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2일 카컴매거진 기자들에게 BMW가 보낸 메일이 한 통 전달됐다.

일반적으로 업무의 용도로 주고받는 메일들은 일반적으로 톤 앤 매너가 딱딱하기 마련인데, MINI 시승행사인 ‘MINI UNITED 2012’에 초대한다는 제목의 이 메일은 처음부터 뭔가 범상치 않았다.

메일의 제목은 초청장이었으나 내용을 클릭하자 궁서체의 가정통신문과 흑백 운동회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메일의 내용을 미처 다 읽지도 않고 주제넘게 오해하며 이런 반응을 내버렸다.  
 
“미니 오너들 불러서 재미있게 가을 운동회 할테니 와서 취재해달라는 거구만?”

사실 취재가 기자란 직업의 본분이긴 하지만 남들 놀 때 일하는 기분은 썩 즐겁지만은 않다. 

특히 남들 다 쉬는 날 즐겁게 놀고 있는 모습을 취재하고 있으면 기자도 역시 감정이 있는 사람인지라 기자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에 살짝 후회를 하게되는 경우도 있다.   

미니야 오너들과 함께 경주처럼 좋은 곳으로 ‘런인 코리아’ 투어도 가고 워낙 재미난 행사를 많이 하는 브랜드니 충분히 그렇게 오해할 만 했다.

그리고 며칠 뒤 또 한 번의 가정통신문이 날아왔다.

좀 더 디테일한 행사 일정이 날아왔기에 그제야 메일 내용을 자세히 둘러봤는데 미니 오너들이 대상이 아니라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 행사였다.

첫 번째 메일을 대충보고 오해를 했다는 생각에 그제야 그 아래 행사의 상세일정을 살펴봤는데 가정통신문이라고 적은 제목만큼이나 일정들이 독특했다.
 

통학버스, 등교, 수업시간, 과학시간, 미술시간, 운동회, 하교... 이 얼마만에 듣는 정겨운 단어들인가?

중간에 MINI 전 차종 시승과 클럽맨 디자인 에디션 소개라는 순서가 빠지면 영락없는 일반 학교 행사의 일정이라고 해도 문제가 없어보였다.

아이디어는 신선해 보였다. 하지만 곧 우려가 앞섰다.

기자들을 대상으로 운동회를 하겠다는 발상은 충분히 크리에이티브해 보였으나 사실 기자들은 운동회란 행사를 보도하는 것에 익숙한 존재들이지 운동회에 직접 참가하는 것에는 아무래도 익숙치 않은 존재들이기 때문이었다.




행사날 아침 늦지 않게 통학버스가 기다리고 있다는 도이치모터스에 도착했다.

역시 미니의 매장은 멀리서 봐도 참 기발하고 독특하다.

지붕 위에 올라가 있는 은색의 캐릭터 하며 벽에 박혀있는 클럽맨의 뒷 모습까지.

매장에서 평범한 모습을 찾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미니는 그만큼 매력이 넘치는 독특하고 재미난 브랜드다.



앞마당에는 주인을 기다리는 다양한 모델들이 나란히 열 맞춰 대기 중이다.

2.0 디젤 등 다양한 모델의 런칭을 알리는 녹색 문구들이 눈에 들어온다.



미니의 라인업이 더욱 다양해짐에 따라 미니 매장에서 구경할 수 있는 모델들이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쿠퍼, 클럽맨, 컨버터블, 로드스터, JCW, 쿠페 등 사실 미니의 라인업을 모두 전시하기 위해서는 전시장의 크기 역시 만만치 않은 규모여야 할 것이다.



미니멀리즘. 미니의 존재감을 가장 확실하게 설명해주는 단어.

미니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들은 많겠지만 미니멀리즘처럼 미니를 한 번에 이해시킬 수 있는 단어는 쉽게 찾기 힘들다.



매장 입구에 들어서자 가슴에 미니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은 행사 스탭들이 프레스 등록을 해주며 운동회에 필요한 준비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참고로 이번 행사에서 가장 고생을 많이 한 분들이다.



