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폴로의 돌풍이 거세다. 마치 골프가 국내에 처음 런칭하던 2009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요즘 수입차 시장에서 폴로는 높은 관심의 대상이자 돌풍의 주인공이다. 폴로의 성공 여부를 눈여겨보는 사람들 역시 무척이나 많다. 폭스바겐은 물론이고 국내외 여러 메이커의 실무 담당자들은 하나같이 폭스바겐코리아가 내놓을 폴로의 판매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폴로가 우리나라 수입차 시장에서 성공하느냐 못하느냐 결과를 두고 여러 메이커들의 정책적인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실 많은 메이커들이 우리나라에 도입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고민 중인 소형 모델들은 생각보다 많다. 출시를 고려하고 있더라도 가격을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인 메이커들과, 가격 까지 어느 정도 정해 놨다 하더라도 초도 물량을 얼마나 들여올지 또 고민 중인 메이커들이 꽤나 있을 것이다. 폴로는 이렇게 고민이 많은 다른 메이커들에게 나름의 지표를 제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폴로가 생각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둘 경우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판단 아래 소형 수입차 모델의 수입은 늦춰지거나 유보될 가능성이 높고, 폴로가 기대보다 많이 팔린다면 이제 수입차 시장의 다변화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가지고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폴로의 흥행 여부는 단순히 하나의 모델의 성공과 실패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누군가는 폴로를 동일 세그먼트에서 적수를 찾을 수 없는 최강모델이라 말하기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요즘 세상에 그런 모델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게 사실이라면 폭스바겐은 얼마나 좋을까 싶겠지만 경쟁이 심한 자동차 시장에서 적수가 없을 수는 없다. 자동차 제작 기술이 대부분 상향평준화된 이 시점에서 적수가 없는 그런 완벽한 차를 만들 수 있는 메이커는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라이드매거진은 폴로와 함께 이야기를 풀어나갈 라이벌을 정해보기로 했다. 편집부 기자들이 한참을 고민해봤고, 여기저기 의견도 구해봤다. 그래서 그 결과 비교 대상의 주인공을 푸조의 208로 낙점했다. 물론 이런 결정에 “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 있으리라 본다. 사실 국내에서 폴로에 비해 한참 적은 관심을 받고 있는 208은 폴로와 비교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비슷한 특장점을 가지고 있고, 또 완벽하게 다른 차이점 역시 가지고 있는 모델이다. 하지만 이 둘을 함께 붙여 풀어내는 이야기는 차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상당한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폴로와 208은 서로 다른 성향의 차다. 두 모델이 추구하는 바도 두 메이커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방향도 다르다. 하지만 이 두 모델을 붙여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기계적인 스펙에 있다. 이 둘의 제원표를 나란히 붙여놓고 보면 아마도 누구나 쉽게 고개가 끄덕여 질 것이다. 표를 보면 알겠지만 사실 이 둘의 제원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동일 세그먼트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이견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은 것들이 비슷하다. 특히 두 가지 종류의 모델이 국내에 판매되는 푸조 208의 경우 폭스바겐이 국내에 판매하는 폴로 R라인과 동일한 1.6 디젤모델의 제원표만 놓고 보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숫자들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떤 부분에서 누가 앞서는지를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바로 이 두 모델을 함께 붙여 풀어낼 수 있는 첫 번째 이야기다.
  

서로 붙여놓고 숫자를 비교하니 그렇지 이 둘을 따로 떼어놓고 체감 성능을 비교해 보라면 어느 정도의 성능 차이가 난다고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물론 엔진 필링을 비롯해 주행 성격에서 분명한 차이가 나겠지만, 그 성격이 차에 대한 절대적인 평가 기준이 될 수는 없으니 그걸 가지고 쉽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렇게 비슷한 기계적인 스펙을 가진 두 차의 가격이 약 500만원이나 차이난다는 사실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폴로의 손을 들어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두 메이커의 해외 판매 가격을 찾아보면 국내 가격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있다. 두 메이커의 유럽 홈페이지에 기재된 가격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폭스바겐의 폴로는 가장 저렴한 S모델의 가격이 10,650유로이고 가장 고가인 GTI모델의 가격이 19,570유로인데 현재로서는 그 중 중간에 해당하는 R-LINE 하나의 모델만을 들여온다. 푸조 208은 폴로보다 배기량이나 트림의 선택 폭이 훨씬 다양한데 가장 저렴한 트림이 1.0 VTI ACCESS 3DR 모델로 9,995 유로이고 가장 고가의 모델은 1.6 THP GTI 3DR 모델이다 . 푸조는 이 중 1.6 e-Hdi 모델의 3도어, 5도어 모델과 1.4 e-Hdi 모델의 5도어 모델을 들여온다. 해외의 가격만  봐도 수입되는 208의 가격대가 폴로의 가격대보다 다소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으니, 푸조를 수입하는 한불모터스가 무턱대고 높은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가격을 비교하면서 눈여겨 봐야 할 부분도 있다. 바로 옵션에 관련된 것들인데 폴로가 가격이 저렴한 대신 내비게이션이 빠진 기본형 오디오를 장착했고, 208은 폴로에 비해 가격이 약간 높은 대신 한국형 내비게이션이 기본으로 제공되는 통합멀티미디어 시스템을 장착한 것 등 옵션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특히 폴로는 풀오토에어컨, 오토라이트, 열선시트, 스티어링휠리모컨 등의 옵션이 제외된 기본형에 가까운 모델이라 출시했을 당시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참고로 이 옵션들은 208에 탑재된 것들이라 두 메이커의 정책 차이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국내 준중형 모델들의 옵션사항이 평균적으로 워낙 고사양이라 해외 소비자들에 비해 옵션에 민감한 편인데 폴로의 저렴한 가격을 선택할 것인지,  208의 다양한 옵션을 선택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사실 이 두 모델은 해외에서도 많은 비교를 당한다. 여러 가지 장점과 특성들이 함께하는 모델이다 보니 두 모델이 판매되는 나라의 여러 자동차 관련 매체에서 자세히 비교 분석하는 기사가 많이 진행된다. 라이벌 대결이라는 타이틀 등으로 진행된 이와 같은 기사가 많았던 이유는 이 둘의 상품성이나 경쟁력이 그만큼 비슷하기 때문이다. 



