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면 달라지는 것들이 있다. 자동차 쪽이라면 역시 기술의 발전일 것이다. 자동차 엔진을 보면 과거 캬브레터를 사용하는 엔진 이후 직분사 엔진이 나오더니,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형식의 엔진들이 만들어졌다. 당연히 최신 엔진은 과거의 엔진에 비해 같은 배기량에서 높은 출력과 좋은 연비를 보여준다. 하지만 최신 기술이 탑재된 엔진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최근의 문제라고 하면 GDI 엔진에서 발생하는 저속 노킹 현상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엔진오일 규격이 제정되었다. 바로 SN Plus다. 

GDI 엔진의 장점과 단점 
GDI(Gasoline Direct Injection) 엔진은 연료를 공급할 때 실린더에 직접 연료를 분사하는 엔진을 의미한다. 그래서 직분사 엔진이란 이름으로도 불린다. 과거 엔진은 캬브레터를 이용해 연료와 공기를 섞은 혼합기를 실린더에 집어 넣었지만 공기와 연료의 혼합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 불완전 연소와 함께 다양한 문제가 생기기도 했었다. 반면 GDI 엔진은 흡기 행정에는 공기만 집어 넣고 여기에 연료를 분사하는 구조를 통해 기존 엔진의 문제들을 해결했다. 이런 직분사 방식의 엔진은 1997년 일본의 미쯔비시가 처음 양산에 성공했고, 당시의 직분사 엔진은 흡기 밸브 쪽에서 연료를 분사하는 포트분사 엔진(MPI) 이었다. 이후 연소실에 직접 연료를 분사하는 GDI엔진이 나오게 되었다. 

GDI 엔진은 기존 엔진 대비 높은 출력과 함께 높은 연비를 뽑아 낼 수 있는데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등 다양한 장점이 있다. 왠지 완벽할 것 같은 GDI 엔진이었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포트 분사 엔진은 연료가 연소실 내부로 분사 되는 과정에서 흡기 밸브에 쌓여 있는 카본에 대한 청정 작업을 수행한 후에 실린더로 들어가는 반면, GDI 엔진에서는 구조상 이런 청정 작용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런 구조가 만드는 문제가 있다. 

