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아이오닉 시리즈를 앞세워 전동화의 흐름에 대응하고 있다. 아이오닉 5나 아이오닉 6 모두 국내외 시장에서 호평받고 있는 가운데, 드디어 기다리던 모델이 등장했다.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인 N의 이름을 단 아이오닉 5 N이 그 주인공. 지난 굿우드 페스티벌을 통해 처음 모습을 드러낸 아이오닉 5 N이 드디어 출시되며 고성능 전기차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한다. 기존 아이오닉 5와는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N의 이름에 걸맞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승회장으로 향했다.

평소 같으면 일반도로에서 시승을 진행하겠지만, 아이오닉 5 N의 진면모를 경험하기엔 제약사항이 많다. 그래서 오늘의 시승회 장소도 아이오닉 5 N의 고성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충남 태안에 위치한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가 낙점됐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면 행사 당일 억수같이 내리는 빗줄기다. 와이퍼를 작동시키지 않으면 시야가 확보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비여서 원활하게 진행될까 우려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아이오닉 5 N의 드리프트 실력을 확인하는 코스도 마련됐는데 이렇게 비가 많이 오니 따로 물을 뿌리지 않아도 차가 잘 미끄러져 확실하게 성능을 확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코스는 아이오닉 5 N의 운동성능을 확인하는 슬라럼 코스로, 순간적인 가속력과 핸들링, 차량의 운동성능과 브레이킹 등 차량 전반을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다. 주행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바꾸고 인스트럭터의 안내에 따라 가속페달을 밟아 코스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우선 출발하는 과정에서부터 내연기관과 달리 토크가 즉각적으로 뿜어지니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속도에 주춤하게 된다.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낮추고 첫 번째인 방향 전환 코스에서 좌로 우로 차를 돌려나간다. 분명 배터리로 인해 2톤이 넘어가는 무게임에도 전혀 의식할 수 없을만큼 민첩하게 방향 전환이 이루어진다. 방향 전환 후 다음 코너를 향해 가속 페달을 밟아야 하는데 워낙 토크가 세게 뿜어져 처음엔 당황했지만, 워낙 재빠른 방향전환이 이루어져 나중에는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도 스로틀 오프만으로 충분히 코스를 통과할 수 있었다.

좁은 헤어핀 커브에서 고무 고깔을 건드리지 않고 지나려면 적절한 감속이 필수다. 어느 순간 내리는 비를 의식하지 못하고 브레이크를 깊이 밟았지만 마치 마른 노면에서 타는 것 못지않은 제동 성능을 보여준다. 감탄할 새도 없이 다음은 8자 원돌기 코스로 진입한다. 너무 느리면 시간이 지체되고, 너무 빠르면 언더스티어가 발생해 이 또한 시간 지체의 원인이 된다. 섬세하지 못한 조작으로 적정 속도 이상으로 진입하니 토크에 제어가 걸리는 느낌과 함께 점점 벌어지려던 라인이 원하는 라인으로 다시 좁혀진다. 주행보조 기능과 안전 기능의 발달에 감탄하고는 마지막 연속 방향전환 코스로 달려간다. 흔히 무스 테스트라고도 불리는 것과 비슷한 코스가 마련되어 짧은 시간 안에 두 번의 방향 전환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채 몇초 되지 않는 시간에 스티어링 휠을 좌우로 크게 돌려 빠르게 방향을 바꿔나갔지만 아이오닉 5 N의 거동에는 불안함 따윈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동안 레이스에서 쌓아온 기술력이 이렇게 적용되어 빛을 발하고 있나 새삼 느끼게 된다. 마지막 방향 전환 및 급제동까지 마친 기록은 53초대로 이날 주행 중 가장 빠른 성적이었다고 한다. 모자란 실력을 기술로 커버해준 아이오닉 5 N에 박수를 보내며 다음 코스로 향했다.

