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안타까운 일들도, 불합리한 일들도, 불안에 떠는 일들도 없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올해에도 다양한 제도와 정책들이 바뀌는 것뿐만 아니라 지난해와는 다른 양상들, 혹은 지난해부터 시작되어 올해까지 영향을 주는 사건들도 있는데, 그 중 소비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건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하나씩 살펴보자.

 

 

2023년 달라지는 것들

 

1. 교차로 우회전 단속 시행

태릉입구에 설치된 우회전 신호(카카오맵 캡처)

교차로에서의 보행자 사고 방지를 위해 우회전 신호가 지난해 시범적으로 도입됐는데, 올해부터 교통사고 다발지역, 유동인구가 많은 교차로나 대각선 횡단보도가 있는 지역에 우회전 신호를 공식적으로 도입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부터 일부 교차로에 한해 우회전 신호등 시범 운영을 시작한 바 있는데, 실제 교통사고 감소에 대한 결과를 얻은 건 물론이고, 교통 흐름이 원활해졌다는 운전자들과 교차로를 건널 때 더 안전해졌다는 보행자들의 반응을 바탕으로 울해 이를 공식적으로 확대 적용한다.

 

이와 함께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우회전에 대한 단속에 대해서도 신경쓸 필요가 있는데, 일단 우회전 신호가 있는 교차로에선 이를 위반하면 일반 신호위반과 동일하게 단속되므로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이 외에 우회전 신호가 없는 교차로 통행방법에 대해 인터넷에 다른 정보들이 혼재되어 있어 운전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차량 전방 신호가 적색일 경우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가 기본이라는 점, 우회전시에는 보행자가 있으면 반드시 정지하고 없어도 서행으로 통과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한다면 사고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2. 경유차 조기 폐차 지원 4등급까지 확대

예년까진 5등급 차량에만 지원하던 경유차 조기 폐차 지원을 4등급 차량에까지 시행한다. 4등급 경유차는 2006년 배출혀용기준인 유로 4에 맞춰 생산된 차량으로, 3등급 차량에 비해 오염물질 발생량이 최대 12배 많다. 따라서 이를 확대 적용함으로써 자동차로 인한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여 공기를 정화하는데 목적을 둔 정책으로, 기존 5등급 차량은 차량가액 50%에 300만 원 한도까지 지원했는데, 4등급 경유차는 아직 지원금액이 결정되지 않았으니, 서울시는 대당 400만 원씩 매년 1만 대를 지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와 함께 기존에 지원하던 5등급 경유차 조기 폐차 지원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종료되므로 아직까지 보유하고 있다면 올해 안에 폐차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3. 고속도로 1차선 정속 주행시 벌금 부과

고속도로 정체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1차선 정속 주행에 대한 단속이 이뤄진다.

 

고속도로 1차선(버스 전용차로 시행 구간은 2차선)은 앞지르기 때만 사용할 수 있는 추월 차선이므로 일반 주행에서는 사용하면 안되지만 많은 운전자들이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1차선에서 정속 주행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원활한 교통 흐름에 방해되어 정체가 발생하게 되고 우측 추월 등으로 인한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7월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어 고속도로 1차선에서 정속주행하는 승용차는 범칙금 7만 원에 벌점 10점을 부과받게 된다. 단 도로 상황에 따라 차로가 적거나 80km/h 미만의 정체가 있는 경우 일반 주행차로로 사용할 수 있다.

 

 

4. 전기차 보조금 축소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구매보조금을 지급해왔으며, 한국은 2013년부터 민간에도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그러나 보급 속도가 점점 빨라짐에 따라 정부는 보조금을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고, 올해 역시 줄어들 예정이다. 환경부는 중대형 승용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기존 대당 6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소형 전기차 역시 보조금이 40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줄여들 예정이다. 대신 전체 지원액 규모를 늘려 지원 대상의 숫자를 늘릴 계획이다. 2022년 확정 금액은 1월 27일에 발표된 점을 고려할 때 올해 역시 이달 중으로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며,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 자료에서도 지원금을 줄이는 내용을 밝힌 바 있어 이 부분은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지자체별로는 국고 보조금 확정 이후 이를 기반으로 책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5. 휘발유 가격 인상

코로나-19로 인한 물류난이 끌어올린 유가를 러시아-우크라이나 침공이 부채질해 천정부지로 치솟자 정부는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내들어 이를 진정시키고자 노력했다. 다행히 코로나-19는 진정세로 접어들며 물류 상황이 원활해졌지만, 전쟁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어 유가에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지난해 말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를 올 4월 말까지로 4개월 더 연장하는데, 작년과 다른 건 일괄 37%로 적용되던 인하 폭이 유종별로 차등 적용된다는 점이다. 휘발유의 경우 25%로 인하 폭이 줄어 기존 516원/L인 유류세가 615원/L로 올랐다. 실제 지난해 말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최근 1년 중 가장 낮은 1526원까지 기록하기도 했으나 새로운 기준이 적용된 1월 1일부터 무려 11원이 오른 1,542원을 기록한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유류세 인하 폭 감소가 실제 가격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다행히 경유와 LPG는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된다.

