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코 코리아는 4일 인천 네스트호텔에서 소형 상용차 ‘뉴 데일리’를 출시했다. 수입 중·대형 상용차로 4%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는 이베코는 프리미엄급의 품질을 무기로 소형 상용차 뉴 데일리를 통해 국내 소형 상용차 시장에 적극적인 공세를 펼친다. 특히 밴 6천 만원대, 섀시캡 5천 만원대의 경쟁력 있는 가격은, 과적(過積)보다 안전과 편의를 더 중요시하는 사업자에게 매력적이다.

이베코(IVECO)는 트럭과 밴, 트랙터(트레일러) 등을 제조하는 이탈리아의 상용차 전문 회사이다. 소형 상용차 데일리, 20톤 미만의 유로카고, 16톤 이상 오프로드용 트래커(Trakker), 트랙터 스트라리스(Stralis)를 생산해 전 세계에 판매한다. 그러다보니 승용차를 만드는 브랜드와 달리, 상대적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낮다.

CNH 인더스트리얼이란 그룹에 속한 이베코는 1975년 피아트 상용차, 독일의 자동차 기업 마기루스, 이탈리아의 란치아 특수 차량 등 다양한 회사들의 인수 합병으로 탄생했다. 이베코가 속한 CNH 인더스트리얼은 이탈리아의 회사답게, 피아트 가문 지주회사인 ‘Exor(엑소르)’가 지분의 27%를 소유하고 있다. 페라리, FCA와의 관계처럼 이베코 역시 피아트의 자매회사인 셈이다.

 

국내에 흔하지 않은 보닛 형태의 상용차

이베코 데일리는 전 세계적으로 3백만 대 이상이 팔린 글로벌 경상용차다. 유럽과 브라질, 중국에서 생산되며 110개국의 도로를 달리고 있다. 데일리는 EU지역 ‘올해의 국제 밴’, 2018년 올해의 국제 밴을 수상하기도 했다. 유럽 점유율은 2014년 41만 대, 2017년 56만 대로 소형 상용차에서만 약 13%의 높은 점유율을 보이는 모델이다.

이베코 코리아가 국내 출시한 뉴 데일리는 평평한 캡 오버(Cab Over)방식이 아닌, 보닛이 짧게 돌출되는 세미 컨벤셔널 캡(Conventional Cab) 상용차로 국내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디자인이다. 돌출된 보닛은 현대 솔라티와 리베로가 생각나게 한다. 또 사진만 본다면 데일리 밴과 현대 스타렉스를 떠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데일리는 밴 모델에서 싱글 휠 최대 적재량 1.5톤, 트윈 휠 모델은 3.5톤으로, 솔라티와 비슷한 차량이다. 트럭에서는 현대 마이티, 만트럭버스의 TGE가 경쟁상대다. 승합 모델은 현재 계획 중이며, 출시시기를 빠르면 내년 하반기에서 내후년 상반기로 예상하고 있다.

데일리 1세대는 1978년 처음 등장할 당시부터 보통 차량은 아니었다. 화물 적재를 위해서 양쪽 바퀴가 서로 연결된 토션빔 방식 서스펜션을 적용하지 않고, 뒷바퀴 굴림 상용차에서 최초로 앞바퀴 독립식 서스펜션 구조를 적용해 조종성을 높였다. 이탈리아 브랜드 아니랄까봐 트럭까지 차량 핸들링에 신경을 썼다. 1999년에는 상용차 최초로 커먼레일 방식을 적용해 효율성을 높였으며, 같은 해에는 주행 안정성 제어장치(ESP, Electronic Stability Program)를 탑재해 안전에도 신경썼다. 이번에 공개된 3세대는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이 기존 대비 밴 모델 4dB, 섀시캡은 3dB가 감소하여 운전자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또 옵션으로 에어 쇽업소버가 적용된 운전자 시트를 장착하면, 거친 노면을 양탄자처럼 부드럽게 한다. 장거리 운전에서 피로도 감소는 차량 운행 효율을 극대화한다.

 

밴 타입과 섀시캡 타입

뉴 데일리는 솔라티와 같은 밴 타입과, 마이티같은 트럭 형태의 섀시캡 타입이 있다. 섀시캡 타입은 카고트럭, 윙바디, 냉장탑과 크레인, 특수장비 등을 장착할 수 있는 특장용 차량으로써 운전석 캐빈만 장착한 채 프레임 섀시가 보이는 상태에서 출고하는 차량을 말한다. 윙바디, 플랫 카고는 이베코 측이 제작한 적재함으로 출고할 수도 있다. 밴은 로우 루프(H1), 미디엄 루프(H2), 하이 루프(H3) 세 종류이고, 국내에는 우선 로우 루프와 미디엄 루프만 공급된다. 섀시 타입은 휠베이스에 따라 4,100mm와 4,350mm 두 가지로 출시된다.

