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되돌아보면 정말 다양한 신제품들이 출시되었고, 각각을 살펴보고 시승하느라 꽤나 바쁜 한해였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주인공은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이라고, 올해 신제품 퍼레이드에서 가장 많은 기대를 한몸에 받은 주인공인 기아의 카니발 하이브리드가 드디어 시장에 출시를 알렸다. 이미 지난달 부분변경 모델 출시에 맞춰 예고되었던 부분인 만큼 특별한 행사 없이 조용히 시승이 진행되어 지난 19일 시승회장을 찾았다.

지난달 부분변경 모델 출시가 진행됐지만, 하이브리드 출시가 예고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관심은 이쪽으로 더 쏠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 이에 맞춰 기아에서도 대대적으로 시승행사를 준비한 덕분에 많은 미디어들이 현장을 찾아 실물을 살펴보며 그동안 궁금했던 점들을 찬찬히 살펴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단 외관에서는 이전과 비교해 확 달라진 전면부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ㄱ자 형태로 꺾인 주간주행등과 그릴의 형태가 EV9의 모습과 닮아있다. 그릴 형태는 역사다리꼴에서 직사각형 형태로 바뀌며 좀 더 차분한 느낌을 보여준다. 후면은 최근 트렌드대로 좌우 테일라이트를 라이트바로 이어 차체가 넓어보이도록 디자인했으며, 테일게이트 디자인이 이전에 비해 심플하게 바뀌어 진중한 느낌을 더했다. 하이브리드임을 알아볼 수 있는 유일한 특징인 배지가 일반 모델과 차별화하는 유일한 점이다.

실내에서도 차이점이 눈에 띄지 않는 건 별도의 전기모드 전환 버튼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으로, 먼저 출시한 내연기관 모델과 동일한 구성이다. 수평형의 크래시 패드 위에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얹고 운전자쪽으로 살짝 기울여 설치한 점 등도 일반 내연기관 모델과 차이가 없다.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아래쪽 공조조절 장치는 기아 상위급 모델에 적용되는 전환식 터치패드가 적용됐는데, 온도나 볼륨 조절을 위한 다이얼도 있고, 주행 중에는 음성 명령으로도 제어가 가능한 부분이어서 크게 불편하지만은 않다. 그나마 인포테인먼트 세부 메뉴로 들어가면 하이브리드 모델임을 구분할 수 있는 메뉴가 있는데, 하이브리드 메뉴에 들어가면 연비와 전기모터 사용량, 잔여 배터리량을 보여주기 때문에 효율적인 운전을 하는데 도움을 준다.

시승차는 9인승 모델로 2-2-2-3 구성의 시트 배열을 보여주는데, 여전히 4열 전개 시엔 2, 3열의 레그룸이 줄어들어 근거리 이동 정도로만 활용하는 것이 낫고 3열까지만 사용하는 쪽이 탑승자 모두가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겠다. 다행히 2, 3열은 독립 시트로 중앙이 열려 있어 차내 이동이 수월하다. 차체가 길고 트렁크에 많은 짐을 적재할 경우 시야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데, 디지털 리어 뷰 미러를 적용해 원활한 후방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2열 탑승자를 위한 컵홀더나 서랍형 수납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소지품을 보관할 수 있고, 이동 중 노트북 등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220V 파워 아웃렛도 마련해놓았다.

실내에 시승차가 마련되어 있어 시동을 걸어도 아직은 조용하다. 계기판 메뉴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는데, 회전계 모델 아래로 배터리 잔량계와 회생제동 단계 안내, 전기모드 주행 가능 알림등이 있다. 회생 제동 단계는 스티어링 휠 뒤쪽의 패들을 이용해 조절하는 것으로, 회생 제동 3단계에서 한 번 더 우측 패들을 당겨주면 오토모드로 바뀌고, 오토 모드에서도 단계를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오토모드에서는 내비게이션 정보 등을 바탕으로 회생 제동 단계를 스스로 조절한다.

