. 이 악마처럼 사악하게 빠른 차를 소유할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될 것이며, 소유한다고 해도 길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닷지는 해거티(Hagerty)를 챌린저 SRT 데몬의 공식 보험사로 지정했으며, 구매자에게 밥 본듀런트 하이퍼포먼스 드라이빙 스쿨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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