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미국 콜로라도 주의 파이크스 피크 마운틴에서 열리는 자동차 산길 오르막 경주 대회가 있다. 이 대회는 1916년에 처음 시작됐고, 지금은 ‘파이크스 피크 국제 힐 클라임 대회(PPIHC : 이하 파이크스 피크 힐 클라임)’이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이스가 됐다





파이크스 피크 힐 클라임에 참가한 차들은 고도차 1500m의 가파른 길을 달려야 하는데, 골인까지 걸린 시간을 측정해 순위를 매긴다. 이 코스는 단순히 가파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코스 길이는 19.99km에 불과하지만 코너가 무려 156개나 있다. 게다가 코스는 좁은데다가 한쪽 측면이 가파른 경사다. 코너에서 조금이라도 무리해서 속도를 냈다가는 바로 코스를 이탈해버리는데, 덕분에 해마다 많은 차들이 코스를 이탈해 가파른 경사를 데굴데굴 굴러 떨어지는 사고차가 속출한다. 높은 난이도 때문에 이 코스에는 ‘악마의 놀이터’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현재 파이크스 피크 코스의 최고기록은 리즈 밀렌 레이싱 팀이 보유하고 있다. 뜻밖에도 이 팀의 레이스카는 많은 부분을 개조한 현대 제네시스 쿠페다. 드라이버인 리즈 밀렌은 작년 파이크스 피크 힐 클라임의 타임트라이얼 부문에서 9분 46초 164의 기록으로 우승했고, 기록 방어를 위해 올해도 참가할 예정이다.









하지만 제네시스 쿠페의 연승 도전은 그리 만만하지 않아 보인다. 프랑스 자동차 메이커 푸조가 지난 23일 208 T16 파이크스 픽 레이스카를 공개했는데 그들이 밝힌대로라면 몬스터 중에도 진짜 몬스터격이기 때문이다. 208 해치백을 베이스로 만든 ‘208 T16’ 레이스카는 오는 6월 30일, 이 전설적인 힐클라임 대회의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개발된 모델이다.







푸조 208 T16은 사진만 봐도 벌써 평범한 차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카본파이버로 만든 보디와 공기순환이 잘 되도록 만들어진 후드, 천정의 에어인테이크와 측면 배기시스템, 그리고 복잡하게 엮인 실내의 롤 케이지를 확인할 수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온로드 세팅된 랠리카나 다름없다.









하지만 커다란 전방 스포일러와 납작하게 바닥에 깔리며 돌출된 사이드스커트, 게다가 르망레이스 우승차인 푸조 908 레이스카에서 가져온 거대한 리어 디퓨저와 리어윙은 보는 이가 위압감을 느낄 정도의 포스를 내뿜는다.







놀라기는 아직 이르다. 스펙은 상상을 초월한다. V6 3.2리터 엔진은 875마력을 내뿜고, 패들시프터로 컨트롤 하는 6단 시퀀셜 기어박스가 네 바퀴로 동력을 전달한다. 푸조가 공개한 208 T16의 가속력은 경악할 만한 수준이다. 0-100km/h 도달시간 1.8초, 4.8초 만에 200km/h를 돌파해, 스톱워치가 7초를 지날 때는 최고속도인 240km/h에 도달한다. WRC 랠리카 중에도 이런 괴물은 없다.



강성과 경량화를 위해 프레임은 속이 빈 강철 관재를 용접해 만들었고, 여기에 탄소섬유 복합소재의 외관을 씌웠다. 서스펜션은 앞/뒤 모두 더블위시본 방식이며, 유압 더블 서킷 캘리퍼와 내부가 빈 카본 디스크 방식 브레이크시스템을 적용했다. 여기에 F1 기술을 응용해 특수 개발한 타이어가 결합되어 추진과 제동을 책임진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대부분의 인테리어를 제거한 실내에는 운전에 필요한 최소한의 장치와 디지털 클러스터만 놓여있다. 레이싱 시트 또한 카본파이버 소재이며, 알로이 페달, 알칸타라를 입힌 스티어링 휠과 패들시프터가 드라이버를 위한 유일한 편의장비다. 이러한 극단적인 경량화의 결과로 208 T16의 총 중량은 875kg에 불과하다.







자동차 메이커의 웍스 팀이 대회를 위한 전용 레이스카를 개발했다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드라이버다. 시트로엥 랠리 팀에서 WRC 9연패를 이룩한 베테랑 드라이버 세바스티앙 롭이 푸조 208 T16을 타고 대회에 출전하게 된다. 세바스티앙 롭은 랠리 뿐 아니라 작년 FIA GT에서 우승하며 온로드/오프로드 모두 뛰어난 실력을 가진 드라이버임을 과시했다. 두 메이커가 PSA 푸조 시트로엥 그룹의 계열사이기에 가능한 환상의 콜라보레이션이다.











최강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머신과 최고의 드라이버의 만남, 푸조는 파이크스 피크에서 현대 제네시스의 기록을 깰 수 있을까? 진짜 몬스터의 활약을 기대해 봐도 좋을 듯 하다.


<바로가기> http://www.ppihc.com/ 파이크스 피크 인터내셔널 힐 클라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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