다음에는 직선 주로로 향했다. 여기서는 아이오닉 5N의 가속 성능과 함께 다른 기능들도 함께 체험해보기로 했다. 먼저 론치 컨트롤을 활용한 가속 테스트다. 주행모드를 N모드로 바꿔준 후 센터 스크린의 N 메뉴에서 론치 컨트롤 실행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모든 준비가 끝났다. 브레이크를 왼발로 끝까지 밟고 가속페달을 오른발로 함께 밟아준 후 왼발을 들어올리면 최고출력 609마력, 최대토크 740Nm의 파워가 차체를 거침없이 밀어내 날듯이 달려나간다. 여기에 운전자를 자극하는 스티어링 휠의 빨간 버튼, NGB(N Grin Boost) 버튼을 누르면 41마력, 30Nm가 더해지며 제로백(0-100km/h) 3.4초를 기록하는 압도적 파워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다.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한창 가속하던 차체가 한 번 더 쑥 밀리는 느낌이 더해지는데, 예전 만화에서 보던 부스터 기능이 이런 느낌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론치 컨트롤을 이용한 출발 시 차체가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레이스 등의 상황에선 제대로 가속을 하지 못해 순위 경쟁에서 크게 뒤처질 수도 있고 자칫 다른 차량과 사고가 날 수도 있는데, 노면 상황에 맞춰 3단계로 그립 레벨을 조절해 미끄러지는 상황 없이 빠른 가속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다시 한 번 가속테스트를 진행하는데 이번에는 다른 기능들을 체감하기 위한 것이다. 먼저 액티브 사운드 기능으로, 전기차에서 느끼는 아쉬운 점 중 하나인 ‘소리’를 보완하는 것으로, 내연기관 소리와 미래 고성능 전기차의 소리, 그리고 전투기의 제트 엔진의 소리 3종류가 마련되어 있다. 이 기능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내연기관의 소리인 ‘이그니션’인데, 가속 페달 조작에 맞춰 소리 높낮이가 변화하는데, 아이오닉 5 N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내연기관 차라고 착각하게 될 만큼 감쪽같다.

이 기능이 e-시프트와 더해지면 완벽한 내연기관 자동차의 감각을 구현한다. e-시프트 기능은 변속기가 존재하지 않는 전기차에 변속 감각을 구현해 주행의 즐거움을 높여주기 위한 것이다. 변속 때 순간적으로 구동력이 끊기는 것은 물론이고, 변속 과정에서 발생하는 약간의 울컥거림까지도 절묘하게 표현해 액티브 사운드 기능과 합쳐져 완벽한 내연기관차의 감각을 완성했다. 여기에 원래는 회생 제동 조절용 패들시프트까지 e-시프트 변속에 활용되도록 한 점에서 개발자들이 골수 마니아라면 어떤 결과물을 내놓는지를 이번 아이오닉 5 N이 보여주고 있음을 느꼈다. 전기차로 내연기관과 동일한 가속 감각을 경험할 수 있다니, 기자 또한 마니아의 입장에서 이런 대안이 있다면 내연기관이 사라지는 것도 문제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스트하는 내내 기막히면서도 놀라운, 그리고 완벽한 조화가 보여주는 감각 때문에 계속 웃음이 터져 나왔다.

즐거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음은 드리프트 실력을 체험할 차례다. 드리프트라는게 오버스티어와 카운터 스티어, 그리고 액셀러레이터의 적당한 조작을 통해 차체를 미끄러뜨리는 기술인데, 말로는 쉽지만 실제 해보면 ‘적당히’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아이오닉 5 N은 드리프트를 쉽게 할 수 있는 ‘드리프트 옵티마이저’ 기능을 지원한다. 기능을 실행하면 앞뒤로 배분되던 구동력이 뒷바퀴 쪽으로 우선 배분되는 동시에, 클러치를 조작해 순간적으로 토크를 높여 뒷바퀴를 미끄러뜨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토크 킥’ 기능도 지원한다고. 비로 완전히 젖어버린 노면에서 인스트럭터의 안내에 따라 직접 경험해봤는데, 확실히 다른 모델들에서 경험했을 때보다 드리프트에 돌입하는 과정이 더 수월해졌다. 물론 드리프트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그래도 차량의 기능으로 조금 더 수월하게 오버스티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조금은 드리프트에 대한 자신감이 붙는 느낌이다. 차례를 기다리며 인스트럭터의 차량에 동승해 드리프트 체험을 할 수 있었는데,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훨씬 수월하게 드리프트를 할 수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지만, 좌로 우로 정신없이 이어지는 드리프트의 관성에 결국 ‘쉽다’는 한 마디만이 기억에 남았다.