섀시캡은 특장업체에서 적재함을 장착한 후 인증을 받아 완성되며, 구매자가 원하는 보디빌더에서 작업이 가능하다. 또 원하는 컬러로 칠할 수 있도록, 캐빈의 도장을 기본 화이트 컬러로 출고하며, 가격은 100만 원 더 저렴하다.

데일리의 섀시는 ㄷ자로 꺾인 고장력 사이드 맴버를 적용했다. 밴 모델에 축 최대 허용하중 1.9톤의 쿼드-리프 독립식 더블 위시본 타입의 서스펜션이 적용되었다. 섀시캡에는 앞축에 쿼드-토르 더블위시본 토션바가 장착됐다. 축 허용하중은 2.7톤이며 둘다 독립식 서스펜션 구조이다. 뒷축은 최대 축 허용 하중이 싱글 휠 2.4톤, 트윈 휠은 5.4톤이다. 옵션으로 차고 조절이 가능한 에어 서스펜션을 장착할 수도 있으며, 축 최대 허용 하중은 싱글 휠 3.5톤, 트윈 휠 5톤으로 달라진다.

 

효율과 내구성을 우선

데일리는 CNG, 전기, 디젤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이 있지만 국내에는 우선 디젤 모델을 선보인다. 4기통 3리터 디젤엔진은 SCR(선택적 환원 촉매-질소산화물 저감장치)이 적용되었으며,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3.8kgf.m를 발휘한다.

토크컨버터 방식의 8단 하이 매틱(HI-MATIC) 자동변속기는 신뢰성과 내구성을 위주로 설계하여, 수동 변속기 대비 최대 10%가 낮은 유지비와 수리비용을 자랑한다. 적재물 중량에 따라 에코 모드와 파워 모드를 전환하며 효율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에코 모드는 낮은 회전수로, 파워 모드는 높은 회전수로 출력과 반응성을 높여 효율성을 최대화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수동변속기가 단순한 구조, 높은 효율로 가격도 저렴하고 유지비 또한 자동변속기에 비해 월등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내구성을 극단적으로 높여 교환 주기를 늘린다면 자동변속기의 유지비가 훨씬 저렴해지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로우밴의 경우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하고도 6,300만 원, 섀시캡의 경우 휠베이스 4,100 mm 수동 모델이 5,300만 원으로 4천만 원대 후반인 현대 마이티, 6,390만 원인 솔라티 윈도우 밴과 가격적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게다가 디스크 브레이크는 기본 장착, 수동의 경우 6단 변속기가 기본 장착된다. 특히 자동변속기가 장착된다는 점에서, 수동변속기에 익숙하지 않아 상용차 구입을 주저했던 고객이라면 무척 구미가 당길 것이다.

가격은 8단 자동변속기 로우밴(H1) 9 큐빅미터(세제곱 미터)가 6,300만 원, 미들밴(H2) 12 큐빅미터가 6,550만 원이다. 섀시 캡은 휠베이스 4,100 mm 8단 자동변속기가 5,550 만 원, 수동은 5,300만 원이다. 휠베이스가 긴 4,350 mm 섀시 캡 8단 자동변속기 모델은 5,670만 원, 수동은 5,420만 원이다. 충분히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프리미엄 소형 상용차 분야에서는 아마 독보적인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이베코 뉴 데일리의 출고는 빠르면 다음 주부터 가능하다.

 

생산지 논란, 이탈리아 생산 제품 수입

앞서 이베코의 공장 중 하나가 중국에 있다고 한 바 있다. 국내 들어오는 데일리는 중국이 바로 옆이니, 중국 제품을 들여올 확률이 높다는 루머가 돌았다. 품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중국 생산품을 들여오리라 예상되자 논란이 생겼다. 이베코 코리아는 한국 수입물량 전량을,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주 스제라(Suzzura) 지역 생산 제품이라고 밝히며 논란을 잠재웠다.

이베코는 1990년대 한라중공업, 한국상용차, LG상사, CXC등을 거쳐 상용차를 판매해왔다. 2010년대에 들어서는 수입차 딜러의 소극적인 영업으로 점유율이 점차 떨어지게 되었다. 이탈리아 본사가 움직였고, 2015년 6월에 이베코 본사에서 100% 자본을 투자한 이베코 코리아가 설립되었다. 이베코 코리아는 소형 상용차 뉴 데일리의 판매 목표를 연간 1만 5백대 정도, 시장 점유율은 3%로 잡고 있다며, 뉴 데일리의 이점을 살려 빠르게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 차량제조사들이 터프한 적재량을 무기로 절대 지배하는 상용차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성장할 수 있을지 앞으로가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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