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버스 시장 진출에 나선 만트럭버스코리아가 버스, 트럭 등에 의무장착되는 ‘안전사양 체험’ 행사를 마련했다. 20일 경기도 김포시의 한국타임즈항공에서 열린 시연 행사에서는, 현재 경기도 지역에서 광역버스로 운영하는 자사의 2층 버스(라이온 더블 데크)를 가지고 비상자동제동장치, 차로이탈경보장치, 자세제어와 전복방지 장치까지 세 가지 안전사양을 체험했다. 만트럭버스코리아 대표 막스 버거 사장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는 한국 버스 시장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안전을 위협하는 대형차량의 졸음운전

도로 위에서 달리는 트럭과 버스는 높이가 높고, 너비가 넓다. 세단을 타고 옆 차선에라도 정차하면 거대한 덩치에 주눅이 든다. 운전자에게는 크기에 따른 위압감과, 한편으론 내 차가 옆 차와 너무 가까워 부딪힐 것만 같은 불안함을 느끼곤 한다.

고속도로를 주행하다 보면 가끔 차선 가운데 있지 않고, 흔들거리면서 주행하는 대형 트럭들을 본다. 근처로 가서 경적을 ‘빵’하고 울리면 이내 흔들리던 차량이 바로잡히고 비상등을 깜빡깜빡 거린다. 대부분 졸음운전 중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운전자가 잠을 깨면 좋겠지만, 어쩔 때는 상향등을 켜고, 경적을 울려도 끝끝내 반응이 없는 차량도 있다. 내가 경찰도 아니고, 더 이상 근처에 있다가는 사고에 휘말리지 않을까 싶어, 그냥 재빨리 옆옆 차선으로 바꿔 멀찌감치 추월 하곤 한다. 장거리를 90km/h로 느리게 운행하는 대형 트럭의 특성상, 단조로운 고속도로는 지루해지기 마련이고, 식사까지 한 다음이라면 긴장감이 없어진 운전자들은 이내 졸음에 빠지고 만다.

몇 년 전, 한 고속도로에서 고속버스가 터널 입구에서 서행중이던 차량 5대를 들이받는 대형 추돌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로 40여명의 사람들이 죽고 다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그 이후에도 대형 차량의 사고 소식은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버스의 탑승객이 기본적으로 20명 이상인데다가, 중량이 무거워서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났다 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대형 차량에 안전장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생겼다. 정부는 2017년 7월부터, 11미터 초과 승합차량과 총중량 20톤을 초과하는 화물, 특수자동차에 비상자동제동장치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법제화 했다. 또한 차로이탈경고장치도 함께 의무화하여, 대형 차량의 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에서 안전장치가 의무화 된 것은 시기상 타 국가에 비해 한참 늦었다. 유럽은 2015년부터 상용차에 비상자동제동장치(AEB) 장착을 의무화 했다. 미국의 경우 같은 해 안전등급의 평가항목에 AEB를 추가함으로써, 미국 내 판매되는 모든 자동차에 장착되도록 했다. 차량이 아무리 안전해도, AEB가 없다면 최우수 등급을 받을 수 없다. 그렇기에 AEB는 의무 장착해야 하는 장치로 인식된다. 대체로 유럽에서 생산된 차량의 경우, 한국형 사양이 아닌 직수입 차량이라면 기본적으로 AEB가 안전사양으로 적용되어서 국내에 들어온다.

 

