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2월부터 국내 시장에도 타이어 라벨제도가 시행된다. 타이어 라벨제도란 타이어에 에너지 효율 등급과 젖은 노면에 대한 제동력을 표시해 소비자들이 높은 효율의 제품을 손쉽게 판단해서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즉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본다면 타이어에 매겨지는 성적표라 이해하면 된다.
 

타이어에 대한 선택의 중요성은 가끔 TV 뉴스에 나오는 자극적인 보도만으로도 소비자들에게 전달되기에 충분했다. 소비자들은 뉴스를 통해 생산된지 오래 된 타이어를 장착하고 고속으로 주행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알게 됐다. 덕분에 타이어 측면에 마치 암호처럼 적힌 정보를 읽는 법을 익히는 운전자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아쉽게도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알고 있는 정보는 거의 대부분 생산날짜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타이어를 선택할 때 소비자가 알고 있어야 하는 것들은 생산된 날짜 이외에도 너무나 많은데 말이다. 
 

어떤 이들은 그래봐야 타이어가 다 거기서 거기 아니냐고, 차이가 나는 제동력은 나의 방어운전 실력으로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고, 에너지 효율성 역시 나의 발끝에서 나오는 연비 운전 실력으로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다고 큰소리치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고성능 타이어의 세계를 경험해 본 사람들의 반응은 다르다. 실제로 타이어는 차량 성능의 변화를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요소 중 하나이며 실제로 타이어 하나만으로도 같은 차로 완전히 다른 느낌의 승차감을 만들 수 있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큰 맘 먹고 고급타이어를 경험해 본 운전자들 중 계속 고급타이어를 고집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쉽게 만나볼 수 있다. 한 번 고급타이어를 맛보면 유혹을 떨치기가 그 만큼 힘든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보다 성능 좋은 타이어를 고르려는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대부분 타이어의 가격으로 판단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제조사가 디테일한 정보를 타이어에 표시하지 않으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고가의 타이어=고급타이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타이어를 구입하면서 타이어 회사의 카탈로그를 꼼꼼히 체크하거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재원 혹은 특성을 꼼꼼히 체크하는 운전자는 극히 드물다. 브랜드, 가격, 사이즈만으로 타이어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때 신발보다 싸다는 자극적인 문구를 앞세운 타이어 전문점들이 성행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새롭게 시작되는 라벨링 제도는 이 같은 환경을 바꿔놓을 가능성이 높다.      

타이어 라벨링 제도는 가정에 있는 냉장고나 에어컨에 붙어 있는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마크와 비슷하게 이해하면 된다. 가전제품을 구입할 때 이 마크를 참고해서 구입하면 전기세를 아끼는데 도움이 되듯, 타이어를 구입할 때 이 마크를 참고해서 구입하면 자동차 유지비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타이어 제품에 시행되는데 먼저 승용차용 타이어에 적용한 뒤 2013년 12월에는 소형트럭용 타이어 제품도 시행될 예정이다. 
 

