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이면 모험을 떠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한 아빠들, 물론 꼭 아빠로 한정지을 필요야 없겠지만 ‘캠핑카’ 혹은 ‘모터 홈’에 관심 갖고 살펴보는 이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으며, 국내 시장도 조금씩 성장하는 중이라고 한다. 필자의 지인은 얼마 전 아내님 몰래 저축과 퇴직금을 털어 캠핑카를 사겠다는 야망을 넌지시 털어놓더라. 물론 거사(?)는 실패했고 캠핑카 살 자금은 이사와 인테리어 비용으로 탈탈 털렸다고. 하지만 이야기를 듣다보면 마니아들의 열정이 보통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사실 캠핑카는 자동차 중에서도 비싼 차 축에 들고, 해외에서도 아무나 부담없이 살 수 있는 차는 아니다. 대신 기성품을 그대로 구입하기보다 주문자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반영하거나, 원하는 사양으로 커스텀 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온갖 다양한 차량을 베이스로 독특한 모델이 등장한다. 요즘은 비단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휴가시즌이다 보니 개성 있고 다양한 캠핑카들이 소개되고 있다. 비록 대리만족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해외에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독특한 캠핑카들을 소개한다.

 

폭스바겐 그랜드 캘리포니아

풀사이즈 밴, 아니 우리나라에선 하이리무진이라 불리는 대형 승합차를 닮았다. 국내에는 폭스바겐의 상용차를 만나보기 어렵지만, 해외에서 ‘트랜스포터’는 꽤 흔하게 볼 수 있는 차다. 이 트랜스포터를 베이스로 만든 모터 홈 ‘캘리포니아’가 제법 인기를 얻었는지, 폭스바겐은 얼마 전 더욱 크고 우람한 ‘그랜드 캘리포니아’를 선보였다.

독일 회사의 차가 어째서 캘리포니아라는 이름을 붙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과거의 폭스바겐 ‘불리 캠퍼 밴’이 히피 문화를 상징하는 차로 여겨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제법 어울리는 이름이다. 차체의 길이는 6m에 이르며, 110리터 용량의 물탱크와 샤워시설까지 있다. 주방에는 2개의 가스렌지와 70리터 용량의 냉장고, 4인용 식탁과 의자를 갖췄으니 가족 여행용으로 아쉬움이 없다.

채광창을 갖춘 높은 지붕 덕분에 더블사이즈 침대와 함께 넉넉한 침실 공간을 확보했고, 옵션으로 태양광 전지 패널과 지붕 장착형 에어컨, 연장 그늘막과 자전거 랙을 장착할 수도 있다. 게다가 공기역학적 디자인으로 이동 중 연비까지 높일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니 장거리 여행을 꿈꾸는 가족을 위한 최고의 차 아닐까?

차량 엔진은 108마력에서 160마력 사이의 2.0리터 4기통 터보엔진이 탑재된다. 실제 차량은 2019년부터 인도될 예정이라고. 다음 휴가시즌을 준비하려면 미리미리 주문하라는 뜻 이렸다. 그런데 이름은 그랜드 캘리포니아지만, 미국에서는 폭스바겐 상용차가 판매되지 않기 때문에 유럽에서만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 하지만 우리에겐 현대 스타렉스가 있으니까...

 

지프 랭글러 - 아웃포스트 II 캠퍼

물론 지프가 직접 개발한 캠핑카는 아니다. 하지만 독특하게도 지프의 오프로더, 랭글러를 베이스로 만든 캠핑카가 등장했다. 미국 몬타나의 아메리칸 익스페디션 비클 사가 개발한 ‘아웃포스트 II 캠퍼’가 그 주인공. 해변을 따라 달리는 국도보다는 바위투성이 산악을 누벼야 할 것 같은 듬직한 외모가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일반적인 랭글러 SUV의 실내공간이라면 침대를 놓기엔 충분치 않다. 때문에 랭글러의 프레임을 후방으로 더 연장하고, 일반 모델보다 4.5인치 더 높은 서스펜션을 장착했다. 언듯 보아 평범한 캠핑카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평평한 곳에 차를 세우고 지붕을 전개하면 텐트가 펼쳐지며 충분한 헤드룸을 제공한다.

일반적인 밴 형태의 캠핑카와 비교하면 아무래도 실내공간이 좁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대신 실내와 실외에서 각각 사용할 수 있는 두 개의 주방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 50리터 용량의 냉장고와 83리터 용량의 물탱크를 갖췄고, 265와트 출력의 태양광 전지 패널을 비롯해 크고 작은 600여 가지 부품으로 어엿한 캠핑카의 모습을 갖췄다.

