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픽업트럭을 만들어왔다. 독점 상태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어떤 회사도 관심 갖고 뛰어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좀 다르다. 다른 차량 제조사들이 국내에 픽업트럭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개중에는 쉐보레 콜로라도와 포드 레인저, 지프 글래디에이터 픽업트럭 등 높은 상품성으로 입증 받았거나, 입증 받은 같은 회사에서 만든 제품을 출시하기 때문에 시장의 규모는 점차 확산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올해는 아니지만 내년에 현대기아차에서도 북미시장에 픽업트럭 출시를 예고하고 있어 그 경쟁은 계속 치열해질 전망이다.

쌍용차가 1월 3일, 렉스턴 스포츠 롱보디 모델 ‘칸’을 출시했다. 국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픽업트럭 종류가 하나 더 늘었다. 렉스턴 스포츠는 작년 1월 출시해 12월까지 총 41,717대를 판매하였다. 기존의 코란도 스포츠는 매년 2만 3천여대 수준으로 판매 되던 것에 비하면 두 배 가까운 수치가 증가했다. 다른 차량제조사들도 확연하게 커진 픽업트럭 시장에 깜짝 놀란 눈치다. 한국 지엠은 쉐보레 콜로라도를 올해 출시하겠다고 발표했고, FCA 코리아는 랭글러 기반 픽업트럭, 지프 글래디에이터를 빠르면 올해 말 출시할 계획이다. 포드는 F-150으로 전통적인 북미 픽업트럭의 강호이지만, 국내 사정상 그보다는 작은 중형 픽업트럭인 레인저를 출시하기 위해 검토중이다. 그야말로 별들의 전쟁이 예상된다.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 칸

이번에 출시된 쌍용 렉스턴 스포츠 칸은 본격적인 트럭 느낌이 물씬 든다. 기존의 렉스턴 스포츠가 SUV에서 뚜껑만 걷어낸 형태로 보인다면, 기존의 데크를 확장해 실용적으로 부피가 큰 물건을 더 많이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칸은 5링크 모델이 최대 500kg, 파워리프 서스펜션이 800kg까지 화물을 적재할 수 있다. 전장 전폭 전고는 5,405x1,950x1,855mm이고, 휠베이스는 3,210mm이다. 직렬 4기통 e-XDi220 디젤엔진은 최대출력 181마력 최대토크 42.8kgf.m를 발휘한다. 여기에 6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리며 사륜구동 시스템까지 추가할 수 있다. 앞 서스펜션은 더블위시본 타입이다. 공차중량은 5링크 4WD 모델이 2,160kg, 파워 리프 서스펜션 4WD가 2,185kg이다. 복합연비는 17인치 타이어 기준 9.7km/l이다.

 

포드코리아, 레인저

포드코리아는 올해 레인저의 국내도입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픽업트럭인 F-150출시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국내 주차 여건상 중형인 레인저를 먼저 출시하는 쪽이 먼저일 것으로 예상된다. 포드 레인저는 포드 F-150이라는 대형 픽업트럭으로 기반을 다진 포드의 중형 픽업트럭이다. 레인저가 국내 도입되면 당연히 같은 카테고리 안에 있는 렉스턴 스포츠 칸과 대결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픽업트럭의 다양한 활용 만큼 싱글캡, 슈퍼캡, 더블캡, 슈퍼 크루 등 그 형태도 활용도도 여러 가지다. 국내에 들어오는 레인저는 4도어 모델이 될 가능성이 크다.

포드 레인저는 2.3리터 4기통 에코부스트 터보차저 엔진으로 최대출력 270마력 최대토크 42.86kgf.m를 발휘하며 10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린다. 서스펜션은 앞뒤로 더블위시본-리프서스펜션이다. 최대 적재중량은 843kg이다. 캐빈의 형태에 따라 슈퍼캡과 슈퍼 크루 두 가지가 있다. 슈퍼캡은 제대로 된 4도어 형식으로 타고 내리기 편리한 4-5인승 차량이고 슈퍼 크루는 2도어 모델로 뒤쪽 문은 수어사이드 형태로만 열리며 2열이 무척 좁다. 트림은 북미에서 XL, XLT, Lariat 세 가지로 판매되고 있다. 전장, 전폭, 전고는 슈퍼캡 4WD 기준 5,354x1,862x1,824mm다. 휠베이스는 3,220mm다. 칸에 비해 전장이 짧고 폭이 좁으면서 전고는 약간 높다.

 

