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디오 마니아였던 김 씨는 얼마 전 오래 전부터 바꾸고 싶었던 새 애마를 구입하면서 순정상태의 카오디오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런 그의 결정은 십 년 전 그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과거자타가 공인하는 카오디오 마니아였기 때문이다. 십년 전 총각시절 그는 자신이 타고 있는 자동차에 자동차 구입가격보다 더한 비용을 들여 오디오를 튜닝 했고 카오디오 잡지에도 몇 번 씩이나 소개 됐었던 그 바닥에서는 나름 유명 인사였다. 주말이나 시간이 나면 언제나 자신의 카오디오를 업그레이드 하기위해 인터넷에서 신제품과 관련된 장비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일상이었고, 일일이 수작업으로 카오디오를 튜닝하는 과정을 즐기는 것은 그의 유일한 취미생활이었다. 나무를 가공해 스피커를 지탱할 지지대를 짜고, 레진 등의 소재를 가공하는 솜씨는 이미 마니아를 넘어 전문가 수준에 이르렀다. 자동차 튜닝쇼에 본인의 차량을 전시하고 자신의 애마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는 관람객들에게 어떤 카오디오 시스템이 어떻게 장착됐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하는 모습은 누가 봐도 전문가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각종 카오디오 장비들의 고급화를 추구했기 때문에 언제나 주머니는 가벼울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마음만큼은 언제나 뿌듯했다.



그랬던 그가 카오디오를 기본 상태 그대로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물론 본인도 그런 결정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만, 막상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된 그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오디오의 수준이 생각보다 너무 괜찮았기 때문이라는 것. 십년이 넘게 자신을 카오디오 마니아로 소개해왔던 그의 귀를 만족시켰다는 사실 자체를 처음에는 본인도 믿지 않았지만 그만하면 그럭저럭 쓸 만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사실 총각시절 그는 기본으로 제공되는 오디오 시스템을 그대로 달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고 속으로 막 귀라 비웃었을 정도였다고 했다. 그 정도로 카오디오에 열중했던 자신이 순정상태 오디오에 만족하며 다니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한 카오디오 마니아의 변화를 예를 들어 설명했지만 그만큼 카오디오 시장의 상황은 예전과는 많이 변해버렸다.


랜드로버와 하만카돈



렉서스와 마크레빈슨



벤틀리와 네임오디오



마세라티와 B&W



재규어, 멕라렌, 랜드로버에 들어가는 메르디언의 오디오 시스템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에 장착되는 B&O 오디오 시스템

카오디오 시장을 변화하게 한 여러 가지 이유 중 첫 번째는 기본으로 제공되는 오디오 시스템의 성능이 예정과 비교했을 때 많이 업그레이드 된 것을 꼽을 수 있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카오디오 시스템의 성능이 상향평준화 되면서 음질은 물론이고 디자인, 부가기능 까지 발전을 거듭한 것이다. 덕분에 예전에는 몇 백 만원을 들여야 누릴 수 있었던 수입 오디오의 성능을 고급차에 장착된 기본적인 오디오 시스템에서 누릴 수 있게 됐다. 특히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일부 수입차 브랜드의 경우 하이파이 오디오 브랜드들과 협업을 진행하면서 이미 카오디오 마니아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까다로운 귀를 만족시켜 버릴 수준에 도달했다. 랜드로버와 하만카돈, 볼보와 다인오디오, 렉서스와 마크레빈슨, 벤틀리와 네임, 마세라티와 B&W 등과 서로 파트너십을 맺었고 재규어, 멕라렌, 랜드로버에는 메르디언의 오디오 시스템이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에는 B&O 오디오 시스템이 장착된다. 물론 위에 언급한 프리미엄 브랜드들을 제외하더라도 일반적인 국산 자동차 메이커의 오디오 시스템의 수준 역시 많이 상향평준화되어 특별히 튜닝을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들을만한 수준이 되버린 경우가 많아졌다. 물론 사람들마다 평가하는 기준선의 수준은 다르다고 쳐도 기본으로 장착되는 오디오의 성능 수준이 많이 높아진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카오디오 시장 변화의 이유 중 두 번째는 사람들이 가지고 다니는 휴대용 기기에 있다. 이미 사람들은 저마다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다. 아이폰이나 갤럭시로 대표되는 스마트폰들은 이미 사람들의 일상으로 들어온 지 오래다. 운전을 할 때도 언제나 거치대나 운전자 근처에 스마트폰이 자리 잡고 있다. 스마트폰의 기능 중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음악인데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카오디오와 연결해 음악을 감상한다. 많은 카오디오 시스템들이 아이폰 단자를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있거나 USB 케이블로 연결 시 스마트폰을 인식하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준다. 운전자들은 자신의 차량 안에서의 음악 감상을 위해 씨디를 굽거나 메모리에 파일을 옮기는 것을 대부분 귀찮아한다. 자신의 카오디오 시스템으로 파일을 전송하는 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한 연결만으로 자신의 스마트폰 등 휴대용 기기에서 듣던 그대로 즐기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렇게 사용하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전용 데이터 케이블이나 AUX 단자를 통해 연결하든, 무선 카팩을 이용하던, 블루투스로 페어링을 하던 간에 연결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휴대용 기기를 활용하는 사실은 같다.



