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간 전기차 경쟁이 점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EV6와 EV9으로 국내 전기차 시장을 이끄는 기아가 최근 중국에서 첫 선을 보인 EV5를 국내 미디어들에 소개하는 한편, 향후 출시 예정인 전기차 2종을 함께 소개하는 자리를 통해 앞으로의 전동화 계획을 밝혔다. 기아는 지난 12일 경기도 여주 마임비전빌리지에서 ‘2023 기아 EV 데이’ 행사를 개최하고 EV5와 EV4 콘셉트 및 EV3 콘셉트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가장 먼저 기아 송호성 사장이 무대에 올라 “기아 최초의 전용 전기차 EV6의 성공적인 출시에 이어 올해 플래그십 SUV EV인 EV9을 주요 지역에 성공적으로 선보이며 기아의 혁신적인 기술과 대형 SUV EV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며 “하지만 현실에선 얼리 어답터 중심의 구매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전기차의 높은 가격과 충전의 불편함 때문으로 생각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다양한 가격대의 EV 풀라인업을 제공하고, 국내와 유럽, 북미 등에 충전인프라를 확대할 것”이라고 전동화 방향을 밝혔다. 향후 생산과 관련해서는 “2025년까지 글로벌 EV 생산 거점을 8개로 확대하는데, 한국은 연구개발, 생산, 공급을 아우르는 EV 글로벌 허브로, 유럽은 중소형 EV 현지생산, 중국은 중대형 EV 현지생산, 인도는 신흥시장 전략 EV 현지생산 체계로 가져갈 것”이란 계획을 소개했다. 이를 통해 2026년 EV 100만 대 판매, EV 비중 25%, 2030년은 160대 판매 및 EV 비중 37% 달성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기아 EV5

이어 이날 행사의 주인공인 EV5와 EV4 콘셉트, EV3 콘셉트가 무대에 등장했다. 가장 먼저 EV5는 E-GMP 플랫폼을 사용한 첫 전륜 기반의 준중형 전기 SUV로, 전면의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이나 분리해놓은 듯한 C필러 디자인 등 ‘리틀 EV9’이라 불러도 될 만큼 전반적으로 비슷한 느낌의 외장 디자인을 보여준다. 크기는 전장 4,615mm, 전폭 1,875mm, 전고 1,715mm로 4,660×1,865×1,660(mm)의 스포티지와 비교하면 전장은 약간 짧지만 휠베이스는 2,750mm로 2,755mm인 스포티지와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인테리어 역시도 기아 EV9에서 보았던 것과 대체적으로 유사하지만, 대시보드 쪽이 더 심플하게 다듬어졌다는 차이가 있다.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는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그리고 그 사이에 위치한 공조장치 컨트롤러까지 3분할로 구성됐다. 눈길을 끄는 건 1열 시트 중앙부로, 중앙 팔걸이를 접어올리면 운전석과 조수석이 이어지는 벤치시트 형태가 드러나며 훨씬 개방적인 실내 모습을 연출하는데, 중국 생산 모델에만 적용되는 부분이라고.

뒷좌석도 중형 SUV에 걸맞은 넉넉한 레그룸을 제공하며, 뒷좌석 등받이를 접어내리면 트렁크까지 평평하게 이어지며 활용도를 높였다. 여기에 가변형 러기지 보드를 적용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데, V2L 기능이 탑재되는 점을 고려하면 차박 등을 선호하는 캠핑족들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릴랙션 및 마사지 시트를 적용하고 뒷좌석쪽에 냉온장고를 탑재하는 등 전반적인 편의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이날 소개된 모델은 국내 생산이 아닌, 중국 생산 모델이어서 충전구 안쪽에서 평소와는 달리 2개의 충전포트가 적용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중국 생산 모델은 현지에서 생산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탑재되는데, 스탠다드는 64kWh 용량에 전륜의 160kW 모터를 더해 530km의 주행거리를 제공하며, 롱레인지 모델은 88kWh 용량에 160kW 모터의 조합으로 720km, AWD 모델은 650km(모두 CLTC 기준)의 주행거리를 제공한다. 내수시장 및 수출을 위한 국내 생산 모델은 니켈코발트망간(NCM) 방식의 배터리를 검토 중이며, 스탠다드에는 58kWh, 롱레인지에는 81kWh 용량이 탑재되어 스탠다드, 롱레인지의 160kW 싱글모터나 롱레인지 AWD의 160kWh+70kWh 듀얼 모터 조합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기아는 EV5를 중국 시장에서 먼저 생산, 판매할 예정이며, 국내는 2025년 상반기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아 EV4 콘셉트

