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오토쇼] 현장 취재 노트 - 디트로이트 오토쇼 2일차


디트로이트 오토쇼의 둘째 날이 밝았다. 엄밀히 말하자면 프레스데이 두 번째 날이고 일반인 입장까지는 아직 시간적인 여유는 남아있다. 둘째 날의 디트로이트 아침 온도는 어제 보다 낮아 호텔 주차장에 세워두었던 렌터카인 폭스바겐 제타에 서리가 잔뜩 내려있었다. 디트로이트의 렌터카에 서리를 제거하고 쓸어내는 도구가 뒷자리에 실려 있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아주 요긴하게 사용하고 행사장인 코보센터로 향했다.

일부 사람들은 미국인들이 부지런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미국의 도로들은 생각보다 일찍부터 빠르게 달리는 차들로 분주하다. 프레스센터도 새벽 6시부터 오픈하며 공식 스케줄 역시 7시부터 빠르게 진행된다. 카컴매거진 취재팀은 숙소에서 4시 반부터 일어나서 취재를 준비했는데 준비, 코모센터까지의 이동시간, 주차, 프레스센터 자리선점 등에 걸리는 시간을 생각해 따져본다면 새벽 4시 반이 그리 이른 시간도 아니다.



이틀째라 조금은 더 여유를 가지고 도착해서 부품/솔루션 기업인 ZF와 Denso의 부스를 둘러봤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오늘의 프레스 컨퍼런스가 시작한다. 닛산의 부스에서 프레스컨퍼런스가 시작됐다. 닛산은 작년에 아주 따뜻한 한해를 보냈다. 알티마가 30만대 이상 판매되었고 SUV 패스파인더와 콤팩트카인 센트라가 선전한 덕분에 백만 대를 넘겼다. 이 같은 결과는 닛산이 미국 진출 이후 거둔 최고의 실적이다. 닛산은 이 같은 결과에 고무되어 올해도 신모델을 미국 시장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2011년 여름 닛산은 2016년까지 글로벌 기준으로 6주마다 새로운 모델을 내놓겠다고 이야기 했는데, 그 계획은 지금 진행 중이다.



그래서 닛산은 미국 시장에 서브 콤팩트인 베르사 노트(Versa Note)를 투입한다. 이 모델은 혼다 피트나 포드 피에스타와 경쟁하게 된다. 실내공간은 차량 전고가 높아 개방감은 높은 편으로 패키징을 잘 한 것처럼 보인다. 1.6리터 4기통 엔진에 CVT가 탑재되고, 13,990 달러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컨셉 SUV 레조넌스(Resonace)를 선보였다. V-모션 그릴, 부메랑처럼 생긴 헤드램프, 위로 치켜 올라간 D필라 그리고 유려하게 뽑아낸 글라스루프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온다. 에어로다이내믹한 느낌이 팍팍 전달된다. 강렬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라인이 돋보인다. 차세대 닛산 무라노의 모습을 추정할 수 있는 스타일링이다. 레조넌스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올라간다. 컨퍼런스가 끝나고 닛산 부스의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미국의 서브콤팩트 시장을 성장성이 매우 큰 세그먼트로 파악하고 있었다. 미국시장은 확실히 변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발걸음을 조 루이스 아레나(joe Louis Arena)로 옮겼다. 이 공간은 아이스하키 팀인 디트로이트 레드윙즈(Red Wing)의 홈구장이다. 컨퍼런스는 빌 포드 회장이 시작한다. 2013년은 자신의 증조부 헨리 포드가 태어난 지 150년이 되는 해라고 이야기를 꺼내면서 수익성을 내면서 성장하자고(Profitable Growth) 강조한다. 그 후 포드 CEO 앨런 커랠리가 나와 원 포드 전략을 다시 이야기하고, 2012년 거둔 성과를 이야기한다. 그리곤 수익성 있는 성장이 버티컬 시장인 산업시장을 이야기한다. 즉 우리 용어로 표현하자면 상용차 이야기를 한다. 사실 포드가 단일 차종으로 2012년 가장 많이 판매한 모델은 F150 픽업트럭이다. 미국에서 픽업트럭은 수익성이 아주 좋다. 그런 차량을 많이 팔아대니 포드의 캐시플로가 아주 좋은 것이다.



