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하가 토요타의 의뢰로 개발한 5.0L V8 수소엔진

전동화 시대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바로 내연기관 마니아들. 전기차도 특유의 강력한 토크로 내연기관에서 느끼기 어려운 가속이 매력적이긴 하나, 내연기관 고유의 배기음과 진동 같은 요소들은 전동화가 가속화될수록 점차 만나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엔진을 탑재한 토요타의 레이스카

그렇지만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하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토요타. 예전 기사에서도 소개했듯 수소를 이용하는 내연기관 엔진을 개발하고 있고, 실제 개발중인 엔진을 차량에 탑재해 내구레이스에도 참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에는 연료에서의 수소 비중을 100%로 높이자마자 5분 만에 엔진이 고장나기도 했지만, 지난해 열린 경기에서는 전체 레이스에서 무려 358랩 1638km나 주행하며 가능성을 확인한 바 있다.

아웃뱅크 배기를 사용하는 가솔린엔진과 달리 인뱅크 배기 방식을 채택했다

이런 토요타와 함께 수소엔진을 개발하고 있는 야마하가 시제품을 공개했다. 토요타의 의뢰로 개발한 이 수소엔진은 렉서스 RC F에 탑재되는 5.0L V8 엔진을 기반으로 한다. 미드십 탑재를 상정해 개발됐으며, 수소엔진의 특성인 저회전에서의 강력한 토크와 우수한 응답성이 특징이라고. 최고출력은 450hp(455.4ps)/6,800rpm, 최대토크 540Nm(55.0kg‧m)/3,600rpm의 성능을 낸다. 물론 기존 가솔린엔진에 연료를 수소로 바꾼다고 해서 바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어서, 수소의 폭발 특성에 맞춰 인젝터, 실린더 헤드, 매니폴드 등이 수정됐다. 또한 형태적으로도 기존 가솔린엔진은 배기 매니폴드가 엔진 바깥쪽으로 뻗어나오는 아웃뱅크 배기지만, 새로 개발한 수소엔진은 엔진의 V형 중앙으로 매니폴드가 뻗어나오는 인뱅크 배기라는 차이도 있다.

가솔린엔진과 비교했을 때 비슷한 성능을 보여준다

이런 수소엔진이 단시간만에 뚝딱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개발이 시작된 건 약 5년 전부터로, 야마하 기술연구개발센터의 자동차 개발부서 소속 타케시 야마다는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엔진이 실제 매우 재밌고 사용하기 쉬운 성능 특성을 지녔음을 알게 됐다”며 “시제품을 시승하기 전에 사람들은 회의적으로 보았지만, 시승을 마치고서는 모두 얼굴에 미소를 띤 채 차에서 내렸다. 이를 보면서 단순한 가솔린 대용이 아닌, 수소엔진 고유의 특성에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믿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성능 측면에서도 기존 가솔린엔진 못지 않은 파워를 보여주지만, 여기에 독특한 배기음 역시 인상적인 모습을 남겼는데, “8-in-1 배기 매니폴드가 만들어내는 고유의 사운드는 새로운 내연기관의 매력을 추구하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야마하 모터의 요시히로 히다카 사장은 ”우리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우리 회사 이름의 일부인 ‘모터’처럼 내연기관에 대한 강한 열정도 갖고 있다“며 ”수소엔진은 탄소 중립의 가능성을 담고 있는 동시에 내연기관에 대한 우리의 열정을 유지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야마하는 토요타와의 협력 외에도 야마하, 토요타, 마쓰다, 스바루, 가와사키 등과 함께 카본 중립 실현을 위해 연료 선택지를 넓히는 공동 연구에 돌입한 상태이며, 현재 토요타 외에도 가와사키와는 모터사이클용 수소엔진 활용에 대해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소엔진이 실제 제품으로 양산화되기까지는 연비 개선, 연료 비용, 충전 시간, 인프라 등 아직 넘어야 할 문제들이 많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 부분을 극복해낸다면 내연기관의 특징은 그대로 이어가면서 친환경의 특성까지 함께 지닌 새로운 자동차를 만나게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역사 속으로 사라질 듯하던 내연기관에 수소엔진이 한 줄기 빛이 될지, 아니면 마지막 최후의 발악이 될지는 앞으로를 지켜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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