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레이스와 상관없을 법한 작고 실용적인 차였지만, ‘존 쿠퍼’는 작은 차 특유의 민첩성에 초점을 맞춘 ‘미니’ 랠리카로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몬테카를로 랠리를 제패했다. 여전히 미니는 크지 않은 차체에 독특한 스타일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차지만, 존 쿠퍼의 이름 머리글자를 따온 ‘JCW’ 이니셜은 미니가 모터스포츠와의 연관성을 주장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된다.

이번에 미니가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내놓을 콘셉트는 몬테카를로 랠리보다는 매끄러운 아스팔트 서킷에 어울리는 차지만, 어쨌거나 작고 날렵한 로켓 미니카의 실력을 과시하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미니는 ‘존 쿠퍼 웍스 GP 콘셉트’가 순수한 파워와 타협하지 않는 스포티한 감각을 선사하는 차라고 강조한다.

콘셉트카의 상세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단, 터보엔진과 서스펜션은 서킷 레이스에 적합하게 튜닝되었고, 외관 또한 공기역학을 의식한 디자인의 에어로 파츠로 꾸며졌다. 오리지널 미니의 디자인은 결코 트랙 레이스에 적합한 형태가 아니지만, 내외관을 완전히 손봐 새로운 차라고 해도 좋을 트랙머신을 완성했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역시 프론트와 리어의 대형 스포일러다. 범퍼 하단에서 시작된 스포일러는 차체 측면을 타고 올라오며 휠 하우스를 완전히 덮는 형태다. 차체 하부로 유입되는 공기를 줄이고, 측면으로 흐르는 공기의 흐름을 정렬해 드래그를 줄인다.

엉덩이는 언뜻 기존의 미니와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범퍼처럼 보이는 부분이 뒷바퀴를 옆에서 감싸는 날개형태의 에어로 파츠와 이어진다. 미니가 몬테카를로 50주년을 언급하면서 트랙 머신을 공개하기는 했지만, 결국 모터스포츠용 고성능 차량은 하나로 통하는 법이다. 루프와 이어지는 리어윙은 마치 랠리카의 그것을 연상하게 하니, ‘요즘은 랠리에서도 타막 코스를...’ 이라는 핑계거리로는 충분해 보인다. 

물론 존 쿠퍼 웍스 GP ‘콘셉트’는 레이스카가 아니다. 실제 레이스카라면 도어 안쪽에 롤 오버 케이지만 남긴 텅 빈 공간만이 있었겠지만, 존 쿠퍼 웍스 GP 콘셉트는 인테리어까지 멋지게 꾸몄다. 롤 오버 케이지는 물론 장착되었고, 바닥의 매트를 생략해 철판이 그대로 노출된 것은 야성적인 매력을 드러내기 위함이라고 해두자. 도어와 센터페시아를 비롯한 인테리어는 실버와 블랙 투 톤에 붉은 색으로 포인트를 주었고, 버킷 시트 역시 같은 톤으로 멋지게 마감했다.

시트에는 5점식 하네스가 장착되는데, 시판되는 그것을 그대로 장착한 것은 물론 아니다. 붉은 색 벨트와 대조를 이루는 흰 색의 쿠션에 수놓은 ‘MINI’ 로고가 멋지다. 분명 우리가 알고 있는 레이스카의 인테리어는 이렇게 화려하지 않았을 테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콘셉트니까. 미니 오너 중에는 차의 시트를, 하다못해 벨트라도 당장 바꾸고 싶다는 충동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중앙의 둥근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는 우리가 익히 알던 미니의 그것과 비슷하지만, 손가락 터치 몇 번으로 서스펜션 세팅을 바꿀 수 있게 해주고, 운전 중에는 헤드업디스플레이를 통해 노면과 주변의 경쟁자에게만 집중할 수 있게 했다. 비록 콘셉트지만 ‘우리가 상상해온 주말의 트랙 토이’의 모습을 어쩌면 이렇게 현실에서 잘 구현했을까 싶다.

다시 한 번 이 차가 콘셉트임을 강조하는 것은 에디터 스스로의 흥분과 욕망을 차분히 가라앉히기 위함이다. 미니 존 쿠퍼 웍스 GP 콘셉트는 아직 대중 앞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오는 9월 14일 개막하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데뷔할 예정이다. 어차피 독일행 비행기를 타지 못하는 이상은 언제 데뷔하건 그림의 떡, 아니 사진 속 미니일 뿐이지만. 이런 재밌어 보이는 장난감을 구경만 하려니 삐딱한 소리가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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