그래서 포드는 이 분야의 모델들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새로운 라인업을 구성했다. 글로벌하게 판매될 수 있는 모델을 이야기하곤 시끌벅적한 퍼포먼스를 통해 아틀라스(Atlas) 콘셉트 트럭을 소개했다. 재미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나중에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다들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토요타가 툰드라 픽업으로 이 세그먼트를 참으로도 열심히 노크하는 이유를, 현대 기아차는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역시나 수익을 내려면 큰 시장에서 놀아야 한다. 커머셜밴인 트랜짓 커넥트의 컬러는 참으로 이쁘기까지 하다. 만일 디젤엔진만 탑재된다면 이 녀석은 국내에 들여와도 뭔가 반응은 있을 것 같긴 하다. 택배차량은 바뀔 수도 있을지 모른다. 산업시대를 상징하는 픽업트럭이 매년 베스트셀러 자리를 놓치지 않는 것을 보면 결국 세상이 빠르게 바뀌는 것 같기는 하지만 자동차 시장에서는 오랫동안 변치 않는 것도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렉서스의 프레스 컨퍼런스가 진행됐다. 렉서스는 LF-LC / LF-CC 콘셉트카에서 보여준 디자인 원칙을 바탕으로 GS, ES, LS 모델을 리스타일링했고, 이제 IS 차례다. 1999년 데뷔한 IS는 젊은 고객(그래봐야 40대 초중반)층을 주 타겟으로 잡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프레스컨퍼런스에서 보여준 영상은 매우 감각적이었다. 프레스컨퍼런스에서 소개된 IS350 F Sport는 전면, 측면, 후면 모두 대담하다. 이제 시그니처가 된 스핀들 그릴은 더욱 강한 인상을 풍기고 나이키 로고를 연상시키는 DRL(데이터임 러닝 램프)도 눈에 들어온다. 도어씰에서 테일램프까지 올라가는 라인은 역동성을 잘 표현한다. 파워트레인은 전형적인 렉서스답다. 3.5리터 V6 직분엔진이 300마력을 내고 8단 자동변속기와 커플링 된다. 4개의 운전모드(에코, 정상,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를 제공한다. 멀티링크 후륜 서스펜션,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은 GS형님의 부품창고에서 가져왔다. 그리고 하이브리드는 2.5리터 가솔린엔진과 커플링 된다. 일본의 후지스피드웨이와 뉘르부르크링에서 튜닝 했다는 사실을 강조했지만 이젠 이런 말을 마케팅적으로 사용하는 데에는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이어서 캐딜락의 프레스컨퍼런스가 진행됐다. 캐딜락은 어제 ATS가 올해의 자동차로 선정되어 더 자신감을 보인다. 이제는 월드 클래스로 경쟁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캐딜락이 보여준 것은 2014년 형 ELR이다. 이 모델은 실물이 사진보다 훨씬 나은데 사진을 보고 생각한 것보다 좋다. 쉐보레 볼트를 베이스로 캐딜락이 손을 본 ELR은 1.4리터 엔진을 같이 품고 있는데, 엔진의 용도는 주행거리를 늘이는 용도다. 볼트의 경우 모터로만 56km 정도를 주행하는 데, 아무래도 럭셔리 장비로 충만한 ELR은 조금 무거울 것이라 모터 주행거리는 좀 더 줄어들 것이다. 시트 등 인테리어는 손으로 한 땀 한 땀 뜬 것처럼 정성을 기울였다. 참 스포티한 모습인데 럭셔리하고 친환경적이며, 서로 모순이 되는 단어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캐딜락의 전통과 기술이 손을 잡고 함께 미래를 보여주는 같다. 어쩌면 그게 캐딜락이 말하는 Art & Science라는 브랜드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아큐라는 NSX 컨셉과 MDX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두 모델을 공개하기 전에 RLX를 소개했는데 지난 LA 오토쇼에서 공개한 것이다. 이 모델이 국내에는 혼다 레젠드와 거의 동일한 모델이라 눈 여겨 봤는데, 여러 곳에서 상당히 개선되었다. 이제는 어큐라의 상징이 되어가는 주얼 아이(Jewel Eye) 헤드램프는 요즘 LED 디자인 요소만이 아니라 기술적으로 잘 사용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리고 SH-AWD도 진화된 버전이 탑재된다. 가격은 48,450~ 60,450 달러라는 데, 과연 혼다 코리아가 들여올지 궁금해진다. NSX의 양산까지 아직도 2년이나 남았지만, 1년 만에 다시 드러낸 모습은 정말 섹시했다. 아직도 콘셉트 단계라 이 모습은 여러 대안 중의 하나겠지만 더욱 기대를 하게 만든다.