카컴매거진 일행은 이른 시간에 도착했기 때문에 참가 등록을 마치고 잠시 매장을 둘러 볼 시간이 있었다.

행사장에 일찍 가는 이유 중 하나는 이렇게 스케치 할 시간적 여유를 위해서다.  



미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눈이 크게 떠질만한 액세서리들이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고, 그 우측에는 미니 홀릭이라 할 수 있는 마니아들의 사진들이 걸려있다.

이처럼 미니는 이미 단순한 자동차 브랜드를 넘어서 독창적인 문화를 만들어내는 아이콘이 된지 오래다.



1층에서는 미니의 다양한 컬러를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를 수도 있다.

종이로 된 카탈로그를 보면서 애매하게 컬러를 고르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한 쪽 벽면에 전 세계 미니 팬들의 사진들이 하트 모양으로 붙어있다.

잘 보면 존레논, 마돈나, 폴메카트니, 케이트모스, 마가렛 대처, 웨인 루니 등 그야말로 쟁쟁한 글로벌 유명인사들의 사진들이 빼곡히 붙어있다.

이 쯤 되면 분명 자신의 우상이 타는 브랜드라 미니를 선택한 사람들도 꽤 있으리라 본다.  

1층을 대충 둘러봤으니 매장 한 쪽 구석의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 봤다.



2층에 올라가보니 이미 참가 등록을 마친 타 매체 기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티비에서는 눈길을 사로잡는 미니 관련 동영상이 나오고 있었으며 여기 저기 미니와 관련된 볼거리가 많았다.

1층이든 2층이든 미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것 저것 눈길이 가는 구경할 것들 천지다.



날짜를 알려주는 달력도 총 천연색 미니요 눈길 닿는 곳마다 미니가 발에 채인다.

그야말로 널린게 미니다.



미니 관련 책들도 준비되어 있어 볼거리도 많다. 

책의 제호답게 전 세계 미니와 관련된 소식들이 책에 한가득이다.



2층에서 내려다본 1층의 모습.

미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쉽게 눈길을 떼지 못할 풍경이다. 



이제 슬슬 운동회가 열리는 수원월드컵경기장으로 떠날 시간. 

학생들의 등교를 책임져 줄 통학버스가 승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다. 



차가 막히는 금요일이었지만 그래도 평일이라 강남에서 수원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미니 국민학교로 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이미 초등학교라는 단어의 사용이 일반화가 되었기에 국민학교라는 단어를 접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세대가 올라갈 수록 국민학교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정겨움은 초등학교라는 단어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느낌이다.



버스에서 내린 1일 학생들이 국민학교 교문을 향해 입장하고 있다. 

이쯤 되면 말 그대로 등교다. 이런 모습을 다른 단어로 표현하기는 불가능하다. 



도착한 미니 국민학교에서 기자들을 처음 반긴건 시승 스케줄을 위한 신청 보드판이었다.  

시승은 총 3개 섹션으로 나누어 진행됐고 스케줄표에 매체 이름을 적는 것으로 신청하는 방식이었다. 



이날 준비된 시승차량은 대한민국에서 경험할 수 있는 미니의 전기종이라고 할 만큼 다양했다.  

이 정도라면 국내 미니 시승 중 최고로 버라이어티하게 준비했다고 말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참가한 매체 수가 많아 3개 시승 시간 중에서 한 개 시간에만 신청을 할 수 있었다. 



이날 행사를 담당했던 스탭들의 복장만 봐도 이번 행사의 특징을 잘 알 수 있었다.

이번 행사의 특징을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복고풍'이었는데, 스탭들의 복장은 크게 복고풍의 교복과 교련복 스타일, 그리고 후드티 스타일로 나뉘었다. 




팔에 붙은 스티커와 완장으로



학생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선도부,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주번, 그리고 ...



문제아(?)가 있었다. 

차마 자신이 문제아로 낙인찍히기 싫었던 모양인 한 스태프가 결국 미니를 이렇게 문제아 차량으로 만들어 버린 웃지 못할 사건도 일어났다.   

복장만으로도 충분히 유쾌해 보이지만 팔의 완장과 이름표만으로 충분히 더 빵 터트릴 수 있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우리나라에서 미니라는 브랜드를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직접 마케팅을 하는데 어찌 브랜드가 유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것이다. 



