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에도 지금도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자동차 시장 중 하나로 여겨졌지만, 모터쇼를 통해 바라보는 그 모습에서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5년 전에는 거대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한 거대한 시장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 바라보게 되었다면, 이제는 중국을 위해 만들어지는, 중국 기업들이 만드는 자동차 그 자체에 관심을 갖고 바라보게 된다.

특히 올해 2018 베이징 국제 자동차 전시회(이하 베이징모터쇼)에서 주목하게 되는 것은 전기차다. 중국 정부는 중국내 자동차 기업들에 일정 비율 이상의 친환경차 생산을 강제할 만큼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고, 중국내 기업들 또한 정부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생산에 반영한다는 것 또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내 심각한 대기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말도 일리가 있지만, 한편으로 이것이 친환경 정책보다는 탈 석유에너지 정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시각도 있다. 어쨌거나 중국 시장은 거대하고,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이 앞 다투어 전기차 콘셉트를 소개하고 있으며, 당분간 전기차 트렌드는 중국을 중심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2018 베이징모터쇼를 중심으로 자동차 메이커들의 주목할 만한 행보를 살펴본다.

 

BMW 콘셉트 iX3

BMW는 양산형 모델에 가까운 전기 SUV를 선보였다. 콘셉트 iX3는 올해 베이징모터쇼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모델이지만, 기존 X3의 외관으로 테스트중인 모습이 이미 수차례 목격 되었으며, BMW는 기존 차량의 유연한 아키텍처를 활용해 적은 개발비용으로 다양한 모델을 출시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BMW는 iX3의 제작 과정에서 리어액슬 서브프레임을 새롭게 개발했고, 특정부분의 섀시 통합이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BMW에 의하면 iX3은 5세대 eDrive 파워트레인을탑재한 순수 전기차다. BMW는 현재 i3, i8과 같은 전기차 전용 모델을 내세우고 있지만, 향후 BMW가 I시리즈용 파워트레인을 주요 모델에 그대로 적용함으로서 내연기관과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전기차 3가지 파워트레인을 선택할 수 있게 라인업을 확장해 나갈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BMW 콘셉트 iX3는 200kW(약 270마력)의 최대출력을 내며 고전압 배터리는 WLTP 테스트에서 40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제공한다.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으로 BMW 브랜드의 첫 전기차 모델은 심양의 BMW 브릴리언트 오토모티브 합작 회사를 통해 출시할 것이라 예고했다.

 

아우디 e-트론 프로토타입

미리 언급하자면 아우디 e-트론(e-tron) 프로토타입은 베이징모터쇼에서 공개한 모델이 아니다. 그러나 베이징모터쇼 개막 5일전 베를린에서 아우디 e-트론 프로토타입 모델을 선보였다. 콘셉트가 아닌 프로토타입이라는 이름으로 공개한 이유는 양산모델의 최종형태에 가까운 버전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아우디는 AWD 시스템의 ‘콰트로’처럼, 전기 파워트레인이 적용된 양산모델에 ‘e-트론’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우디 e-트론 프로토타입은 95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하며, WLTP 테스트에서 400km 이상의 거리를 달릴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러나 아우디는 e-트론 프로토타입의 발표에서 차량의 성능보다 ‘충전’을 강조한다.

아우디 e-트론 프로토타입은 유럽 충전 표준인 CCS(Combined Charging System)의 고전력 충전기를 사용해 30분 이내로 고속충전을 마칠 수 있다. 11kW 및 22kW AC 충전기, 가정용 2.3kWh 충전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 이는 이미 유럽 전역에 65,000개 이상 마련된 공중 충전 스테이션을 사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아우디는 고객이 차량을 myAudi 포털에 등록한 다음, 유럽의 충전소 약 80%에서 간단하게 충전 후 자동결제가 이루어지는 플러그&차지 기능을 2019년부터 도입한다.

또한 가정 내 충전 시 차량이 가정의 전기사용량을 모니터해 과부하가 걸리지 않는 선에서 충전을 진행하고, 태양광 시스템이 설치된 경우 이를 이용해 차를 우선적으로 충전할 수 있도록 하는 지능형 충전 기능을 제공한다.

 

하이브리드 키네틱 그룹 & 피닌파리나

홍콩의 전기자동차 개발회사 하이브리드 키네틱 그룹은 2대의 전기차 콘셉트모델을 공개했다. K350이라는 이름의 SUV 콘셉트와 H500 럭셔리 세단 콘셉트가 그 주인공. 하이브리드 키네틱 그룹이란 이름은 우리에게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피닌파리나’라는 이름이 함께한다면 가벼이 볼 수 없으리라. 하이브리드 키네틱 그룹은 작년에도 피닌파리나와 함께 개발한 H600 럭셔리 세단 콘셉트를 공개했고, 올해의 K350과 H500 역시 피닌파리나가 디자인과 개발에 협력했다.

