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미래라 생각했던 일이 현실에서 이루어지더라도, 우리는 한순간의 변화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SF영화 같은 미래를 보여줄 것이라 상상했던 사람도 있겠지만, 이미 우리는 과거에 꿈꿨던 놀라운 기술들을 평범한 일상 속에서 누리고 있다.

“자동차의 미래는 화석연료가 아닌 전기에너지다.” 비록 당장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는 있을지언정, 부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자동차는 ‘석유’로 달리는 탈것이었지만, 이제는 슈퍼마켓이나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기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자동차에 배터리를 장착하는 것은 연료를 아끼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언제부턴가 전기자동차의 매끄러운 승차감과 주행성능에 관심을 보인다. 내 차는 아직 휘발유 엔진으로 달리지만, 자동차 매장에는 ‘Hybrid’ 엠블럼을 부착한 차량들이 전시되어 있고 아예 엔진 없이 전기모터로만 달리는 차량들도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우리는 어느 샌가 과거에 꿈꿨던 미래에 살고 있다.

바로 오늘, 테슬라의 CEO 엘런 머스크가 전기 로드스터를 화성 궤도를 향해 쏘아 올렸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자동차의 미래’는 테슬라와 같은 메이커의 전기차가 아닐까? 하지만 전 세계에서 현재진행형으로 가장 많이 달리고, 판매되는 전기차는 테슬라가 아니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바로 그 전기차, 닛산 리프의 신형모델이 드디어 우리나라에 온다.

 

닛산 리프, 한번 충전으로 400km

전기차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보통 연료비용 절감 때문이다. 전기로 배터리를 충전하는데도 비용이 들지만, 휘발유나 디젤유를 탱크에 채우는 것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다. 초기 전기차들이 다소 아쉬웠던 배터리 성능 한계를 극복하고 한 번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라도, 주행성능보다 효율에 초점을 맞췄던 것은 사실이다. 닛산이 2010년 출시했던 1세대 리프가 바로 그런 차였다.

여전히 사람들은 자동차의 에너지 효율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닛산이 작년에 처음 공개한 2세대 리프 역시 이전모델 이상으로 뛰어난 효율과 성능을 자랑하는 차다. 1세대 리프가 24kWh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해 한 번 충전으로 약 130km를 달릴 수 있었다. 이번에 출시될 2018 리프의 기본 모델은 40kWh 용량의 배터리를 기본 탑재하는데, 배터리 팩의 크기는 이전모델과 비슷하지만 에너지 밀도를 높였다.

신형 리프가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의 표기는 측정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수준인 미국 환경보호청 EPA 기준이라면 2018 리프는 1회 충전으로 240km(151마일)를 달릴 수 있다. 일본 JC08 측정 기준으로는 400km, 유럽 NEDC 측정 기준으로는 240km다. 아직 국내 기준으로의 주행거리는 공개되지 않았다.

게다가 배터리 용량을 60kWh로 확장한 E-PLUS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사실이라면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최대 500km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기차니까, 운전도 더 쉽게

전기차, 에너지 효율 이런 말과 함께 꼭 따라오는 말이 ‘회생 제동’이다. 차가 달리다가 멈출 때, 에너지를 다시 회수해서 배터리를 충전해 주행거리의 감소를 줄이는 기술인데, 더는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닛산의 신형 리프는 ‘e-페달’이라는 기술을 적용했다. 엔진으로 달리는 일반적인 자동차와는 조금 다르게 e-페달 기능을 사용하는 리프는 가속페달을 밟는 동안 자동차가 달리고, 페달에서 발을 떼면 속도를 줄이다가 완전히 멈춘다. 속도를 줄일 때 발을 옮겨 브레이크페달을 밟을 필요 없이, 가속페달 하나만으로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다.

리프는 페달을 밟는 동안 전기모터가 작동해 차를 움직인다. 페달에서 발을 떼기 시작하면 전기모터가 멈추고, 자동차가 달리던 에너지를 이용해 발전기가 배터리를 충전한다. 페달에서 발을 완전히 떼고 속도를 빠르게 줄여야 할 때는 브레이크를 함께 사용한다. 게임에 나오는 카트를 타듯 누구나 쉽고 자연스럽게 운전할 수 있다.