최대한 불량스럽게 보이고 싶어 삐딱하게 쓴 모자에 폴스미스 미니 티셔츠가 보이도록 교복 앞 단추를 풀어헤치고 한 쪽 다리를 한껏 접어올린 교복 바지가 재미있다.  

미니라는 브랜드가 일탈을 자주 일삼는 것에는 이렇게 일탈의 심리가 가득 차 있기 때문은 아닐까?

단 미니의 일탈은 즐겁기 그지없다. 파격적이지만 즐겁고 유쾌한 일탈이다.

저마다 프리미엄을 내세우느라 무게잡기 바쁜 수입차 시장에서 미니처럼 유쾌한 일탈을 일삼는 브랜드가 있다는건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일 미니가 없었더라면 다들 무게만 잡는 수입차 시장이 더욱 숨막혔을거다.

숨통을 열어줄 미니 같은 브랜드 한 두 개만 더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공식적인 행사가 시작되기 전 운동장에는 다양한 미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미니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보면 다 비슷해 보이겠지만 조금씩 특성이 다른 모두 다 별개의 모델들이다. 



미니를 상징하는 불독 인형이 컨버터블을 가득 채웠다. 

입을 벌리고 혀를 내민 불독은 미니를 상징하는 캐릭터 중 하나다. 



MINI 클럽맨(Clubman) 그린 파크(Green Park)의 디젤 모델.

린파크 모델은 페퍼 화이트(Pepper White) 색상의 차체에 스포츠에 대한 영국의 열정을 표현한 브리티시 레이싱 그린(British Racing Green) 색상을 루프 컬러와 사이드 미러에 입히고 전면 보닛과 측면에 줄무늬를 넣은 것이 특징이다.



MINI 클럽맨(Clubman) 하이드 파크(Hyde Park)의 디젤 모델. 

하이드 파크 모델은 핫 초콜릿(Hot Chocolate) 색상의 루프 컬러와 사이드 미러, 전면 보닛과 측면의 줄무늬를 통해 고급스러우면서도 런던의 독특한 감성이 묻어나는 디자인이다. 

사실 이 두 모델명 속 그린파크와 하이드파크는 영국 런던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도심 속 공원 이름이다.

이 두 모델에 적용된 컬러들은 두 공원의 색감과 이미지를 활용해 제작된 것으로 이 두 모델은 클럽맨의 특별한 디자인 에디션이기도 하다.

이날 행사에서 공개된 모델들은 모두 디젤 모델로서 지난 10월 15일에 출시된 가솔린 모델에 이은 추가 모델 라인업이다. 



여기저기 구경할 것들이 너무 많은 국민학교라 그런지 기자들이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하느라 정작 행사가 제대로 시작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사회를 보신 스탭분이 갑자기 기준을 세워 줄을 세우기 시작하더니 아침 조회를 시작한다고 한다.  

여기 저기 기자들 아니 학생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터진다.

그러자 잠시 뒤에 스피커를 통해 진짜 학교 종소리가 울린다.

이런걸보고 요즘 인터넷 용어로 깨알같이 준비했다고 하는거다.

다들 이런 식의 행사는 처음이다.

당황스럽지만 즐겁고, 재미있지만 다소 난감하다.



기자들을 등교시키고 줄을 세워 아침 조회를 참가시키더니, 급기야 청소년 체조도 시킨다. 체조 음악도 어린 시절 국민학교 때 듣던 그 음악 그대로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기자들이 다 따라한다.



처음에는 분명 안 따라하는 분들이 더 많을거라고 생각했지만 100% 오산이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다 따라한다.



이쯤 되면 누구는 하고 누구는 체면 찾느라 안할 수 없는 지경. 

어떤 기자들은 수 십년 만에 하는 분도 분명 계셨으리라.



더 재미있는 사실은 앞에 시범 조교의 동작이 틀리면 사람들이 다 알아보고 곧바로 지적과 함께 야유가 쏟아진다는거다.

하지만 틀려도 웃고 맞아도 웃는다. 다들 얼굴에 웃음이 한가득이다.

