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로의 전환 과정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잇는 가교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 특히 전기차의 단점들로 지목되는 인프라 문제나 충전 속도 등의 문제에 대해 이를 완벽히 커버할 수 있으면서도 기존 내연기관 대비 CO2 배출량을 크게 줄여주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이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해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하이브리드의 원조는 단연 토요타일 것이다. 가장 먼저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보인 이래 토요타는 절반 이상을, 렉서스는 거의 모든 라인업을 하이브리드로 갖추며 전동화를 향한 밑바탕을 충실히 채우고 있다. 이 토요타 하이브리드의 시작에서 지금까지 인기를 견인해오고 있는 프리우스가 5세대 모델로 돌아왔다. 국내에도 본격 출시를 알려 직접 시승해보고 프리우스의 인기 비결은 무엇인지 확인해보기 위해 지난 15일 시승회장을 찾았다.

그동안 일본 브랜드들의 디자인은 대단히 보수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변화의 폭이 크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프리우스에도 그리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실물로 본 프리우스의 모습은 ‘이게 일본 브랜드 제품이라고?’하는 생각이 들 만큼 꽤나 파격적인 모습이다. 특히 가장 많은 변하를 보여준 곳은 헤드라이트 쪽으로, 명확하게 그릴과 헤드라이트를 구분하던 이전과 달리 헤드라이트와 그릴을 하나로 잇는 최근의 추제에 발맞췄을 뿐 아니라 주간주행등을 ㄱ자 형태로 바짝 꺾어 독특한 표정을 만들어냈다. 후면에서도 역시 테일라이트를 테일게이트의 라이트바로 길게 잇는 형태를 통해 차체가 넓어지도록 디자인한 것에서 유행에 발맞추려 노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4세대 모델(위)과 5세대 모델 사이 루프라인의 차이는 실내에서 두드러진다

디자인에서 아쉬운 부분은 측면의 루프라인으로, 전면에서 시작된 라인은 거의 일자를 그리며 정점까지 치고 올라갔다가 테일게이트로 떨어지며 마무리되는 형태다. 외관적으로 볼 때는 대단히 세련된 모습이어서 좋은데, 문제가 이 과정에서 디자인을 위해 루프라인의 정점을 운전석 상단에서 B필러 상단쪽으로 후퇴시키고 전반적으로 전고를 40mm 낮췄다는 것. 상대적으로 운전석 헤드룸이 낮아지다보니 키가 큰 입장에서는 시트를 내리는 것만으로는 모자라 등받이를 눕혀야 원활한 시야 확보가 가능하다.

그래도 차에 타고 나면 인테리어의 변화들은 모두 반가운 것들 뿐이다. 가장 먼저 대시보드 중앙에 배치해놓았던 계기판이 운전석 앞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재밌는 점은 일반적인 계기판 위치가 아니라 거의 대시보드 맨 끝으로 밀어 설치해놓았다는 차이가 있는데, 이는 계기판으로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효과까지 함께 누리기 위한 것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시선 이동을 최소화해 도로 상황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장비인데, 계기판을 최대한 뒤로 물려 배치함으로써 일반적인 계기판 위치보다 시선 이동 거리를 줄이게 되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게 된 것. 실제 주행에서도 우려와 달리 이질감 없이 정보 확인이 가능했고 시인성 측면에서도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은 화질도 선명하고 입력에 대한 반응도 빠릿해서 사용이 자연스럽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LG U+와 손을 잡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탑재해 익숙한 내비게이션과 각종 엔터테인먼트들이 마련되어 쉽게 쓸 수 있으며, 네이버 클로바 음성명령도 있어 필요한 정보 검색도 쉽게 쓸 수 있다.

센터 스크린 아래로는 물리버튼과 LCD 창으로 구성된 공조장치 조절부가 적용됐고, 이 자리에 있었던 변속 레버는 다시 콘솔 박스 앞쪽으로 이동했다. 다만 변속 레버의 조절 방식은 예전과 동일하다. 아래로는 주행모드나 EV 모드, 주차 브레이크 등 주행 관련 기능 버튼들을 배치해놓았고, 옆으로 스마트폰 등을 거치할 수 있는 홈이 있으나 무선 충전 기능이 있지는 않다. 컵홀더 앞 수납 공간도 마찬가지.

파워트레인은 이전세대보다 배기량을 높여 2.0 가솔린 엔진 기반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됐다. 물론 효율성을 중시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 정도의 배기량 상승이 큰 변화를 가져올까 싶었는데, 이전보다 무려 80~100마력 가까이 상승했다고. 물론 이러한 변화가 실질적인 주행감각에서 체감이 되는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시승차를 타고 도로로 나서 테스트를 진행해보았다.

