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지난 달 30일 서울특별시 강남구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신형 싼타페(프로젝트명 TM)를 공개했다. 현대차가 2012년 이후 6년 만에 공개하는 싼타페의 신형 모델이라 여러가지 이슈들이 있었지만 보도자료에 현대차가 강조하는 낯선 단어가 있었는데 바로 ‘캄테크’(Calm-Tech)였다. 캄테크를 직역하면 편안한 기술이란 뜻이다. 2017년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용어라 다들 잘 알고 있겠지만, 혹시라도 모르시는 사람들을 위해 잠깐 짚고 넘어가겠다.

캄테크란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평소에는 잘 드러내지 않다가, 필요할 때 알아서 챙겨주는 ‘보이지 않는 배려 기술’을 말한다. 최근에 와서는 여러 가지 센서와 융합해 다양한 기능을 구현하지만 생각 외로 시작이 오래된 기술들이다. 사람이 오면 자동으로 켜지는 현관의 센서등이나 스마트폰 화면 자동 밝기 조절, 노트북의 오토 백라이트 키보드, 휘파람 주전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캄테크는 IoT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결합해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해있다. 인간 친화적 환경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소소하게 편리함을 전해준다.

신형 싼타페에 적용된 캄테크 역시 인간, 그 중에서도 운전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기능들이 채워졌다. 현대차는 개발 초기부터 국내외 사용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과 심층 인터뷰를 수행했다. 그 결과 중형 SUV 고객은 가족의 안전에 민감하고 차량 내에서의 거주성과 편의성을 중점적으로 고려한다는 점에 착안해, 이 부분의 경쟁력을 향상시켰다.

특히 신형 싼타페에 추가된 여러 가지 기능 중 안전 하차 보조와 후석 승객 알림 기능 두 가지는 세계 최초로 탑재되는 기능이라고 한다. 최근 국내에서 이슈가 된 문제도 신형 싼타페에 캄테크 기능을 탑재하는데 영향을 끼쳤지 싶다.

 

안전 하차 보조기능, 승객의 후방차량 사고 원천봉쇄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안전 하차 보조(SEA, Safe Exit Assist)는 차량이 멈춘 후 승객이 내릴 때 후측방에서 접근하는 차량이 없는지 레이더로 감시한다. 접근하는 차량이 감지되면 경고를 보내고 뒷좌석 도어를 잠금 상태로 유지한다. 이 상황에서 도어를 열면 경고음과 함께 계기판 클러스터에 경고 메시지를 출력한다.

가족이 이용하는 차량에는 뒷좌석에 어린 자녀가 탑승하는 경우가 많고, 주의 없이 문을 벌컥 열고 내려 차량과 충돌사고가 발생하기 쉽다. 때문에 안전 하차 보조 기능은 자녀를 둔 가족 운전자에게 어필할 유용한 기능으로 기대된다.

기존 싼타페(프로젝트명 DM)의 경우 뒷좌석 도어 안쪽에 수동식 차일드 락 버튼을 내장했다. 반면 신형 싼타페는 차일드 락을 운전석 암레스트로 옮겨 ‘전자식 차일드 락’으로 적용했다. 이 기능은 안전 하차 보조 기능과 연동되어, 후측방 레이더에서 접근 차량이 감지되면 운전자가 정차 후 차일드 락을 해제시키더라도 뒷좌석을 잠금 상태로 유지하여 위험한 상황을 방지한다.

 

아이 혼자 두고 가시면 안돼요, 후석 승객 알림

신형 싼타페에는 세계 최초로 후석 승객 알림(ROA, Rear Occupant Alert)이 적용되었다. 이 기능은 운전자가 차량에서 내릴 때 뒷좌석 동승자가 함께 내리지 않고 실내에 남아있을 경우, 다양한 방법으로 경고를 해주는 적극적 ‘영유아 차량 방치사고 예방’ 기능이다. 생각보다 부모들이 깜빡하고 아이를 차량에 그대로 두고 내리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국내에는 아직 처벌규정이 없지만, 해외에서 영유아를 차량에 방치하는 것은 법적으로 크나 큰 범죄로 취급된다.

