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장은 이상하리만치 큰 차에 대한 선호도가 강하다. 그러다 보니 경차에 대한 수요가 날이 갈수록 줄고 있지만, 경차만이 갖는 매력이 있어 숫자는 적어도 꾸준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지비 절감으로, 구입할 때 취득세가 면제되는 건 물론이고, 구입 후에는 저렴한 자동차세와 높은 연비로 사회 초년생이 운용하기에도 부담이 적다. 여기에 경차하면 빼놓을 수 없는 통행료 및 공영주차장 요금 50% 할인 혜택은 얼마나 쏠쏠한가. 1가구에 경차 한 대만 보유하고 있다면 연 최대 20만 원까지 유류세를 지원하는 혜택(주유시 리터 당 할인 형태로 제공)까지 더해지면 고배기량의 모터사이클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적은 유지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경차 시장을 대표하는 두 모델 중 하나였던 쉐보레 스파크가 단종되며 아쉬움을 남겨 나머지 하나의 대표 경차인 기아 모닝 역시 같은 수순을 밟지 않나 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이를 불식시키듯 완전변경 수준에 버금가는 신제품 더 뉴 모닝이 지난 4일 출시됐다. 가장 먼저 신차를 볼 기회가 마련되어 인천에 위치한 기아 플래그십 스토어를 찾아 실물을 살펴보았다.

첫인상은 ‘내가 알던 모닝이 맞나?’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크기상으론 분명 경차가 맞는데, 전면부 디자인이 경차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닌 것이, 최근에 나오는 기아의 신차들에 두루 적용되고 있는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이 주간주행등에 적용됐는데, 이는 가장 최근에 시승했던 기아 EV9에도 적용됐던 디자인이다. 한 브랜드의 차량을 하나의 통일된 이미지, 패밀리룩으로 디자인하는 것이 요즘의 추세긴 한데, 얼마전 플래그십 전기차의 디자인을 가장 작은 경차에서 다시보게 되니 기분이 묘하긴 하다. 이 주간주행등 아래로 수직 헤드램프를 배치한 것 역시 개수 정도에서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다른 기아 모델들과 동일한 구성이다. 여기에 그릴을 최소화하고 범퍼는 면 처리를 간결하게 구성해 역동적인 느낌을 살렸다고. 측면에선 주간주행등에서 이어지는 캐릭터 라인이 후미등까지 이어져 역동성을 보여주며, 독특한 디자인의 16인치 휠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후면은 전면과 마찬가지로 좌우 리어램프가 하나로 이어지는 디자인을 갖춰 통일성을 더했다.

실내는 변화폭이 상당하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운전석 쪽이 아닐까. 계기판의 디지털 클러스터도 큰 변화지만, 그보다 더 충격적(?)인 건 스티어링 휠에 더해진 몇 개의 버튼들이다. 바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기능이 추가됐기 때문. 물론 지난해 출시된 현대 캐스퍼에서도 ACC 기능이 추가됐지만, 오래전부터 봐왔던 모닝에 적용됐다니 어쩐지 좀 낯선 느낌이다. 그래도 기왕 투입하는 만큼 현대차그룹에서 두루 적용하고 있는 최신의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정차 후 재출발은 미지원)이 적용되어 속도를 스스로 조절해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는 건 물론이고 과속 위험 구간에서는 스스로 속도를 낮춰준다. 모닝이! 여기에 차로 이탈방지나 차로 유지보조, 하이빔 보조 등의 기능까지 더해지면 이제는 모닝과 함께 장거리 운전도 거뜬히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8인치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은 없으면 아쉬운 편의기능인 후방카메라는 물론이고,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 등의 커넥티비티 기능을 지원해 취향에 맞춰 사용할 수 있다. 1열에 USB-A 타입과 C 타입 충전포트 각 하나씩을 장착해 전자기기의 빠른 충전이 가능하다. 여기에 2열 탑승객을 위해 콘솔박스 뒤편으로 USB-C 타입 충전포트를 적용해놓았다. 또한 1열 충전포트 위아래로 수납공간을 마련하고 컵홀더는 상황에 따라 접을 수도 있어 작은 공간이지만 다양한 구성으로 알차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2열 시트를 접어 평평하게 구성할 수 있는 건 물론이고, 시트를 접지 않은 상태에서는 트렁크 바닥면을 낮춰 좀 더 넓게 사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도 더했다.

파워트레인은 이전과 동일한 가솔린 1.0 엔진에 4단 변속기 구성으로, 최고출력 76마력, 최대토크 9.7kg‧m의 성능을 낸다. 공인연비는 14인치 휠 기준 15.1km/L로 우수하다. 주행보조 및 안전 기능으로는 전방/후측방/후방 교차 충돌 방지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안전하차 경고 등이 있다.

기아는 이번 더 뉴 모닝 출시와 함께 모닝 2인승 밴도 새로운 디자인으로 선보였다. 이번 신형에서는 6개의 에어백을 투입해 안전성을 강화했으며, 8인치 디스플레이, 후방 모니터, 1열 USB-C타입 충전 단자를 기본 적용했다. 더 뉴 모닝의 가격은 트렌디 1,315만 원, 프레스티지 1,485만 원, 시그니처 1,655만 원이며 밴 모델은 트렌디 1,290만 원, 프레스티지 1,360만 원이다.

요즘은 경차 가격도 예전에 비해 많이 올라 경차 최상위 등급을 살 돈이면 준중형차 기본형을 구매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차는 산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세금, 유류비, 정비비 등 각종 유지비까지 고려할 때 경차를 능가할 수 있는 차는 없다. 구입부터 사용까지, 여러 면에서 고려했을 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역시 경차고, 그런 점에서 이번 기아 더 뉴 모닝의 등장은 경제적인 자동차 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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