가장 먼저 2.0 하이브리드를 시승했다. 흐름에 맞춰 달리고 있으면 알아서 내연기관과 전기를 오가며 구동이 이뤄지는데 엔진룸 쪽 방음이 잘 된 덕분인지 소리보다는 차의 진동을 통해 변화를 깨달을 수 있다. 고속도로에 올라 가속페달을 깊이 밟으니 196마력에 달하는 시스템 총출력이 가벼운 차체를 쭉쭉 밀어낸다. 놀라운 건 그동안의 하이브리드 모델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스포티함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물론 스포티한 가속을 경험하는 만큼 연비가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무조건 효율성에 집중했던 예전과 달리 선택지가 주어졌다는 점에서 반가운 부분이다.

브레이크의 변화도 이번 프리우스에서 주목할만한 점이다. ‘액티브 하이드롤릭 부스터-G’라는 꽤 긴 이름의 신형 브레이크 시스템은 펌프 모터의 적용으로 즉각적으로 가압이 이루어지는 방식을 적용했다고 설명한다. 실제 주행에서는 마치 브레이크 패드를 내가 발로 직접 밀어준다는 생각이 들 만큼 조작에 따른 빠릿하고 정확한 제동감이 인상적이었다. 일반적인 브레이크 시스템은 중간에 브레이크 작동을 위한 장치가 하나 있음이 느껴지지만, 신형 프리우스의 브레이크는 그 어떤 연결장치도 없이 오롯이 페달과 브레이크 패드가 직결된 듯한 감각을 보여주기 때문에 차를 섬세하게 제어할 수 있어 좋다.

반환점에 도착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차를 옮겨탔다. 사실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외관에서 구분하려면 후방의 PHEV 배지나 우측면의 충전구 정도가 전부다. 실내에서는 그나마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변속레버 앞에 전기모드와 하이브리드 모드를 오갈 수 있는 버튼이 추가되어 있는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경우 13.6kWh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전기로만 64km(복합) 정도를 주행할 수 있으니 출퇴근 용도라면 가솔린을 전혀 쓰지 않고도 주행할 수 있어 유류비 절감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좁은 후방 시야를 보완할 수 있는 디지털 리어 뷰 미러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XSE 모델에 탑재되는데, SE 모델이나 하이브리드를 구입한 고객이라면 사외품으로라도 꼭 장착하길 추천한다.

이번 프리우스 출시 때 토요타코리아에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이용해 내년에 원메이크 레이스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물론 86이나 GR의 이름이 붙은 모델이라면 이름에 걸맞은 성능을 보여주는 만큼 충분히 가능한 얘기겠지만, 하이브리드 모델로 레이스를 한다는 건 그동안의 상식에선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젠 이해할 수 있다. 프리우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라면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앞선 하이브리드와 동일한 엔진을 공유하지만 더 큰 모터가 탑재되어 시스템 총 출력이 이전세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보다 100마력 정도 상승한 223마력을 기록했다. 이러한 변화는 실제 성능에서 더 크게 체감되는데, 엔진과 모터가 꾸준히 힘을 보태면 2.5 가솔린 자연흡기 모델 정도의 성능을 보여준다. 물론 배터리가 떨어진 이후에는 큰 부분을 담당하는 모터가 힘을 쓰지 못하는 만큼 좀 아쉬워지는 성능을 보여주는데, 실제 레이스 상황에서는 배터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기대된다.

두 모델에 모두 탑재된 안전 기능인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는 걱정할 필요 없을 만큼 다양한 기술들이 탑재되어 있다. ACC 같은 이제는 필수가 된 기능들은 물론이고, 사각지대 감지나 주차 보조 브레이크 등 미처 확인하지 못한 위험물까지 차량이 감지해주고,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의 경우 기존의 감지 대상에 주간의 모터사이클과 야간의 자전거까지 포함되어 안전헌 운전을 지원한다.

하이브리드의 시작을 알린 프리우스가 5세대까지도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효율성이 이유일 것이다. 여기에 이번 신형에서는 스포티함까지 더해지며 효율성으로만 주목받았던 프리우스가 이제는 평소에는 경제성 높은 차량으로 이용하다가 주말 교외나 서킷에서는 스포티함을 즐길 수 있는 다재다능함으로 두루 사랑받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토요타가 여기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인 탄소 배출량 제로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 역시 함께 이루어질 것이다. 변화의 속도를 높여가는 모습에 앞으로의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는 것은 본인 뿐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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