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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150년을 훌쩍 넘기는 역사를 가진 허친슨 타이어는 한 세기를 넘나드는 시간에 맞게 너무도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냈지만, 여전히 까다로운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이번에 새로 발표된 일레븐스톰 인퍼널 컴파운드(11Storm - INFERNAL COMPOUND)이다.

 

타이어를 결정짓는 컴파운드

컴파운드는 타이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땅과 맞닿는 부분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주 구성물질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이 고무가 맞지만, 기본적으로 고무나무에서 추출한 고무 수액은 하얀빛을 띤다. 타이어 특유의 검은빛은 다양한 첨가물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색이다. 컴파운드는 고무원료와 함께 들어가는 첨가물의 조합으로 그 성질이 결정되고, 나아가 타이어의 상품성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가 음식을 만들 때 소금과 설탕의 비율 또는 물을 얼마만큼 넣는지, 센 불인지 약한 불인지,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는 지에 따라 그 평가가 크게 갈리듯이 타이어의 컴파운드도 같은 맥락이다.

새로운 요리를 만들거나 조금의 개선을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와 도전이 필요한 만큼 새로운 컴파운드를 개발하는 과정도 상당한 리소스가 투입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미디어 캠프를 통해 만난 개발자의 진심 어린 고생고생 에피소드를 듣고 있자니 짠해지기도 하지만 그들의 눈에서는 충분한 자신감이 드러나고 있었다.

 

11Storm - INFERNAL COMPOUND

새로운 컴파운드 개발을 목표로 허친슨 R&D 센터에서 3년간 진행되었던 프로젝트의 이름 '일레븐스톰(11Storm)'은 육지 사람에게는 생소한 보퍼트 풍력 계급이라는 것에서 따온 것이다. 총 12개의 경보 레벨 중 가장 강력한 단계의 바로 아래인 '레벨11'은 한글로는 왕바람, 광범위한 피해가 생기고 103-117km/h에 이르는 풍속을 가진 폭풍을 의미한다. 허리케인이 되어 품고 있던 에너지를 뿜어내기 직전의 모습, 에너지를 잔뜩 응축시키고 있는 레벨11의 의미에 빗대어 따온 이름이다.

구체적으로 기존 컴파운드 배합에서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까지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기존의 컴파운드를 잊어도 될 만큼 새로운 배합으로 탄생시킨 점은 자신있게 얘기하였다. 그만큼 자신들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프로젝트였으며, 27인치 로드바이크 타이어를 시작으로 꾸준히 라인업을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도 들을 수 있었다.

 

허친슨 FUSION5 GALACTIK 

새로운 퓨전5(FUSION5) 중 가장 뛰어난 퍼포먼스를 가진 모델은 갈라틱(GALACTIK)으로 출시된다. 일레븐스톰 컴파운드의 특징은 어느 한 영역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모든 영역에서 보편적으로 뛰어난 능력을 지녀 결과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 활용을 목표로 두고 있다.

그립과 무게는 이미 상향평준화되어 아주 큰 차이는 없지만, 기존 컴파운드보다도 눈에 띄는 가장 큰 변화는 ‘롤링’과 ‘컴포트’이다. 롤링은 이 타이어가 지면을 구르는 데 에너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지 나타내어주고, 컴포트는 지면의 수많은 요철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지에 관한 지표이다. 타이어로서는 그립과 무게 외에도 굉장히 중요한 항목이다. 또한 짧은 시승 동안에도 인상적으로 느꼈던 부분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도로 대부분이 개발된 지 오랜 시간이 흐른 도로가 많아 여기저기 보수한 흔적도 많고, 단차와 홀이 생긴 곳도 많다. 그렇기에 노면의 굴곡을 흡수해 효과적으로 흘려내어 우리가 다리로 만들어낸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면 그것은 신제품의 존재 이유로 충분하다.

 

한 단계 뛰어오른 튜브리스

사실, 허친슨하면 따라 붙는 수식어 중 하나는 가장 먼저 자전거용 튜브리스 타이어를 발매한 브랜드라는 것이다. 기존 튜브리스 타이어는 일반 펌프로는 타이어를 설치하기 쉽지 않았다. 에어콤프레셔나 압축공기로 한 번에 넣지 않는 이상 혼자서는 설치하기 매우 힘든 일이었다. 일레븐스톰 컴파운드로 새롭게 등장한 퓨전5는 기존 사용자를 위해 집에 있는 일반 스탠드 펌프만으로도 손쉽게 설치할 수 있도록 변했다. 허친슨에서 개발한 튜브리스 전용 림테입을 두르면, 펌프질 몇 번 만으로도 타이어를 아주 손쉽게 설치할 수 있었다. 에어콤프레셔나 특수한 펌프 따위는 필요 없었다. 

여기에 전용 실란트까지 함께한다면, 자전거로선 가장 진보된 휠 시스템을 완벽히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정도로 개선된 튜브리스 시스템이라면 이제는 진지하게 변화를 고려해도 될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도 새로운 일레븐스톰 컴파운드와 진보된 튜브레스 시스템으로 무장한 허친슨 퓨전5가 곧 발매될 예정이다. 새로운 변화를 찾는 라이더라면 6월 중 국내 입고 예정(가격 미정)인 퓨전5 소식을 기대해 보도록 하자.

가까이서 느껴본 허친슨은 이미 프랑스인에게는 유산과도 다름없었다. 자전거 타이어 브랜드로서 언제나 새로운 시도를 해왔고, 150년이 넘는 허친슨의 역사에서 새롭게 이름을 올릴 일레븐스톰 컴파운드도 등장하였다. 다른 산업 영역에 비하면 작은 규모의 자전거 타이어 분야에서 분명 쉽지 않은 순간에 맞닥뜨리는 순간도 많았을 테지만, 그들의 즐거운 표정 뒤에는 상상하기 쉽지 않은 시간동안 쌓여온 자부심이 버텨주고 있지 않았을까? 허친슨과 함께한 시간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들을 만난 것 이상의 긴 여운이 남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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