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는 전통있는 스포츠카메이커임에도 불구하고 SUV 시장을 개척해온 선구자다. 랜드로버 같은 ‘정통파’ SUV 메이커들이 레인지로버 같은 박시한 스타일의 모델을 고집할 때, 포르쉐는 늘씬하고 세련된 스포츠카의 감각을 녹인 럭셔리 SUV 카이엔으로 시장을 흔들었다. 오프로더의 형태가 아님에도 현재는 시장을 이끌어가는 주류로 자리 잡았다.

포르쉐 카이엔은 2002년 출시된 이래 76만대가 판매되었고, 작년 여름에 3세대 모델이 공개되었다. 3세대 카이엔은 폭스바겐 그룹의 MLB 플랫폼을 베이스로 개발되었으나, 포르쉐를 상징하는 스포츠카 모델인 911의 기술을 대거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루미늄의 비율을 높인 경량 구조를 채택하고 포르쉐 4D 섀시 컨트롤과 3챔버 에어서스펜션 및 PDCC 전자 롤 안정화 시스템 같은 제어기술로 일반 도로와 오프로드 모두 강력한 주행성능을 발휘한다. 카이엔 S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모델의 경우 440마력의 2.9리터 V6 트윈터보엔진을 장착해 최고속도 265km/h를 내며, 0-100km/h 도달시간은 4.9초에 불과하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포르쉐가 신형 카이엔을 출시하면서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일 것을 기대했으나, 포르쉐는 공개시기를 미뤘다. 포르쉐는 이미 하이브리드 기술을 탑재한 레이싱카로 르망24시를 제패한 메이커다. 포르쉐 또한 3세대 카이엔을 선보일 때 PHEV모델의 출시를 예고했었다.

반가운 소식은 아프리카에서 들려왔다. 포르쉐는 차량 출시 전 극한의 상황에서 사전생산모델을 통한 로드테스트프로그램을 진행해왔고, 카이엔 PHEV모델 역시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카이엔 PHEV는 북부 캐나다에서 영하 40도의 혹한주행테스트를 마쳤고, 영상 40도를 넘나드는 두바이의 사막을 달렸으며, 마지막 단계로 아프리카를 찾았다.

테스트의 마지막 단계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인근의 도로에서 진행되었다. 요하네스버그의 거친 아스팔트 도로는 고도 3000m가 넘는 고산지대의 거친 산길로 이어진다. 포르쉐의 품질관리 및 테스트 팀장인 피터 하스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의 테스트는 차량의 미세조정에 초점을 두었고, 우리의 목표는 완벽한 차량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엔진은 2.9리터 V6 트윈터보가 장착되며, 136마력의 전기모터가 결합되어 시스템출력 456마력, 71.3kg.m의 토크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포르쉐는 테스트중인 영상과 함께 카이엔 PHEV의 효율정보를 공개했다. 100km당 3.2-2.4리터의 연료를 소모하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73-78g/km다. 전기에너지는 100km당 20.9-20.6kWh를 소모한다.

어떤 국가의 규정에 의해 테스트되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국내 표기방식으로 변환하면 연비는 29.4-31.25km/l에 이르며, 전기소모량은 4.78-4.85kWh 수준이니 테스트 방식에 따른 오차를 감안해도 굉장히 뛰어난 효율이다.

아직 카이엔 E-하이브리드의 출시 시기와 가격, 제원에 대한 정보는 발표되지 않았다. 그러나 출력을 기준으로 예상할 때, 카이엔 E- 하이브리드는 최대출력 440마력의 카이엔 S와 최대출력 550마력을 내는 카이엔 터보 사이의 모델로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카이엔 E-하이브리드에 탑재된 파워트레인은 향후 파나메라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포르쉐가 카이엔 터보 S의 E-하이브리드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4.0리터 V8 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된 강력한 파워팩을 얹은 SUV는 벌써부터 ‘뉘르부르크링에서 가장 빠른 SUV’의 기록을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다. 참고로 현재 뉘르부르크링 노르드슐라이페의 SUV 랩타임 기록은 알파로메오 스텔비오 쿼드리폴리오의 7분 51.7초다.

한편 포르쉐는 테스트를 마친 카이엔 E-하이브리드와 함께 제작과 테스트가 진행 중인 ‘미션 E’의 티저를 공개하기도 했다. 포르쉐는 2019년 미션-E 로드카를 공개하고, 2020년 실제로 출시할 계획이라 알려졌다.

현재의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에서 전기모터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시기라 말하는 이도 있고, 그 중간에 있는 것이 하이브리드라는 것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전기차의 시대가 지금 당장 들이닥치는 것은 아니다. 포르쉐 ‘E-하이브리드’가 우리에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때가 온 다음, 어느새 우리는 자연스럽게 ‘미션-E’ 또한 받아들이게 되리라.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