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0일, 서울 청담동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본 뽀스또에서 '마일즈 앤 밀즈(Miles and Meals)'라는 주제로 피렐리 미디어 세션이 열렸다.

피렐리는 아직 국내에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브랜드는 아니지만, 세계 타이어 시장의 5대 브랜드 중 하나로 세계 최대의 자동차 레이스인 F1의 공식 타이어 공급처이기도 하다. F1 레이스카는 그저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급가속과 브레이킹을 반복하며 타이어를 극한으로 혹사시키는데, 여기에 버텨내면서 레이스카가 최대성능을 끌어낼 수 있는 타이어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진 브랜드가 많지 않다. F1에 타이어를 공급한다는 것은 세계 최고수준의 타이어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퍼포먼스 뿐 아니라 피렐리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문화 활동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왔고, 전 세계에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심지어 피렐리 타이어를 사용하고 있지 않은 기자조차 팬으로 만들 정도로 피렐리의 브랜드는 매력적이다. 국내 브랜드에게는 조금 미안한 이야기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타이어, 자동차 브랜드 중 고유한 문화와 색을 가진 곳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엄청난 돈을 들여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지만 각 브랜드를 대표할만한 뚜렷한 이미지가 없다.


행사장인 본 뽀스또는 지하에 위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피렐리와의 공통점은 바로 이탈리아 출신이라는 점이다. 행사를 알리는 옐로우/레드의 입간판이 이탈리아의 뜨거운 열정을 상징하는 듯하다.

사실 이탈리아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모터스포츠 강국이다. 페라리와 알파로메오를 비롯한 수많은 모터스포츠 명가가 이탈리아 출신이며, 자동차가 아닌 모터사이클 레이스에서도 이탈리안 브랜드는 역사와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피렐리가 F1을 후원하며 레이스용 타이어 제작에 열정을 불태우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본 뽀스또 레스토랑 입구. 안에 들어서니 피렐리 로고가 들어간 모자와, 레시피 북이 놓여있다. 행사장이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만찬회를 겸한 미디어세션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사실은 저 레시피 북이 이번 행사의 주인공 중 하나라는 것을, 이때는 눈치 채지 못했다. 


행사장에는 이미 많은 기자들이 와 있었다. 아무래도 타이어 메이커의 미디어세션이다 보니 자동차 전문지 기자가 많이 참석한 듯 했다.  미디어세션이 시작되기 전 행사장을 둘러보니 행사장 곳곳에 타이어가 장착된 휠이 놓여있었는데, 바로 이번 F1코리안그랑프리 공식 타이어인 피렐리 P ZERO다.


이 사람들이 바로 이번 행사와 F1을 위해 피렐리 본사에서 온 사람들이다. 녹색 셔츠를 입은 이가 피렐리 모터스포츠 총괄 폴 햄버리(Paul Hambery), 우측으로 아태지역 마케팅 총괄 지오바니 안젤로 폰조니(Giovanni Angelo Ponzoni), 타이완/한국 담당임원 티에르 꼬르떼(Tierri Corte)다.


무대 옆에 전시된 피렐리 P ZERO 타이어의 늠름한 모습. 타이어 측면의 옐로우 컬러 로고와 띠가 둘러져 있는데 이는 타이어의 컴파운드가 소프트 타입이라는 것을 뜻한다. 타이어가 부드러울수록 접지력이 높아 코너링 시 유리하지만 빠른 속력를 내기에는 불리하다.

P ZERO 타이어는 레드 / 옐로우 / 화이트 / 실버 / 그린 / 블루의 6가지가 있는데, 각각 수퍼소프트 / 소프트 / 미디엄 / 하드 / 인터미디에이트 / 웨트 웨더 타이어다. 올해의 코리안 그랑프리에서는 레드와 옐로우가 사용되었다.


김윤희 피렐리 한국지사장의 인사로 행사가 시작되었다. 뒤이어 타이완/한국담당 임원인 티에르 꼬르떼가 피렐리의 다양한 소식을 전했다.