각종 캠핑 장비를 갖춘 만큼 무게도 늘었기에 파워트레인은 5.7리터 HEMI 엔진을 장착했다. 여기에 스노클을 장착해 충분한 도하성능까지 갖췄으니 그야말로 산악지역의 모험용으로는 딱이겠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으니, 이 차는 판매용이 아닌 아메리칸 익스페디션 비클 사의 부품과 장비들을 보여주기 위한 콘셉트카로 제작되었다고. 물론 부품을 구입해 이 같은 랭글러 캠핑카를 직접 꾸밀 수 있으리라.

 

메르세데스-벤츠 유니목 - 익스플로러 XPR440 캠퍼

유니목, SUV가 아니라 다목적 트럭이라 할 차량임에도 최강의 오프로더라는 이름에 부족함이 없는 차. 일부 오프로드 마니아들에게 슈퍼카 이상의 선망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이 차가 캠핑카로 만들어지지 않을 이유는 없다. 특히 열사의 사막에서 극지방의 설원에 이르기까지 ‘극한지역’을 달리고자 한다면 유니목 이상가는 차를 찾아보기란 어려울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어스크루저 사는 유니목 U430 섀시를 이용한 캠핑카를 선보였다. 익스플로러 XPR440 캠퍼는 모험가를 위한 침대와 주방, 샤워실과 화장실 그리고 세탁기까지 장거리여행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췄다. 한적한 해안가의 캠핑을 위해서는 다소 과한 장비일지도 모르지만, 드넓은 오스트레일리아 대륙 곳곳을 차량 한 대에 의지해 여행하려면 이 정도는 갖춰야 든든하지 않을까?

유니목을 베이스로 만든 만큼 당연히 강력한 오프로드 주파성능을 갖췄다. 디퍼렌셜 락 기능을 갖춘 풀타임 AWD는 사막에서 늪에 이르기까지 어떤 장소라도 안전하게 주파할 수 있고, 유사시 타이어나 휠의 손상과 같은 상황에서 바퀴를 교체할 수 있도록 차체를 들어 올려 지지해 줄 4점식 리프트까지 갖추고 있다. 또한 대륙 여행에 어울리는 캠퍼인 만큼 한 번 주유로 800리터의 연료를 보급해 3,500km를 달릴 수 있으며, 탱크에는 860리터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

그러면 가장 중요한 가격은? 일단 유니목 자체의 가격을 생각하면 우리 돈으로 아홉 자리 숫자를 훌쩍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전량 주문 제작되는 차량이며, 옵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윈치와 전기톱 같은 각종 장비, 오프로드 바이크를 탑재할 수 있는 기능 등 다양한 옵션이 준비되어 있지만, 옵션이 무거울수록 지갑은 가벼워지리라.

 

포드 F-750 - 어스로머 XV-HD

미국 하면 픽업트럭, 픽업트럭을 베이스로 꾸민 캠핑카를 빼놓을 수 없다. 어스로머는 F-550을 베이스로 만든 XV-LTS로 잘 알려진 메이커지만, 이번에는 포드의 대형 픽업트럭 F-750을 베이스로 만든 거대한 모터 홈을 새롭게 공개했다. 트럭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버스라 불러야 할 것 같은 거대한 덩치는 진흙탕이나 정글을 헤집고 다니기엔 너무 커 보이지만, 드넓은 서부 황야를 누비는 개척자들의 포장마차 대용품으로는 이보다 훌륭할 수 없어 보인다. 

트럭이라고 해서 오프로드 주파성능을 가벼이 봐서는 안 된다. 포드 F-750의 섀시에 탑재된 6.7리터 V8 터보엔진과 AWD 시스템, 차고 조절이 가능한 유압-에어 서스펜션과 폭스의 댐퍼, 강력한 윈치 시스템을 갖췄다. 자동차가 들어갈 수 있는 대부분의 거친 지형을 문제없이 통과할 수 있다는 뜻.

그저 강력한 오프로드 주파성능을 자랑하려면 앞서 소개한 유니목이나 랭글러와 비교하기엔 살짝 아쉬움이 남으리라. 하지만 어스로머 XV-HD의 진가는 따로있다. 바로 캐빈의 넓이와 인테리어다. 6명이 편하게 쉴 수 있는 아늑한 공간, 인테리어는 천연 목재와 돌, 금속을 이용해 호화롭게 꾸며진다.

거친 대자연 속을 누비면서도 일류 호텔에 묵고 있는 듯한 호화로움을 누릴 수 있는 캠핑카라는 콘셉트는 다소 이질적이지만, 어쩌면 문명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문명을 누릴 때 그 즐거움이 더욱 각별할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어스로머 XV-HD는 콘셉트가 아닌 실제 판매를 위해 만들어진 차다. 이 지상을 달리는 요트를 떠올리게 만드는 캠핑카의 가격은 물론 옵션에 따라 달라진다. 단, 구입을 생각한다면 적어도 150만 달러 정도는 쓸 생각을 해야 한다니 참고할 것. 캠핑카의 꿈을 포기한다면 대신 아파트 한 채 정도는 충분히 살 수 있을만한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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