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사륜구동 기술이 널리 보급되고 있지만, 초기에는 일부 모델에 한정적으로 도입됐을 뿐이었다. 이 사륜구동 기술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한 브랜드로 아우디를 꼽을 수 있다. 지금까지도 유명한 스키 점프대를 거꾸로 오르는 광고로 콰트로의 기술력을 알린 아우디는 많은 차량에 콰트로를 적용하고 있으며, 산지가 많고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는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모델에 콰트로가 적용되어 출시되고 있다.

물론 광고에서처럼 눈길에서도 우수한 성능을 보여주는 콰트로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콰트로 기술을 보다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오프로드가 아닐까? 그런데 의외로 아우디와 오프로드, 어울리지 않는 단어처럼 느껴지지만, 이미 과거 WRC에서도 활약한 바 있고 최근에는 다카르 랠리에도 참가했을 정도로 오프로드 실력을 무시할 수 없는 브랜드다. 이런 아우디가 오프로드에서 콰트로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지난 11월 21일 경기도 여주로 향했다.

아우디 Q7

아우디 e-트론

아우디에서 오프로드를 경험하기에 적합한 차량은 무엇일까? 일단 지상고가 높아야하는 만큼 세단 라인업을 제외하면 SUV인 Q 시리즈가 가장 적당해 보이는데, 예상했던 대로 Q7과 Q8이 한쪽에 나란히 줄지어 서있었다. 여기에 의외의 라인업이 더해졌으니 바로 아우디의 대표 전기차 e-트론 시리즈다. 왜 이게 여기 서있을까 싶다가도 곰곰이 생각해보니 있으면 안될 이유같은 것도 없었다. Q7이나 Q8처럼 SUV이기 때문에 오프로드에 적당한 지상고를 갖추고 있고, 모터를 이용한 사륜구동 시스템 콰트로도 탑재되어 있으며 오프로드에 대응할 수 있는 주행모드도 있으니 말이다.

첫 번째로는 행사장 주변의 오프로드 코스를 Q7과 달리기로 했다. 큰 덩치의 Q7이 오프로드에 적합할까 싶기도 하지만, 의외로 오프로드의 좁은 길에서도 잘 달릴 수 있는건 올 휠 스티어링이 적용되어 있기 때문이다. 플래그십 모델들을 중심으로 채용되는 이 기능은 저속에서는 앞바퀴와 반대방향으로 뒷바퀴가 조향하며 회전반경을 좁혀주기 때문에 유턴 같은 상황에서 유리하고, 고속에서는 앞바퀴와 같은 방향으로 뒷바퀴가 함께 조향하며 안정성을 높여준다. 이 기능이 있기 때문에 오프로드의 좁은 커브에서도 거대한 덩치가 걸리는 일 없이 매끄럽게 돌아나갈 수 있는 것이다.

첫 번째 코스는 경사로 주행 코스다. 경사로를 달리는 것이 어렵겠나 싶겠지만, 흔히 길에서 만나는 오르막길이 아닌, 주최측에서 임의로 조성해놓은 측면 경사다. 즉 차체가 옆으로 기운 상태로 통과하는 구간인데, 차체 한쪽으로 무게가 쏠리는 만큼 앞뒤 바퀴가 동시에 구르지 않으면 무거운 차체가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인스트럭터의 안내에 따라 한쪽 바퀴를 경사로 위쪽에 올려놓자 평소 볼 수 없는 독특한 각도의 시야가 펼쳐진다. 인증샷을 한 장 남기고 안전하게 내려오는 것으로 첫 번째 코스 마무리.

다음 코스는 내리막 구간이다. 내리막길 정도야 브레이크 밟으면서 살살 내려가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일반도로라면야 당연히 그럴 수 있지만, 오프로드에서는 얘기가 조금 다르다. 경사도도 일반도로에서 만나는 것에 비해 훨씬 높을뿐더러, 주변에 신경써야 할 지형지물들이 워낙 많으니 말이다. 여기에 오프로드 주행의 기본 조건인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주행하기 위해선 브레이크를 섬세하게 조작해야 하는데, 스티어링 휠 조작도 신경쓰기 바쁜데 브레이크 페달까지 동시에 세밀하게 조작하는 건 숙련자가 아니고선 쉬운 일이 아니다.

경사로를 감지하면 자동으로 활성화되어 아이콘이 초록색으로 바뀐다

하지만 아우디도 오프로드 주행을 염두에 둔 만큼 이러한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주는 기능을 갖춰놓았다. 바로 힐 디센트 컨트롤로, 내리막길에서 일정한 속도를 유지해주는 오프로드용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아우디 뿐만 아니라 SUV나 픽업 트럭 등 오프로드 주행이 고려되는 차량이라면 갖추고 있는 기능인데, 아우디의 기능은 조금 다른 차이가 있다. 바로 특별한 조작이 필요 없다는 것. 단지 사용자가 오프로드 모드로 주행하고 있는 상태에서 내리막 경사를 만난다면 차량이 이를 감지해 자동으로 기능을 활성화시켜준다. 그러면 운전자는 속도에 신경쓰지 않고 오롯이 조향에만 집중할 수 있다. 특별할 것 없는 기능이지만 차체 기울기를 감지해 알아서 활성화시켜주는 편리함에 아우디를 다시 보게 한다.

