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실력을 갖췄다고 해도 자전거를 타는 것이 직업이 아니라면 ‘프로’ 사이클리스트라 부르지 않는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는 것이 곧 삶이라고 말할 정도로 푹 빠진 열정적인 아마추어 사이클리스트라면 누구나 ‘레이서’가 될 수 있다.

주말에 열리는 레이스에 참가해 실력을 겨루고, 실력을 키우기 위해 일상에서도 늘 훈련을 염두에 둔다. 동호인 최강자의 자리를 겨루는 ‘마스터즈 사이클링 투어(이하 MCT)’에 선수로 등록하고, 더 나아가 마음이 맞는 이들끼리 모여 팀을 만들어 달린다.

이런 사이클링 레이스의 세계는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과 자전거에 대한 열정이 없다면 누구나 열 수 있는 문이 아니다. ‘프로추어’를 지향하는 동호인 사이클 선수들, ‘팀 트렉-화신’의 멤버를 광주 트렉 컨셉스토어 화신바이크에서 만났다.

 

펠로톤에서의 넘치는 존재감, 팀 트렉-화신

팀 트렉-화신의 멤버를 만나기 위해 이른 아침 버스를 타고 광주로 향했다.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 계기는 트렉바이시클코리아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한편으로 다른 아마추어사이클링 팀과 구별되는 독특한 색채를 가진 팀 트렉-화신의 멤버를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

트렉-화신은 MCT와 같은 사이클링 이벤트에서 마치 프로사이클링 팀처럼 잘 갖춰진 조직과 장비를 운용하기로 유명한 동호인 팀이다. 팀의 창단은 올해 봄이었지만 멤버는 과거 여러 팀에서 경험을 쌓아온 베테랑들이며, 트렉바이시클코리아가 후원하는 팀답게 유니폼과 자전거를 ‘트렉’으로 통일했다.

특히 팀 트렉-화신은 세계 최강의 에어로 로드바이크 중 하나로 손꼽히는 ‘마돈(MADONE)’을 팀 바이크로 사용한다. 붉은 색 자전거와 유니폼으로 몸을 감은 이들의 주행모습은 펠로톤 안에서도 존재감이 넘친다.

순수 아마추어지만 자전거와 레이스를 바라보는 자세는 누구보다도 진지한 사이클리스트들의 팀, 트렉 화신의 멤버에게 팀과 선수 그리고 레이스, 그들이 사용하는 레이스의 무기 트렉 마돈과 에올루스 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 - Q. 트렉-화신은 어떤 팀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 원 팀장 : 트렉-화신은 팀명에서 알 수 있듯 트렉바이시클코리아와 광주지역 트렉 컨셉스토어를 운영하는 화신자전거가 후원하는 팀입니다. 팀원은 광주지역에서 활동하는 자전거 동호인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자전거를 즐기며 다양한 대회에 출전하지만 주 활동 무대와 목표는 MCT에 참가하는 것입니다. 

올해 만들어진 신생팀이기 때문에 MCT의 마스터즈 DMZ 리그에 출전하고 있습니다. 올해 팀이 결성되어 3월의 강진대회부터 출전하고 있지만, 팀원은 다른 MCT 팀에서 선수로 활동하기도 했었죠. 김 원 팀장을 비롯해 이 자리에 있는 윤중헌, 구종선 선수 3명은 캐니언-LSR 팀에서 함께 활동했습니다.

팀원들의 사이가 좋고 잘 뭉치는데, 팀을 구성하기 전부터 광주 내 여러 클럽에서 활동하며 서로가 서로를 잘 알고, 친분이 있었던 멤버들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사실 MCT에 출전하는 팀들 중에는 지역과 상관없이 실력만을 보고 멤버를 선발하기도 해요. 팀마다 문화가 많이 다르죠. 저희는 늘 함께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같이 달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현재의 멤버들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현재 팀 멤버는 구종선, 김원, 김지철, 김진선, 소규석, 윤중헌, 이정석, 차유완의 8명입니다.

 

Q. 팀 트렉-화신은 전원이 똑같은 유니폼과 자전거를 갖춘 것으로 유명합니다.

김 원 팀장 : 맞아요. 이왕에 팀을 만든다면 프로팀처럼 멋지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실력이 받쳐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일체감, 통일성 있는 팀의 모습은 멀리서 자전거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멋지다고 생각하겠죠? 그런 모습을 갖추고 싶었습니다.

이런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또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통일감 있는 장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회 현장에서 부스를 꾸미고 정리하는 등 할 일이 많죠. 남에게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멋지게 팀을 운용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Q. 현재 트렉의 플래그십인 에어로 로드바이크 마돈을 타고 있습니다. 스폰서십에 의한 것인가요?