문제는 연소실 내부의 열
GDI 엔진 내부에 공기를 집어 넣는 흡기 밸브에 카본(탄소화합물)이 쌓이는 이유는 1990년대 이후 환경 규제 때문에 많은 엔진이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장치는 말그대로 생성된 배기가스를 순환 시켜 다시 엔진으로 집어 넣어 환경오염물질을 줄이는 구조다. 또한 배기가스는 연소가 되고 난 후기 때문에 산소 농도가 희박해 연소실 내부의 온도를 낮추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문제는 배기가스에 섞여 있는 카본이 지속적으로 흡기 밸브에 쌓이게 된다는 것과 함께 연료를 분사하는 인젝터 주위에 생기는 탄소화합물이 연료를 흡수해 인젝터의 효율을 조금씩 떨어트린다는 것이다. 이런 인젝터의 효율 저하 뿐만 아니라 인젝터에 쌓인 이 퇴적물들이 노킹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상적인 인젝터는 연료를 마치 스프레이처럼 뿌려준다. 하지만 카본 퇴적물이 인젝터의 구멍을 막게 되면 부드러운 안개처럼 분사 되어야 하는 연료가 마치 액체(물방울)처럼 분사 된다. 이런 형태의 연료는 제대로 기화되지 못한다. 액체 상태인 연료의 기화가 중요한 이유는 연료가 기체로 변하면서 주변의 열을 빼앗는 물리적인 성질 때문이다. 기화된 연료가 연소실 내의 온도를 낮춰주는 역할을 하는데 액체 상태의 연료는 이 역할을 하지 못한다. 결국 연소실의 온도가 설계보다 높아지는 상황이 생기고, 이런 상황에서는 이상 폭발 현상인 노킹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내에서도 GDI 엔진과 GDI 터보 엔진이 들어간 차량들이 꽤 많고, 이 노킹 현상을 이야기하는 운전자도 많다. 이런 현상은 LSPI(Low-speed Pre-ignition)라 불린다. 말 그대로 낮은 속도에서는 연료 분사량이 적기 때문에 연소실 내부가 충분히 냉각되지 못해 이상 연소 현상인 노킹이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속도를 올리면 연료 분사량이 많아져 연소실 내부의 온도가 떨어지고 노킹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노킹 방지를 위한 API SN Plus
엔진의 노킹 현상이 지속되면 엔진이 파손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정상적인 흡입 - 압축 - 폭발 - 배기가 정확히 이루어져야 하는 엔진에서, 압축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폭발이 발생하면 피스톤과 피스톤 링크는 압축을 위해 위쪽으로 올라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피스톤이나 피스톤 링크에 지속적인 충격을 받게 되며 이런 상황이 반복 된다면 해당 부분이 깨져 버릴 수도 있다. 물론 제조사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 노력이 하루아침에 성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이미 많은 GDI 엔진 차량이 도로를 달리고 있으니 이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2018년 5월 1일, API(미국 석유 협회)가 SN플러스(Plus) 규격을 발표 했다. 이 규격이 엔진 손상과 관련된 클레임의 증가 때문에 고심하던 자동차 제조사들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규격이다. 이제 자동차 제조사들도 문제를 인정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새로 제정된 SN 플러스 규격의 핵심은 엔진오일이 낮은 속도에서 발생하는 이상 폭발 현상인 LSPI(Low-speed Pre-ignition) 현상을 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증 기준은 400분 동안 5회 미만의 노킹이 발생해야 한다는 것. 400분이면 6.6시간 이며, 이 시간 동안 5회 미만의 노킹이라면 엔진에 큰 무리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모튤을 포함한 여러 제조사들이 SN 플러스와 관련된 인증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또한 모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LSPI 현상에 대한 대비를 진행했다. 모튤은 SN 플러스 규격이 나오기 한참전인 2017년 4월에 LSPI 현상을 줄일 수 있는 성분을 업그레이드 했다. 대표적인 제품인 8100 Eco-Lite 5W 30 모델에 대해 가장 먼저 업그레이드를 진행했었다. 당시는 SN 플러스 규격이 없었고, GM이 만든 자체 규격인 Dexos 1 GEN2에 LSPI와 관련된 내용이 있었고, 모튤은 이 규격을 만족시키고 있다. 이미 그 당시에 홈페이지를 통해 이 사실을 공표하기도 했었다. 또한 모튤 뿐만 아니라 일부 오일 제조사들은 LSPI 현상에 대한 대비를 어느 정도는 했었다. 

터보 GDI 엔진이라면? 
API 쪽은 SN 플러스 규격을 발표했지만, 엔진오일 규격의 양대 산맥(?)인 유럽의 ACEA 쪽에서는 아직 대응하는 규격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그 전까지는 이미 LSPI 현상에 대한 대응이 되어 있는 8100 시리즈를 사용하면 된다. 물론 이 시리즈는 연비를 향상 시켜 주는 기능도 포함되어 있고, 오염물질을 조금이라도 덜 내보내기 위한 첨가제도 들어 있는 제품이다. 그렇다면 GDI에 터보차저가 붙은 엔진은 어떤 엔진오일을 써야 할까? 터보와 관련된 규격은 이미 존재하는데 바로 ILSAC GF-5 규격을 만족시키면 된다. 이 규격이 터보 차저가 올라간 엔진을 보호하기 위한 성분이 들어 있고, 이미 모튤의 8100 시리즈는 이 규격을 만족시키고 있다. 따라서 GDI 엔진과 GDI 터보 엔진의 차량을 타고 있다면 모튤 8100 Eco-Lite를 선택하면 큰 고민을 할 필요가 없겠다. 조만간 SN 플러스 규격을 만족시키고 인증을 받은 엔진오일들이 속속 출시될 예정이다. 이런 엔진 오일들의 GDI 엔진의 LSPI 현상을 해결해 주겠지만 역시나 더 중요한 것은 제조사의 노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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