디자이너 존 이케다는 스타일이 성능을 보여줄 수 있도록 낮고 넓고 날렵한 스타일링을 추구했다고 말한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느낌의 곡면은 역동적인 라인과 어울려 단순하고 모던한 느낌을 준다. 인테리어도 심플하다. 운전자와 자동차는 심리적 감성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운전위치나, 시야, 인터페이스를 잘 만들어 줘야 운전이 즐거워지는 법이다. 어큐라는 인테리어가 운전자에게 미치는 중요한 영향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메이커다. MDX는 우리나라에 도입될 가능성이 없는 모델이라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다음은 기아차다. 컨퍼런스를 시작하기 전에 계속 회화들이 화면에 뿌려진다. 왜 그럴까 생각했는데, 시작한 컨퍼런스를 보니 바로 답이 나온다. 비주얼, 즉 디자인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기아차는 미국에서 그런 브랜드로 인식되고 싶다는 것일 것이다. 기아차는 작년 557,599대를 판매해서 2011년 대비 14.9% 성장했다. 그리고 18년 연속 성장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옵티마(K5)만 15만대 이상을 팔아치웠다. 기아차는 지난 LA 오토쇼에 2개 모델을 소개했고, 이번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카덴자를, 다음 달 시카고 오토쇼에서 1개 모델 그리고 뉴욕 오토쇼에서 3개의 모델을 순차적으로 소개한다. 서부에서 동부로 뉴스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그리고 카덴자(Cadenza)를 소개했다. 3.3리터 엔진이 탑재된 K7이다. 기아차는 카덴자로 새로운 세그먼트를 공략하려는 전략이다. 럭셔리와 메인스트림 사이의 빈 세그먼트가 있다고 판단하고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것이다. 35,000달러 전후의 엔트리 럭셔리 시장을 어떻게 공략할지 그 결과가 궁금해진다. 참고로 기아차는 오래 전부터 카덴자라는 모델명을 중형세단에 적용해 일부 해외 시장에서 사용해왔다.



2012년 모터트렌드에서 선정한 올해의 자동차는 테슬라의 모델 S였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어서 부스를 방문했다.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부사장 George Blankenship인데, 그의 직함이 눈에 들어온다. Sales & Ownership Experience이다. 하도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해서 나중에 이야기를 해보니 그는 애플 스토어의 전략을 수립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전자제품을 사는 경험을 바꾼 것이다. 그런 경력이 전기자동차에도 적용 가능할 지도 모른다. 소비자들이 전기자동차를 구매하고 소유하는 새로운 경험을 즐겁게 만드는 일이 그의 직무라고 이야기한다. 그 말을 들으니 테슬라의 열정이 이해가 간다. 사실 테슬라 사람들과 이해하기 이전에는 마치 테슬라가 1948 터커(Tucker)를 연상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생각을 버리게 됐다.

테슬라는 3개의 제품군을 계획하고 있다. 로드스터처럼 콘셉트 검증 수준의 모델과 모델 S와 같은 메인스트림 제품, 그리고 3만 달러 이하의 양산 모델이다. 그리고 테슬라는 전기자동차의 원활한 운전을 위해 급속충전소망을 직접 넓히고 있다. 미국 서부와 동부 해안을 따라 그리고 대륙을 횡단하는 망을 계획하고 구축 중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사용료가 무료라는 것이다. 테슬라는 고객의 하락을 받고 운행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제품 개선에 사용되는 데 지금까지 2억 마일(3.2억km)의 주행 데이터를 분석했다고 하니, 갑자기 신뢰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사후관리는 아주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2013년에 25개의 매장을 오픈하는데, 반은 미국에 반은 해외에 연다. 첫 번째 국가는 중국이다, 북경과 상해에 오픈한다고 한다. 전기차의 미래는 테슬라의 행보에 달렸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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