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대에 와서,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음악은 그만큼 우리 삶에 깊숙이 스며있다. 카오디오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이 다르다는 차이를 느낄 수 있을까? BOSE의 프리미엄 카오디오 시스템을 체험하고자 르노삼성이 주최하는 QM6 시티드라이브 시네마 행사에 다녀왔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옵션이 필요할까

운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긴다는 음악에는 이니셜 디의 빠른 유로비트, 완간 미드나이트의 OST가 있다. 이 음악들을 틀면 나도 모르게 가속 페달에 힘이 들어가곤 한다. 내 차가 공공도로에서 300km/h를 달릴만한 성능이 없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기자는 평소 운전할 때 졸립지 않으려고 주로 빠른 음악을 듣는 편이다. 게다가 가뜩이나 막히는 서울의 교통체증은 빠른 음악이라도 듣지 않고서는 스트레스 때문에 차를 버리고 싶을 정도다. 그래도 가끔 비가 오거나, 클래식 공연을 관람한 이후라면 클래식을 듣곤 한다. 하지만 시끄러운 소형 디젤차량에서는 음악이라는 것이 들린다는 거지, 좋은 소리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래도 이왕 음악을 듣다보면 좋은 스피커, 좋은 음원으로 귀 호강을 시켜주고 싶다. 요즘 차량들에는 마크레빈슨, JBL, 뱅앤올룹슨 같은 프리미엄 사운드시스템을 옵션으로 추가할 수 있다. 고가의 럭셔리카에는 아예 기본으로 장착한다. 평소 스피커는 이퀼라이저로 플랫하게 맞출 수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기자가 BOSE의 사운드 시스템을 만났다.

르노삼성이 14일 서울특별시 강남구 청담동에서 QM6 시티드라이브 시네마 행사를 개최했다. 늦은 저녁시간에 열린 행사에서는 뮤지컬에서 음향 엔지니어로 활동하는 임태형 음향 감독이 연사로 참석했다. 임 감독은 QM6에 적용된 보스 사운드 시스템을 설명했다. 이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음이 튀지 않는 플랫한 성향이고, 보스 특유의 사운드가 난다고 평가했다. 보스의 사운드 시스템은 재밌게도 어느 환경, 어느 시스템에 적용하더라도 비슷한 소리가 난다고 한다. 그리고 보스만의 음색이 있다. 보스의 사운드 시스템은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떤 소리가 날지 궁금해졌다.

QM6에 장착된 보스 사운드 시스템은 13개의 우퍼와 미드 레인지, 하이 레인지 스피커 유닛으로 구성되어 있다. 임 감독은 특히 차량 대시보드 중간에 자리잡은 센터스피커와, 두 개의 우퍼가 설치된 점을 흥미로워 했다. 사운드 엔지니어라면 공간 어디에서건 관객에게 왜곡되지 않은 일정한 소리를 전달하는 것이 목표라며, 뮤지컬 스테이지에 설치된 100여개의 스피커를 예로 들었다. 이미 몇일 전 QM6를 타고 보스 사운드 시스템을 시연해 봤는데, 조수석이건 뒷좌석이건 균일한 소리를 들려주었다고 임 감독은 말했다.

 

모델별로 최적화한 사운드 시스템을 공급

보스 카 오디오 시스템은 각 차량 모델별로 사운드 시스템을 최적화 한다. 차량은 노면 소음, 엔진 소음 등 작은 공간 안에 불 필요한 소음이 많은 악조건이다. 보스는 자동차 모델마다 다른 인테리어를 고려한다. 시트 재질이 가죽 또는 천이냐에 따라서도 소리에 영향을 끼친다. 특히 스페셜 모델인 르노삼성 SM3 BOSE 에디션 같은 경우에는, 애초 차량 설계부터 보스와의 협업으로 사운드 시스템을 고려했다. QM6에 장착된 보스 사운드 시스템에는 센터포인트2와 서라운드 스테이지 기술이 적용되었다. 센터포인트2 기술은 스테레오 2채널 음향을 7채널로 바꾸어 균일하게 사운드를 분배한다. 서라운드 스테이지 기술은 어느 좌석에 앉더라도 연주장의 중심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시스템은 프로세싱을 거쳐 각 스피커에 맞춘 소리를 보내 부족할 수 있는 공간감을 강화한다.

