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기업들의 발전상은 자전거에 동력장치를 부착하며 시작하거나, 이미 항공 기술로 기반을 닦은 후 업종전환을 하는 식으로 흘러왔다. 전기차와 수소차 e-퓨얼 등 새로운 연료를 매개로 이동 수단의 진화가 이뤄지고 있고, 우리는 AI, 메타버스, 초전도체 등 기술들이 주목받는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뷸렛은 인도의 로얄엔필드에서 1932년도에 출시한 대표 모터사이클이며 90여 년간 최대한 원형을 유지하며 살아남은 제품이다. 9월 1일 인도 남부 타밀 나두 주의 첸나이에서 100년 가까운 세월을 버텨온 뷸렛의 최신 모델인 뷸렛 350의 론칭이 있었다.

인도 로얄엔필드 본사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제품인 뷸렛 350을 공개하고자 전 세계의 모터사이클 저널리스트들을 그들의 심장부인 첸나이에 초대했다. 자사의 첫 모터사이클을 개발한 1901년 이후 티루보티유르(Tiruvottiyur)과 오라가담(Oragadam) 공장에 이어 인도에 있는 3번째 생산시설이 이곳 첸나이 부근 발람 바다갈(Vallam Vadagal)에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 일본, 호주, 한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모인 모터사이클 저널리스트들을 초청한 것도 현재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로얄엔필드의 위상과 자존심을 드러내는 스웨그로 전달됐다.

인종, 종교, 언어, 음식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다양성이 혼재된 국가인 인도에서도 민족적 자긍심이 가장 높은 지역인 인도 남부는 힌디어를 사용하는 인구가 적고 타밀어를 사용하는 구성원들이 많다. 온화한 날씨와 개척을 기다리는 넓은 토지를 지닌 첸나이는 인도의 디트로이트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현대, 르노, 닛산 등 세계적 브랜드의 대량 생산 기지가 진출해 있는 곳이기도 하며 이 사실은 초청된 기자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

첸나이에 있는 로얄엔필드 테크센터는 영국에 있는 기술센터와 더불어 그들의 핵심이다. 디자인과 기술개발, 마케팅 등 첸나이 기술센터에는 900여 명의 인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전 세계 로얄엔필드 전략의 중추적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편, 발람 바다갈의 공장은 약 4천여 명의 노동자가 매일 3천여 대의 모터사이클을 생산해내고 있었으며 촘촘하게 세분화 된 제품 검증 절차가 인상적이었다. 테크센터와 공장 모두 촬영이 불가한 지역이라 눈으로만 담고 왔지만, 모터사이클에 들어가는 모든 부품, 나사 하나까지도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테스트를 수행하고 있었다.

3박 4일 일정의 론칭 행사 마지막 날 새롭게 일신한 뷸렛 350을 시승할 수 있었다. 90여 년간 형태를 온전히 유지해온 제품이라는 것은 기나긴 시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쟁, 도전들을 극복해왔다는 의미이며 그 기간 동안에 라이더들의 선택을 받아왔다는 방증이다. 새로운 뷸렛 350 론칭의 캐치프레이즈인 ‘Bullet Meri Jaan’에서 Meri Jaan은 힌디어로 ‘나의 삶, 나의 자부심, 나의 사랑’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언제나 라이더들과 함께 해온 뷸렛에 대한 애정을 담은 표현이다.

올 블랙에 골드로 멋을 낸 뷸렛 350의 외관은 수수함 그 자체다. 모터사이클의 원형이란 문법을 충실하게 지키고 있고 단기통 349cc 엔진을 둘러싼 모든 부분, 휠, 펜더, 핸들, 프레임, 연료탱크까지 이질적이거나 특별해 보이는 부분은 없다. 그저 모터사이클인 것이다. 탠덤 라이더에게나 싱글라이더 모두에게 편안함을 선사할 긴 시트가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너무 평범해서 기억에 남지 않는 감각이라기보다는 꾸민 듯 꾸미지 않아 보이는 절제미가 보였다. 올 블랙으로 치장한 외관에 고급스러운 금빛 마감을 한 부분이 더욱 그렇다.

2022년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로얄엔필드의 클래식 350도 사실 뷸렛의 파생인 만큼, 디자인과 구성에서 큰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일자형 긴 시트 때문에 곡선 형태의 감각보다 직선적인 아름다움인 아르데코의 모습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시동을 걸고 기어를 변속하면서 느꼈던 체감은 클래식 350과 상당히 차이가 났다. 과장을 좀 더 하자면 전기 바이크가 아닌가 싶을 만큼의 정숙함이 있었다. 같은 J엔진을 사용했는데도 이렇게 질감이 다를 수 있을 줄은 몰랐을 만큼. 진동이 거의 없었고 사운드는 얌전했다. 저단에서도 90 km/h 이상 주행에서도 사이드미러가 흔들려 시야가 번지는 느낌을 받지 못할 정도였다.

진동 폭이 감소했기에 주행 질감도 상당히 직관적으로 전달됐는데, 엄청나게 부드럽고 매끄럽다고 느껴졌다. 조금 제한적인 느낌의 1단 기어를 빨리 생략하고 나면, 좀 더 폭넓은 활용이 가능한 2단 기어,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 3~5단 기어까지 경쾌하게 즐길 수 있었다. 뷸렛 350의 선형적인 토크 상승을 제어하던 제동력은 기대 이상이었고, 그중에서 리어 브레이크가 좋았다. 프론트에 300mm, 리어에 270mm로 설정된 디스크 브레이크와 2채널 ABS는 상당히 파격적이었던 도로 상태에서도 든든하게 작동됐다.

뷸렛 350도 클래식 350처럼 최고 시속이 140km/h 이하이기에 과속을 즐기는 유형의 라이더들에게 권장할 모델이 아닌 만큼, 편안하고 안정적인 주행을 이어갈 수 있는 서스펜션이 장착됐다. 프론트 41mm 텔레스코픽 형태이며 리어에는 6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트윈 튜브 형태의 서스펜션이 견고하게 지지해줬다. 핸들 폭은 좌우 어깨에 무리가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편안한 사이즈였고, 핸들 그립 뭉치 옆에는 라이딩에 필수적인 버튼으로만 구성됐고 라이딩 포지션도 클래식 350처럼 책상에 앉은 자세 그대로 유지됐다. 시트고는 805로 평범했다.

많은 인원들이 제한된 시간 내에 시승을 해야 했기에 뷸렛 350에 대해 파악하기 어렵지 않을까 했었지만, 이번 시승 행사는 클래식 350과 혹은 메테오 350과 비슷하면서 다른 지점들이 확실하게 전달된 시간이었다. 적당한 중량감이 느껴지는 무게중심과 심플한 단기통의 특성이 공통적이었다면 뷸렛 350은 기존 로얄엔필드의 모델들에 비해 얌전하고 수수한 매력이 잘 전달됐다. 특별히 치우쳐진 부분이 없기에 대중적인 피드백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나 뷸렛을 오랜 시간 라이더들이 사랑해온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라고 확신하게 됐다. ‘강하다는 것은 오래 살아남았다는 것’이라는 밈이 유행하듯이. 평범하다는 가치를 지켜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아는 나이가 됐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사진 제공 – 일본의 PCI Toru Hasega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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