미니가 추구하는 유쾌함이 바로 이런 것이다. 

꼭 정답이 아니더라도 당사자들이 즐거우면 그걸로 그만이다.

 

선도부도 열심히 해야 학생들을 선도할 자격이 있다.  

정작 자신은 안하면서 학생들한테 뭐라고 하면 말을 듣겠는가? 

 
 
마이크를 넘겨받은 홍보담당 주양예 이사님. 

아주 당당하게 말씀하신다. 

미니니까 기자님들한테 체조같은거 이렇게 막 시키지 다른 브랜드가 감히 어떻게 이렇게 하냐신다. 

기자들 다 웃는다.

솔직히 맞는 소리다.

다른 브랜드에서 기자들 모아놓고 이렇게 하라고 시켰으면 열에 여덟은 다음 취재 스케줄 핑계대고 바쁘다 도망가거나 뒷짐지고 서로 눈치나 보고 있었을 것이다. 

오히려 당당하니깐 더 보기 좋다. 

마케팅의 최전방에서 기자들을 대하는게 참으로 능수능란하다.

미니라는 브랜드를 몸 속 깊이 아주 잘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참으로 미니답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오늘의 과학 수업을 담당하실 BMW 코리아의 장성택 이사님.

1974년 경주 황남 국민학교를 6년 개근으로 졸업하신 이후 곧바로 1995년에 BMW 그룹으로 입사하셨다는 설명을 하실 정도로 예능감 충만하신 과학선생님이셨다. 



헤어스타일과 나비넥타이만 보더라도 한눈에 멋장이임을 알 수 있는 한밭대학교 구상 교수님.
 
어떤 사람들은 교수님들이 이론만 강하고 실무를 잘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구상 교수님은 실제로 기아자동차에서 실무를 경험하셨던 분이다. 

오늘의 미술선생님에 대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할까? 

갑자기 왠 선생님 타령이냐고 하는 분들이 계실테지만 그런 분들을 위해 행사 일정표를 다시 한 번 보여드리겠다. 
 

일정표 그대로 10시 반부터 분명 수업시간이 진행됐다.

"말이 좋아 수업이지 그냥 장난스럽게 써 놓은 일정 아닌가?" 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런 준비가 장난 같아 보이는가? 
 


책상과 걸상, 그리고 책상 위에는 있는 표는 다름아닌 성적표였다. 

실제로 수업 중 질문을 하면 스탭들이 재빠르게 달려와 스티커를 붙여준다. 

모든 것은 장난이 아니라 진짜 경쟁이었다. 



이 스티커를 많이 모은 사람이 실제로 준비된 경품 중에 가장 비싼 경품을 받아갔다. 

이쯤 되면 경품을 염두에 두고 진지하게 참가하는 분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수업은 미니가 직접 정성스럽게 준비한 미술과 과학 교과서로 진행됐다. 


 
참고로 과학 교과서는 이런 목차로,



미술 교과서는 이런 목차로 되어 있다.

사실 이렇게 딱딱한 내용의 교과서라면 아무리 차를 좋아하는 기자거나 미니를 아무리 좋아하는 기자라고 할지라도 재미없어한다. 



그래서인지 책 곳곳에 이런 낙서들이 있다. 







그래도 낙서라고 그려놓은 그림도 결국은 미니고 삽화처럼 보이지 그리 낙서같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잘 찾아보면 교과서 곳곳에 이런 낙서도 있고,



미니와는 별 상관없는 만화 캐릭터 낙서도 있다. 

기자들에게 배포하는 책에 당당하게 이런 낙서를 그릴 수 있는건 분명 미니밖에 없다.  

잠시도 재미있지 않으면 참을 수 없는 사람들. 

그들이 미니를 움직이는 것이다. 



구상 교수님의 수업 모습. 

미니가 펀 한 브랜드고 행사의 취지가 복고풍에 유쾌한 분위기지만, 수업의 내용까지 가볍진 않다.

그들은 잘 안다.

이런 컨셉의 행사에서 수업의 질까지 가벼워 지면 모든 준비와 노력이 한 방에 허사가 된다는 사실을.   