디젤 모델이라면 엔진의 진동이 문제가 된다. QM6는 이런 점들이 모두 고려되어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되었다. 디젤 모델은 ANC(Active Noise Control)이라는 소음 제거 기술이 추가로 적용된다. 실내에 내장된 여러 개의 마이크에서 소음 패턴을 분석하고, 반대 파형을 동일한 위상으로 내보내 소음을 상쇄한다. 보스의 노이즈 캔슬링 분야 노하우는 12년간 개발하여, 1989년 세계 최초 항공기용 헤드셋을 출시한 선구자다. 현재도 비행사, 산업현장 등 소음이 많은 곳에서 청각을 보호하는 용도의 보스 헤드폰을 판매한다.

발표가 끝난 후, QM6 GDe 가솔린 차량을 타고 남산 자동차극장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동안 락과 팝송 등을 들어보며 사운드 시스템을 느껴보았다. 조용한 직분사 가솔린 엔진이라, 평소 타던 소형 디젤차에 비해 표현되는 음역이 풍부하게 느껴졌다. 극장에 도착해서 전조등을 껐으나 데이라이트가 켜진 상태로 유지됐다. 전조등은 미등으로 바꾸고 영화를 감상했다.

상영작은 음악 영화인 싱 스트리트. 보스 사운드 스피커로 들었을 때 기타 소리와 밴드 연주, 보컬의 소리가 명료하고 깔끔한 소리가 났다. 밴드 연주가 한창 달아오른 부분에서 볼륨을 높게 올렸지만, 특별히 찢어지거나 묻히는 음 없이 표현됐다. 카 오디오 특성상 진동이 많은 환경을 감안했는지 낮은 음이 조금 크게 들렸다. 베이스 드럼의 둥둥둥둥 하는 소리가 다른 소리보다 선명하게 들렸다.

 

간접파를 더 중시하는 보스

보스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되었다. 1964년 미국에서 아마르 보스(Amar Bose)가 창립했다. 연구 중심의 회사로, 기존에는 장인들의 작품으로만 생각했던 스피커를 균일한 품질의 공산품으로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가장 경력이 긴 장인의 스피커가 품질이 좋고, 제일 비싸게 팔리던 시절이었다. 이는 감성의 영역이던 음향시스템을 분석해 객관적으로 수치화한 결과이다. 특히 보스는 스위트 스팟(Sweet Spot)이라는 음악이 잘 들리는 위치가 따로 없는 시스템으로도 유명하다.

일반적으로 두 개의 스피커는 벽과 스피커의 위치에 따라 소리가 가장 잘 들리는 최적의 위치(스윗 스팟)가 있기 마련이다. 두 개의 스피커에서 따로 나온 소리가 간섭되거나 중첩되면 특정 음이 커지거나 작아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보스는 이런 현상을 없애고 어느 곳에서 듣건 소리가 균일하도록 만든다. 이것은 보스가 지향하는 직접파와 간접파 비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직접파는 스피커에서 소리가 울려 직접 사람의 귀로 들어오는 소리이다. 간접파(확산파)는 벽에서 반사된 소리가 귀로 들어오는 것이다. 소리의 크기나 명료도는 직접파가 잘 들린다. 반면 스피커 유닛이 향하지 않는 곳에서는 소리가 작아지고 맹하니 다르게 들린다.