EV4 콘셉트는 EV6와 유사한 세단~크로스오버 형태를, EV3 콘셉트는 소형 SUV 형태를 갖춰 EV 시리즈의 네이밍이 홀수는 SUV를, 짝수는 세단 형태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따로 의미는 없으며 숫자가 높은 모델을 더 높은 가격대로 형성하고 있다는 기아 측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기아 EV3 콘셉트

콘셉트 모델이지만 두 모델 모두 명확하게 기아 EV 시리즈임을 확인할 수 있는 외관을 보여주는데, EV3 콘셉트의 경우 EV5와 마찬가지로 기아 전기 SUV와 동일한 느낌을, EV4 콘셉트는 EV6와 유사한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었다.

EV3 콘셉트의 LED 라이트

EV9의 디지털 패턴 라이팅 그릴

먼저 EV3 콘셉트는 먼저 선보인 EV9과 EV5와는 다른 개성을 보여준다. 먼저 매끈하게 다듬어진 차체는 2박스 스타일을 보여주던 형님들과는 달리 전후면에 볼륨감을 더해 역동성을 살렸다는 특징이 돋보인다.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은 7줄의 LED가 더해져 방향지시등의 역할과 함께 EV9에서 보여줬던 디지털 패턴 라이팅 그릴과 유사한 방식으로 개성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실내에선 센터 콘솔에 미니 테이블이 적용되어 길이나 위치, 각도를 변경할 수 있어 활용도를 높였고, 2열 벤치 시트는 착좌면을 위로 접어올릴 수 있도록 설계되어 내부에 전동 자전거나 스쿠터를 적재할 수 있으며 실내 V2L 기능을 활용해 이동 중 충전도 가능하다.

EV4 콘셉트는 해치백 느낌의 EV6와 달리 조금 더 세단에 가까운 형태로 다듬어졌다. 전기차인 만큼 엔진룸이 필요없어 전면부가 기존 세단보다 짧게 디자인되었으며, 후면에서는 롱테일 이미지의 데크와 낮게 떨어지는 후드 끝단과 어우러져 기존 차량들과는 다른 색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실내에서는 널찍하게 구성된 뒷좌석이 눈길을 끄는데, 마치 소파와 같은 형태에 헤드레스트를 상단에 분리 배치해 편안한 거실 같은 느낌을 주도록 구성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공조장치 컨트롤러는 사용하지 않을때는 대시보드 안쪽으로 수납되도록 설계되어 깔끔한 실내를 보여줄 수 있게 했다.

기아에서는 EV3는 내년 상반기, EV4는 내년 말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혀 양산 제품의 모습을 조만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앞으로 출시 예정인 차량들에 대해 “현재 파생 전기차까지 합치면 7종을 운영하고 있으며, 앞으로 출시 예정인 차량을 포함해 15종을 갖출 예정”이라며 “출시 예정인 차량중에는 픽업, 소형차, 중상급차 등도 포함되어 있다”고 힌트를 줬다.

기아는 이번 EV 데이 행사에서 “전기차의 대중화를 이끌 3만 달러(약 3,900만 원) 대의 전기차까지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며 “이번 EV5을 비롯해 EV4나 EV3를 전륜 기반으로 제작한 것도 가격 장벽을 낮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브랜드의 노력에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지원들까지 더해진다면 친환경차 보급 속도를 높여 우리나라가 탄소 배출량 제로에 더욱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