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이 국내시장에 돌아왔다. 긴 진통의 시간을 거쳐 돌아온 만큼 반응은 제각각이다. 아직은 이르다고 하는 사람부터 기다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논란의 시간이 생각보다 길었기에 그들의 컴백이 다소 조심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전 세계 시장에서 폭스바겐의 영향력과 점유율을 생각해보면 돌아온 그들의 움직임에 자연스레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폭스바겐의 첫 컴백모델에 대해 관심을 가졌는데 폭스바겐은 한국시장 컴백작으로 신형 파사트 GT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파사트는 1973년 첫 출시 이후 전 세계에서 2천 2백만 대 이상이 판매된 모델로 이번에 한국시장에서 판매되는 것은 따져보자면 8세대에 해당된다.

폭스바겐이 신형 파사트 GT를 공개하고 본격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하면서 눈에 들어오는 단어가 있었다. 바로 프리미엄이다. 그리고 그 프리미엄이라는 단어는 신형 파사트 GT의 자료들을 보는 내내 따라다녔다. 그리고는 궁금해졌다. 폭스바겐이 왜 신형 파사트 GT를 홍보하면서 프리미엄을 강조하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신형 파사트 GT에서 프리미엄을 강조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지에 대해서 말이다. 물론 자동차 시장에서 프리미엄이라는 단어가 흔해진 것은 맞다. 하물며 경차를 홍보하는데도 프리미엄이라는 표현을 버젓이 사용하는 판국에 중형세단을 설명하면서 프리미엄이란 단어에 너무 민감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프리미엄이라는 단어가 계속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사실 신형 파사트 GT에서 프리미엄을 논하는 것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그것은 폭스바겐이라는 브랜드의 태생적인 포지션에 대해서도 얘기해야 한다. 폭스바겐은 그룹 내에서도 실용적인 차를 생산하는 역할을 한다. 그룹 내에서 럭셔리나 슈퍼, 프리미엄을 담당하는 브랜드는 사실 따로 있다. 물론 그런 브랜드들 끼리 기술을 공유하고 상품성을 조절하면서 조금씩 겹치는 부분들이 있긴 하지만 대중들의 머릿속에 오랜 시간 폭스바겐은 실용성이 강조된 메이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폭스바겐의 컴백작 신형 파사트 GT의 프리미엄이 강조되는 이유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다.

사실 요즘 소비자들에게 프리미엄이라는 의미는 디자인적인 요소보다 안전이나 편의장비 쪽이 좀 더 더 가깝게 느껴진다. 물론 디자인에서 프리미엄을 외치는 메이커가 있긴 하지만 디자인이란 요소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디자인에서 프리미엄을 따져 봐야 개개인이 취향 때문에 쉽게 인정받기 어렵다. 하지만 안전이나 편의장비 같은 요소들은 기술적용의 유무나 적용기술의 단계 등을 일정한 수치로 구분해 놓은 것이 많아 소비자들이 쉽게 인지하고 평가내리기 수월하다. 즉 안전과 관련된 수치는 어떤 평가기관에서 진행한 테스트에서 몇 점 혹은 별 몇 개 등으로 객관적인 수치가 나와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평가하기 쉽다. 그래서 프리미엄은 주관적인 요소로 평가되는 디자인 보다는 객관적인 요소로 평가받는 안전이나 편의장비 쪽과 좀 더 밀접하다고 봐야한다.

신형 파사트 GT의 동급 최강의 안전 기술은 이전 모델과 가장 차별화 되는 부분이다. 국내에서 출시되는 폭스바겐 모델 최초로 보행자가 갑자기 나타났을 때 경고와 긴급제동을 할 수 있는 보행자 모니터링 시스템과 정체 상태에서도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한 채 정속 주행을 보조해 주는 트래픽 잼 어시스트가 탑재됐다. 또한 최대 속도 약 160km/h까지 가능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프론트 어시스트 및 도심 긴급 제동 시스템, 레인 어시스트, 프로액티브 탑승자 보호 시스템 등이 전 모델 라인업에 기본 장착됐다. 뿐만 아니라 운전석 무릎 에어백 등 총 9개의 에어백 구성으로 꼼꼼하게 안전을 살폈다.

보행자 모니터링 시스템은 차로나 도로의 가장자리에 있는 보행자를 감지할 경우 가벼운 브레이크 조작과 함께 시청각적 신호로 운전자가 전방 상황을 체크하고 대응 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시스템이다. 보행자와의 거리가 위험할 정도로 가까워지면 긴급 제동을 가하여 해당 보행자뿐만 아니라 다른 잠재적인 사고로부터 운전자를 보호할 수 있다.