프리미엄 버스 만드는 만트럭버스

만트럭버스는 디젤 엔진을 최초로 개발하고 양산한, 긴 역사를 가진 회사다. 차량 생산은 독일에서 한다. 국내에서는 대형 트럭과, 트레일러를 견인하는 트랙터 분야로 2001년 처음 진출했다. 현재는 국내 트럭판매량에서 볼보와 2, 3위를 다투는 수입 상용차 메이커이다. 재작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국내에서 버스 판매에 들어가며 한국 버스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시민들을 대상으로 버스 로드쇼, 새빛둥둥섬 전시 등 각종 체험기회를 마련해 국내 고객들에게 한층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만트럭버스의 버스들은 알루미늄으로 꾸민 고급스런 실내와 변색되지 않는 시트, 좌석 아래 설치된 USB 충전포트, 에어커튼 등을 구성한 프리미엄급 버스 세그먼트이다. 만트럭버스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버스의 차폭과 차고, 축 중량(Axle Weight) 허용치에서 유럽과 국내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별도 수작업으로 변경한 제품들이다’고 밝혔다. 국내 공급한 버스의 경우, 독일에서 생산한 차량을 한국의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스페인의 특장업체를 거쳤다고 말했다.

축 중량은 말 그대로 바퀴가 달린 축 하나에서 측정되는 무게를 말한다. 화물차인 포터의 경우, 조향축과 구동축을 합쳐 두 개이며, 트레일러를 끄는 트랙터나 덤프트럭은 기본적으로 축이 3개 이다. 축 중량은 도로 파손과 관련있는데, 축 중량이 2톤만 줄어들어도 도로 파손율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한다. 국내의 축 중량 기준은 10톤이며, 유럽기준으로 설계된 차량은 축 중량을 축 배치에 따라 11.5톤 까지도 만들 수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버스 시장

국내에서 버스가 판매되는 양은 매년 1만 3천대 가량이다. 이 규모는 중국, 인도, 브라질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시장이다. 만트럭버스코리아는 트럭 쪽에서 볼보와의 2위 싸움이 한창이지만, 버스 분야는 아직 미지에 가깝다. 현대기아차와 자알대우 두 회사의 독점 분위기인 국내 시장에서 만트럭버스코리아는 프리미엄 버스를 가지고 새롭게 진입하려 한다. 현대기아차와 자일대우는 뛰어난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트럭버스코리아 대표 막스 버거 사장은 “한국 버스시장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크다. 그런데 어떻게 한 두 개 브랜드가 독점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버스 가격과 정부, 지자체 보조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친환경 정책에 따라 개인 차량 운행 대수를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률을 늘리기 위해 버스를 구매하는 곳에 보조금을 지급한다. 특히 장애인과 교통노약자를 위한 CNG 저상버스는 약 1억원 가량, 일반 CNG(천연가스) 버스는 1,800만 원을 지급한다. 보조금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기 예산을 편성해, 반반씩 부담한다.

현대기아차의 일반 CNG버스의 가격은 1억 2천만 원 가량이고, 같은 회사의 CNG 저상버스는 2억 2천만 원 가까이 한다. 간담회에서 밝힌 만트럭버스의 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해서 더블 데커 2층 버스가 4억 5천만 원이며, CNG 저상버스는 3억 2천만 원 가량, 1층 투어링 버스는 3억 3천만 원이라고 밝혔다.

올해만 만트럭버스코리아가 계약에 성공한 건수는 이미 50대가 넘었으며, 올해 말까지 100대를 판매하는 것이 목표다. 만트럭버스코리아가 판매한 차량은 경기도 김포에서 CNG 저상버스 30대가 운행하고 있으며, 2017년부터 도입한 만트럭버스의 2층 더블 데커 버스가 경기도에서 광역버스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서울, 원주, 부산에서 투어링으로 사용되는 캔버스톱 형태의 1층 투어링 버스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광역버스들의 입석금지 조치가 시행된 후, 경기도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기존 45인승 버스보다 4명 더 승차 가능한 49인승 대용량 버스와 2층 버스를 놓고 저울질 했다. 결국 볼보의 350마력 72인승 2층 버스(13명+59명)와 만트럭버스의 460마력 71인승(1층 12명, 2층 59명) 2층 버스를 도입해서 운행하고 있다.

