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가 또는 희대의 사기꾼,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만큼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인물도 드물 것이다. 테슬라를 비롯해 세계 최대의 민간 우주기업인 스페이스X를 운영하는 기업가지만, 그가 추구하는 현재진행형 목표들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터무니없이 황당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NASA도 예산 문제로 쉽게 쏘아 올릴 수 없는 거대한 우주로켓을 실제로 만들어냈지만, 그 로켓에 실린 화물은 우주탐사선이 아니라 ‘테슬라 로드스터’다.

엘론 머스크는 우주로켓을 발사하면서 왜 거기에 자동차를 실었을까? 그가 엄청난 부자라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좋아요’를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써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려는 것일까? 그렇다면 최소한 실패하지는 않았다.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50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고, 우주선에 실린 테슬라 로드스터 사진은 45만개가 넘는 하트를 받았으니까 말이다. 홍보 효과 하나는 제대로 누린 셈이다.

스페이스X의 팰콘 헤비 로켓은 아폴로 계획이 실현되었던 미국 케이프 커네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2월 6일, 바로 오늘 발사될 예정이다. 팰콘 헤비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로켓으로 119,000파운드(약 54톤)의 중량물을 우주로 실어 나를 수 있다. 엘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단순히 거대하고 강력한 로켓만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우주로켓의 ‘재활용’에도 최고의 노하우를 갖고 있는데, 이번에 발사할 팰콘 헤비 로켓의 1단 엔진은 이미 우주정거장의 재보급 미션에 사용되었던 것이라고 한다.

엘론 머스크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발사 준비 중인 팰콘 헤비 로켓과 테슬라 로드스터의 사진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그리고 우주선 발사를 앞두고 최근 올라온 테슬라 로드스터의 사진에는 우주복을 입고 헬멧을 쓴 ‘스타맨’이라는 인형 드라이버가 테슬라의 1세대 로드스터의 운전석에 앉아있다. 아마도 사진이 촬영된 장소는 우주선의 페이로드 안쪽으로 보인다. 광활한 공간에 자동차 한 대가 덩그러니 놓여있는 모습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보여주는 듯하다.

엘론 머스크는 왜 테슬라 로드스터를 우주로 보내려는 것일까? 그는 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그냥 중량물을 우주로 보내는 것은 지루하기 때문에” 테슬라 로드스터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 테슬라 로드스터의 수납공간에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와 ‘Don't Panic!’이라 적힌 수건이 들어있다고 한다. 오디오에서는 데이빗 보위의 노래 ‘스타맨’이 무한 루프로 재생될 것이라고. 발사에 성공한다면 테슬라 로드스터는 드라이버(?)인 스타맨과 함께 태양과 화성 사이를 도는 궤도에 오르게 된다.

최소한 엘런 머스크가 SNS에 올린 내용대로라면, 그는 한 시대를 풍미하는 낭만주의자이며 한편으로 넘쳐나는 재산을 주체하지 못하는 거부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낭만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또 없으니, 이런 인물이 하나쯤 있어도 나쁠 것 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 사실 엘런 머스크가 테슬라 로드스터를 우주로 쏘아 올리는데는 다른 이유가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우주 탐험은 극도로 위험한 ‘도박’이기 때문에 우주선은 수차례의 테스트를 통해 최대한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번에 발사될 팰콘 헤비 로켓은 ‘초도비행’을 하는 것으로, 기존의 로켓과 달리 엔진 숫자가 늘어나고 무게균형이 달라진 만큼 진동량과 공기역학적 변화 때문에 발사 실패할 가능성 역시 크다고.

성공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중량물을 실어 우주로 보내는 ‘테스트’를 진행하는 만큼, 이왕이면 화제가 될 만한 물건을 실어 홍보효과를 최대한 누리겠다는 엘런 머스크의 계산이 들어있는 셈이다. 테슬라의 현역 전기차나 이번에 공개된 최신형 로드스터가 아니라, 지금은 단종 된 테슬라의 첫 자동차인 1세대 로드스터가 실려 있는 이유도 짐작해볼 수 있겠다.

하지만 팰콘 헤비 로켓의 발사가 성공한다면, 테슬라 로드스터와 스타맨은 ‘화성으로 떠나는 우주의 히치하이커’로 기록되리라. 기업들의 사정은 아무래도 좋으니, 부디 테슬라 로드스터와 스타맨이 무사히 낭만적인 우주여행을 떠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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