트래픽 잼 어시스트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및 레인 어시스트가 결합된 기능으로, 저속(약0-60km/h) 주행 시 앞 차량과의 간격을 유지하고 차선 유지를 보조하여 교통 정체에 따른 운전자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기능이다. 짧은 거리를 가다 서다 반복하는 정체 주행이 많은 국내 교통 상황에 적합한 사양으로 운전자 주의 저하로 인한 사고 발생 예방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폭스바겐의 다중 충돌 방지 브레이크는 독일의 최대 자동차 클럽인 ADAC로부터 '옐로우 엔젤(Yellow Angel) 안전혁신상’을 수상한 바 있는 혁신적인 기능으로, 사고 직후 차량의 속도를 자동으로 감속하여 2차 사고를 예방하는 혁신적인 시스템이다. 다중 충돌 방지 브레이크의 작동 순서는 다음과 같다. 에어백 센서와 ESC를 통해 사고 발생을 감지하면 브레이크 시스템에 문제가 없을 경우 차량을 자동적으로 약 10km/h까지 감속시킨다. 감속하는 동안 비상등 및 브레이크 등이 점등되며 비상등은 제동이 끝난 후에도 계속 점등된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나 가속 페달을 밟으면 다중 충돌 방지 브레이크 기능은 비활성화되며, 운전자가 차량 속도를 제어할 수 있다. 이 기능은 사고 시 운전가가 의식을 잃은 경우에도 시스템이 자동적으로 개입하여 탑승자의 안전성을 높인다. 신형 파사트 GT에는 레인 어시스트 기능이 추가되었다. 리어 뷰 미러 위에 장착된 카메라는 도로 위 차선과 중앙선을 스캔하며, 안개가 낀 상황 및 야간에도 기능이 작동된다. 레인 어시스트는 멀티펑션 디스플레이를 통해 조작할 수 있고, 일정 속도에서 활성화 된다. 운전자의 조작 없이 차량이 차선을 벗어나려고 하면 레인 어시스트는 부드럽고 지속적으로 스티어링을 반대 반향으로 전환시켜 차선을 유지하도록 보조한다. 만약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약 8-10초간 잡지 않으면 시 청각 신호를 통해 경고하며, 운전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쉽게 이 기능을 중단할 수 있다.

신형 파사트 GT에 새롭게 추가되는 안전 사양인 프로액티브 탑승자 보호 시스템은 전 후방에서 감지되는 위험상황에서 사고의 영향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조치를 보조하는 시스템이다. 프리-크래시 시스템은 추월 시 사각지대에 있는 차량에 대해 경고 신호를 보내는 사이드 어시스트 시스템의 센서를 사용한다. 이 레이더 센서를 통해 사이드 어시스트가 후방에 위치한 차의 위치와 속도를 감지하면 프리-크래시 시스템이 그 데이터를 분석하게 된다. 시스템은 차량이 움직일 때뿐 아니라 시동이 켜져 있고 스타트-스톱 모드인 상황에서 정차되어 있을 때에도 작동한다. 감지된 상대 차량이 가까이 다가오면, 이 시스템은 두 차량의 위치와 속도를 사용해 추돌 가능성을 계산한다. 그리고 프리-크래시 시스템이 추돌을 감지하게 되면 비상등이 켜지고, 후방 긴급 추돌 경고 사인을 보내며, 모든 창문과 선루프를 닫고, 앞좌석 안전벨트를 조이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일상생활에서의 편의성 또한 대폭 강화됐다. 586리터의 트렁크 적재량은 2열 시트 폴딩 시 1,152리터로 증가해 여유로운 수납이 가능하다. '키리스 액세스' 스마트키 시스템으로 키를 꺼내지 않고도 차량의 문을 열거나 시동을 걸 수 있으며, 트렁크 이지 오픈 및 전동 클로징 기능으로 양손이 자유롭지 못할 때에도 편리하게 짐을 실을 수 있다.

