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모터스포츠 이벤트인 F1 그랑프리가 오는 10월 전남 영암 국제경기장에서 국내 3번째 대회를 맞이한다. 자동차 메이커들은 물론, 세계적인 레이싱팀, 유명 선수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F1 그랑프리는 월드컵과 올림픽에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세계적으로 관심도가 높은 자동차경주 이벤트다. F1 그랑프리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F1 그랑프리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숙지할 필요가 있겠다. F1 관전요령이나 이해를 돕기 위해 F1의 역사적 배경과 가이드를 정리했다.
글/한창희(모터스포츠 칼럼니스트)


F1의 역사는 FIA(세계자동차 연맹)가 F1 그랑프리라는 이름으로 첫 대회를 열었던 1950년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에 앞서 1910년대에 푸조, 메르세데스(다임러), 피아트 등이 이미 자동차 경주대회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한동안 10리터가 넘는 거대엔진이 경기장을 점령했던 시대를 지나 1912년 푸조가 7.6리터 DOHC 엔진을 선보이면서 신기술 경쟁이 시작된다.

1914년 1차 대전이 시작된 후 멈췄던 F1 대회에는 항공기 엔진 기술이 도입됐고, 2차대전이 시작되는 1939년까지 활발하게 경기가 펼쳐졌다. 피아트, 알파로메오, 부가티 등 경주차가 서킷을 달렸고 전설의 드라이버인 알베르토 아스카리와 타지오 누볼라리 등이 활약했다. 페라리 창업자인 엔초 페라리 역시 알파로메오 드라이버로 출발, 팀매니저로 실력을 발휘하는 시기도 있었다.

한편, 1930년대 독일은 히틀러가 정권을 잡은 후 포르쉐박사를 통해 벤츠에서 완성한 수퍼차저를 얹은 아우토유니온 경주차가 그랑프리를 휩쓸었지만 2차 대전이 시작되면서 침체기에 들어갔다. 2차 대전이 끝나고 그 해 9월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자동차 경주가 열리면서 F1 그랑프리가 새롭게 시작됐음을 알렸다.



2차 세계대전의 끝, F1 월드시리즈 본격탄생을 맞이해

FIA가 탄생한 1946년 말은 2차 세계 대전이 끝나면서 모터스포츠에 대한 새로운 변화가 추진되던 시기였다. AIACR(국제 자동차 공인 클럽협회)에서 발전된 FIA는 유럽 전역에서 산발적으로 열리던 자동차 경주대회를 F1과 F2 두 가지 규정을 만들어 수많은 그랑프리를 하나의 경주로 끌어모았다.

이후 F1에 사용되고 있는 F는 규정을 뜻하는 포뮬러(Formular), 1은 최고라는 의미로 사용됐고, 경주차는 1인승으로 엔진은 수퍼차저가 1.5리터, 자연흡기는 4.5리터를 사용하면서 GP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됐다. F2는 0.5리터(수퍼차저)와 2.0리터로 부아트르트(소형차라는 뜻)머신이라고 불렀다.
 

세계대회의 F1시리즈가 시작된 것은 1950년으로 영국 실버스톤 서킷에서 열린 대회로 당시 시리즈 챔피언은 주제페 파리나가 몬 알파 로메오가 차지했다. 이 시기는 독일 자동차 메이커들의 힘겨운 재생을 틈타 F1은 한동안 알파 로메오, 페라리, 마세라티 등 이태리 메이커들의 주축을 이뤘다.
 

이듬해에는 아르헨티나 출신 후안 마누엘 판지오가 알파 로메오로 챔피언에 오른 후 1957년까지 5번 챔피언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1954년 벤츠가 다시 트랙에 복귀하면서 더욱 치열해진 F1 대회가 60년대 들어서며서 콜린 채프먼의 로터스는 짐 클라크와 함께 영국팀의 전성기를 이끌었고, BRM, 쿠퍼, 반월, 브라밤 등도 각각 챔피언에 올랐다. 이후 로터스는 1962년 최초의 모노코크 보디를 가진 25머신을 선보였다.
 

66년 엔진규정이 1.5리터에서 3리터로 대형화되면서 포드의 지원을 받은 코스워스의 V8 DFV 엔진은 15년간 155회의 우승을 일구어 내며 F1을 이끌었다. 하지만 1964년 F1에 데뷔한 혼다는 65년 멕시코 그랑프리에서 일본차로 처음 우승을 차지했고, 67년 벨기에 그랑프리에서는 미국차로는 처음으로 덴 거니가 탄 이글이 우승을 차지하는 등 이변이 속출했다.