 

스포티한 스타일, 효율 그 이상의 매력

전기자동차 하면 어쩐지 한없이 ‘착하고 선량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운전자들도 있다. 아무래도 1세대 리프의 디자인만 봐도 가정에서 사용하는 차로 초점을 맞춰 개발했기 때문일까,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느낌이 많이 묻어난다. 하지만 이번에 나올 2세대 리프는 닛산의 스포티한 이미지를 입고 탈바꿈했다.

패밀리룩인 ‘V-모션’과 함께 더 낮고 안정감 있는 자세와 날카롭고 세련된 이미지를 입었다. 공기역학적으로도 뛰어난 디자인을 갖췄는데, 이는 에너지효율을 높여 주행거리를 늘리는데도 큰 역할을 한다. 게다가 콘셉트이긴 하지만 ‘니스모’가 튜닝 한 고성능 버전을 시연할 정도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지 않을까?

실제로 리프는 제법 스포티한 주행이 가능한 차다. 전기모터의 최대출력은 110kW, 마력으로는 147마력이다. 최대토크는 320Nm, 내연기관과는 달리 출발 순간부터 높은 토크를 낼 수 있어 모터 최대출력의 기대치에 비해 훨씬 쾌적한 가속성능을 뽑아낸다. 일반적인 준중형급 가솔린 엔진 승용차와 비교해 엔진 출력은 비슷한 수준인데 토크는 훨씬 높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듯하다. 0-100km/h 도달시간은 8초, 엔진이 없고 바닥에 위치한 배터리 덕분에 무게중심이 낮아 안정감 있으면서도 민첩한 코너링 성능을 제공한다.

 

자율주행기술 기반 운전보조시스템 ‘프로파일럿’

전기자동차의 많은 기술이 IT 기술과도 쉽게 연결된다. 그래서일까, 여러 자동차 메이커들이 다른 승용차보다 전기자동차에 먼저 최신의 안전기술을 적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닛산 신형 리프 역시 ‘프로파일럿’이라는 운전보조시스템이 적용되었다. 프로파일럿은 닛산이 강조하는 인텔리전트 모빌리티 기술이 집약된 결과물로, 크루즈컨트롤은 물론 고속도로 단일차선 주행 시 방향조작과 가속, 제동을 스스로 할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을 갖췄다.

주차를 할 때는 프로파일럿 파크 어시스트가 운전자를 돕는다. 주변 360도를 감시하며 다른 차와의 충돌을 경고해줄 뿐 아니라 가속과 브레이크 페달, 스티어링 휠을 스스로 조작해 지정된 공간에 주차한다. 닛산 리프는 고속도로와 복잡한 도심환경 모두 운전자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쾌적하고 즐거운 운전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2018 닛산 리프, 국내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은?

리프는 닛산의 미래가 걸려있다고 해도 될 만큼 중요한 모델이다. 전기차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리프의 성공은 이후 닛산이 내놓을 다른 모델의 성공과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르노-닛산-미쓰비시의 연합체제에서 앞으로 내놓을 전기차의 롤 모델이 될 것이다.

닛산은 아직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지역에서 리프를 출시하겠다는 계획만을 발표했고, 세부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신형 리프는 작년 10월 일본에서 판매가 시작되었고, 올해 1월 유럽과 캐나다에서, 2월 유럽에서 판매가 시작된다.

국내 소비자들 또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그 중 신형 리프는 가장 뛰어난 상품성을 가질 것으로 기대되는 모델 중 하나다. 세부사양과 가격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경쟁모델과 비교할 때 쉐보레의 볼트의 MSRP가 약 3만 7500달러에서 시작된다. 닛산 볼트의 미국 내 판매모델은 S, SV, SL의 세가지로 가장 낮은 사양인 리프 S의 MSRP가 2만 9900달러다. 상위 트림인 리프 SL의 MSRP가 3만 6200달러다.

물론 모델의 세부사양에 따른 옵션과 세금과 부가비용이 붙기 때문에 실제 차량 구입가격은 이보다 높아지며, 미국 내 판매가격에 단순히 원화환율을 적용해 출시가격을 예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나 경쟁모델의 국내 판매가격과 비교해 닛산 리프의 출시가격을 예상해본다면,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2018 리프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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