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에서 전기 구동계로 가는 과도기적인 시기를 맞아, 전기차 주행거리 연장에 가장 필수적인 고효율 배터리를 생산하는 회사들은 눈코 뜰 새 없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3사가 전 세계적인 전기차 배터리 수요 덕분에 상승세를 타고 있다. 도심 출퇴근에 주로 사용했던 초창기 1세대 전기차에 비해 비약적으로 주행거리가 상승한 2세대 장거리 전기차의 출시와 맞물린 탓이다.

LG화학은 폭스바겐에 납품 체결을 했고, 삼성SDI는 폭스바겐 e-골프, BMW 530e, 포르쉐 파나메라 하이브리드 등에 사용되는 배터리를 납품한다. SK이노베이션은 기아 니로 EV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생산한다. 그동안 수급이 불안정한 것은 물론, 원재료 가격이 고가행진을 하던 코발트 가격이 안정화됨에 따라, 배터리 생산량 증가와 함께 각 회사들의 3/4분기 수익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마냥 안도할 수만은 없다. 언제 또 코발트의 가격이 치솟을지 알 수 없다. 미국과 EU는 코발트를 분쟁광물로 규정하고, 기업들이 분쟁지역에서 채굴한 광물을 사용하지 않도록 규제했다. 친환경차 시대를 맞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중국의 독점욕과 코발트, 리튬 확보를 위한 각 회사들의 노력이 맞붙는다.

 

고효율 친환경차가 아니면 들어오지 마

점차 매연을 내뿜는 내연기관 차량들이 도태되고, 친환경 차량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 시에서는 당장 내년 1월 중순부터 평일 낮시간에 유로4 미만 디젤차량의 운행을 제한하기로 했다. 독일 주요 도시들에서는 유로5 이하 차량의 중심가 진입이 금지된다. 높은 유류비 또한 효율이 좋은 친환경차에게 유리해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유가가 계속 고공행진 중이다. 지속적인 고유가로 가계에 부담이 되자,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올해 안으로 유류세 10%를 인하하기로 했다. 경유에 대한 유류세를 휘발유와 같은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이야기도 계속 나오고 있다.

비싼 운행비용과 운행제한, 미세먼지 시즌만 되면 운행 자제를 권고받는 시대, 친환경적인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는 이미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라, 급격히 커지는 시장이다. 최근에는 수소연료전기가 새로운 친환경차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 수소차 역시 대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되는 차종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라고 해서 전극이 되는 리튬이 주가 되는 것 같지만, 여기에 코발트 또한 중요한 첨가물이여서 리튬뿐만 아니라 고효율 배터리를 만드는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에게 중요한 금속이다. 리튬이온 배터리 내부는 전해질과 양극(+), 음극(-)으로 구성되어 있다. 음극에는 흑연(탄소), 양극(+)에 리튬금속산화물(LiMO2)을 넣는다. 요즘 대부분의 배터리에는 산화되는 금속에 효율이 높은 코발트를 넣어 리튬코발트산화물(LiCoO2)을 양극의 재료로 사용한다. 그러나 희귀금속인 코발트와 리튬 가격이 최근 급격히 치솟으면서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약진

친환경적인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배터리는, 세계 유명 회사들이 생산한다. 여기에는 우리나라의 회사도 포함된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3개 회사가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LG화학은 이번달 4일, 폭스바겐과 배터리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 코나 일렉트릭과 닛산 2세대 리프 E+ 모델에도 LG화학이 배터리를 공급한다. 니로 EV에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탑재된다. 삼성SDI는 폭스바겐 e-골프, BMW 530e, 포르쉐 파나메라 하이브리드에 배터리를 납품한다.

코발트 거래가는 지난 9월 28일 기준 kg당 62달러까지 떨어졌다. 3월 30일 기준 코발트의 국제 거래 가격은 역대 최고치인 kg당 94달러였으나, 30%가량 감소한 것이다. 이는 새로운 업체가 코발트 채굴을 시작하면서 가격이 안정된 덕분이다. 수년 전만 해도 kg당 30달러를 넘지 않는 가격이었으나 2017년 4분기부터 kg당 60달러까지 상승하면서 상승폭이 극에 달했다. 배터리 제조에 중요한 원자재 가격이 급상승 하면서 쉽게 공급되지 않으니,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생산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현재 전기차는 생산량보다 수요가 월등히 높은 상황이다. 전기차 구매예약을 하고 대기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만, 차량이 나오지 않아 기다리느라 답답한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원자재 가격에 따라 차량 제조사에 배터리 납품단가를 변경하는 방법으로 대처하고 있다.

중국 생산 전기차용, 중국산 배터리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배터리를 생산하는 것은 역시 파나소닉이다. 2위는 LG화학, 4위는 삼성SDI, 6위가 SK이노베이션이다. 중국 내부에서는 2012년부터 보조금으로 성장한 BYD와 CATL(신능원과기 유한공사, 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 Ltd.)이 1, 2위로 정부 보조금을 받으며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BYD는 2020년 내로 연간 배터리 생산량 50GWh 규모의 공장을 운영한다. 미국 네바다 주의 테슬라와 파나소닉 합작 배터리 공장, 기가팩토리의 연간 생산량 20GWh 2.5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생산량이다. 현재 태양광 쪽에서도 저가 공세로 중국 제품이 시장을 장악한 만큼, 차량용 배터리 역시 앞으로는 중국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전기차 고효율 배터리는 리튬과 코발트의 안정적인 확보가 관건

현재 중국은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폐쇄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생산 업체들도 중국에 진출했지만, 보조금을 받는 중국업체와 달리 전기차용 배터리에서 경쟁이 되지 않아 보조금 제한이 없는 중국내 상용차 또는 에너지 저장장치(ESS)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생산하는 것으로 기수를 돌렸다. 중국 바깥에서는 인도, 유럽쪽으로 눈을 돌렸다. 이미 유럽과 인도 등 해외 공장 설립 운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내몽골 지역 리튬 광산과 콩고 지역 중국계 회사 소유의 코발트 광산을 확보하고 있다. 리튬의 경우는 공급처를 다양화 해 어느 정도 안정화를 거쳤지만, 코발트의 경우는 그게 되지 않아 문제가 심각하다. 전세계 매장량의 절반가량이 콩고에 묻혀있는데, 채굴량 거의 전부를 중국으로 가져가 정제 후,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게다가 콩고 내부의 상황도 내전과 장기독재 등으로 불안하다. 중국은 안정적인 코발트 공급을 확보한 반면, 나머지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상승하는 코발트 값에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코발트를 기존 배터리에서 추출하여 재활용 하는 기술이 개발중이다.

전기차 수요가 점점 증가하는 가운데, 전기차 부품 중 가장 고가의 가격을 자랑하는 고효율 배터리. 당장에야 코발트의 확보를 위한 공급처 확보에 힘을 쏟아야 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코발트 사용량을 줄이거나 코발트가 아닌 다른 금속으로 대체하는 코발트 프리 양극 재료 개발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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