피렐리의 F1참가를 비롯한 다양한 소식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은 조만간 서울 종로구에 피렐리 타이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피렐리 리테일 숍을 오픈 할 예정이며, 피렐리의 한국어 공식 홈페이지를 개설하였다는 것. 리테일 숍 오픈 일정은 아직 공개할 수 없으나 조만간 미디어 발표 예정이라 한다. (피렐리 한국어 홈페이지의 주소 : http://www.kr.pirelli.com)


이어 피렐리 브랜드를 소개하는 동영상 상영 후,  아태지역 마케팅 총괄 지오바니 안젤로 폰조니가 피렐리의 현황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피렐리는 무려 100년 이상 모터스포츠에 관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모터스포츠에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우수한 제품을 만들고 있음을 강조했다.

2012 파리모토쇼에 등장한 슈퍼카인 맥라렌 P1, 포르쉐 911 카레라4S, 애스턴마틴 뱅퀴쉬에 피렐리 타이어가 장착되었고 페라리나 아우디, BMW 등 다양한 메이커에서 하이퍼포먼스 차량용 타이어로 피렐리를 선택하였다고 한다.


모터스포츠 뿐 아니라 피렐리는 해마다 매우 특별한 캘린더를 만드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당대 최고의 유명 사진작가와 모델을 섭외하여 누드사진이 실린 캘린더를 제작하는데 그 예술성을 널리 인정받고 있다. 소량이 생산되기 때문에 해외 경매 사이트에서 고가에 거래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해를 넘긴 캘린더조차 마니아들의 수집 대상이 될 정도다.


뒤이어 피렐리 모터스포츠 총괄 폴 햄버리가 단상에 올라 피렐리가 어떻게 F1 공식 타이어 파트너가 되었는지를 비롯하여, F1과 피렐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폴 햄버리는 피렐리가 'F1을 더 재미있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타이어를 개발했으며, 특히 피렐리가 투입된 작년에 역대 F1 경기 중 가장 많은 추월장면이 나와 더욱 박진감 있는 레이스가 펼쳐졌다며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또한 피렐리가 F1에서 많은 신기록들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달라고 했다.


뒤이어 영화배우 김지훈씨가 무대에 올라 포토세션이 이어졌고 공식행사는 마무리되는 듯했다. 이어 만찬이 시작되었는데 그제서야 이번 행사의 테마가 '마일즈 앤 밀즈(Miles and Meals)'인지 깨달았다.



행사 시작 전 입구에서 촬영한 사진에 먹음직스러운 스테이크 사진이 들어있는 레시피 북이 놓여있었던 것을 기억하는가? 사실은 그 레시피 북이 이번 행사의 숨은 주인공인 '마일즈 앤 밀즈'다.

마일즈 앤 밀즈는 피렐리 캘린더처럼 한정판으로 제작되는 요리 레시피 북이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라면, 이 책은 여러가지 요리 메뉴와 타이어의 공통점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는 점이 보통 요리책과는 다르다. 피렐리 연구 개발 이사 겸 포뮬러 원 P Zero 및 Cinturato 타이어 개발자인 모리치오 보이오치(Maurizio Boiocchi)는 책 서문에서 “좋은 타이어를 만드는 일은 마치 맛 좋은 리조또를 만드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급 이탈리아 요리와 피렐리 타이어는 최고급 재료를 사용한다는 점과 재료들 사이의 조화로운 균형의 결과물이라는 비슷한 면을 갖고 있다. 좋은 요리와 좋은 타이어 모두 정기적인 점검이나 다년간의 경험이 필요하고, 타이어를 사용하는 팀이나 모터홈의 특별 손님과 같은 최종 고객에게 최고의 결과물을 제공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정성이 들어간다.