피닌파리나 같은 디자인&엔지니어링 컨설팅 전문 회사가 신생 메이커의 자동차 개발을 돕는 일은 드물지 않다. 그러나 한편으로 피닌파리나는 독특한 행보를 보인다. 피닌파리나는 인디아의 마힌드라&마힌드라 그룹에 인수되었고, 직접 전기차를 생산·개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또한 피닌파리나 스스로가 하이브리드 키네틱 그룹을 ‘중요한 파트너’라고 언급하며, 이번에 선보인 K350과 H500 콘셉트의 개발 주체임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듯하다.

하이브리드 키네틱 그룹의 기술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속충전이 가능한 고밀도 배터리 기술과 함께 ‘마이크로 터빈’을 이용한 발전기로 주행거리를 연장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 대비 높은 에너지효율을 자랑하며, 소형차 뿐 아니라 버스와 같은 대형 상용차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이다.

이번에 공개된 K350과 H500은 양산차가 아닌 콘셉트 모델이지만, 디자인과 기술력을 갖춘 두 기업의 협력은 비교적 짧은 개발기간에도 강력한 성능을 갖춘 새로운 전기차의 등장을 예고한다. 또한 피닌파리나는 2020년 런칭을 목표로 ‘럭셔리 전기 세단’을 개발 중이다. 참고로 피닌파리나가 하이브리드 키네틱 그룹과 함께 올해 제네바에서 공개한 HK GT 콘셉트는 4개의 전기모터를 이용해 100km/h 도달에 2.7초라는 고성능을 자랑한다. 또 모회사인 마힌드라가 ‘포뮬러 E’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으리라.

피닌파리나는 앞으로도 하이브리드 키네틱 그룹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아마 피닌파리나의 이름은 럭셔리 전기차 전문 브랜드로 등장할 것이다. 피닌파리나의 전기차는 중국과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비전 콘셉트

베이징모터쇼에서 공개된 비전 메르세데스-마이바흐 콘셉트는 철저히 중국의 마음을 공략하기위해 디자인되었다. 세단보다 넉넉한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SUV 플랫폼에 흑단을 사용한 동양적 인테리어, 이와 대비를 이루는 센터 콘솔의 백자 다기로 중국의 전통문화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이 파워트레인이다. 뜨겁고 역동적인 대배기량 내연기관 대신, 전기 파워트레인을 선택했다. 750마력의 최대출력과 500km의 주행거리를 제공한다. CCD 표준을 따르는 350kW 고속충전을 제공하며, 단 5분의 충전으로 100km의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물론 이대로 양산될지는 미지수지만, 미래의 중국을 공략하기 위한 럭셔리카의 심장으로 내연기관이 아닌 전기 파워트레인이 선택된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향후 등장하게 될 다른 경쟁 브랜드의 콘셉트가 어떤 심장을 달고 나올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으리라.

 

볼보 XC40 트윈엔진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지리, 링크앤코

중국의 지리 오토 그룹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볼보와 로터스를 인수하고, 산하에 전기차 메이커 링크&코를 거느린 회사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다. 지리 브랜드로 출시되는 차량은 중국 내수판매에 집중하고 있지만, ‘볼보 플랫폼’을 사용해 만들어지는 차세대 모델들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볼보는 ‘XC40 T5 트윈엔진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공개했다. 1.5리터 가솔린 3기통 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된 파워트레인을 사용하는데, 엔진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 모터만으로 달릴 수 있다. 또한 볼보는 2019년부터 모든 모델에 하이브리드 및 전기 파워트레인을 도입할 것이며, 2025년까지 전기차가 전체 판매량의 5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아직은 순수 전기차가 아님에도 볼보 XC40에 주목할 만한 이유가 또 있다. 동일한 플랫폼이 링크앤코와 지리의 차세대 모델에도 사용되기 때문. 링크앤코 역시 볼보 플랫폼을 이용한 승용차를 개발해 출시하며, 이번에 베이징모터쇼에서 지리가 공개한 콘셉트카 아이콘 역시 XC40 플랫폼을 이용해 양산차로 만들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파워트레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음에도, 중국 시장의 동향을 생각하면 언제든지 전기차로 만들어져 출시될 수 있다는 점에 기대와 함께 주목하게 된다.

 

혼다 에베러스 콘셉트

일본에서는 수소전기차에 집중하는 모습이지만, 혼다 역시 중국의 전기차 시장을 놓칠 수 없으리라. 혼다는 전기 SUV 콘셉트카 에베러스(EVERUS)를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모델은 콘셉트지만, 혼다는 올해 연말 전에 에베러스의 양산모델을 판매 시작할 계획이다.

에베러스 콘셉트는 혼다의 콤팩트 SUV인 HR-V와 여러모로 닮았다.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HR-V를 바탕으로 개발된 전기차라면 연말 내 출시는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혼다의 양산형 콤팩트 전기 SUV는 중국에서만 판매될 것으로 알려졌고, 한편으로 중국내 공유자동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혼다의 파트너사인 리치스타를 통해 판매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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