김 원 팀장 : 마돈을 타고 있는 것은 저희 선택이에요. 마돈 라인업에서도 팀 컬러의 ‘RSL’ 에디션은 프로 선수들이 사용하는 사양으로 굉장히 비싼 자전거입니다. 트렉바이시클코리아가 멤버 전원에게 지원해줄 수 있는 자전거가 아니죠. 어느 정도 후원을 받기는 하지만, 자전거는 저희가 직접 구입해야 합니다.

어떤 자전거를 탈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일단 팀 멤버 전원이 같은 자전거로 통일해 멋진 모습으로 달리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그리고 가장 눈에 띄는 자전거를 선택하면서, 한편으로는 레이스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그런 성능을 갖춘 자전거를 생각했습니다. 사실 경량의 올라운더인 에몬다, 에어로 로드바이크 마돈을 놓고 무엇을 탈지 많이 고민했는데요, 둘 중 마돈이 더 ‘임팩트’가 있는 자전거잖아요. 그래서 욕심이 났고, 결국 마돈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스폰서십의 영향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에요. 저희가 아마추어 선수지만, 여러모로 도움을 주는 고마운 브랜드와 숍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희도 도움을 받은 만큼 최선을 다해서 홍보를 도와주는 것이 맞지 않겠어요? 마돈은 ‘눈에 띄는’ 자전거잖아요. 이것도 중요한 이유였어요.

 

Q. 혹시 마돈을 타기 전엔 각각 어떤 자전거를 탔었나요?

김 원 팀장 : 저희 셋 모두 캐니언 에어로드 또는 얼티메이트를 탔었죠. 개인적으로 피나렐로 도그마, 스페셜라이즈드 벤지 ViAS 등을 타기도 했습니다. 프레임은 같고 휠은 각자 취향에 따라 캄파뇰로 보라, 코리마 MCC, 로발 CLX60 등을 사용했습니다. 사실 당시에는 프레임만 맞췄는데도 통일성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팀원 모두가 마돈과 에올루스 휠을 쓰다 보니, 같이 세워두면 서로 자기자전거가 뭔지 헷갈릴 정도네요.

 

Q. 다양한 자전거를 탔던 만큼, 지금 타는 트렉 마돈의 특징을 더욱 잘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마돈은 어떤 자전거라고 생각하세요?

김 원 팀장 : 에어로 로드바이크인 만큼 무게는 다른 자전거보다 조금 불리한 부분도 있죠. 지금 타는 마돈의 무게가 스테이지스 파워미터를 장착한 상태에서 6.9kg정도입니다. 사실 레이스용으로 부족한 부분은 없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평지에서 힘을 가했을 때 똑바로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은 아주 좋습니다. 모든 팀원이 “평지 하나는 끝내주는구나”라고 처음 탔을 때 소감을 말했을 정도니까요. 업힐서는 조금 힘들고...(웃음)

윤중헌 선수 : 트렉이 마돈에 아이소스피드 기술을 적용한 것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사실 MCT의 코스가 그리 길지는 않은 편이죠. 하지만 확실히 마돈이 단단한 자전거인데도 타고나서 피곤하다는 느낌이 별로 없어요. 이게 아이소스피드 때문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 만큼 뚜렷한 특징은 아니지만, 분명 성능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긍정적이라 할 수 있겠네요. 

김 원 팀장 : 정말 강조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지만 마돈, 그것도 플래그십 팀 모델인 RSL은 무척 고가의 자전거입니다. 이 자전거를 구입하기로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여러모로 고민하고, 다른 경쟁모델 대비 장점이 무엇인지 많이 연구했죠. 개인적으로 주행성능만큼 고민했던 부분이 브레이크입니다. 프레임에 통합된 브레이크인만큼 성능이 나쁘면 개선할 방법이 없거든요. 특히 케이블이 프레임 내부로 통과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걱정도 되었고요.

이전에 다른 경쟁사의 모델을 탔고 참 좋은 자전거였지만, 통합형 브레이크의 문제로 자전거를 바꾼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돈은 충분히 만족스러워요. 듀라에이스 같은 브레이크와 비교하면 암의 강성이 약간 떨어지는 등 살짝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레이스에서 아무 아쉬움이 없을 정도여서 안심했어요. 긴 다운힐에서도 성능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브레이크입니다.

