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브랜드에서 기술을 배워야 제품 생산이 가능했던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이렇게나 커질 것이라 예상했던 사람이 있을까. 지금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제품을 판매해 이름만 대면 쟁쟁한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 3위의 판매량으로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현대자동차. 이 현대차의 핵심 생산기지라 할 수 있는 울산 공장을 들여다 볼 기회가 생겨 지난 18일 울산으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공장으로 이동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담벼락으로 둘러싸인 공장스러운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문제는 달려도 달려도 이 공장 풍경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당연히 자동차 공장인 만큼 클 것이라곤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울산 공장의 크기는 여의도 전체 면적의 2/3에 해당하는 500만 m²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여서 내부에 21대의 구내버스가 44개의 정류장을 돌며 직원들을 나르고 있다고. 여기에 근무하는 직원만 32,000여 명으로, 8시간 씩 2교대를 통해 일 평균 6천 대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처럼 규모가 크다보니 내부에 소방서와 병원, 순찰차, 문화센터 등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공장 곳곳을 자세히 살펴보면 더 좋겠지만, 워낙 넓은 곳인 데다 완성차 공장만도 5곳에 달하고 시간도 부족해 오늘은 3공장만을 방문하기로 했다. 3공장의 여러 공정 중 의장 라인을 둘러보기 위해 도슨트의 안내를 따라 공장 안으로 들어섰다. 의장 라인은 프레스 공정과 차체조립 과정, 도장 공정까지 거친 차량 내부에 부품을 장착하는 단계로, 자동차의 핵심인 엔진과 변속기는 물론이고 배선 뭉치인 와이어링, 시트, 스티어링 휠, 대시보드 등 다양한 부품들이 장착되는 공정이다. 대부분의 공정들은 자동화가 진행되고 있으나, 의장만큼은 정교함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타 공정 대비 낮은 10%밖에 되지 않는다. 다만 무게가 많이 나가는 시트나 앞뒤 유리 등의 운반은 로봇을 사용해 작업자의 부상을 최소화하고 있었다.

의장 공정은 가장 먼저 도어를 떼어내는 것으로부터 작업이 시작된다. 이는 도어를 떼어내는 쪽이 작업자가 부품을 조립하는 것이 수월하기 때문으로, 분리된 도어는 차체의 이동에 맞춰 다른 라인에서 이동하다가 모든 부품들이 조립된 이후 다시 차체와 결합된다.  도어를 떼어낸 후 첫 번째 과정인 트림 라인에선 차체에는 가장 먼저 신경이나 혈관과 같은 와이어링이나 케이블 등 배선 작업이 먼저 진행된다. 또한 차량 앞쪽으로 장착되는 ECU를 비롯해 브레이크 관련 부품 등도 초반에 장착된다. 다음으로 샤시 라인에선 구동과 관련된 엔진, 변속기,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나 파워 일렉트릭 모듈 등이 장착된다. 서스펜션 역시 샤시 라인에서 조립이 이뤄진다.

파이널 라인에선 차량 내외부 인테리어에 해당하는 부품들이 조립되는데, 시트, 앞뒤 유리, 타이어 등의 부품도 이 단계에서 제자리를 찾는다. 또한 차량 내부에 들어가는 액체류, 브레이크 액이나 냉매 역시 여기서 주입되고 나서 마지막으로 공정 시작 전 탈거했던 도어도 여기에서 다시 차체와 결합시킨다. 둘러본 3공장의 경우 아반떼 시리즈와 베뉴, i30, 코나가 생산되는데, 차량마다 호환되는 부품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품도 많아 혼류 생산 시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각 차량 옆으로 해당하는 부품을 실은 선반이 함께 이동하고 있어 작업자는 차량에 맞게 분류된 부품들만 장착하면 되기 때문에 다차종 혼류 생산에서도 오류를 크게 줄여준다고 한다.

마지막은 OK테스트 라인으로, 차량 품질이나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는데, 휠 얼라인먼트를 비롯해 브레이크, 헤드램프 각도조절, 수밀 검사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테스트 역시 여기서 진행된다. 각종 전자 부품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코딩 작업도 여기서 이뤄진다. 그리고 생산된 차량마다 주행 검사를 거친 후 출고 전 대기장으로 이송되는 것으로 모든 준비를 마치게 된다.

이렇게 완성된 차량은 내수와 수출용으로 나뉘는데, 수출을 위해선 전용 운반선에 선적해야 한다. 울산 공장 내부에는 차량 선적을 위한 전용 부두가 따로 배치되어 있는데 이곳을 직접 보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수많은 차량들이 늘어선 부두 옆으로 거대한 운반선 두 대가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매일 1,000~1,500대의 차량이 배에 실려 세계 각지의 소비자들에게로 향한다. 이렇게나 거대한 규모가 필요할까 싶은데 지난해 현대차 전체 판매인 394만 대 가운데 69만 대 정도만이 내수 시장에 공급됐고 나머지 325만 대가 모두 수출됐을 정도로 수출 비중이 상당한 편이다. 여기 울산에서만도 142만 여대가 생산됐는데 그 중 수출된 차량이 93만 대가 넘을 정도니 이 정도의 거대한 시설이 갖춰지지 않으면 물량이 제때 공급되지 않아 세계 3위의 판매량을 달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부두를 살펴보는 동안에도 꾸준하게 수출을 위한 차량들이 부두로 들어오고 있었는데, 항상 대열 후미에 수출차량 운전자들을 빠르게 실어나르기 위한 승합차가 한 대씩 따라붙어 있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현대차는 울산 공장에서 5개의 완성차 공장과 9개의 엔진공장, 6개의 변속기 공장을 운영하는 동시에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각종 부품들까지 울산 공장 내부에서 생산해 빠르게 제품을 완성해나가고 있었다. 여기에 2025년을 목표로 건설중인 전기차 전용 공장까지 더해지면 앞으로 울산공장의 생산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생산라인 확대는 현재의 전기차 라인업 확대와 맞물리는 것으로, 현재의 아이오닉 5/6, 제네시스 GV60 등에서 앞으로 예정된 아이오닉 7을 비롯한 현대차와 제네시스 브랜드의 전기차들이 이 곳을 통해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울산 공장을 둘러보고 나니 현대차가 세계 3위의 브랜드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제품의 품질이나 성능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여기에 높은 수요에 발맞출 수 있는 이런 거대한 규모의 생산 거점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핵심 생산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울산 공장을 통해 앞으로 세계인들의 눈을 사로잡을 제품들이 생산되어 다음 목표인 세계 정상의 브랜드로 우뚝 서게 되는 날이 빠르게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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