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거친 코스를 달려야 하기 때문에 완주하는 것만으로 실력을 인정받는 다카르 랠리. 때문에 해마다 수많은 자동차 메이커에서 다카르 랠리에 도전한다. 때로는 실패의 뜨거운 눈물을 맛보기도 하지만, 맹렬한 도전 끝에 전설을 만들어낸 자동차 메이커도 있다.



- 미쯔비시 파제로

미쯔비시 파제로는 그야말로 ‘다카르 랠리의 신화’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파제로는 1982년 1세대 모델이 출시되었는데 이듬해인 1983년부터 다카르 랠리에 출전하기 시작했다.




파제로는 1985년 다카르 랠리 1위와 2위를 차지하며 깜짝 우승을 차지한다. 그러나 1986년은 포르쉐 우승, 1987-1990년은 푸조가 연달아 우승을 차지하였고, 1991년은 시트로엥이 다카르 랠리의 왕좌를 차지하며 파제로의 이름은 잊혀 지는가 했다. 하지만 1992년과 1993년 다카르 랠리에 투입된 2세대 파제로가 다시 왕좌를 탈환하고 1997년과 1998년에도 연속 우승을 차지한다.




2001년 다카르 랠리에 참가한 파제로는 3세대 모델로, 국내에서 현대가 라이선스 생산한 갤로퍼 이노베이션과 거의 동일한 차종이다. 2003년부터는 더욱 강력한 4세대 파제로 에볼루션 시리즈를 투입한다. 파제로는 2001년부터 무려 7연패라는 전무후무한 연승 기록을 세우며 다카르 랠리의 신화가 되었다.



- 포르쉐 953, 959

슈퍼카 메이커 중에서는 유일하게 포르쉐가 다카르 랠리에 도전장을 던졌다. 1984년 포르쉐는 랠리용으로 개량한 911 카레라 3.2 4륜구동 경주차를 다카르 랠리에 투입해 우승을 차지한다. 953이라는 코드네임이 붙은 이 모델은 3대가 만들어졌는데, 6기통 225마력의 엔진을 탑재하였으나 중량은 불과 1247kg밖에 나가지 않았다.



1986년에는 새로운 괴물 경주차 포르쉐 959를 다카르 랠리에 투입한다. 959는 원래 FIA WRC 그룹B라는 랠리에 참가하기 위해 개발되었으나, 그룹B가 폐지되며 다카르 랠리에 대신 투입된다.

포르쉐 959는 4륜구동 경주차로 엔진출력 400마력, 총중량 1260kg의 괴물이었다. 또한 포르쉐 양산형 스포츠카 중 최초로 시속 300km를 돌파한 모델로, 959의 등장은 페라리를 비롯한 다른 슈퍼카 메이커들을 자극해 치열한 경쟁을 유발한 계기가 되었다.



1986년 다카르 랠리는 역대 최악의 경주라고 불렸다. 파리를 출발하여 알제리를 거쳐 다카르에 도착하는 코스였는데, 569대의 차가 경주에 참가하였으나 불과 83대만이 완주하였다. 사망자도 속출하였는데 심지어 파리-다카르 랠리의 창시자인 티에리 사빈이 경기 코스 답사 중 헬리콥터 추락으로 사망하여 전 세계 모터스포츠 팬들을 충격에 빠트리기도 했다.

그러나 포르쉐 959는 이 지옥의 레이스에 3대가 참가하여, 한 대도 탈락하지 않은 채 1위와 2위, 6위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다. 또한 현재까지 슈퍼카 메이커 중 다카르 랠리에서 승리한 메이커는 포르쉐가 유일하다.



- 푸조 205

푸조의 콤팩트 해치백 205는 현대 208의 근간이 된 모델 중 하나다. 205는 폭스바겐의 골프와 함께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해치백 콘셉트를 제시한 모델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랠리에서의 푸조 205는 껍데기만 205인 몬스터 카와 다름없다.



푸조는 1987년부터 1990년 까지 다카르 랠리에서 4연승을 거둔다. 이 중 1987과 1988년 다카르 랠리에 투입된 모델이 바로 205T 16이다. 원래 FIA WRC 그룹B 랠리를 위해 개발되었지만 그룹B가 폐지되면서 휠베이스를 늘려 사막 주행용으로 개조하여 다카르 랠리에 투입되었다.



205T 16의 차체는 요즘 차에 비하면 앙증맞다 싶을 정도로 작은데, 어울리지 않게 거대한 스포일러가 달려있다. 하지만 그 실체를 안다면 거대한 스포일러를 단 것이 납득될 것이다. 205T 16은 불과 940kg의 경차지만 엔진은 무려 450마력의 1775cc 4실린더 터보엔진을 달았다. 게다가 시판되는 205 모델과는 달리 4륜구동으로 개조되었고, 앞/뒤 55%/45%의 토크 배분으로 굉장히 뛰어난 민첩성을 지녔다.