또 다른 공통점은 전문가의 ‘노하우’다. 주방에서 전문 요리사의 손길이 중요한 것처럼, 최고의 기술이 접목된 최첨단 경주 타이어를 다룰 때도 전문가의 손길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중요 요소는 책의 부제로 나와 있듯이 ‘수제(Handcrafted)’라는 키워드로 정의되고 피렐리 엔지니어의 타이어 측정, 분석, 준비 과정을 담은 사진을 통해서도 찾아볼 수 있다.


마일즈 앤 밀즈는 피렐리 호스피탈리티 매니저 크리스찬 스타루렝히(Cristian Staurenghi)의 총괄 하에 수석 주방장 파브리지오 탄파니(Fabrizio Tanfani)의 레시피를 통해 저술됐다. 이 책은 세계 4개 대륙에 걸쳐 벌어지는 각각의 경주마다 그 곳의 주방에서 제공되는 최고의 음식을 소개한다. 요리법은 기본적으로 모두 이탈리아 요리에 기반했으나, 경주가 열린 국가의 고유 맛에 영향을 받은 것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재료의 사진들은 포뮬러 원 컨셉에 맞게 촬영되었다.


‘아뇰로티’의 경우, 코너에서 접전을 벌이는 레이싱 차량의 모습을 그렸고, ‘파케리’는 1인승 자동차 형태를 나타내며 측면에 토마토와 잣을 두어 타이어를 표현하고 있다.


아마 독자 여러분 중에는 사진과 제목을 보다가 무릎을 탁 치면서 탄성을 지른 분들도 있을지 모른다. 이 책에 포함된 각각의 레시피는 전 세계 각지의 서킷에서 일어난 흥미로운 일화를 바탕으로 하여 타이어와 주방이라는 소재를 이야기 한다.

물론 요리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예를 들면 호주산 앵거스 소고기가 일반 이태리 스테이크 요리에는 최적이라거나 인도 델리 시장에서 열심히 발품을 팔면 토스카나 요리에 사용되는 수많은 재료들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아보카도가 지중해 해산물 샐러드로는 최적의 선택이라는 내용도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서는 피렐리 모터홈과 엔지니어들의 다양한 비하인드 스토리, 그리고 현장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여기에는 말레이시아의 뜨거운 적도 열기에 버금가는 ‘이탈리안 선데이’와 같은 휴식 광경에서부터 미팅, 전략 분석, 데이터 수집, 캠버 계산, 각 레이스 셋업의 고된 작업 모습도 담겨있다. 

TV 화면에 비춰지지 않은 레이스 서킷의 살아있는 모습을 담은 책. 모터스포츠를 이렇게 생생하고 멋지게 표현해주는 브랜드는 많지 않다. 사진 한 컷, 한 컷이 이야기를 담고있는 작품이며, 모터스포츠 마니아라면 이 책을 본 후 피렐리라는 브랜드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숫자로 본 피렐리 모터홈을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숫자로 본 피렐리 모터홈

매일 제공되는 식사: 180인분
매년 제공되는 식사: 21,600인분 (20번의 그랑프리와 4번의 테스트 세션)
그랑프리 대회 당 식사: 약 600인분
고기 소비량: 매일 18kg, 그랑프리 기간 90kg
생선 소비량: 매일 12kg, 그랑프리 기간 60kg
파스타 소비량: 매일 10kg, 그랑프리 기간 50kg
식용유: 매주 15리터
빵: 매일 50개의 바게트
물: 매주 500cc 기준 1,500 병
커피: 그랑프리 기간 2000~2500 잔
우유: 매주 카푸치노, 차와 함께 100리터
과일: 매주 35kg
총 좌석 수: 38개

팀과 손님들에게 제공되는 점심은 총 150인분이며, 많은 인원으로 인해 4회에 걸쳐 나눠 제공
호스피탈리티 종업원 수: 총 8명 (웨이트리스 3명, 주방장 보조 2명, 매니저 1명(페레리카 마리니), 크리스쳔과 파브리지오)
주방 면적: (2.5M(W) X 7M(L)
모터홈 면적: 85 제곱 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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