신형 파사트 GT에는 폭스바겐 차량 중 최초로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차량의 속도나 네비게이션의 픽토그램과 같은 주요 주행 정보를 운전자의 시야에 바로 들어올 수 있도록 스크린에 표시해주는 기능으로 2.0 TDI 프레스티지, 4MOTION 프레스티지 모델에 적용된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덕분에 운전자는 도로에서 시선을 떼지 않으면서도 차량의 속도와 같은 데이터를 읽을 수 있다. 경고 메시지를 직접 운전자의 시야 안에 투사시킴으로써 반응 시간 또한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신형 파사트 GT의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결합 솔루션’이다. 데이터가 전면 유리가 아닌 별도의 넓은 스크린에 투사되는데, 이는 훨씬 더 비싼 전면 유리 시스템과 동일한 품질을 자랑한다. 사용 하지 않을 때에는 대쉬보드 안으로 내려가 대쉬보드 윗면으로 덮인다. 운전자의 눈에는 투사된 데이터가 차보다 2m정도 앞에 나타나는 것처럼 보여진다. 그 결과 운전자는 인스트루먼트와 도로를 수시로 번갈아 쳐다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초점을 계속 조율할 필요가 없어 눈의 피로가 덜해진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회전식 라이트 스위치 옆에 있는 별도의 컨트롤로 활성화 된다. 운전자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메뉴를 통해 속도, 보조 시스템에 대한 정보, 방향 등을 화면에 나타나게 할지 결정할 수 있다.

액티브 인포 디스플레이는 기존의 아날로그 계기판을 대체하는 인터렉티브 12.3인치 TFT 디스플레이로 운전자가 연비,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 각종 데이터 및 주행 정보를 사용자 설정이 가능한 메뉴 및 고해상 그래픽을 통해 편리하고 안전하게 확인 및 제어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신형 파사트 GT에서는 2.0 TDI프리미엄, 프레스티지, 4MOTION 프레스티지 모델에 탑재되며 완전히 상호작용하는 디스플레이 형태로 디자인된 인스트루먼트 클러스터를 선보였다. 모든 인스트루먼트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실행되고 디스플레이 제일 아래 쪽에 있는 아이콘적인 라이트만 하드웨어를 통해 실행된다. 내비게이션 정보는 디스플레이 상에서 3D로 볼 수 있고 1,440×540 픽셀의 화질을 통해 모든 디테일이 매우 정교하게 나타나며, 고품질의 그래픽 및 인터랙티브 디스플레이로 보여진다. 주행, 보조기능에 대한 정보는 필요에 따라 속도계와 회전속도계가 있는 그래픽 부분으로 통합될 수 있다. 연락처, CD 커버 등 과 같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중앙 콘솔에 디스플레이 되는 데이터 또한 신형 파사트 GT에서는 액티브 인포 디스플레이상에 볼 수 있어 편의성을 높인다.

카메라를 통해 주변을 시각화 시켜주는 시스템인 에어리어 뷰는 2010년 투아렉을 통해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이 시스템은 차량의 주변 상황과 교통 상황을 360도로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개발된 것으로 그 이후 발전을 거친 새로운 세대의 에어리어 뷰가 신형 파사트 GT에 적용됐다. 새로운 에어리어 뷰 시스템은 더 많은 기능, 더 우수한 카메라 화질과 새로운 3D 조감도를 제공하는데, 국내에서는 프레스티지, 4MOTION 프레스티지 모델에 탑재된다. 에어리어 뷰는 트렁크 테일게이트, 도어 미러(각 1개씩 총 2개), 라이데이터 그릴에 위치한 총 4대의 카메라를 사용한다. 180도 이상의 광각 카메라를 통해 차량 주변 전체를 모두 캡쳐하고 이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스크린에 보여주며, 전면, 후면, 측면, 혹은 조감도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풀-스크린이나 분할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어 운전에 도움을 준다. 컨트롤 유닛은 4대의 카메라에서 얻은 이미지로 차량과 그 주변에 대한 전반적인 뷰를 생성하고 3D 조감도를 만들어 낸다. 일반적인 조감도와는 달리, 에어리어 뷰는 주변상황을 반구체로 보여주며, 총 17개의 각기 다른 가상의 카메라 위치를 파악해 차량 주변의 가능한 모든 시야를 모두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신형 파사트 GT의 자료들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폭스바겐이 국내 컴백용 카드로 왜 신형 파사트 GT 카드를 꺼내 들었는지, 왜 이 모델을 선택하고 프리미엄이라는 표현을 아낌없이 사용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기존 국내 시장에 출시됐던 미국형 파사트는 기본기에 충실한 모델이었고 소비자들도 파사트를 딱히 프리미엄 모델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모델은 기본기에 충실했던 미국형 파사트와는 달리 파사트에 허용된 대부분의 옵션이나 추가 기능들을 대부분 탑재한 모델로 그로 인해 성능이나 상품성이 많이 개선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폭스바겐이 이 모델에 해야 할 일은 하나다. 기존 미국형 파사트와는 다른 유럽형 프리미엄 모델임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폭스바겐이 제대로 돌아왔음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과연 폭스바겐의 국내시장 컴백은 잘 진행될 것인지, 프리미엄을 앞세운 첫 중형세단 모델은 얼마나 환영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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