푸조 205T 16은 다카르 랠리에 참가하기 전 이미 1985년과 1986년 WRC를 휩쓸며 우승하였고, 1987년과 1988년 열린 파이크스 피크 힐 클라임 대회에서도 우승하며 랠리카로서의 명성을 떨쳤다.



- 시트로엥 ZX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에서는 전통적으로 랠리의 인기가 굉장하다. 파리-다카르 랠리 뿐 아니라 몬테카를로 랠리처럼 오랜 역사를 가진 랠리 경주들이 남유럽에서 열린다는 점만 보아도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프랑스 자동차 메이커 시트로엥은 이러한 인기에도 불구하고 랠리에 뛰어드는 것이 늦었다. 게다가 성적도 푸조와 르노에게 밀려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시트로엥은 만년 지각생의 오명을 벗고자 ZX 해치백을 개조한 경주차로 다카르 랠리에 참가하게 된다.



1990년대의 다카르 랠리는 미쯔비시와 시트로엥의 대결 구도가 펼쳐졌다. 1991년 다카르 랠리에서 시트로엥 팀은 명 드라이버 바타넨-베르그룬드 조를 영입, ZX MK1 랠리카로 첫 우승을 거둔다. 시트로엥 ZX MK1은 320마력의 1905cc 미드십 엔진을 탑재한 4륜구동 경주차로, 시판되는 ZX 해치백과 사실상 전혀 다른 자동차였다.



다카르 랠리에서 첫 승리를 거둔 시트로엥은 차세대 ZX 랠리카를 개발한다. 시트로엥 ZX 랠리카는 1996년의 MK5까지 5가지 모델이 만들어졌는데, ZX MK2 랠리카부터 오버 펜더를 적용하여 차폭이 넓어지고 차고도 높아졌다.



시트로엥은 1992년과 1993년의 다카르 랠리에서 미쯔비시 파제로에게 우승을 빼앗겼지만, 1994년부터 1996년까지 3연승을 차지하며 실력을 뽐냈다. 시트로엥 ZX는 지속적으로 개량이 이루어지는데 1996년 다카르 랠리에 투입된 ZX MK5 경주차는 이미 시판되는 ZX의 느낌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모습이 변했다. 엔진은 330마력의 2399cc를 탑재했다. 차체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넓고 납작한 스타일이지만 차고는 높은, 이른바 ‘버기카’ 스타일을 보여준다.



시트로엥의 버기카 스타일은 사막과 같은 극단적인 오프로드 주행에 유리한 형태로, 르노와 폭스바겐 등 다른 자동차 메이커의 다카르 랠리 경주차에서도 닮은 모습을 찾아볼 수 있게 된다.



- 폭스바겐 투아렉

2008년 아프리카의 내전으로 인해 다카르 랠리는 한 해를 쉬며 커다란 전환기를 맞이하게 된다. 2009년의 다카르 랠리는 남아메리카에서 열리게 된다. 다양한 지형을 가진 남미의 코스는 아프리카 이상으로 난이도가 높고, 대회의 중계와 선수 지원의 측면에서도 아프리카보다 유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2009년, 2010년, 2011년의 다카르 랠리 우승은 폭스바겐 투아렉이 독차지했다. 물론 시판되는 투아렉과는 디자인의 유사성을 제외하면 전혀 다른 차다. 2009년과 2010년 다카르 랠리에는 ‘레이스 투아렉 2’ 랠리카가 참가했다.




레이스 투아렉 2의 차체는 강철 파이프로 전체 골격을 짠 스페이스 프레임에 카본파이버로 만든 외관을 씌웠다. 스페이스 프레임은 내부 공간 확보에는 다소 불리하지만, 가벼우면서도 높은 강성을 갖는다. 엔진은 280마력의 디젤 프로토타입이 탑재되었고, 자갈길에서도 시속 85km로 주행할 수 있었다.





2011년 다카르 랠리에는 레이스 투아렉 3가 투입되었다. 레이스 투아렉 3에는 2.5리터 TDI 엔진이 탑재되었다. 2스테이지 터보차저가 탑재되어 300마력의 출력을 낸다. 휘발유 엔진보다 연비가 우수한 디젤엔진은 더 적은 연료를 싣고도 같은 거리를 달릴 수 있기 때문에, 절약된 연료 무게만큼 차가 가벼워지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엔진은 남미의 코스에 맞춰 해발고도 4,5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도 충분한 출력을 낼 수 있도록 튜닝 되었다. 트랜스 미션은 클러치 페달을 밟지 않아도 빠르게 변속할 수 있는 5단 시퀀셜과 ZF작스의 3단 세라믹 클러치를 장착했다.



레이스 투아렉 3는 SUV 형태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100km/h 가속에 6.1초라는 어마어마한 성능을 낸다. 최고속도는 시속 190km/h다. 오프로드 레이스에서는 급가속과 감속을 반복하기 때문에 높은 최고속도보다 순간적인 가속 성능이 더욱 중시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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