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듯 평범한 승용차처럼 보이지만 놀랄만한 스피드를 내는 차, ‘핫해치’에는 스포츠카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 슈트를 입은 슈퍼맨처럼 강력한 성능을 숨기고 있다는 자부심, 또는 하이퍼카보다는 현실에서 소유할 가능성이 더 높은 차. 어느 쪽이건 간에 평범 그 이상의 차를 원하는 이라면 화끈한 성능을 가진 핫해치에 눈이 갈 수밖에 없다.

레이스카의 기록이 서킷이라면, 핫해치의 무대는 일반 도로다. 그러나 ‘최강의 핫 해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다시 서킷으로 돌아와야 한다. 독일 뉘르부르크링 노르드슐라이페 서킷은 일반 도로에 가까운 노면을 가진 20.81km의 코스다. 무려 154개의 코너로 이루어졌고 그 높은 난이도 때문에 ‘녹색 지옥’이라는 또 다른 별명을 갖고 있다. 이 뉘르부르크링에서 최고 랩타임을 낼 수 있는 차는 아마 일반 도로에서도 가장 빠른 차일 것이다.

때문에 많은 자동차 메이커들이 뉘르부르크링 랩타임에 도전한다. 엄청난 파워와 가벼운 섀시로 무장한 하이퍼카가 아니더라도, 4도어 세단에서 전륜구동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각 카테고리의 최강을 노리는 차들 역시 뉘르부르크링을 찾는다. 물론 핫해치의 최강자라면 뉘르부르크링에서도 가자 빨라야 할 것이다. 폭스바겐의 골프 R, 혼다의 시빅 타입 R과 같은 강호의 고수들이 뉘르부르크링 랩타임을 자랑스럽게 내세워 왔다.

프랑스 자동차의 자존심 르노 역시 핫해치 메이커다. ‘르노 스포츠’의 이니셜 ‘R.S.’라는 이름이 붙은 승용차는 범상치 않은 성능을 자랑하며, 메간 R.S.는 현재 프랑스의 핫해치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모델이다. 르노 메간은 2015년 4세대 모델이 출시되었고, 2017년 4세대 R.S. 모델이 등장한다.

르노 메간 R.S.는 ‘뉘르부르크링에서 가장 흔한 차 중 하나’이기도 하며, 2018년 다시 르노는 메간 R.S.를 베이스로 다시 성능을 높인 메간 R.S. 트로피 모델을 공개한다. 메간 R.S. 트로피는 무려 300마력을 내는 1.8리터의 4기통 터보엔진을 탑재한, 그야말로 화끈한 성능을 자랑하는 고성능 해치백이다.

“그래서 뉘르부르크링에서 가장 빠른, 최강의 해치백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얼마 전까지는 혼다 시빅 타입-R이 뉘르부르크링에서 가장 빠른, 최강의 전륜구동 승용차였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아니다. 르노는 오는 5월 26일, 포뮬러 원 그랑프리가 열리는 모나코에서 메간 R.S. 트로피보다 더욱 강력한, 메간 R.S. 트로피-R을 공개할 예정이다. 단순히 빠른 차를 공개하는 것 이상을 원했던 르노, 결국 선택은 뉘르부르크링이었다.

물론 르노 메간 R.S.가 뉘르부르크링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르노 메간 R.S. 트로피가 처음으로 공개된 것은 지난 2005년. 그리고 2008년 메간 R.S. R26은 8분 17초의 랩타임으로 뉘르부르크링의 문을 두드렸다. 2011년, 르노는 최대출력 265마력의 엔진을 탑재한 메간 III R.S. 트로피로 뉘르부르크링에 도전, 8분 7초 97의 랩타임을 기록한다. 기록은 해를 거듭할수록 단축되었고, 2014년에는 메간 III R.S. 트로피-R이 8분의 벽을 처음으로 깬 7분 54초 36의 랩타임을 기록했다.

그리고 르노는 다시 한 번 뉘르부르크링에 도전하기 위해 칼을 뽑았다. 목표는 전륜구동 승용차가 세운 가장 빠른 랩타임을 경신하는 것. 지난 2014년 메간 III R.S. 트로피-R의 스티어링을 잡았던 르노스포츠의 베테랑 드라이버 로렌트 허곤(Laurent Hurgon)이 다시 한 번 운전석에 앉았다.

르노는 아직 신형 메간 R.S. 트로피-R의 제원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신형 R.S. 트로피-R은 300마력 이상의 출력을 내는 엔진이 탑재되었고, 기존 R.S. 트로피 대비 무려 130kg을 감량한다. 배기시스템은 아크라포비치가, 브레이크는 브렘보, 타이어는 브릿지스톤, 서스펜션은 올린즈가 담당했다. 마지막으로 운전석의 시트는 사벨트가 공급해 지금까지의 핫해치 이상의 핫해치를 만들었다. 여기에 에어로 파츠의 디자인을 수정하고, 보다 효율적인 드라이브액슬 시스템을 탑재했다.

그리고 그 성과는 그대로 기록이 말해준다. 르노의 신형 메간 R.S. 트로피-R은 기존의 전륜구동 승용차가 세운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고, 7분 40초 10 (7분 40초 10의 20.600km 기록, 7분 45초 389의 노르드슐라이페 20.832km 전체 코스 기록)이라는 새로운 뉘르부르크링 랩타임을 기록하는데 성공한다. 이 기록은 ‘양산되는 소형 승용차 부문’에서 가장 빠른 공식 기록이다.

메간 R.S. 트로피-R 이전의 최강의 해치백, 혼다 시빅 타입-R이 지난 2017년 세운 뉘르부르크링 노르드슐라이페 랩타임은 7분 43초 80이다. 메간 R.S. 트로피-R은 이 기록을 3초 7이나 단축했다. 물론 혼다 역시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벌써 경량화로 무장한 신형 시빅 타입-R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러나 오는 주말 모나코 그랑프리에서, 메간 R.S. 트로피-R은 ‘뉘르부르크링에서 가장 빠른’ 최강의 해치백으로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한 가지 더, 메간 R.S. 트로피-R은 단순히 뉘르부르크링 기록을 위한 차가 아니라 실제로 시판이 예정된 모델이다. 물론 그 수량은 많지 않다. 르노는 메간 R.S. 트로피-R이 단 몇 백 대만 생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내용과 제원은 이번 주말 모나코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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