 

Q. 마돈과 함께 본트래거의 다양한 컴포넌트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 원 팀장 : 아, 자전거와 함께 타이어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네요. 사실 저희 팀원이 지금 쓰고 있는 타이어는 본트래거 R4 튜블러입니다. 사실 전에는 비토리아 코르사 엘리트 그래핀을 썼어요. MCT에서 상급자들이 많이 사용했던 타이어죠. 자전거를 바꾸면서 처음으로 본트래거 R4 타이어를 쓰게 되었는데 처음 한 번만 사용하고 바꿀 생각이었거든요.

그런데 팀원이 사용해보고 성능에 깜짝 놀랐어요. R4가 내구성이 아주 강한 타이어는 아닌데, 접지력과 구름성 모두 정말로 우수한 타이어였거든요. 솔직히 말하자면 마돈의 성능만큼이나 타이어에 더 놀랐습니다. 속는 셈 치고 써보자고 했는데 너무 좋아서요. 타이어를 써보고 나서 이거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누가 그러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보니 마돈이 좀 잘 나가는 것 같네?”

사실 가격은 좀 부담되긴 합니다. 제가 숍에서 근무하는 입장인 만큼 타이어의 가격이 만 원만 더 저렴했어도 더 많은 분이 사용해보시라고 좀 더 적극적으로 권해드릴 텐데 말이죠. (웃음)

 

Q. 현재 본트래거 에올루스 5 D3 튜블러 휠을 사용하고 있는데, 어떤 휠인지 궁금하네요.

윤중헌 선수 : 휠의 무게와 반응성, 항속성능 등을 보는데 개인적으로는 무게를 중시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본트래거 에올루스 5 D3는 개성이 강하다기보다는 전체적으로 무난하면서도 성능이 우수한 휠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북악 힐클라임 대회에 나갈 때도 마돈과 에올루스 5 D3 구성으로 나갔는데 아무런 불만이 없는 휠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종선 선수 : 장점을 찾기보다는 단점을 찾기 어려운 휠이라고 생각해요.

김 원 팀장 : 카본 휠이라고 해서 다 같은 게 아니잖아요. 어쩐지 특별한 장점은 없는데 무난하다고 하니 좀 별로인 것 같이 들리네요. 그런데 무게, 반응성, 항속성 같은 요소가 1등은 아니지만 그래도 모든 요소가 상위권으로 평균치를 훌쩍 넘어서는 그런 무난함이라고 생각해요.

반응성 면에서 페달을 밟으면 곧바로 딱딱하게 반응하는 휠은 아니지만, 꾸준한 페달링에서 탄력 있고 경쾌합니다. 지나치게 딱딱하기만 한 휠은 오히려 답답한 느낌이 들 수 있어요. 에올루스가 너무 딱딱하지 않고 탄력 있는 느낌인 것은 아마 휠을 설계한 사람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올라운더 성향을 극대화한, 밸런스 중심 휠이라 생각되네요.

또 정비성이 아주 좋고 AS도 훌륭합니다. 문제가 생기더라도 부품수급이 원활하고, 파손 등으로 입고되었을 때도 워런티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재구매도 할 수 있죠. 

윤중헌 선수 : 예를 들어 휠의 무게나 반응성 같은 요소 중 한 가지에만 너무 치중하면 다른 요소가 나빠질 수 있어요. 설령 클라이머를 위한 휠을 찾는다고 해도, 한국지형은 6-7% 정도 꾸준한 경사가 있는 구간이 많아요. 이런 구간에서는 여러 요소의 균형이 잘 잡힌 휠이 뛰어난 전투력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에올루스 5 D3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지형에서 아주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아마추어 레이스계의 새로운 돌풍을 기대한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이들이 모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팀 트렉-화신의 선수들과의 이야기는 그들의 팀에서 그들의 자전거와 장비로 화제가 이어졌고, 특히 다양한 레이스를 통한 경험과 자전거에 대한 평가가 인상적이었다.

현재 팀 트렉-화신은 마스터즈 DMZ 리그에서 팀 포인트 종합 2위를 차지하고 있다. DMZ 리그의 상위 3개 팀은 올해 투르 드 코리아 스페셜의 참가권을 얻어 DMZ 마스터즈 스페셜 리그의 팀과 경쟁하게 된다.

또한 팀 멤버 중 윤중헌 선수는 현재 1,540포인트로 2위와 무려 540포인트 차이로 압도적인 리그 개인종합 1위를 지키고 있다. 작년 투르 드 코리아 스페셜 ‘King Of Mountain’의 주인공으로 아직 동호인 최강자의 자리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분명한 것은 올해 투르 드 코리아의 리더 저지를 입기 위해서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라는 점이다.

팀 트렉-화신의 열정적인 사이클리스트들이 올해 국내 아마추어 레이스 계에 어떤 돌풍을 불러일으킬지 기대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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