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두 메이커가 플랫폼을 공유한다는 것은, 엠블럼과 외관이 다르지만 내용물이 같은 차를 만들어낸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플랫폼을 공유한 토요타 86과 스바루 BRZ가 그랬다. 엔진과 섀시에 이르는 대부분의 부품을 공유한 두 스포츠카는 부모의 이름이 다른 형제로 여겨진다.

토요타는 BMW와 손잡고 ‘수프라’를 개발 중이고, BMW가 토요타와 손잡고 ‘Z4’를 개발 중이다. 만약 토요타와 BMW가 플랫폼을 공유한다면, 어쩌면 차세대 수프라와 Z4는 사실상 비슷한 스타일의 스포츠카가 되지 않을까?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추측이다.

그러나 반가운 소식이다. 토요타는 수프라가 개발과정에서부터 BMW Z4와는 다른 차로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토요타 수프라 개발을 맡은 수석엔지니어 타다 테츠야는 미국의 자동차전문지 로드 앤 트랙과의 인터뷰에서 BMW와의 협력이 스바루와 제휴해 86을 개발하던 과정과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우리는 자동차를 만드는 방식에 많은 차이가 있고, 회사의 철학뿐 아니라 일본인과 독일인의 사고방식은 상당히 다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많은 차이를 극복해야 했습니다.”

토요타와 스바루가 86을 개발할 때는 개발 당시부터 가능한 많은 공통분모를 갖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BMW는 스바루와 달리 ‘우리가 원하는 차를 만들 수 없다면, 많은 공통분모를 가져야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것이 토요타 수석엔지니어 타다 테츠야의 설명이다.

같은 플랫폼을 개발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토요타와 BMW가 수프라와 Z4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토요타와 BMW 각각의 메이커가 다른 차를 만들면서 공통으로 필요한 부품과 기술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개발이 진행되었다는 것. 수프라는 86의 운전 재미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상위개념의 스포츠카로 개발되었고, BMW Z4는 수프라와 또 다른 방향성을 추구한다.

토요타는 이번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한 ‘GR 수프라 레이싱 콘셉트’처럼, 레이스를 통해 퍼포먼스를 이끌어내고 이를 수프라 양산 모델에 최대한 반영할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BMW는 아직 차세대 Z4의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수프라가 토요타의 Z4이며, Z4가 BMW의 수프라가 될 것이라는 섣부른 예상은 잠시 접어두어도 좋을 것 같다. 토요타와 BMW 모두 차세대 로드스터의 출시를 앞두고 마지막 담금질을 하고 있다. 토요타와 BMW가 수프라와 Z4를 통해 일본차와 독일차의 서로 다른 정체성을 뚜렷하게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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