마지막으로 오벌 코스에서의 고속 주행 체험과 복합 코스에서의 서킷 주행이 진행됐다. 먼저 오벌 코스는 일정 이상의 속도로 달리면 스티어링 휠 조작 없이 직선으로 달릴 수 있는 구간으로, 그 일정 속도라는 것이 높이에 따라 최고 250km/h까지 가능한데, 이는 선회를 위한 뱅크 구간의 경사도가 사람이 가만히 서 있기도 어려운 38.87°에 달하기에 가능하다. 아이오닉 5N의 최고속도가 260km/h이니 가장 바깥쪽 라인을 달리는 것도 가능하지만 아쉽게도 날씨 때문에 안전을 고려해 최고속도보다 조금 낮은 220km/h의 속도로 인스트럭터 옆에 동승해 체험하기로 했다. 고속 주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원심력 때문에 분명 조금 전까지 수직으로 가해지던 중력이 경사로에 들어서서도 계속 수직, 엉덩이 아래쪽으로 가해진다. 눈으로 보는 것과 다른 느낌에 감각에 혼란이 올 지경이다. 물론 그런 상황 속에서도 아이오닉 5 N은 힘들이지 않고 빠른 속도를 유지하며 거침없이 달려나간다. 이런 날씨에 이 정도 고속 주행이라면 차체가 불안한 움직임을 보일 수도 있는데, 그런 기미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짧은 체험 후 다시 운전석으로 옮겨 앉아 오늘의 마지막 체험인 서킷 주행을 시작했다. 어느새 빗줄기는 더욱 거세져 앞차의 물보라가 시야를 가리니 긴장이 높아진다. 그래도 인스트럭터의 설명과 서킷 주행의 기본 요령에 맞춰 코너를 하나 둘 돌아나간다. 전체적인 속도는 날씨로 많이 낮아진 상태지만, 점차 배수량보다 강수량이 늘어나며 서킷에 물이 고이기 시작하는데, 아이오닉 5 N은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레이스였다면 일찌감치 중단을 선언했을 강우량임에도 아무런 사고 없이 주행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번 아이오닉 5 N이 대단하다고 느끼는 건 WRC나 TCR 등에서 쌓아온 기술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점이다. 물론 레이스의 기술력을 양산차에 적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문제는 WRC나 TCR 모두 내연기관 레이스라는 점이다. 내연기관에서의 기술력을 성격이나 특성이 다른 전기차에 적용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에도 그들은 해냈고, 직선이면 직선, 코너링이면 코너링 어느 하나에서 뒤지지 않는 놀라운 퍼포먼스의 차량을 완성해낸 것이다.

여기에 액티브 사운드나 e-시프트, 드리프트 옵티마이저 등 주행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여러 기능들을 통해 전동화로 인한 아쉬움을 상당부분 해소시켰다는 점도 놀랍다. 마니아들의 마음은 역시 마니아만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일까. 특히 완벽에 가까운 e-시프트와 액티브 사운드의 조합은 기회가 되면 반드시 직접 확인해보는 걸 추천한다. 기자 또한 그동안 갖고 있었던 전기차의 아쉬움이 단숨에 사라졌으니 말이다. 얼마 전부터 이곳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아이오닉 5N을 이용한 드라이빙 프로그램의 예약 접수를 받기 시작해 10월부터 시작되니 이 쪽을 통해 안전하게 경험해볼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아이오닉 5N의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보길, 그래서 전기차의 또다른 즐거움을 깨닫게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