꼭 두 모델을 비교하는 기사가 아니더라도 같은 세그먼트의 모델들을 비교하는 기사에서도 이 두 모델은 꼭 등장해 매력을 뽐낸다. 물론 기사마다 최종적으로 이 두 모델이 동일 세그먼트의 최강 모델로 선택되지는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이 두 모델이 시장에서 경쟁 모델이라는 사실 하나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럼 이 두 모델의 메이커인 폭스바겐과 푸조는 소비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이 두 모델이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보이길 원하고 있을까? 바로 여기서 이 두 모델의 차이점이 가장 확연히 드러난다. 사실 제조사의 메시지를 가장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광고를 보는 것이다.
 

폭스바겐의 첫 번째 광고 동영상은 폴로가 결코 비싼 차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가장 낮은 트림의 가격이 얼마나 저렴한지, 비유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마트에서도 부담 없이 살 수 있다 할 수 있을 정도로 부담 없는 가격의 모델임을 말해준다. 실제로 폴로는 폭스바겐의 라인업 중 경차인 업 바로 위에 위치한 모델이며 가격도 업을 제외하면 가장 저렴하다.
 

지금부터 보여줄 광고 동영상은 폭스바겐이 폴로에서 말하고 싶은 장점이 저렴한 가격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듯한 소중한 딸에게 처음 사주는 차. 이 동영상에는 많은 의미가 있겠지만 역시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카피에서도 볼 수 있듯 안전이다. 폭스바겐은 사랑하는 딸에게 안심하고 사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지만 안전한 선택이 바로 폴로라 말하고 있는 것이다.   

폴로의 광고 영상 중 재미를 추구하는 영상도 수 없이 많다. 특히 광고를 전공한 사람이라면 폭스바겐이 말하는 즐거움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법도 한데 폭스바겐은 폴로의 광고에서도 재미있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이 광고는 코믹과 약간의 섹스어필을 넘나들며 폴로라는 모델에 대해 위트 있게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푸조가 말하고 싶어 하는 208의 이미지는 어떨까? 푸조는 역시나 프랑스 감성을 말하려 노력한다. 어차피 레이스에서 입증 받은 2XX시리즈의 성능적인 기본기야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지 세련됨과 아름다움을 집중적으로 전달하려 노력한다. 영상의 분위기 역시 프랑스 메이커답게 충분히 고급스럽다.
 

하지만 세련됨이나 고급스러움만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208을 타면 인생이 얼마나 즐거울 수 있는지 코믹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폭스바겐이 가격 혹은 안전 같은 비교적 구체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과는 다르다. 좀 억지스러울지도 모르겠지만 영상처럼 세련되고 위트가 넘치는 사람들이 푸조를 선택해 줬으면 하는 느낌을 준다.
 
 

중간 중간 푸조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보여주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하는 재미있는 요소들로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눈여겨봐야 할 요소다. 해외의 자동차 광고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나라 자동차 광고들이 얼마나 재미가 없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될 수밖에 없다.
  