그렇다고 카오디오 시스템과 연결되는 휴대용 기기가 오로지 스마트폰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전보다 존재감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MP3플레이어 같은 기기들도 여전히 차 안에서의 음악 감상을 위해 카오디오 시스템과 연결되고 있다. 많은 메이커들이 경쟁하듯 내놓았던 MP3플레이어들이 제조사가 파산된 이유로 단종 된 경우가 많지만 아이폰과 동일한 UI를 이용하는 애플의 아이팟은 여전히 많은 오디오 시스템과 연결되고 있다. 특히 아이팟은 터치, 나노, 셔플, 클래식 등 사용자의 특색에 맞는 다양한 모델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선택폭이 넓다는 이유로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과거 MP3플레이어의 명가라 불렸던 아이리버가 선보인 아스텔앤컨이라는 포터블 오디오 기기가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MQS(Mastering Quality Sound)란 손실 없는 고품질의 음원을 재생할 수 있다는 기기의 특징 때문에 음질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중이다. 참고로 MQS는 CD에 비해 6.5배 이상 많은 정보량으로 가지고 있으며 음반제작 당시의 마스터링 음원을 그대로 저장한 파일을 뜻한다. 차량의 오디오 시스템 성능이 높을수록 음원의 재생능력이 뒷받침해진다면 차 안은 훌륭한 음악 감상소로 손색이 없다. 때문에 아스텔앤컨 같은 특징을 가진 휴대용 기기들은 과거 카오디오 마니아라 불렸던 이들에게 꾸준한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오디오 시장 변화의 이유 중 세 번째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통합되는 트렌드에 있다. 이미 많은 차량에서 카오디오가 별도로 장착되어있지 않고 내비게이션이나 후방카메라와 함께 전면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통합되어 버린 경우가 많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가 다운사이징이 되면서 실내 공간이 작아져 기기를 통합해 조금이라도 넓게 활용하려 하거나, 분산되어 있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합시켜 사용자의 편리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때문에 카오디오가 별도로 장착되는 경우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런 경우 카오디오의 성능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함께 작동하는 내비게이션 등의 기능을 포기할 수 없어 결국 그냥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즉 예전에 비해 통합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특징 때문에 오디오 시스템에 자신의 취향을 적용시키기 어려워진 점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역시 통합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성능이 꾸준히 발전하고 있어 불만을 제기하는 운전자들 역시 계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카오디오 시장은 많은 변화를 겪어왔고 앞으로도 많은 변화를 겪을 예정이다. 앞으로의 카오디오 시장을 전망해 본다면 고급화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기본적으로 장착되는 오디오 시스템의 수준은 계속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 번 높아진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다시 내려오기 힘들며, 기술의 발달로 인해 시장은 언제나 결국 상향평준화 되기 때문이다. 또한 각 자동차 메이커들의 경쟁으로 인해 전문 오디오 메이커들과의 협업 또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카오디오를 품은 통합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역시 현재로서는 다소 정리가 안 되는 과도기적인 분위기이기 하지만 앞으로도 첨단 기술들이 계속 적용되면서 빠르게 발전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사람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같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도 다양한 UI를 선택할 수 있게 진화 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지금처럼 스마트폰이나 MP3플레이어처럼 휴대용 기기를 단순히 카오디오 시스템에 연결해 사용하는 것을 넘어서 안드로이드 같은 운영체제를 함께 공유해 연동성을 높여 사용자가 좀 더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시장의 빠른 변화만큼 카오디오 시장의 변화 또한 빠르게 진행되고 재편되고 있다. 이 시장을 지켜보는 것 역시 자동차 시장을 지켜보는 것 만큼이나 충분히 흥미진진하다. 이 시장의 관전 포인트는 누가 더 빨리 변화를 받아들여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느냐에 달렸다. 이미 소비자들의 눈높이와 손끝은 스마트폰 같은 최첨단 기기에 맞춰져 있는데 카오디오 시스템을 품은 통합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발전은 아직 많이 더디기 때문이다. 과연 어떤 메이커가 승자의 타이틀을 먼저 거머쥘 것인가? 2013년 자동차 시장의 또 다른 흥미진진한 치열한 경쟁이 지금 차량 내부에서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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