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과 인디아의 경계에 있는 히말라야 산맥, 해발고도 1,523미터에 위치한 마네이반장(Maneybhanjang)은 ‘모든 길이 만나는 장소’라는 이름을 가진 작은 마을이다. 인구는 많지 않고, 인근 마을과 연결되는 지역 교통의 중심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특별한 산업이랄 것도 없다. 하지만 이곳을 처음으로 방문한 외지인이라도 금방 이 마을의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명의 혜택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오지 마을, 다른 곳에서는 벌써 폐기되었을법한 낡은 자동차들을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이 이상하지는 않다. 그러나 오히려 깜짝 놀라 눈을 비비고 살펴보게 되는 것은 그 차들이 다름 아닌 세상에서 거의 모습을 감춘 오래된 ‘랜드로버’들이기 때문이다.

“이 마을에는 40대 정도의 랜드로버가 있어요.”

랜드로버는 낡았지만, 이 차를 모는 사람들은 노인들이 아니다. 이 작은 마을에는 42대의 낡은 랜드로버가 아직도 현역으로 달리고 있다. 랜드로버 팀이 히말라야의 이 작은 마을을 주목하고, ‘랜드로버의 땅(The Land of Land Rover)’이라 부르는 이유다.

이 작은 마을의 주민은 랜드로버를 사랑하는 것일까? 오래전 어느 날 우연히 수많은 랜드로버가 이 땅을 찾았던 것일까? 랜드로버는 올해로 70세를 맞이했다. 이 땅을 달리는 랜드로버의 역사 초창기에 만들어진 모델들, 인간의 노인과 닮았고 그에 준하는 긴 세월을 살아왔다. 그리고 여전히 현역으로 달린다.

이곳이 랜드로버의 땅이라 불리는 것은, 이 땅에 여전히 랜드로버가 다른 차로 대체되지 않고 굳건히 서 있는 이유는 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 이곳의 주민들은 ‘랜드로버가 아니면 가지 못할 길’을 통해 다른 마을과 이어져 있다.

랜드로버는 히말라야의 소박한 주민들의 삶을 그린 짧은 영상을 공개했다. 앞서 말한 ‘랜드로버의 땅’이라는 제목의 이 영상은 마네이반장 마을의 주민이 31km 떨어진 산다쿠푸(Sandakphu) 마을로 향하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산다쿠푸 마을은 해발고도 3,636m 고산지대에 위치한 마을이다. 마네이반장에서 산다쿠푸로 향하는 길은 사람과 짐을 실은 조랑말이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길이다. 우뚝 솟은 산들 사이로 주민들이 오가며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길이다. 일부 포장구간이 있으나, 산을 올라 바위와 돌투성이의 가파른 낭떠러지 옆으로 난 좁은 길을 지나야 한다. 이곳 주민은 생존을 위해 물자를 싣고 이 길을 오간다.

랜드로버는 이곳 주민에게 매우 중요한 운송수단이다. 고도차 2,000m가 넘는 고산지대로 식량과 물자를 실어 나르기 위해서는 오르막길을 끝없이 올라야만 한다. 가파르고 노면은 거칠다. 여기 히말라야에서 여전히 랜드로버가 달리는 이유는, 랜드로버가 아니고서는 이곳 히말라야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리라.

차체의 페인트는 거의 다 벗겨지고 외관만 보아서는 원래의 부품이 남아있는지도 모를 낡은 자동차지만, 지붕 위까지 화물을 가득 올리고 험한 여정을 나서는 모습은 노련한 장수와도 같은 굳건한 인상을 남긴다. 갈지자로 산길을 오르지만 여전히 가파른 비탈, 그러나 핸들을 잡고 운전석에 앉은 드라이버의 표정에서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이들은 말한다. “가지 못할 곳이 없습니다. 랜드로버를 몬다면 요.”

이들이 모는 차는 ‘시리즈’라 불리는 랜드로버의 초기모델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엔진을 탑재한 차도 아니고, 가장 튼튼한 차도 아니다. 아니, 지금에 와서는 세계에서 가장 투박하고 오래되었으며 단순한 차들 중 하나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곳의 사람들이 랜드로버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차에 대한 애정 그 이상의 ‘신뢰’다.

비록 오래되었지만, 이 차와 함께라면 갈 수 있다는 신뢰. 어떤 상황에서도 버텨줄 것이라는 그런 믿음. 기다리는 이들에게 무사히 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과 산 아래의 먼 마을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식량과 물자를 가져와 줄 것이라는 기대. 이곳 사람들에게 랜드로버는 단순한 차의 이름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탄생을 축하하며 법석을 떠는 것은 젊은이들에게 어울린다. 노인은 추억을 돌아본다. 이것이 랜드로버가 70주년을 기념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가 아닌 현재도 계속된다. 매일의 주행이 모험이라 할 수 있는 이곳을, 쉽지 않은 그 길을, 신성하고 장엄한 그 풍경 속을 여전히 42대의 랜드로버가 달리고 있다. 70년 전의 그 모습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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