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이 디젤게이트의 주범이라는 주홍글씨 낙인을 지우고자 친환경차 메이커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폭스바겐은 작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를 앞두고 2025년까지 80종의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인 ‘로드맵 E’를 공개했고, 지난 13일 베를린에서 열린 폭스바겐의 연례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폭스바겐의 마티아스 뮬러 CEO가 로드맵 E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폭스바겐 마티아스 뮬러 CEO는 로드맵 E를 “폭스바겐이라는 초대형 유조선이 코스를 바꿔 실제로 움직이고 있으며, 미래를 향해 전력질주하고 있다”고 표현한다. 폭스바겐은 수십억 달러의 현금유출에도 불구하고 2017년부터 로드맵 E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구체화해왔고, 2018년에도 그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 강조한다. 현재 폭스바겐은 그룹 내 3곳의 공장에서 전기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는데, 2년 후에는 전기자동차 생산을 위해 무려 9개 공장이 추가로 전기차 생산에 합류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폭스바겐의 목표는 2025년까지 80종의 전기차 출시와 함께 매년 300만 대의 전기자동차를 공급하는 것이다. 물론 폭스바겐 브랜드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아우디, 포르쉐와 같은 그룹 내 산하브랜드의 모델을 포함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단일브랜드가 아니라 해도 폭스바겐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계획대로라면 2019년부터 최소한 한 달에  한가지 이상의 전기차 모델을 내놓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올해만 9대의 신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3종의 순수 전기자동차가 포함되어있으며, 그룹 내 전기차 포트폴리오에는 8가지 e-카와 하이브리드 모델이 포함될 것이라고 한다. 이 같은 야심찬 계획에 대해 폭스바겐의 마티아스 뮬러 CEO는 “우리는 거의 매달 전기차를 출시할 것이며, 몇 년 안에 모든 브랜드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자동차 공급업체로 성장할 것을 계획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단순히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고, 기술력을 과시하는 것만으로 시장을 지배할 수 없다는 것을 테슬라가 보여줬다. 적어도 자동차의 대량생산에 있어서 폭스바겐은 테슬라 같은 기업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최근 테슬라는 모델3와 관련해 ‘생산문제 차질을 해결하기 위해 직원들이 직접 배터리를 수공으로 제작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으나, 이는 폭스바겐과 같은 거대 기업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대규모 전기차 생산을 위한 폭스바겐의 공격적인 투자는 공장에만 집중되는 것이 아니다. 폭스바겐은 이미 유럽과 중국의 배터리 제조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밝혔다. 현재 수주된 계약의 총규모는 무려 200억 유로에 이르는데, 이것이 끝이 아니라 머지않아 북미지역의 배터리 공급과 관련된 계약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은 아직 디젤의 가능성을 믿는다

폭스바겐이 이번 디젤스캔들로 큰 타격을 입은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폭스바겐의 2017년 그룹 매출액은 2307억 유로로 전년대비 6.2% 증가했다고 말한다. 심지어 이것은 중국과 인도 합작회사의 성과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하니 놀랍다. 물론 이번 디젤게이트를 계기로 폭스바겐이 변화를 결심한 것은 분명하다. 차량의 전기화와 디지털화에 대한 연구에도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또 한 가지 주목할 사실이 있다. 폭스바겐은 여전히 미래자동차산업에서 디젤엔진의 가능성을 믿고 있다는 것이다.

폭스바겐이 이번 디젤게이트로 곤혹을 치른 것은 분명하지만, “최신 디젤 엔진은 문제점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다.”라는 말이 폭스바겐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폭스바겐은 전기차뿐 아니라 기존의 자동차 모델과 드라이브 포트폴리오에도 2018년에 200억 유로를 투자할 예정이며, 향후 5년간 900억 유로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친환경적 내연기관 기술의 투자를 통해 “멀지 않은 미래에 디젤 엔진의 르네상스를 볼 것을 믿는다”고 말한다.

2017년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은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했다. 그리고 폭스바겐 그룹은 르노-닛산-미쓰비시, 토요타를 제치고 2017년에도 전 세계 판매대수 1,053만 대로 1위를 지켰다. 폭스바겐 그룹의 산하브랜드로는 폭스바겐, 아우디, 세아트, 스코다, 포르쉐, 벤틀리, 부가티, 람보르기니 같은 승용차와 럭셔리카 브랜드와 함께 모터사이클 브랜드인 두카티와 상용차 전문 브랜드인 스카니아와 만이 포함된다.

폭스바겐은 브랜드이미지 쇄신을 위해 I.D. 콘셉트와 같은 친환경 전기차를 앞에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기존 자동차시장에서도 여전히 강자로 군림하고 있으며, 오직 친환경차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자동차 분야의 모든 영역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디젤게이트와 같은 추문에서 폭스바겐이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주홍글씨를 지우기 위한 폭스바겐의 노력은 자동차 시장 전체에 큰 영향력을 미치며 이전보다 더 나은 이동수단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여기에 폭스바겐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시장에 대해서도 여전히 공격적인 대규모 투자를 함으로써 자동차 시장의 ‘현재’와 ‘미래’ 모두를 영향력 아래에 두려한다.

2018년, 유럽연합은 자동차 배출 오염물질과 CO2에 대해 더 까다로운 기준과 시험절차를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폭스바겐은 자동차업계의 거대 기업이지만, 공룡과는 달리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며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어쩌면 이것이 폭스바겐이 세계 1위의 자동차 메이커로 우뚝 설 수 있는 비결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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