한국GM, 쉐보레 콜로라도

한국GM은 올해 중형 픽업트럭인 쉐보레 콜로라도를 출시할 예정이다. 작년 6월 부산모터쇼에서 최상위 모델인 콜로라도 ZR2 를 공개한 적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으로 쉐보레 콜로라도가 국내에 출시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콜로라도는 2.5리터 4기통 가솔린 엔진(200마력)과 2.8리터 듀라맥스 디젤 엔진(최대출력 181마력, 최대토크 51kgf.m), 3.6리터 V6 가솔린 엔진(308마력)등 여러 가지 구동계가 있지만 국내에는 2.8리터 듀라맥스 디젤 엔진이 가장 유력하다. 콜로라도는 캐빈 형태에 따라 익스텐디드 캡과 크루 캡 두 가지로 나뉜다. 익스텐디드 캡은 2도어 형태로 2열이 좁다. 크루 캡은 4도어로 2열에 여유가 있다. 데크 길이에 따라 숏박스, 롱박스로도 나뉜다. 익스텐디드 캡 롱박스는 전장, 전폭, 전고가 5,403x1,886x1,788mm 휠베이스는 3,258mm다. 크루캡 숏박스는 차고만 1,795mm로 조금 높아진다. 크루캡 롱박스는 전장, 전폭 전고가 5,713x1,886x1,793mm이고 휠베이스는 3,569mm다. 가장 큰 크루캡 롱박스를 칸과 비교해보면 전장이 훨씬 길고, 전폭은 오히려 좁으며 차고도 훨씬 낮다. 크루캡 숏박스와 익스텐디드 캡 롱박스는 비슷한 전장 수치를 보인다. 복합연비는 2.8 듀라맥스 기준, 후륜 모델이 8.5km/l, 4WD모델이 8km/l, ZR2가 7.65km/l다. 공차중량은 콜로라도 Z71 4WD 크루캡 롱박스 기준 2,178kg이다. 최대적재량은 모델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650kg까지 대부분 허용된다.

FCA 코리아, 지프 글래디에이터

FCA 코리아는 역시 같은 중형 픽업트럭인 지프 글래디에이터를 빠르면 올해 말 도입할 계획이다. 지프 글래디에이터는 정통 오프로더인 루비콘의 차체에 데크를 접목시킨 그야말로 마니악한 픽업트럭이다. 다른 픽업트럭들은 일상용으로 차량을 사용하면서 화물을 함께 싣는 용도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무난하고 실용적이다. 반면 지프는 조금 이상하다. 지프는 오프로더를 트럭으로 만들었다. 지프의 오프로드 성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듯, 그야말로 가장 오프로드를 잘 달리는 픽업트럭 일께다. 지프 브랜드 관계자는 ‘아웃도어 어드벤처를 위한 궁극의 차량’이라고 까지 표현했다.

프레임은 랭글러보다 787mm 더 길어졌고, 휠 베이스도 493mm 늘어났다. 최대 적재중량은 725kg이다. 모델은 스포츠, 스포츠S, 오버랜드, 루비콘이 있으며 올해 2분기부터 해외에 판매가 시작된다. 국내에는 하반기 내에 최대출력 285마력 35.94kgfm 3.6리터 펜타스타 V6 가솔린 모델이 먼저 출시되며, 2020년에는 3리터 에코 V6 디젤 엔진을 장착한 모델이 출시된다. 8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되어 부드럽고 효율적인 주행을 돕는다. 스포츠와 오버랜드에 기본으로 장착되는 커맨드 트랙 4x4 시스템은 뛰어난 오프로드 주행을 돕는다. 참고로 랭글러의 전장, 전폭, 전고는 4,885x1,895x1,850mm 인데 늘어난 프레임 길이를 감안하면 5,672mm 이상 긴 전장으로 칸 보다는 길고, 콜로라도 더블캡 롱박스 보다는 짧다. 휠베이스는 3,503mm다.

 

차량 다양성이야 말로, 폭발적인 시장성장의 동력

현재 국내 픽업트럭 시장에는 사실 경쟁자가 없다고 봐야 한다. 쌍용차가 독주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과거가 될 수 있다. 쌍용차는 무쏘 스포츠 시절부터 계속 픽업트럭을 만들어왔다. 국내 기준에 맞추기 위해 조금씩 크기를 키우고, 또 변형해 가면서 픽업 시장을 꾸려왔다. 하지만 이게 진정 픽업트럭일까? 생각이 들던 차에 렉스턴 스포츠를 만들어왔다. 시장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고, 여기에 고무된 쌍용차는 기대하던 롱바디 모델 ‘칸’ 개발을 선언하게 된다.

그동안 픽업트럭 치고는 적재공간의 크기가 작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북미에 있는 많은 픽업트럭들은 그 초기 디자인부터 픽업트럭으로 고려되어 개발된 차량들이다. 여기에서 좀 더 고급스럽고 도심 주행에 어울리도록 만들어 분화된 것이 SUV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픽업트럭은 SUV로 시작된다. 뒷 공간에 단순히 짐칸을 넣은 것이 시초로 변화를 계속 추구해왔다. 하지만 칸은 개발 초기부터 차체 비율과 넓은 데크를 모두 고려하여 트럭으로 개발된 진짜 픽업트럭이다. 물론 개발 기간과 비용을 단축하기 위해 G4 렉스턴의 차체와 내장을 빌렸지만, 더 이상 SUV에 짐칸이 있는 차량이 아니게 되었다. 초창기엔 렉스턴 스포츠의 비율이 참 맘에 들었었다. 하지만 이번데 출시된 칸을 보고나서 렉스턴 스포츠를 보면 왜 이리 비율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지,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간사하다.

현대기아차는 2020년 상반기에 북미시장에 중형 픽업트럭 산타크루즈를 우선 출시하고 하반기에는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산타크루즈는 투싼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제작하는 모노코크 바디 방식의 픽업트럭이다. 새로운 픽업트럭이 등장하면서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단일 차량으로 연 4만대를 판매하는 시장이면,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점차 대형 SUV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시대상도 잘 맞아떨어졌다. 쌍용차 홍보팀 이석우 팀장은 “쌍용차는 칸 출시를 통해 또다시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며 기대감을 모았다. 이런 시장에 다른 제조사들도 마냥 손을 놓고 있을수만은 없을 터, 앞으로 경쟁자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얼마나 픽업트럭 시장이 확대될 것인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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