첨단기술의 적용과 규정 변화를 통한 활성화

70년대 들어서 F1은 경주차 색상에서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팀마다 국가를 상징하는 색을 이용했던 스타일을 바꾸기 시작한 것. 이탈리안 레드, 프렌치 블루, 저먼 실버, 브리티시 레이싱 그린, 재패니즈 아이보리 등이 대표적인 색상이었지만 70년대부터 경주차는 스폰서 색을 사용하게 된다. 팀들 가운데 내셔널 컬러의 전통을 지금까지 고수한 팀은 페라리뿐이다.
 

공기역학 기술을 통해 다운포스를 얻는 기술을 추가한 윙카가 78년 챔피언에 오른 로터스 79를 시작으로 등장했다. 77년에는 컴팩트한 엔진으로 높은 출력을 쏟아낼 수 있는 F1 최초의 터보엔진이 르노에 적용돼 87년까지 터보의 전성기가 계속된다.

80~90년대의 F1은 맥라렌과 윌리엄즈 라이벌이 격돌해 윌리엄즈가 7회, 맥라렌이 6회 컨스트럭터즈 챔피언에 올랐다. 혼다는 83년 엔진 메이커로 F1에 복귀해 86년 윌리엄즈와 함께 챔피언에 올랐고 이후 맥라렌 경주차와 조율을 통해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그 당시 드라이버는 알랭 프로스트와 아일톤 세나가 쌍벽을 이루었다.



FIA는 88년 흥행성을 위해 터보를 금지하고 자연흡기 3.5리터의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 냈지만 스피드는 변함없이 발전됐고, 이 때부터 메이커의 자금력 싸움은 심화됐다. 여기에 액티브 서스펜션, ABS, AT 등의 첨단장비 사용이 금지된 후 95년 산마리노 그랑프리에서 천재 드라이버 아일톤 세나가 베리어에 차량이 충돌해 사망하게 된다. 때문에 FIA는 경주차 안전성을 강화하고 속도를 줄이기 위해 배기량을 낮추는 등 규정을 다시 바꾸기 시작했다.
 

스피드의 발전과 드라이버 경쟁은 가속화 돼

이런 규정 변화에도 불구하고 F1 경주차들의 속도는 줄어들지 않았다. 점점 추월이나 기타 규정을 통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기술력의 발전은 그 이상을 달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최근 F1은 레드불과 페라리, 그리고 맥라렌과 로터스 등이 치열한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한, 올 시즌에 들어서는 세바스찬 베텔과 마크 웨버(이상 레드불), 페르난도 알론소와 펠레페 마사(이상 페라리), 루이스 해밀턴과 젠슨 버튼(이상 맥라렌), 그리고 키미 라이코넨과 그로쟝(이상 로터스)의 드라이버 순위 경쟁이 극대화되고 있다. 여기에 그 동안 영원한 하위팀에 속해 있던 팀들도 상위 경쟁에 뛰어들면서 차량의 규제를 통해 다시 흥행을 일으키고 있다.



F1 그랑프리는 어떻게 열리나?

2012 시즌은 3월 18일 호주 개막전을 시작으로 11월 25일 브라질 최종전까지 총 20전으로 치러진다. 모두 12팀 24명의 드라이버와 경주차들이 서킷에서 속도경쟁을 벌인다. 특히, F1을 유치하기 위해 각 나라들은 경주장을 만들고 여기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도 세계 모터스포츠의 최고봉 F1 대회를 운영하기 위해 FOM(포물러 매니지먼트)에 신청을 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일정 때문에 전체 서킷을 수용하지 못하는 FOM은 지역별 조율을 통해 경기를 치르게 된다. 국내에도 2010년 첫 경기를 치른 후 올해에도 10월 12일부터 14일까지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3번째 대회를 진행하게 된다.