후석 승객 알림 기능은 운전자가 차량을 멈춘 후 시동을 끄고 내리기 위해 운전석 도어를 열면, 계기판 클러스터에 1차로 음성 안내와 함께 경고메시지를 출력한다. 만약 운전자가 그대로 차량에서 완전히 하차해 도어를 잠그면 뒷좌석 천정에 장착된 초음파 센서가 자동으로 가동돼 실내 움직임을 감지한다. 만일 승객이 탑승한 것으로 판단되면 경적음을 울리고, 비상등을 켜며, 문자메시지를 발송한다. 이 정도면 어지간히 무딘 사람이라도 대부분 알아챌 것이다.

최근 이슈가 된 이른바 ‘괌 법조인 부부’사건으로 국내에서도 차량 내 아동 방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북미에서는 여름철에 아이를 차 안에 방치하다가 발견되어 아동보호법 위반으로 체포되거나, 아이가 사망하는 뉴스가 많다. 만일 구출된 아이가 부상이 심각하면 중범죄자로 기소되고, 사망할 경우에는 살인 혐의가 적용된다. 현대차 개발팀이 이 소식을 듣고서 차량에 예방 기능을 탑재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을까.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굉장한 공포가 아닐 수 없다. 주차장 좌우 시야가 막힌 상황에서 후진할 때 차로를 정상 진행하는 차량이 와서 그대로 부딪힌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RCCA, Rear Cross-Traffic Collision-Avoidance Assist)기능은 이럴 때 유용하다. 전면 주차된 차량을 후진해서 출차할 때, 후측방에서 접근하는 차량을 레이더로 감지해 경고하고 만일 충돌이 예상되면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해서 제동까지 해준다. 이 기능은 좁아서 잘 안 보이는 골목, 차량이 많은 대형 마트 주차장이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후진할 때 유용할 것이다. 이 기능이 현대차에 탑재되는 것은 싼타페가 최초이다.

 

승하차와 거주성 개선, 화물적재 편의성 증가

신형 싼타페는 기존보다 휠베이스 증가하면서 차량 크기도 커졌다. 덕분에 승객의 실사용 공간을 넓혀 이전보다 훨씬 주거성이 좋아졌다. 2열 레그룸을 비슷한 중형 SUV중에서 가장 넓게 확보하면서 2열의 앞 뒤 슬라이딩 거리도 늘렸다. 2열 좌석에는 원터치 워크인 폴딩 기능을 탑재하여 버튼 하나로 손쉽게 시트를 접고 움직일 수 있게 했다. 또 3열의 불편한 승하차와 거주성을 개선하기 위해 루프 길이를 늘려서 3열의 헤드룸을 키웠고, 승하차 보조 손잡이를 설치했다.

이 밖에도 화물적재가 가능한 공간을 넓혀 실용성을 늘렸다. 테일게이트는 오픈 속도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이전보다 안전성을 높였으며, 운전 중 사륜구동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를 표시할 구동배분력 상황을 계기판 클러스터에 표시해 운전 중 다른 곳으로 시선이 옮기는 것을 줄였다.

싼타페는 북미시장에서 매년 13만대 이상 팔리는 베스트 셀링 모델이다. 신형 싼타페는 이전보다 커진 크기는 물론 타겟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해 뛰어난 상품성을 지녔다. 소위 ‘싸커맘’이라 불리는 아이들의 통학을 돕는 학부모들에게 큰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생각된다. SUV가 필요한 가족이라면 넓고 편안해진 중형 SUV를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일각에서는 크기와 편안함을 만족시켜 대형 SUV의 영역까지도 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신형 싼타페는 오는 7일부터 사전계약을 실시한다. 현대차는 지난해 싼타페를 5만여 대 판매하면서, 형제차인 기아 쏘렌토의 7만 9천여 대에 밀려 2위에 그쳤다. 쏘렌토는 지난 해 8월, 부분변경을 통해 신차효과를 톡톡히 봤다. 하지만 신형 싼타페가 출시되면 상황은 역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현대차는 국내외에서의 중형 SUV시장을 다시 재패하기 위해 캄테크를 무장하고 경쟁에 나선다. 싼타페가 보여줄 캄테크 기술의 현재와 미래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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