미리 준비된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바탕으로 진지한 수업이 진행된다.

강의 내용도 진지하고 교수님의 설명 또한 한없이 진지하다.  



그래서 기자들 아니 학생들도 다들 진지하게 수업을 듣는다. 

궁금한 점에 대해 정식으로 질문을 하고 제대로 된 답변을 통해 미니라는 브랜드의 궁금점을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 




조용하고 차분한 목소리톤의 미술시간에 비해 과학시간은 훨씬 뜨겁다. 

BMW 코리아의 장성택 이사님은 처음에 마이크를 들고 하시다가 오히려 답답하다며 맨 목소리로 수업을 진행하신다.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천막 강의실 안을 울렸다. 



열정적인 강의시간이 끝나고 , 스탭이 앞으로 나와 바로 즉석에서 시험을 보겠다고 한다. 

방금까지 수업을 들은 기자들은 다들 어안이 벙벙해진다. 

설마 진짜로 시험을 보겠어? 라고 생각 할 찰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학생들에게 시험지가 전달된다.

문제들을 보면 알겠지만 각 분야별로 미니와 관련된 내용들이 실제 문제로 출제됐다.

평소 미니에 관심이 많다면 수월하게 풀 수 있는 문제겠지만, 기자라도 미니라는 브랜드에 관심이 없다면 쉽게 풀 수 없는 만만치 않은 문제들이다.



기자들 모아놓고 아침 조회를 하더니만 체조를 시키고 수업을 듣게 만들더니만 진짜 시험까지 치루게 한다.

그것도 무척이나 당당하게.

당황했지만 다들 함께 체조를 했듯이, 당황했지만 다들 함께 시험을 봤다.



복고를 하도 강조해서 살짝 예상은 했지만 점심도 복고풍 도시락이 준비됐다.

오랫만에 마주친 양은 도시락과 스푼포크가 정답다. 

물론 최근에 이런 스타일로 안주를 파는 술집도 있다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책상 앞에 앉아서 펼치는 도시락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그 어떤 수입차 행사장의 식사보다 조촐했지만, 그 어떤 수입차 행사장의 식사보다 깊게 기억에 남았다. 

솔직히 도시락이 좀 조촐하다고 해도 문제될 것은 없다.

 

행사장 곳곳에 이렇게 공짜로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널려 있었기 때문이다. 



매점 역시 완벽한 복고를 지향한다. 

고딕체의 미니 로고와 궁서체의 매점 글꼴이 언발란스 하면서도 묘하게 잘 어울린다.  



뻥튀기에 쫀드기, 솜사탕에 아폴로까지. 

학교 앞 문방구 불량식품들을 그대로 옮겨다 놨다. 


 
이 정도 뽑기까지 준비 됐으면 그 누구도 어설프다는 말을 함부로 할 수가 없다. 

딱지에 뽑기까지 준비한 디테일을 보아하니 작정하고 준비한 티가 난다. 



한 쪽에서는 열심히 구워서 조달하고,



한 쪽에서는 열심히 판다. 

이쯤되면 불량식품 판매도 기업형, 조직형이라 할만하다.


 
참고로 불량식품 팔아 한푼 두푼 돈통에 쌓인 저 지폐들은 한 푼도 빠짐없이 BMW 코리아 미래재단에게 기부된다. 

모든게 나름 체계적이다. 

어설프게 준비한 것이 아닌란 사실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행사장 곳곳에는 다양한 미니를 볼 수 있었다.

반이 잘린 미니,



다인승 미니.

근데 대체 넌 몇인승인게냐? 

 

WRC 버전의 컨트리맨.



골키퍼 미니까지 다양한 미니가 있었다.



이어서 진행된 포토세션.

이날 새롭게 발표된 하이드파크와 그린파크를 중심으로 포토세션이 진행됐다.





일반인들 중에는 미니 앞에 BMW 그룹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서 미니의 모국이 본래 영국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꽤 있다.

하지만 태생이 태생이니 만큼 영국과 관련된 의상으로 등장한 모델들이 어색해 보이지는 않는다.



