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자동차 문화
무선모형 자동차의 세계 PART 1



지난 10월에 열린 F1코리안그랑프리를 홍보하는 행사장에서 중 유독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던 프로그램이 있다. 그것은 바로 무선조종 자동차 경주 체험. F1카를 그대로 축소한 모형자동차가 달리는 모습에 어른아이 할 것 없이 흥분하고, 현란한 드리프트 시범 주행에는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눈길을 떼지 못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 모두에게 무선조종 자동차는 매력적인 장난감이다. 자동차의 구조와 작동원리가 그대로 담겨있으며, 평소에 실제 자동차로 체험하기 어려운 카레이스를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실제 자동차 개발을 위해 무선조종 자동차를 이용하기도 한다. 올해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에 참가한 콘셉트카 ‘델타 윙’은 특이한 차체구조의 안정성을 시험하기 위해 모형자동차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 모형자동차에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적 없는 특수한 구조의 서스펜션을 탑재하여 성능을 테스트 하였는데, 안전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그 결과 실제 자동차의 개발에도 성공했다고 한다.



무선모형 자동차를 처음 접할 때는 단순한 장난감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차의 외관과 움직임을 정밀하게 재현한 스케일 모형에서부터 레이스를 위한 본격적인 튜닝카까지 다양한 장르가 있다.


마니아들의 무선조종 자동차
무선조종 자동차를 흔히 RC카라고 한다. RC는 라디오콘트롤(RadioControl)의 준말로 전파를 이용한 무선조종이라는 뜻이다. 어린이를 위한 저렴한 RC카도 있지만, 실제 연료를 태우며 달리는 엔진이 탑재된 모델도 있다. 물론 엔진이 탑재된 RC카는 어린이용이 아니다.

RC카는 동력원이 전기모터냐 엔진이냐에 따라 크게 2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전기모터 방식을 EP(Electric Powered), 연료와 엔진을 사용하는 방식을 GP(Gas Powered)라고 한다. 충전식 배터리를 사용하는 EP쪽이 RC카를 즐기기에 훨씬 간편하지만, 엔진의 기계적인 매력 때문에 GP를 고집하는 마니아들도 있다.

RC카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달린다. 한번 조종해보면 상당한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 실제 자동차의 10분의 1 크기로 축소한 RC카가 시속 5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달리는데, 체감속도는 시속 500킬로미터에 육박한다. RC카의 크기를 감안하면 엄청난 스피드다. 모터와 엔진의 출력에 따라 시속 100킬로미터를 훌쩍 뛰어넘는 스피드를 내기도 한다.


RC카의 다양한 장르
도로용 스포츠카에서 오프로드 SUV까지 다양한 자동차가 있는 것처럼, RC카도 주행 코스에 따라 장르가 나뉜다. 포장된 트랙 위를 달리는 퓨어레이싱카, 비포장의 울퉁불퉁한 노면을 달리고 점프하는 오프로드 버기, 바위투성이의 장애물 코스를 공략하는 락 크롤러, 커다란 바퀴의 몬스터 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실내에서 즐기기 위한 작은 크기의 인도어 RC카도 있다.


- 퓨어레이싱카


퓨어레이싱카는 지상고가 낮고 주행안정성이 높아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지만, 비포장 노면은 달릴 수 없다. 차체의 좌우 롤링을 줄이기 위해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세팅하고, 접지력이 뛰어난 광폭 슬릭타이어를 장착한다.

퓨어레이싱카의 보디는 국제자동차연맹의 GT레이스나, 독일투어링카챔피언십(DTM) 등에 참가하는 레이스카를 축소한 디자인이 많다. 르망24시간레이스 등에 나가는 자동차 메이커의 프로토타입 경주차를 축소한 모델도 있다. RC카 경기장에서는 포르쉐 GT1 르망레이스카와 페라리 FXX 경주차가 각축전을 벌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RC로 F1 레이싱을 즐기는 마니아도 있다. 기본적으로 RC F1카는 퓨어레이싱카와 특성이 비슷하지만, F1카의 모습을 재현하는데 큰 비중을 두기 때문에 투어링카 스타일의 RC카보다 성능 업그레이드의 제약이 큰 편이다. 그러나 레이스에 멋진 F1카를 '보는 맛'이 더해져 즐거움이 배가된다. 실제 F1 경기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RC F1카의 경주에서는 신형 경주차와 구형 경주차가 함께 레이스를 펼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역사속으로 사라진 티렐 P34 6륜 경주차 같은 유니크한 모델도 현역으로 달릴 수 있다.