 

6. 자동차 사고 시 보상 조건 강화

지난해까지는 자동차 사고가 발생하면 장기간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보험사에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는 일명 ‘나이롱 환자’들이 많았는데, 올해부터 시행되는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이 개정되며 이러한 행태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기존에는 경상 환자여도 진단서 등 입증자료 제출 없이도 기간 제한 없이 치료하고 보험금 청구가 가능했으나, 악용 사례를 근절하기 위해 4주를 초과하는 장기 치료를 받을 경우 진단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그리고 자동차 사고 발생 시 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상대방 보험사에서 치료비를 전액 지급하는 ‘대인 II’ 치료비에 대해서는 과실책임주의를 적용, 본인 과실에 해당하는 부분은 본인보험이나 자비로 처리하도록 바뀐다. 예를 들어 과실 비율이 7:3으로 나뉜 경우에도 가해자와 피해자의 치료비를 가해자 보험사가 전부 부담했으나, 바뀐 기준에 따라 가해자의 치료비는 과실 비율에 따라 30%만 피해자 보험사가 지급하고 나머지 70%는 가해자가 부담한다. 반대로 피해자 치료비는 피해자 보험사가 30%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가해자 보험사가 지급한다.다만 자전거나 보행자 등 차량 운전자를 제외한 보행자는 본인 과실이 있더라도 현행과 같이 치료비를 전액 보장한다.

 

또한 자동차 사고 시 병실이 부족한 경우 상급병실 입원에까지 입원료를 지원하는데, 기존에는 ‘의원급’에서도 상급병실 이용이 가능했는데, 이를 이용해 의원급에 상급 병실만 설치해 고가의 입원료를 청구하는 관행을 막고자 이제는 ‘병원급’만 상급병실 입원을 인정한다. 이 밖에도 자동차 보험에서 보장하는 수리비, 견인비, 친환경차량 대차료 인정 기준 등이 마련되는데, 특히 대물 배상 시 견인 비용도 약관에 명시되어 피해자와 보험사 간 견인비용 관련 분쟁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7. 자동차 번호판 봉인이 사라진다

과거 자동차 번호판 위변조를 막기 위해 후면 번호판을 쉽게 떼어내지 못하도록 좌측 나사를 스테인레스 캡으로 고정하는 ‘봉인’이 1962년 도입됐으나, 최근 기술 발달로 번호판 도난이나 위변조 차량의 실시간 확인이 가능해졌고, 위변조 방지 효과가 높은 반사필름식 번호판이 2020년부터 도입되자 정부가 드디어 봉인 제도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1월 3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봉인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에서만 시행 중이고, 일본에서는 경차와 이륜차에는 봉인을 부착하지 않고 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자동차번호판 봉인제 폐지를 통해 번호판 교체나 봉인 훼손 등에 따른 수수료 절약 및 봉인 발급이나 재발급을 위해 차량등록사업소를 방문하는 불편함도 없앨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자동차 신규 등록이 170만 건, 재발급 7만 8천 건이 있었는데, 봉인 평균 가격이 2천 원임을 고려하면 연 36억 원 정도의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봉인 폐지는 이륜차에도 적용될 예정인데, 현재 모터사이클의 구조상 장착이 나사를 이용해 고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22년에서 이어지는 것들

 

1.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지난해 차량을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은 긴 대기시간으로 인해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을 받지 못해 몇달만에 차량 가격이 적게는 몇십만 원에서 최대 100만 원 이상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뻔 했다. 그러나 정부에서 개별소비세 인하를 올 6월 30일까지 추가로 연장한 덕분에 작년 대기자는 물론이고 올해 구매를 결정하는 소비자들도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자동차 구입 시 개별소비세는 기본 5%가 적용되지만, 인하 조치로 인해 3.5%가 적용되어 차량가액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을 할인받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 다만 6월 30일 이후에 추가로 인하가 연장될지는 미지수이므로 올해 차량 구입을 고민하고 있고 차량이 인기 차종이라면 결정을 서두르는 것이 좋겠다.

 

 

2. 금리 인상, 자동차 할부에도 영향

지난해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며 예금 이자 상승에 즐거워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은행 대출 등의 이자 역시 크게 인상되어 기존 변동금리 대출을 이용하던 사람들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금리 인상의 여파는 자동차 시장에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자동차 그랜저를 48개월 할부로 구입 시 지난 11월 기준 최대 5%대로 적용되던 할부 금리가 지난 12월에는 8% 가까이 급등해 고금리 상태를 유지중이며, 타 브랜드는 차종과 할부 기간에 따라 금리가 11%를 넘긴 곳도 있고, 중고차 시장에서는 신용도에 따라 12%까지 오른 상황이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월 납입금이 10만 원 이상 올라 장시간 대기하고도 구매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전보다 구매를 위해 대기해야 하는 기간이 좀 더 빠르게 줄어들고 있으나, 대기 중인 소비자들 역시도 구매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어 자동차 브랜드들에서는 다양한 할부 금리 인하 프로그램을 내세워 소비자들을 붙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3. 경유차의 하락세, 여전히 이어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길어지며 치솟은 경유값은 전쟁이 장기화되며 계속 이어지는 모양새다. 정부에서는 유류세 인하 조치로 과열을 잠재워보려 노력했으나, 경유 가격에서 유류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효과를 보지 못하는 상황. 여기에 소비자들이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경유차를 선택하는 비중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에도 1분기에만 경유차 판매가 41% 줄어드는 등 신차 판매량이 계속해서 감소세를 이어가는건 물론이고, 중고차 시장에서도 디젤 엔진을 탑재한 차량은 인기 차종이어도 선택받지 못해 매물이 적체되고 있다. 이에 제조사에서도 디젤 차량 줄이기에 나서 세단의 경우 일부 인기모델을 제외하고는 점차 디젤 라인업이 사라지고 있으며, 수입차 시장에서도 기존에 디젤로 출시했던 모델을 점차 가솔린엔진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이러한 분위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여 앞으로 승용차 시장에서 SUV를 제외하고는 디젤 엔진 모델을 찾아보기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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