A/S를 위해서 서비스센터도 계속 확충하고 있다. 만트럭버스의 관계자에 따르면 김포 서비스센터의 경우도 가까운 곳에 서비스센터가 없어서 설치했다고 한다. 하지만 버스만을 위한 정비센터가 아니며, 기존의 정비센터도 트럭만 정비한다거나 하지 않는다. 만트럭버스코리아는 신속한 A/S를 위해 부품의 95%를 확보해둔다. 상업용 차량은 운행을 쉬면 그만큼 손실이 발생하기에 집중적으로 정비해서, 하루, 이틀 내에 수리를 마치고 출고한다고 한다.

 

버스 안전장치 체험

만트럭버스는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천정개방형 1층 투어링 버스인 라이온스 투어링, 3도어 CNG 저상버스인 라이온스 시티, 2층 버스인 라이온스 더블데커를 전시했다. 안전사양의 체험에는 2층 버스를 가지고 시연했다. 2층 버스의 경우, 승객 대부분이 2층에 타도록 설계되어 있는 바, 아무리 저중심설계를 한다 해도 무게중심이 상대적으로 다른 차량보다 높다. 이로 인해서 급격한 스티어링 조작, 과속으로 코너를 선회하면 전복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비상자동제동장치(AEB), 차로이탈경보장치(LDW), 자세제어와 전복방지 장치(ESP)를 기본 장착하고, 전복방지장치와 자세제어장치, 차선이탈경보장치의 시연을 실시했다. 투어링 버스와 시내버스의 경우 법규상 의무가 아니므로, 차로이탈경보장치나 자세제어장치의 경우 옵션으로 추가 장착이 가능하다.

자세제어장치와 전복방지장치는 차량의 움직임을 계속 모니터링 하다가 언더스티어, 오버스티어, 과속으로 코너 진입시 제동력을 제어한다. 언더스티어가 발생하면 안쪽 뒷바퀴에 제동을 걸어 도로로 복귀하도록 하고, 오버스티어가 발생할 경우 바깥쪽 앞바퀴에 제동을 걸어 차량을 도로로 복귀시킨다. 전복 위험시에는 모든 바퀴를 제동해서 속도를 줄인다. 이 모든 것은 자동으로 이루어지며 시연장에서는 브레이크를 걸지 않은 채 급격하게 스티어링을 꺾자 자세제어장치가 동작하며 한쪽 바퀴만 제동하는 ‘끼끼긱’ 소리가 작게 났다.

차로이탈경보장치는 차선이탈방지로도 많이 부르는데, 차량 앞에 장착된 카메라가 차선을 계속 모니터링 하며, 60km/h이상, 일정 폭 이상일 경우에만 작동한다. 원래 독일에서 처음 개발할 때는 시트가 진동하고 운전자 측면에서 큰 소리가 났지만, 운전자들의 피드백을 거쳐 진동기능은 빠졌다. 차로이탈경보장치를 시험하기 위해 일반도로로 나가서 시범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비상자동제동장치를 시연했다. 25km/h, 50km/h등 다양한 속도에서 장애물을 향해 돌진할 경우 차량은 장애물이 있음을 경보음으로 삐삐삐 하고 알리다가 운전자가 반응이 없을 경우, 스스로 제동하게 된다. 우리는 시승차에서 안전벨트를 매고 직접 어떻게 동작하는 지 경험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80km/h에서도, 더 높은 속도에서도 잘 작동하지만 그럴 경우 너무 큰 충격이 오기 때문에 시승행사에서는 빠졌다. 50km/h에서도 충분히 큰 충격이었으며 안전벨트를 하지 않을 경우 다칠 위험도 있어 보였다.

만트럭버스코리아는 일반적으로 고속버스와 관광버스로 운영하는 소위 ‘전세버스’ 스타일의 코치 버스는 아직 도입할 예정이 없다고 밝혔다. 만트럭버스가 독과점 상태인 코치 버스 시장에 당장 진입하기엔 기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와 자일대우의 가격경쟁력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이 일선에서의 평가이다. 하지만 만트럭버스코리아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차근차근 준비를 거쳐 단계별로 진입하겠다고 한다. 버스 쪽은 아직 진입 후 2년 밖에 되지 않았으므로 앞으로의 긴 시간 동안 진행될 만트럭버스코리아의 성장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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