- 오프로드 버기


오프로드 버기는 비포장 노면에서의 고속주행과 점프에 특화된 RC카다. 차체에 비해 커다란 바퀴를 장착하고, 점프의 착지에 대비해 상하 움직임이 크고 부드러운 서스펜션을 장착한다. 또한 흙으로 된 노면에서의 접지력을 높이기 위해 표면에 오돌토돌한 혹이 돌출된 타이어를 장착한다.

오프로드 버기는 마치 F1카의 차체에 오프로드용 휠과 서스펜션을 장착한 것 같은 독특한 외모를 지녔다. 실제로 존재하는 자동차 중에서는 사막 경주용 자동차인 ‘듄 버기’가 이와 비슷한 모양이지만, RC카 쪽이 훨씬 날렵한 디자인을 보여준다. 비포장도로용 모델이지만 상당히 빠르기 때문에, 점프에서의 자세를 조절하고 다운포스를 내기 위한 날개를 다는 경우도 있다.




- 트러기


트러기란 원래 오프로드 주행용으로 트럭을 개조하여 만든 경주차를 말한다. 트럭과 버기라는 단어를 합친 트러기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와 비슷한 오프로드 경주 차량으로 듄 버기 라는 것도 있다.)

그러나 RC카의 세계에서 트러기는 오프로드 버기를 바탕으로 좀 더 현실적인 자동차와 비슷한 세팅을 한 모델을 가리킨다. 오프로드 버기와 특성이 비슷하지만, 차체가 좀 더 높아 실제 오프로드 경주차들이 달리는 것 같은 현실적감을 더한 것이 특징.


- 몬스터카


차체의 크기에 비해 엄청나게 큰 우스꽝스러운 바퀴를 단 자동차를 몬스터카 라고 한다. RC카 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존재하는 차량이다. 주행 노면을 가리지 않으며 점프와 앞바퀴를 들고 달리는 윌리 등의 독특한 주행기술을 선보일 수 있어 초보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대신 고속주행성능은 떨어지는 편이다.


- 락 크롤러



락 크롤러는 커다란 바위나 장애물을 타넘으며 코스를 개척하는 오프로드 차량이다. 험로에서도 네 바퀴의 타이어가 지면을 짚을 수 있게 서스펜션의 상하 이동거리가 무척 크고, 저속에서의 강한 토크를 내어 급경사도 쉽게 올라갈 수 있다. 락 크롤러 RC카도 실제 자동차와 구조가 비슷하다. 오히려 실제 자동차보다 더 극한의 코스를 공략할 수 있게 튜닝이 이루어졌다.

RC 락 크롤러는 커다란 바퀴 때문에 외관이 몬스터카와 많이 닮았지만, 섀시 구조와 주행 특성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험로 주파에 유리한 4륜구동일 뿐 아니라, 앞뒤 바퀴가 자유롭게 상하로 움직이며 지면을 움켜쥔다. 좁은 공간에서 쉽게 회전할 수 있도록 조향장치가 앞뒤에 모두 달린 경우도 있다.

RC 락 크롤러의 매력은 여럿이 아닌 혼자서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마니아들 중에는 바위가 많은 계곡이나 등산로에서 락 크롤링을 즐기는 이들도 있다.


- 인도어 RC카



비나 눈 등으로 야외활동이 어려운 계절에는 아무래도 실내 활동이 많아지게 된다. 실내의 경주 코스를 달릴 수 있도록 만든 소형 RC카를 ‘인도어 RC카’ 라고 한다. 인도어 RC카의 크기는 길이 15센티미터에서 8센티미터까지 다양하다. 무척 작지만 정교하게 만들어진 것이 특징. 모델에 따라서는 4륜구동을 지원할 뿐 아니라 다양한 튜닝파트로 성능을 높일 수도 있다.

다른 RC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모델의 성능과 장착된 튜닝 파트에 따라 가격은 몇 십만 원을 훌쩍 넘겨버리는 경우도 많다. 국내에서는 일본의 모형 메이커 교쇼의 ‘미니-Z'와 ’D나노‘라는 제품을 쉽게 구할 수 있다.


- 스케일 모델


자동차의 특징을 최대한 살려 재현한 모형을 스케일 모델이라고 한다. 스케일 모델은 주행 성능보다도 실차의 느낌을 생생하게 살리는 쪽을 더 중요시 하는 경향이 있다. RC카 트레일러는 속도보다 육중한 차체의 무게감과 박력이 더 중요하며, 덤프트럭이나 크레인 같은 특수차량은 자동차의 특수한 기능을 재현하고, ‘보는 즐거움’에 초점을 맞춘다.

국내에서는 RC카 레이스에 비해 스케일 모델을 즐기는 동호인은 적은 편이지만, 한번 빠지면 나오기 어려운 강한 중독성이 있는 장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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