이전에는 한 번의 예선으로 결승 그리드(순위)를 정했지만 현재는 예선 1, 2차를 거쳐 랩 타임 순으로 최종 예선을 치르게 된다. 최종 예선의 경우 10대가 참가해 랩 타임이 빠른 순으로 출발 그리드가 정해지며, 결국 예선 순위는 결승에서 우승을 할 수 있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결승이 끝나면 1위 25점, 2위 18점, 3위 15점 순으로 10위까지 시리즈 점수가 주어져 이전의 방식보다 더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또한, 최근 경기는 마지막 라운드까지 시즌 챔피언을 결정해야 하는 접전이 이어지면서 충분한 흥행요소를 갖추었다. 여기에 드라이버 포인트를 합해 팀 포인트(컨스트럭트)가 정해지기 때문에 월드 챔피언과 컨스트럭트 챔피언은 최종전에서도 달라질 수 있다.



F1 엔진 이상으로 스피드를 책임지는 타이어

F1 머신들의 스피드가 늘어나고 잦은 사고가 발생하면서 FIA는 타이어에 대한 규정을 강화했다. 그 동안 F1에는 수많은 타이어 메이커들이 도전을 했고, 가장 최근에는 미쉐린, 브리지스톤, 그리고 피렐리가 바통을 이어받아 오피셜 타이어로 활약하고 있다. 물론, 이전에는 두 개, 혹은 몇 개의 타이어 메이커가 경쟁을 펼쳤지만 브리지스톤 이후 단일 메이커가 참여하고 있다.
 

F1에 사용하고 있는 피렐리 타이어 종류를 보면 비가 오는 날을 위한 웨트(오렌지)와 인터미디어트(라이트 블루), 맑은 날을 위한 슈퍼 소프트(레드), 소프트(엘로우), 미디움(화이트), 하드(실버) 등 6종류가 이용된다. 이 타이어를 매 경기마다 모두 이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경기당 정해진 타이어만 사용이 가능하다.



각 드라이버들은 그랑프리 개최기간 동안 11세트의 타이어를 지급받게 되며, 3세트는 금요일 자정까지 사용한 후 반납하고 나머지 8세트로만 예선과 결승에 참가하게 된다. 특히, 드라이버는 예선전에서 머신에 적용했던 타이어를 장착하고 경기에 임해야 하기 때문에 날씨 변화가 있을 경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또한, 같은 타이어로 교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피트 스탑과 타이어의 교환 변수는 승리를 판가름할 수도 있다.





F1 드라이버 헬멧과 슈트에 숨어있는 비밀

F1에 참가하는 드라이버의 헬멧은 드라이버의 생명과 직결되는 부분으로 안전을 위한 첨단 시스템이 도입된다. 특히, F1 드라이버의 경우 머리 부분만 차체 밖으로 나와 있기 때문에 경기도중 물체들에 위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한 예로 2009 시즌에 펠리페 마사(페라리)는 선두 경쟁을 펼치던 도중 날아오는 물체에 머리를 맞아 두개골이 골절되는 사고를 당했으며, 시즌을 마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헬멧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마사는 다시 F1에 복귀할 수 있게 됐고, 더 안전한 헬멧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처럼 사람들에게 관심을 얻고 있지 못하는 F1 헬멧의 경우 FIA 정한 제품을 사용하게 되며, 영국의 TRL에서 테스트하고 아라이, 벨, 슈베르트 등에서 공급한다.

F1 헬멧은 고성능 카본 파이버를 기본으로 방탄조끼에 사용하고 있는 아라미드가 여러 층으로 내부를 구성하고 있다. 무게의 경우 경량화를 위해 무선 장비 등이 추가된 상태에서 1.25kg으로 만들어지며, 목을 보호하는 장치인 한스와 결합해 사용이 가능하다.
 

또한, 드라이버의 시야와 호흡의 원활함을 위해 앞쪽에는 인테이크와 폴리카보네이트로 구성된 3mm 두께의 바이저가 마련된다. 특히, 바이저의 경우 500km/h 속도에서도 안전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바이저가 더러워 졌을 경우를 대비해 앞쪽에 틴틴 기능이 추가된 랩이 장착돼 드라이버가 경기 중 쉽게 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또한, F1 드리이버가 입는 레이싱복(이하 슈트)은 첨단 섬유질인 노맥스 재질의 특수 방열복이다. 헬멧과 마찬가지로 슈트도 화재로부터 드라이버를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며, FIA에서는 레이싱복이 섭씨 700도의 기름불에서 12초 이상 타지 않고 견뎌야 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이를 만족시키는 첨단섬유가 바로 노맥스로 드라이버 슈트, 방화내의, 신발, 장갑이 모두 이 소재를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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