이 두 모델의 이야기를 하면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있다. 바로 레이스다. 사실 이 부분이 라이드매거진 편집부가 독자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했다. 이 두 모델의 가장 큰 공통점은 메이커가 선보이는 엔트리급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랠리에 참가하는 모델의 베이스가 될 정도로 자동차로서 탄탄한 기본기를 갖췄다는 점이다. 게다가 단순히 랠리에 참가하는 수준이 아니라 두 모델 모두 쟁쟁한 우승후보라는 점에서 다른 메이커들의 엔트리 모델들과는 근본적인 DNA 자체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랠리카로 선정된다는 것은 엔진의 성능이나 차체의 강성 같은 자동차의 기본기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다양한 극한의 환경에서 드라이버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고 다른 팀과 경쟁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성능이 뒷받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랠리카는 일반 차량들과 비교했을 때 많은 부분이 오로지 랠리의 성격에 알맞게 변경되긴 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성능이 우수한 모델이 랠리카로 결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푸조의 208과 폭스바겐 폴로는 1.6리터의 엔진을 탑재했고, 민첩한 핸들링을 자랑하는 모델이기 때문에 레이스 모델의 베이스가 되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레이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푸조의 2XX 시리즈가 그와 관련된 얼마나 많은 히스토리를 가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 동안 랠리에서 푸조는 무척이나 강력한 우승 후보였고, 실제로 많은 우승을 거머쥐면서 레이스 참전 메이커로서 위대한 히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푸조의 가진 자동차로서의 기본적인 성능 이야기를 꺼낼 때 랠리 이야기를 하는 것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위 사진은 푸조모터스포츠가 공개한 208 타입 R5로 2XX 모델의 계보를 잇는 모델이다.   



위 사진은 208과 1980년대에 랠리를 석권했던 205 모델이 함께 달리는 모습이다. 205 T16모델은 1983년부터 1999년 까지 생산된 모델로 1980년대의 WRC 그룹 B 에서 많은 활약을 했다. 지금은 WRC의 규정이 보다 엄격해 지면서 작은 차체에 큰 엔진을 장착하는 것이 금지됐지만 그 시기에는 그렇지 않아 205 같은 몬스터 모델들이 참가할 수 있었다. 



205의 계보를 잇는 206은 2000년, 2001년, 2002년 내리 3년 동안 WRC 제조사 종합우승을 차지하며 전설을 기록했다. 206의 3년 우승의 기록은 205가 푸조 랠리의 최고 전성기라 생각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푸조의 전성기가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해 보인 셈이다. 이렇게 화려한 기록을 가지고 있는 2XX 시리즈이기에 랠리에서 지금의 208을 무시할 수 있는 메이커는 솔직히 아무도 없다.



208을 베이스로 한 모델이 해마다 미국 콜로라도 주의 파이크스 피크 마운틴에서 열리는 자동차 산길 오르막 경주 대회인 ‘파이크스 피크 국제 힐 클라임 대회(PPIHC)’에 참가하는 것도 눈여겨 볼만한 사실이다. 아무리 대회의 특성에 맞게 차량을 개조한다고 하더라도 차량의 기본기가 그 만큼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런 시도 자체를 할 수 없지 않을까?  

레이스에서 이렇게 엄청난 역사를 가진 푸조와는 달리 폭스바겐 폴로는 WRC에 뛰어든 지 얼마 안 된 신참이다. 폭스바겐은 2011년부터 2012년까지 2년에 걸쳐 폴로를 베이스로 폴로R 월드랠리카 개발에 나선다. 폭스바겐이 WRC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2011년의 WRC 차량 규정 변화가 폴로에게 유리한 조건이었기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폴로R 랠리카가 본격적인 활약을 시작한 것은 2013년인 올해부터다. WRC 1차전인 스웨덴 랠리가 바로 폴로R 랠리카의 WRC 데뷔였는데, 데뷔 첫 경기에 시트로엥 팀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보통 처음 랠리에 참가하는 팀은 탈락하지 않고 완주만 해도 성공이라고 하는데, 이는 아무리 천하의 폭스바겐이라 해도 그 만큼 랠리가 쉽지 않은 도전임을 의미한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첫 도전에서 2위라는 엄청난 결과를 기록하며 많은 팬들을 놀라게 한다. 게다가 스웨덴과 멕시코, 포르투갈 랠리에서 멋지게 우승을 차지하며 첫 2위가 운이 아닌 실력임을 화끈하게 증명했다.


 

참으로 닮은 곳도 많고 다른 곳도 많은 두 모델인 푸조 208과 폭스바겐 폴로. 현재 국내 시장 반응에서는 폴로가 많이 앞서나가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208의 매력과 기본기 탄탄한 저력 역시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폴로가 시장에서 성공하게 된다면 앞으로 수입 소형차를 바라보는 시각이 좋아지고, 세그먼트의 선호도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어 208의 판매량 증가에도 적지 않은 기대를 해 볼 수 있을 듯하다.
  

기사의 서두에 언급한대로 두 모델을 함께 붙여 풀어내는 것만으로 차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요소는 충분하다. 묘하게 비슷하면서도 또 철저하게 다른, 하지만 분명 둘 다 나름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두 모델. 이 두 모델의 국내 흥행 성적표에 앞으로 우리나라 소형 수입차 시장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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