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서울모빌리티쇼에서 기아가 대중에 처음 실물을 공개한 EV9는 현대차그룹 산하 브랜드에서 선보이는 첫 대형 전기 SUV인 만큼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취재진은 물론이고 다른 브랜드의 담당자들도 실물을 살펴보며 호평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 메인 무대 뿐 아니라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EV9 GT 라인을 별도로 전시할 만큼 기아는 EV9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기차답게 깔끔한 외관을 보여주지만, 그 안에서 기아만의 디자인 특성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 더해졌다. 특히 전면부의 경우 전기차는 별도의 흡기구가 필요 없다는 점과 공기역학적 측면을 고려해 최대한 밀폐형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EV9는 기아 디자인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타이거 페이스’를 만들어내기 위해 그릴 자리를 덮은 대신 주변으로 장식을 더하고 헤드라이트와 주간주행등을 더해 패밀리룩을 완성했다. 측면은 박스 형태지만 후면에서 치켜올린 벨트 라인과 스포일러로 스포티한 느낌을 보여준다. 앞 펜더 위 주름이 도어 부근에서 삼각형으로 벌어지며 부드러운 곡선의 도어로 이어지는, 그리고 다시 뒤 펜더에서 삼각형으로 마무리되어 각을 잡은 형태가 차량의 볼륨감과 강인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실내에선 1열보단 2, 3열에 눈길이 간다. 아무래도 스위블 시트 기능 때문일 텐데, 바깥쪽으로 돌려 내리기 편하게 하거나 안쪽으로 돌려 3열과 마주보게 해 회의 등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어 편의성이 좋다. 콘솔 박스는 뒤쪽으로 연장 가능하고 연장부는 덮개를 열면 수납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기 좋겠다.

운전석에서는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를 적용했고, 기아 최초로 컬럼 타입 전자식 변속 레버를 적용해 조작이 간결하고 중앙 콘솔의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공조장치 제어부는 중앙 송풍구 하단에 배치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사이에 배치해 놓은 점도 인상적인 부분. 기존 미디어 프리뷰 행사에서 봤던 대시보드 가니시에 내장된 단축기 버튼은 시동을 끈 상태에서도 버튼 디자인을 노출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파워트레인은 150kW 모터의 후륜구동과 283kW 전후륜 모터 기반의 사륜구동 2종류로 출시된다. 여기에 그동안 현대차그룹에서 출시한 전기차 중 가장 큰 용량인 99.8kWh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으로 500km 이상(국내 기준, WLTP 기준은 541km)의 주행 거리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고성능 버전인 GT 모델까지 더해 총 4개 라인업이 운영될 예정이다.

이번 EV9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역시 고속도로 자율주행 기능이다. ‘그동안에도 있던 것 아니냐’고 생각하겠지만, 그동안에 있었던 것들은 모두 ‘주행보조’ 기능, 즉 운전자가 주도적으로 차량을 제어하는 상황에서 부가적으로 조작을 보조하는 기능이었다면, 이번 기능은 이름 그대로 ‘자율주행’, 즉 특정 조건 하에선 운전의 주도권을 자동차가 맡게되고 운전자는 긴급한 상황에서의 조작만을 맡게 되는 것이다. 이름에서도 기능에 따라 사용 가능한 용어가 법적으로 달라지는데,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나간다고 평가받던 테슬라 역시 자사의 주행보조 기능 ‘오토 파일럿’이나 ‘풀 셀프 드라이빙’에 대해 ‘차량이 스스로 주행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명시해놓을 만큼 두 용어가 갖는 의미가 크게 다르다. EV9에 탑재된 기능은 미국자동차공학회(SAE)에서 분류한 기준으로 따졌을 때 3단계 ‘조건부 자동화’에 해당하는 것으로, 시스템이 주도적으로 상황을 파악해 운전하고 상황이나 필요에 따라 운전자에게 운전을 요청할 수도 있다. 즉 운전자는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고 휴대폰 메시지를 확인하거나 음료를 마시는 등의 ‘합법적인 딴 짓’이 가능하지만, 시스템의 요청으로 언제든 다시 스티어링 휠을 잡을 수 있는 상태로 대기해야 한다. 즉 기능을 작동시키고 잘 수는 없다는 것.

이 밖에도 각종 충돌 방지 기능을 비롯한 안전, 편의 기능들이 다양하게 탑재되며, 무선(OT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차량을 구입한 이후에도 추가 기능을 구입할 수 있는 기아 커넥트 스토어 등의 신기술도 적용됐다.

EV9의 출시는 올 2분기 중으로 예정되어 있으며, 현재 진행중인 정부 인증 절차가 마무리되면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와 가격 등의 공개와 함께 먼저 EV9 2WD, 4WD 모델의 사전 계약을 실시할 예정이다.

기아는 이 밖에도 EV6 등을 전시하고 자사 전기차에 탑재되는 V2L 기능을 이용한 니로 EV V2L 버스킹 존을 만드는 등 전기차 중심의 라인업으로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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