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의 개발에서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부분이라면 차량 탑승자의 안전이다.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도로를 달리는 차가 안전하게 달리는 방법을 연구할 뿐 아니라, 한편으로는 외부에서의 해킹 시도에서도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미래의 자율주행차가 자동차 간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해킹에 대한 보안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리라.

그런데 만약 차를 해킹하는 것이 아니라 ‘도로’를 해킹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것도 무척 손쉬운 방법으로 말이다. 자율주행차가 GPS와 지도 데이터 등을 사용하지만, 만약 지도가 없는 지역을 스스로 달려야 한다면, 차선과 교통신호, 도로 표지 등을 ‘읽고’ 스스로 판단해 달리게 된다. 도로를 해킹한다는 것은 자율주행차가 도로상황을 잘못 판단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의 미시간 대학, 워싱턴 대학, 스토니브룩 대학, 캘리포니아 대학의 여러 연구자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읽고 판단하는 방법은 사람과 다르다. 자율주행차는 다양한 센서, 카메라, 라이다와 같은 장치로 주변상황을 판단한다. 도로 주변의 그림이나 특이한 모양이 건물인지, 나무인지, 사람인지 판단하는 독자적인 기준이 있고, 표지판을 읽는 기준도 다르다는 것이다.

이를 잘 이해하고 응용한다면, 사람이 볼 때는 별 것 아닌 약간의 변화를 통해 자율주행차의 두뇌를 속일 수 있다. 실험결과에 의하면 도로교통표지에 네모난 스티커 몇 개를 붙이는 것만으로 자율주행차는 표지판을 전혀 다른 내용이라고 생각하게 속일 수 있었다.

심지어 치명적인 것 중 하나로 ‘정지(STOP)’라고 쓰인 표지판에 네모난 스티커 몇 개를 붙여 ‘시속 45마일’이라고 판단하도록 속일 수 있었는데, 만약 이 표지판을 읽은 자율주행차가 멈춰야 할 곳에서 오히려 가속하며 달려나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물론 앞으로 자율주행차의 알고리즘은 더욱 개선될 것이고, 더 많은 안전장치가 준비될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사람이 눈으로 보고 생각하는 것과 다른 영역에서 또 다른 문제를 찾고 해결해야 할 수도 있다. 자율주행차가 보급되며 우리의 삶은 분명 더욱 편리해지겠지만, 그 이면의 문제가 없는지에 대한 검증 또한 더욱 철저해져야만 할 것이다. 자율주행차의 시대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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