내려왔으니 다음으로는 올라갈 차례다. 예상보다 훨씬 높은 경사의 오르막길은 조금 주눅들게 하지만, 앞선 코스들에서 경험한 콰트로의 성능을 생각하면 못 오를 것도 없어 보인다. 인스트럭터의 시범을 보고 경사로를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다. 오프로드는 일정한 속도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주행의 기본이지만, 잠시 멈춰세우라는 무전에 차를 경사로 중간에 멈춰 세운다. 보통 이 상황이면 다시 내려가 평지에서 재출발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콰트로의 강력한 주행 성능과 브레이크 페달에서 가속 페달로 발을 옮기는 그 짧은 시간에 미끄러져 내려가지 않도록 도와주는 브레이크 홀드 기능이 더해져 경사로를 다시 슬슬 치고 올라간다. 오르막길에서의 안보이는 전방 시야는 서라운드 뷰 기능을 사용해 전방을 비춰주면 장애물을 눈으로 보며 피할 수 있어 편리하다.

마지막은 범피 코스로, 일부러 좌우 바퀴가 엇갈려 오르내리도록 해 사륜구동 기능을 한계까지 확인할 수 있게 만든 곳이다. 안내에 맞춰 브레이크를 밟자 앞바퀴 한쪽과 대각선 방향의 뒷바퀴 한쪽만이 올라서서 차체가 대각선으로 기우뚱거린다. 첫 코스에서처럼 두 바퀴만으로 떠있는 상황인데, 힘을 받는 바퀴가 같은 방향에서 다른 방향으로 바뀐 차이가 있다. 콰트로의 힘으로 다시 가속 페달을 밟으면 떠 있는 바퀴들은 조금 헛바퀴를 돌긴 하지만 나머지 땅을 지지하고 있는 바퀴들이 힘을 내기 때문에 통과가 어렵지 않다. 이렇게 Q7과 함께하는 오프로드 체험이 끝이 났다.

다음으로는 이트론으로 옮겨탄다. 그동안 경제성이나 주행거리, 주행 성능에 대해서는 많이 언급해왔지만, SUV로써의 오프로드 주행능력에 대해선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전기차로 오프로드를 주행하는 것을 경험해보지 못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이트론과 함께 오프로드를 달릴 기회가 생긴 것이다.

사실 오프로드라고 해서 대단히 험난하고 장애물이 많은 코스는 아니다. 임도보다 나은 수준, 좀 넓은 평이한 산길 정도의 수준이지만, 그래도 오프로드는 오프로드다. 주변에 나무와 같은 장애물도 많고, 좁은 구간에선 휠이나 범퍼를 긁어버릴 수도 있고 자칫 도랑에 빠지는 아찔한 상황도 겪을 수 있다. 인스트럭터의 안내에 따라 코스로 천천히 들어가기 시작했다.

전기차로 오프로드를 달리는 것이 특별하진 않다. 엔진 소리가 없어 조용하다는 차이가 있을 뿐, 앞서 Q7으로 오프로드를 달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오히려 예상보다 이트론에도 오프로드 주행에 필요한 기능들을 잘 갖춰놨다는 점이 놀라웠다. 주행모드도 오프로드를 갖춰놓았고, 차량의 기울기를 감지해 힐 디센트 컨트롤 기능이 자동으로 작동한다는 점도 동일했다. 오르막도, 내리막도 문제없이 오르내리는 실력에서 아우디의 콰트로각 명불허전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콰트로 기능이 가장 빛을 발하는 곳은 진흙탕 구간이다. 지나갈 때는 흙길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다음 바퀴에선 진흙탕에 들어서서 브레이크를 밟자 차체 뒤가 크게 미끄러지는 게 느껴진다. 즉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주행을 이어갈 수 있도록 미끄러운 노면에서도 콰트로가 네 바퀴에 구동력을 배분해주기 때문에 진흙탕을 그냥 통과할 때는 미끄럽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똑똑해진 자동차가 운전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똑똑해졌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이렇게 아우디와 함께 한 오프로드 주행을 모두 마쳤다. 아우디의 오프로드 실력을 그동안 너무 간과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프로드 레이스의 최종보스격인 다카르 랠리에 RS Q e-트론으로 참가했을 정도고, 과거 WRC에서도 활약했던 브랜드인데 말이다. 이번 오프로드 체험을 통해 아우디가 잘 드러내지 않던 오프로드 실력을 확인할 수 있었고, 앞으로 국내에서도 오프로드 문화가 더욱 활성화된다면 아우디의 차량들을 깊은 산속에서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콰트로로 무장한 아우디라면 어떤 길이든 충분히 내달릴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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