시승행사는 진행되는 운동회 행사와는 별개로 진행됐고 운동회에 참가하다가 자신의 시승 순서가 오면 시승을 하고와서 다시 운동회에 참가하는 방식이었다.



포토세션 이후 진행된 시승 행사에서 카컴매거진은 미니쿠퍼S 로드스터 JCW를 시승했다.

첫 번째 시승 순서에서 시승을 했기 때문에 운동회의 처음 부분은 참석을 하지 못했다. 
 

 
카컴매거진이 시승한 3번차량인 미니쿠퍼S 로드스터 JCW.

화창한 가을날씨에 알맞게 개방감이 끝내주는 차량이었는데 레이싱의 유전인자를 가진 JCW 모델답게 밟는대로 나가주는 펀치력이 마음을 사로잡는 차량이었다.



미니쿠퍼S 로드스터 JCW의 실내.

성인 두 사람이 즐겁게 타기에 딱 알맞은 크기다.



여기저기 수 많은 원을 찾을 수 있는 실내.

좀처럼 각진 곳을 찾을 수 없다. 둥글둥글한 미니만의 매력이 실내에 가득하다.



이날 행사에 잘 어울리는 복고스러운 디자인의 센타페시아와 한 손에 쏙 들어오는 변속기어레버.

작지만 고급스럽다. 미니만의 매력은 실외보다 실내에서 더 느껴질 때도 많다.



미니의 행렬이 시작됐다.

외형상으로 봤을 때 규칙적인 미니의 대열은 슈퍼카들의 움직임 만큼이나 눈길을 끈다.



사이드미러에 비춰진 미니의 모습은 생각한 것 보다 가까이에 있다.



머리 위로 비춰지는 한 낮의 햇빛이 다소 따갑긴 하지만 달리기 시작하면 시원한 가을 날씨 덕분에 아드레날린이 한껏 분비된다.

물론 차도 사람도 같이 즐겁다.



아쉬웠던건 시승코스가  JCW 모델만의 매력을 경험하기에 부족했던 것.

게다가 금요일 오후로 접어들면서 도로에 차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나마 간간히 가속페달에 발을 지그시 올릴만한 구간이 있어 갈증을 풀어줬다. 

JCW 모델을 시승하면서 속도를 낼 구간이 짧다는 것은 시승자에게 고문이나 다름없다. 

 

짧은 시승 시간에 아쉬움이 잔뜩 남았지만 참석한 매체가 많고 빡빡한 스케줄을 생각해보면 그래도 주최 측에서는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된다.

아마도 이 이상의 시승은 무리였으리라. 

하지만 그 짧은 시승에서도 대열에서 이탈해 행방불명된 차량도 있었다고 하니 짧은 시승이었지만 일어날 일들은 거의 다 일어난 셈이다.

좀 더 시원하게 뻗은 도로에서 만나보길 기대하게 만드는  미니쿠퍼S 로드스터 JCW.

좀 더 나중을 기대해 봐야겠다.



시승에서 돌아오니 시승차례가 아닌 다른 기자들 아니 학생들은 이미 운동회가 한창이다.

다들 어쩜 저렇게 참여율이 높은지 도리어 의아할 지경이다.

기자들이 설마 저렇게 까지 열심히 하겠어? 라는 생각이 짧았음을 깨닫는다. 


 
선도부의 엄격한 점수관리 속에 청군과 홍군의 경쟁이 무척이나 치열하다.

다들 진짜 학생 때로 되돌아가 경쟁하는 듯 하다.



카컴매거진 기자들은 청팀과 홍팀 중에 청팀에 소속됐다.

푸마 미니 콜라보레이션 후드집업과 팀을 구별하는 스티커가 잘 어울린다.



상대 팀을 이기기 위한 기자들의 열정은 실로 대단했다.

물론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안타까운 분들도 계셨지만 말이다.



어떤 학생은 차력사로 빙의되어 맨손으로 미니를 끄는 괴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헤라클래스 저리 가라다.



오로지 승리만을 생각하는 저 표정들을 보라.

이쯤 되면 기자, 학생을 떠나 마음만은 이미 우사인볼트다.



