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시장에서의 한국 자동차 평가는 과거에 비해 무척 좋아졌다. 실제로도 품질, 내구성 평가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은 만큼 좋은 차를 만든다. 하지만 다른 브랜드에 비하면 ‘가격대비 좋은 차’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럽과 호주, 중동, 인도, 동남아시아 등 여러나라에 진출해 차량을 팔고 있는 한국의 제조사들이지만 그중에서도 미국 시장은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한국뿐만이 아니라, 독일, 일본의 제조사들 모두 미국 시장을 중요시 여긴다. 각 제조사들은 미국에 공장을 짓거나 미국과 관세협정이 되어있는 캐나다, 멕시코에 공장을 지어서 차량을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2017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무역수지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 자동차쪽에 대해 보호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우선은 가까운 캐나다와 멕시코가 대상이었다.

이들은 20여 년간 지속되어오던 NAFTA라 불렸던 북미자유무역협정을 버리고 새 무역협정을 맺었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US-Mexico-Canada Agreement)이라 불리는 이 협정은 미국이 주도할 수 있도록 판도가 바뀌게 되었다. USMCA는 16년 기한으로, 6년마다 재검토를 거쳐 개정할 수 있다. 이를 합의하지 않으면 자국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25% 이상의 고관세를 물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USMCA는 앞으로 미국 내에서 차량을 만들지 않으면 더욱 수출이 어려워도록 한 협정이다. 기존에 미국산 자동차의 원산지를 규정했었던 비율이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일정 부품이 미국산이면, 미국 원산지 차량으로 무관세 취급했는데 이 기준이 더욱 상승한 것이다. 원산지 규정에 따르면 미국산 부품이 일정수준 이하인 멕시코 제조 차량은 미국 원산지 차량이 아니기 때문에 관세 부여 대상이다. 여기에 차체의 재료가 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을 미국산으로 사용하도록 한다. 또한 임금까지 규제했다. 멕시코의 저렴한 임금으로 많은 제조사들이 공장을 두고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일정 임금 이상을 적용한 차량만 관세를 부담하지 않고, 그 이상은 일정량 까지는 2.5%의 기존 관세를 적용하고 이후 차량에 대해서는 25%의 고 관세를 부여해 사실상 멕시코산 차량의 판매량을 제한한 셈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에 공장을 짓고 제조하는 방법 뿐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새로운 원산지 규정에 따라 75% 이상의 미국산 부품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또 지난해 연간 구매한 철강과 알루미늄 70% 이상이 미국산임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 일정 이상의 인건비가 아닌 저렴한 곳에서 최종 조립을 할 경우 차량의 원산지는 미국이 아니고, 차량 가격에 수입 관세를 부담하게 된다. 다만 협정 조항에서 예외 수량을 두었는데 기존의 NAFTA 원산지 기준(70%)를 충족한다면 연간 160만 대, 자동차 부품은 연간 1,080억 달러까지 기존대로 2.5% 관세만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이 규정을 초과한 부품과 차량은 관세 폭탄을 맞고 판매가 거의 불가능해진다.

미국은 앞으로 다른 나라들과도 무역협정을 맺겠지만, 그때마다 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들고 FTA를 재협상 하자고 할 것이다. 이번 협정으로 인해 일본, 독일, 한국 브랜드들의 멕시코 공장들은 커다란 어려움에 처했다. 당장에 미국 내에 공장을 지을 수는 없는 바, 현대기아차는 올 1월에 5년간 31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 그룹은 그간 미국내 일자리 창출을 근거로 관세 폭탄 중지를 요청하기 위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미국에 방문하기도 했다. 2017년 기준 미국에 우리나라가 직접 수출하는 금액은 711억 6천 달러, 그 중에서 자동차와 부품으로 수출하는 금액은 197억 9백 달러에 달할 만큼 큰 부분을 차지한다. 현대기아차만 보더라도 미국 시장에서는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지만, 반대로 유럽과 인도등 다른 시장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제조사들은 기존 미국 시장으로의 수출길이 어떻게 될지 아직 불확실하지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할 숙제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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