간접파는 벽에 반사되어 확산되는 소리이다. 스피커쪽으로 귀를 향하지 않더라도 소리가 잘 들린다. 단점은 벽에서 소리를 흡수하고 공명하기 때문에, 재질에 따라 크기가 줄어들거나 명료도가 달라지는 경우가 생긴다. 보스의 첫 스피커인 901 스피커를 보면 보스가 생각하는 직접파와 간접파의 비율은 11:89라는 다소 황당한 수치로 나타낸다. 앞쪽엔 하나인데, 뒤쪽으로는 스피커 유닛이 8개가 장착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한다면 스피커가 많은 쪽이 앞쪽이다. 평평한 쪽 말고, 뾰족한 방향이 소리가 크게 들리니 많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했다. 매뉴얼대로 제대로 설치하자, 지금까지는 들어보지 못했던 말도 안되는 사운드가 나왔다. 보스 901은 마니아라면 꼭 들어봐야 할 스피커 중 하나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 스피커를 구입해서는 반대방향으로 잘못 설치한 곳들이 무척 많았다.

 

좋은 사운드 시스템이란

임태형 음악감독이 말하는 좋은 사운드 시스템이란 어떤 것일까? 가장 먼지 모든 소리가 강조되지 않고 같은 높이로 들리는 플랫(Flat)한 사운드를 낼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하면 마치 캄캄한 여름철 밤하늘에 걸쳐진 은하수처럼, 원작자가 의도한 음악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헤드폰이나 이어폰은 환경상 저음이 약하게 들려서, 그 부분을 강조하여 만들게 된다. 그러나 저음이 너무 강하면 중음과 고음이 묻혀버리기 때문에 신나고 빠른 비트의 음악은 볼륨을 크게 키우게 된다. 둥둥거리는 낮은 소리를 오래 들으면 귀가 상대적으로 빨리 피로해지는 단점도 있다.

그다음 중요한 것은 내가 이퀄라이저를 조정해 원하는 소리로 만들 수 있는 사운드 시스템이다. 뮤지컬에서는 음악과 목소리 모두 다 잘 들려야만 한다. 반대로 클래식에서는 성악가가 나오지 않는 한 악기의 소리가 잘 들릴수록 좋다. 첼로나 콘트라베이스의 소리는 메인 악기들 소리에 묻혀서 잘 들리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소리가 더 잘 들리도록 저음의 볼륨을 조정한다거나 위치를 바꾸는 등의 배려가 필요하다. 문제점이 많은 사운드 시스템은 그저 소리가 강조되는 것 없이 평탄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최적화가 무척 어려울 수 있다.

 

“저라면, 옵션으로 꼭 추가할 것”

모든 운전자들이 카오디오에 관심 있지는 않을 것이다. 기자 역시 음악을 제대로 감상할 땐 따로 헤드폰을 사용하거나 인이어 이어폰을 이용해 듣는다. 하지만 운전 중에 좋은 소리를 듣고 싶다고 이어폰으로 음악을 감상하겠다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라 도로 위를 달리는 다른 차량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몰지각한 행위이다.

이번 사운드 시스템을 테스트한 QM6 RE 모델은 8.7인치 내비게이션 멀티미디어 패키지(108만원)이 추가된 모델이다. 이 패키지에는 보스 오디오 시스템이 포함되어 있다. 임 감독은 “보스 오디오 시스템을 장착하려면 옵션으로 금액을 추가해야만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제가 QM6를 산다면 옵션으로 꼭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고 후 비슷한 제품으로 추가 장착할 수는 있겠지만, 백만 원에 이정도 수준의 사운드를 최적화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말하며 뛰어난 상품성을 강조했다.

음악 영화를 통해 좋은 사운드 시스템을 체험하고 나니, 귀가 고급이 되었다. 조용한 가솔린 엔진도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도 해상도가 높아 모든 소리가 깨끗히 들리는 그 느낌이 머릿속을 맴돈다. 좋은 사운드 시스템은 청각을 부드럽게 자극한다. 지금 타는 차에 방음작업도 좀 하고, 스피커도 좋은 유닛으로 바꿔서, 출퇴근 시간에도 좋은 소리를 듣고 싶다. 그렇지만 웬만큼 지출해서는 보스가 최적화한 사운드 시스템만큼 성능을 얻기 어렵겠다. 만일 다음에 차를 바꾼다면, 그땐 옵션으로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을 꼭 추가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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