이런 달리기 경주에 배턴을 커다란 미니로 해주는 센스.

달리는 사람이 불편하든 뭐하든 상관없다.

세계 최초 맨손으로 미니 들고 뛰기가 열리고 있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승자의 골인 순간은 언제봐도 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물론 진지한 스포츠맨쉽 같은 것은 애초에 없었기에 어떤 경기에서는 반칙과 눈속임이 속출하기도 했다.



이런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이날 사회자는 해설을 하며 이런 멘트를 날렸다.

과연 기자들이 얼마나까지 비양심적이 될 수 있는지 끝을 두고 보겠다고.

하지만 이런 멘트를 듣고 기분이 나빠하는 참가자는 없었다.

그런 사회자의 멘트에 박수를 치며 웃느라 인조 잔디밭을 뒹굴었다. 

미니의 행사답다.

10년 이상의 연예인 경력과 배구코트에서 승리를 부르는 해설자였다는 그의 경력을 말해주듯 재치있는 입담이 돋보이는 사회자였다.

아무도 알아봐주는 사람이 없어 잠시 안타까웠지만, 그는 분명 미니 운동회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회자다.



행사가 끝나고 마지막 일정이었던 시상식이 시작됐다.

많은 경품이 준비됐으니 다들 기대하는 눈빛이다.



경품이라고 해서 재미없다면 그건 미니가 아니다.

상 이름이 '엄마, 나 올백 맞았어' 상이다.

재미있던건 학업성취도가 가장 높은 사람에게 주는 상을 카컴매거진 기자가 탔다는 사실이다.

카컴매거진에 미니 박사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어떤 학생은 미니 트렁크 가방을,



어떤 학생은 아동용 미니 자동차를 받아갔다.



가장 고가의 경품이라 많은 관심이 쏠렸던 미니 자전거는 파트너를 잘 만났던 여기자 아니 여학생이 가져갔다. 
 
자전거를 못타면 경품을 회수하겠다는 사회자의 너스레에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기자는 미니 자전거를 타고 시승코스를 완주할 기세로 달려나갔다.



역시 인간은 자기 것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면 못타는 자전거도 타는 기적을 낳는다는 사회자의 멘트와 함께 시상식이 끝났다.

대부분 기자들의 손에는 행사를 기념할만한 기념품들이 적어도 하나씩은 들려 있었다.



미니 브랜드를 전담해서 이끌고 있는 BMW 코리아의 전승원 이사님은 미니가 국내에서 판매를 시작한지 꽤 오래 됐고, 꾸준한 판매량의 증가 덕분에 미니에 대한 희소성이 전과 같지 않아 그 결과 미니의 프리미엄 역시 전과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미니도 프리미엄을 살짝 내려놓고 대중들과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길 원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국내 시장에서 미니의 전략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예고인 셈이다.



언뜻보면 재미만 추구해 진행된 것 같아보이는 행사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미니는 평소 어렵고 까다로운 존재인 기자들을 상대로 하고 싶은 것을 다 했다고 봐야 한다.

미니의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인식을 유지하면서도 친근한 이미지로 변모시켰다.

디자인 콘셉트와 기술력에 대한 교육으로 브랜드 이해도를 높였을 뿐 아니라, 아름다운 재단의 사회복지 활동에 대한 홍보를 진행하며 심지어 기자들에게 기부까지 받았다.

이 정도 행사를 진행하면서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브랜드가 과연 몇이나 될까?

이번 행사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다른 브랜드의 행사에서는 기자들에게 감히 상상도 못할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면서 우린 미니니까 시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기자들 역시 그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유니크한 브랜드라고 해서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어서는 안되겠지만, 지금의 미니는 넘지 않아야 하는 적정선 안에서 충분히 유쾌하고 재미있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충분히 보기 좋다.  

이번 행사는 그런 미니의 단적인 모습을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던 자리가 아니었을까 싶다.

미니 같은 브랜드가 적어서 아쉽고 분명 더 필요하다고 본다.  

자동차의 성능과 안전 뿐 아니라 고객에게 문화적인 가치와 즐거움을 전달하는 미니 같은 브랜드가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에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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