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세단이 조금씩 SUV에 자리를 넘겨주고 있는 것이 이제는 그리 놀랍지 않은 상황이다. 브랜드에 따라 세단은 하나둘 단종시키면서도 SUV는 신제품을 늘려가는 브랜드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런 분위기는 대중 브랜드는 물론이고 스포츠카 브랜드, 럭셔리 브랜드까지 폭넓게 퍼져있다. 그동안 세단 중심으로 라인업을 구축해온 럭셔리 브랜드에서도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SUV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가장 먼저 도전장을 내민 곳이 벤틀리였다. 벤틀리는 벤테이가의 출시를 통해 럭셔리와 SUV의 조화를 보여주며 시장에서 큰 호평을 받았고, 부분변경 모델까지 출시하며 럭셔리 브랜드 시장의 변화하는 분위기를 리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벤틀리가 지난 12일 더 넓은 공간으로 향상된 안락함을 선사하는 벤테이가 EWB의 국내 출시를 알려 실물을 확인해보기 위해 서울 장안동에 위치한 벤틀리 타워를 찾았다.

이번 벤테이가 EWB는 기존 대비 180mm 넓어진 공간이 특징으로, 전장은 5,305mm, 휠베이스는 3,175mm로 늘어났다. 또한 이러한 변화에 맞춰 언더플로어와 사이드 패널, 도어, 루프 등 2,500개 이상의 부품을 새로 설계했다. 이러한 변화는 쇼퍼 드리븐을 위한 것으로, 이에 맞춰 뒷좌석 탑승자의 안락함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기능들도 더해진다.

우선 뒷좌석은 2개의 독립식 시트에 1개의 중앙 시트를 더해 총 4+1 시트 구성이 제공된다. 독립식 시트는 각각 16방향으로 조절 가능하며, 열선 및 통풍, 마사지 기능 등을 기본 탑재한다. 구매자가 원하는 경우 독립형 시트 대신 3인승의 벤치 타입 시트를 선택할 수도 있다.

또한 벤테이가 EWB에는 벤틀리 브랜드에서 가장 고급인 에어라인 시트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이는 프라이빗 제트기의 일등석 시트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일반 독립형 시트보다 더 뛰어난 착좌감과 편의기능을 제공한다. 우선 두툼하고 부드러운 조절식 사이드 볼스터와 쿠션이 갖춰졌으며, 헤드레스트 및 쿠션 연장 등 22방향 조절 기능으로 탑승자 신체에 맞춰 세부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그리고 편안함을 높이는 릴랙스 모드와 업무를 위한 비즈니스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데, 릴랙스 모드는 등받이가 최대 40°까지 기울어지며 조수석 등받이의 풋레스트가 함께 전개되고, 반대로 비즈니스 모드는 업무를 보기에 적합하도록 시트가 정위치로 이동한다.

그리고 세계 최초로 자동 온도 감지 시스템과 자세 조정 시스템이 탑재되어 차내 온도와 시트 표면 습도를 측정해 에어컨과 히터, 열선, 통풍 기능을 부위별로 독립 제어함으로써 탑승객에게 가장 쾌적하고 안락한 환경을 제공하고, 시트 표면에 가해지는 압력을 지속 감지해 3시간 동안 총 177종의 다양한 자세 변화를 통해 장시간 주행에서도 탑승객의 스트레스와 피로를 최소화한다.

그리고 뒷좌석에 탑승자가 타고 난 후 몸을 내밀어 문을 닫을 필요 없이 콘솔 박스 뒤편에 파워 클로징 도어 버튼을 장착, 전동으로 문을 닫을 수 있고, 버튼을 조작하지 않아도 문을 가볍게 밀기만 해도 파워 클로징 도어 기능이 작동하도록 했다. 또한 도어 내부에 탑재된 모터는 문을 열 때 힘을 더해주어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수월하게 열 수 있다.

럭셔리함을 높이기 위한 여러 인테리어 요소들도 벤테이가 EWB에 더해지는데, 엠비언트 라이트는 ‘벤틀리 다이아몬드 일루미네이션’ 사양을 선택하면 앞뒤 도어에 앞 12개, 뒤 22개의 LED 라이트가 다이아몬드 형태로 삽입된다. 이 LED는 전문가들이 최상급 가죽에 일일이 수작업을 통해 시공하며, 이를 통해 벤틀리 특유의 다이아몬드 패턴을 구현한다. 또한 뒷좌석에는 폭포수를 형상화한 ‘워터폴 일루미네이션’도 적용된다. 또한 독립식 시트나 에어라인 시트 선택 시 뮬리너 장인이 제작한 ‘뮬리너 콘솔 보틀 쿨러’를 선택할 수 있는데, 750ml의 병을 보관할 수 있으며 2개의 컴브리아 크리스탈 글래스가 함께 제공된다.

파워트레인은 벤테이가 특유의 강력함을 보여주는 4.0L V8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이 8단 자동변속기와 함께 탑재돼 최고출력 550마력, 최대토크 78.5kg·m의 성능으로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퍼포먼스를 제공한다.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이 탑재되며, 제로백(0-100km/h)은 4.6초, 최고속도는 290km/h다.

이러한 강력한 주행 성능에 걸맞은 첨단 기능들이 더해지는데, 벤틀리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48V 전자식 안티-롤 컨트롤 시스템인 ‘벤틀리 다이내믹 라이드’가 적용돼 우수한 코너링 성능과 고속 안정성을 더한다. 또한 전자제어식 올 휠 스티어링은 저속에서는 앞뒤 바퀴가 반대 방향으로 조향해 회전 반경을 줄이고, 고속에서는 앞뒤 바퀴가 같은 방향으로 조향해 주행 편의성과 고속 안정성을 높인다. 이 기능 덕분에 일반 벤테이가보다 7% 작은 11.8m의 회전 반경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벤테이가 EWB는 고객 취향에 따라 ‘아주르’와 ‘뮬리너’ 사양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아주르는 웰빙을 콘셉트로 하며, 뮬리너는 궁극의 럭셔리를 지향한다. 각 모델에 따라 그릴이나 휠 등 내외부 사양이 달라진다. 가격은 아주르가 3억 4,030만 원, 뮬리너는 3억 9,390만 원(모두 부가세 포함, 옵션별로 상이)이다. 여기에 벤테이가 EWB 출시를 기념한 퍼스트 에디션도 함께 출시되는데, 퍼스트 에디션만의 특별함을 더하는 디자인 및 엠블럼과 한국 고객들의 선호를 고려한 벤틀리 에어라인 시트, 벤틀리 다이아몬드 일루미네이션, ‘네임 포 벤틀리’ 오디오 등의 사양이 적용되며 가격은 3억 8,410만 원이다. 본격적인 고객 인도는 내년 하반기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그동안은 대부분 벤틀리 라인업이 오너 드리븐 위주였지만, 이번 벤테이가 EWB 출시를 통해 뮬산의 단종으로 비어있던 플래그십의 자리를 채움과 동시에 쇼퍼 드리븐에 적합한 궁극의 럭셔리 SUV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최근 국내에 벤틀리 제품들에 대한 높은 수요에 맞춰 퍼스트 에디션까지 함께 출시되는 만큼 앞으로 럭셔리 브랜드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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