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는 대중을 위한 소형 승용차에서 럭셔리 세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차종을 포괄하고, 특히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는 이들을 중심으로 탄탄한 지지층을 거느린 자동차 메이커다. 하지만 BMW의 모든 자동차가 성공을 거두었던 것은 아니다. 아마 BMW의 ‘GT’카를 말하라면 아마도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이들이 더 많으리라.

과거 BMW의 ‘8시리즈’는 결코 성공적인 모델은 아니었다. 가공할만한 성능을 내는 V12와 V8 엔진, 에어로다이내믹스 디자인으로 무장한 그랜드투어러였으나 시장의 침체와 비싼 가격 등으로 인해 1999년까지 불과 31,000여 대밖에 생산되지 않고 단종 되었다. 이후 BMW의 플래그십은 럭셔리 세단인 7시리즈가 물려받았고, 8시리즈의 기억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BMW는 다시 한 번 8시리즈의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같은 전통의 강자들과 겨룰만한 실력에 대한 자신감을 다졌다. 그리고 ‘7시리즈로도 충분하지 않다’고 말하는 고객들이 존재하며, 럭셔리카 시장이 호황을 맞이한 지금이라면 8시리즈가 결코 실패하지 않으리라는 확신도 있을 것이다.

 

BMW GT카의 부활 준비

BMW가 8시리즈를 다시 언급한 것은 지난 2017년 봄이다. 8시리즈로 여겨지는 스파이 샷이 몇 차례 목격되기도 했고, 드디어 2017년 5월에 8시리즈의 쿠페 콘셉트가 공개되었다. BMW의 홀수/짝수 넘버링 규칙이 널리 알려졌지만, 8시리즈가 단순히 7시리즈 기반으로 만들어진 쿠페 모델이라 보기는 어렵다.

8시리즈는 7시리즈 이상으로 럭셔리한 모델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지난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한 ‘그란 쿠페 콘셉트’를 본다면 이러한 예상에 확신을 더해준다. 아직 콘셉트 단계지만 양산형에 가까운 스타일링을 보여주며, 후열시트와 4개의 도어를 갖췄으면서 스포티한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갖춘 스포티한 세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대로 출시된다면 포르쉐 파나메라, 메르세데스-AMG GT의 새로운 라이벌로 등장하지 않을까?

한편으로 BMW는 올해 초 FIA 세계내구선수권(World Endurance Championship, WEC) GTE 클래스에 출전하기 위한 ‘M8’ GTE 레이스카를 공개했다. BMW M8 그란 쿠페 콘셉트와 달리, 앞서 공개했던 쿠페 스타일 바디를 씌운 레이스카다. 물론 레이스카의 디자인은 양산차의 그것과는 다르다. 그러나 M8 쿠페와 그란 쿠페 모델이 각각 출시될 것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BMW는 올해 초 M8 GTE 레이스카의 데뷔에 많은 공을 들였다. M8 GTE는 FIA WEC에 출전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었으며, 첫 레이스는 1월에 미국에서 열린 데이토나 24시간 내구레이스다. BMW는 Z4 GTLM, M6 GTLM과 같은 GT3 클래스 레이스카를 출전시켜왔지만, M8 GTE는 그보다 상위에 해당되는, 더 많은 개조를 허용하는 클래스에 출전하며 ‘애스턴마틴’이나 ‘재규어’, ‘페라리’같은 메이커의 GTE 레이스카와 경쟁하게 된다.

여러 자동차 메이커가 레이스를 통해 브랜드의 이름과 실력을 어필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라이벌’이 누구인지도 중요하다. BMW 8시리즈가 어떤 모델인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M8 GTE는 BMW가 ‘누구를 M8의 라이벌로 지목하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WEC는 ‘LMP’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자동차 메이커의 프로토타입 레이스카들보다 슈퍼카와 GT카를 베이스로 개발한 레이스카들이 출전하는 ‘GTE’ 클래스가 더욱 치열하다. WEC GTE 클래스에는 벤틀리와 재규어, 페라리, 람보르기니, 로터스, 포르쉐, 쉐보레, 포드에 이르는 메이커들이 참전하며, 특히 애스턴마틴과 같은 메이커는 최신 하이퍼카와 GT카의 레이스 버전을 준비하는 등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예를 들어 BMW와 애스턴마틴을 비교하는 것은 두 메이커 양쪽에게 모두 실례일지 모르지만, 같은 무대, 같은 클래스에서 경쟁한다는 것에는 커다란 상징성이 있다. 특히 ‘르망 24시’같은 빅 타이틀이라면 모든 자동차 메이커들이 탐낼만하며, 더군다나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면 신차의 홍보를 위해 그보다 더 좋은 무대는 없을 것이다.

BMW는 WEC 참전과 함께, 오는 6월에 열릴 르망 24시를 신형 8시리즈의 데뷔무대로 선택했다. 물론 여기에는 M8 GTE가 출전하며, 클래스 우승을 목표로 총력을 다 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M8 GTE의 개발과 팀 결성의 목표가 르망24시 우승, 8시리즈의 데뷔를 가장 화려하게 장식하기 위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만약 해낼 수만 있다면, BMW M8 GTE의 르망 24시 우승은 DTM에서 M3나 M4가 우승하는 것과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 단순히 퍼포먼스를 과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쟁쟁한 라이벌을 누르고, 동급이거나 그 이상의 위치에서 8시리즈가 데뷔했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글쎄다, 어디까지나 비유지만 BMW와 애스턴마틴 중 어느 쪽이 더 훌륭한 자동차 메이커인지 물어본다 한들 정해진 답은 없다. 하지만 만약 BMW M8이 올해 르망24시에서 애스턴마틴 밴티지를 꺾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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