타이어 라벨디자인은 '연비효율표시'와 '젖은노면제동력 표시'로 구성된다. 우선 연비효율 표시는 RR(Rolling Resistance, 회전저항)을 기준으로 측정한다. 여기서 RR이란 Rolling Resistance의 약자로 회전저항을 의미하며, 연비 효율에 관련된 타이어 성능을 뜻한다. 회전저항은 타이어가 평면에서 일정한 속도로 직선 운동하는 동안 발생하는 저항이다. 이 저항은 주로 물체의 변형, 표면의 변형, 또는 두 가지 모두의 변형에 의해 발생하는데 휠 반경, 전진 속도, 표면 접착력 및 접촉 표면 사이의 상대적 미세 미끄러짐이 포함된다. 주로 휠이나 타이어의 재질 및 지면 종류에 따라 결정되며, 소비 효율 등급을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타이어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 제도는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표시제와 최저 에너지 소비효율 기준제로 구성되어 있다. 에너지 소비효율 표시제는 소비자가 고효율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품에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 기준(1~5등급)을 마련하고 이를 표시하는 것이고, 최저 에너지 소비효율 기준제는 일정 소비효율 수준 이하 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제한하기 위해 타이어 에너지 소비효율의 최저 기준을 지정한 것이다.
표현이 좀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라벨 디자인을 적용해 타이어에 부착하고 에너지 효율등급을 1부터 5까지 알기 쉬운 숫자와 컬러로 표시한다. 숫자가 적을수록 에너지 효율등급이 높은 것이고, 적색보다는 녹색이 에너지 효율등급이 높은 것이다. 정보를 표시하더라도 소비자가 알아보기 힘들다면 의미가 없다. 제공되는 정보는 소비자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야하고 올바른 소비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최대한 쉽고 간편하게 표기되는 것이다.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 마크 아래는 젖은 노면 제동력 표시도 있다. 젖은 노면 제동력(Wet Grip)은 일반적으로 굳이 젖은 노면이 아니더라도 브레이킹 성능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즉 안전성과 관련된 타이어 성능을 의미하는 것이다. 연료소모 측면에서 본다면 회전저항이 약한 타이어가 유리하지만, 회전저항이 약하면 도로와의 밀착성이 떨어지게 된다. 특히 도로가 젖어있어 밀착성이 약해지난 환경이라면 제동력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 그래서 타이어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제에서는 젖은 노면 제동력을 기재하고 있는 것이다.
 

2012년 11월부터 적용되는 유럽의 경우 우리나라에는 없는 소음 항목이 포함돼 있다. 그리고 한국의 라벨링 제도는 회전저항 등급을 1에서 5등급으로 나누어 놓았는데, 유럽에서는 숫자 대신 A에서 G등급으로 분류해 놓았다. 소음 부분이 추가되고 표기 방식이 다르긴 하지만 시행되는 취지도 목적도, 기대하는 효과도 같다. 우리나라에는 적용되지 않는 소음 부분은 소음의 측정 단위인 dB이 LV-3보다 작거나 같으면 최고 단계인 Wave 1을 획득할 수 있다. Wave 2는 dB이 LV-3보다 크거나 소음의 한계치보다 작거나 같으면 획득할 수 있고, 소음의 한계치보다 측정한 소음이 크면 Wave 3을 획득하게 된다.
 

우리나라보다 한 달 먼저 시행되는 유럽의 경우 타이어 라벨링 제도가 보다 정확하게 시행되기 위해, 타이어가 출고된 뒤 시장에서 샘플링을 통한 검증작업을 실시해 타이어에 부착된 라벨과 검사 결과가 다를 경우 해당 모델에 대한 판매 및 서비스가 중단된다고 한다. 이 제도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시행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의지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니 얼마나 적극적으로 진행될 것인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타이어 라벨제도가 시행되는 이유는 하나다. 타이어 제품군에 대한 소비자들의 올바른 소비를 돕기 위함으로, 평소 관심을 가져왔던 소비자로서는 두 손 들어 반길만한 제도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은 아무리 좋은 정보가 좋은 취지의 제도를 통해 제공된다 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 활용하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어려운 정보들을 아무리 알아보기 쉽게 표기하더라도 보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어차피 나는 차에 대해 잘 모르니 카센터 아저씨에게 “그냥 알아서 잘 해주세요.”라고 습관적으로 말하는 운전자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제도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변화는 있을 것이라 본다. 시장에서 기술력을 갖춘 제품들이 제대로 된 대접을 받기 시작할 것이고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가격이나 품질에 거품이 있는 브랜드라면 거품이 서서히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한 번 똑똑해진 소비자들이 다시 무지해질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타이어 시장에게 새해는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 전망해본다. 과연 어떤 메이커가 새롭게 적용되는 타이어 라벨제도의 탄력을 받아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데 성공하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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