본격적인 시승을 위해 도로로 나섰다. 행사장을 빠져나와 도로로 진입하기 전까진 엔진이 개입하지 않아 조용하기만 하다. 교통 흐름에 맞추기 위해 가속 페달에 힘을 더하자 그제서야 엔진이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디젤 엔진에 비하면 그저 조용할 뿐이다. 시승차는 1.6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로, 180마력 1.6 가솔린 터보 엔진에 54kW 전기모터를 더해 시스템 총 출력은 245마력이고, 토크는 엔진이 27.0kg·m, 모터가 304Nm로 시스템 합산 37.4kg·m다. 3.5 가솔린보다 출력이 낮고 2.2 디젤보다 최대토크가 낮은, 즉 3.5 가솔린과 2.2 디젤의 중간 포지션에 위치해 있지만, 우리가 하이브리드에 기대하는 건 성능적인 부분이 아니어서 크게 신경 쓰이지도 않고, 실제 달려보면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여유있는 가속을 보여준다.

약 70km 정도의 시승 구간이 고속도로와 국도, 시내 등 복합적으로 구성되었는데, 교통 흐름에 발맞춰 달리니 연비가 쑥쑥 오르기 시작한다. 시승 차량은 급가속 테스트 등으로 14km/L정도의 연비를 기록했는데, 이날 참가자 중 가장 높은 연비 기록이 19km/L에 달했을 정도니, 약간만 신경 써서 운전한다면 공인연비 이상의 높은 연비를 달성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물론 연비를 높이려면 전기모터의 개입도가 높아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배터리에 충분한 전력이 있어야 하고, 이를 높이는 대표적인 방법이 회생제동이다. 물론 이를 직접 조절하는 것도 좋긴 하지만, 오토모드로 놓으면 길게 고민할 필요 없이 도로 상황에 맞춰 회생제동 단계가 스스로 바뀐다. 물론 회생 제동 단계가 바뀐다고 해서 크게 체감될 만큼의 변화는 아니지만, 상황에 맞춰 바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운전하면 불편함 없이 최적의 회생제동이 이뤄진다. 그리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작동할 때도 과속 단속 카메라 등으로 속도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회생 제동이 작동하기 때문에 운전자가 해야 할 것은 연비를 높이기 위한 기본적인 방법, 급출발과 급가속, 급제동을 자제하고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달리는 정도면 나머지는 차가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없다. 여기에 연비를 조금 더 늘리고 싶다면 관성주행 안내와 같은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에 또 하나 인상적인 부분은 승차감으로, 가족 모두가 함께 이용하는 차량임을 생각하면 탑승객 모두 편안함을 느끼기에 충분할 만큼 부드러운 승차감을 보여준다. 물론 이럴 수 있는 건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 방식의 서스펜션 구성도 한몫하지만, 여기에 하이브리드 사양에만 적용된 기능들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우선 과속 방지턱을 통과하거나 가속하는 상황에서 모터의 토크를 조절해 차량의 흔들림을 최소화하는 E-라이드 기능이 있고, 커브길 진입이나 탈출 시 구동 모터를 제어해 무게중심을 이동시켜 조향 응답성과 선회 안정성을 높이는 E-핸들링 기능이 있다. 여기에 사고를 피하기 위한 회피 기동 시에 전후륜 하중을 제어해 회피 후의 차체 안정성을 높이는 E-EHA(Electically Evasive Handling Assist) 기능도 탑재되어 있다. 운전자의 경우 시그니처 트림 선택 시 에르고 모션 시트가 더해져 승차감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다.

주행보조 기능으로는 고속도로 주행보조 2가 적용되어 기본적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로 중앙 유지 보조 등의 기능은 물론이고, 차선 변경 시 방향지시등만 작동시켜도 후방 차량과의 거리를 확인해 자동으로 차선을 변경해주는 차로 변경 보조 제어 기능이 탑재됐다. 안전 기능은 후방/후측방/후방 교차 충돌 경고, 다중 충돌방지 자동 제동 시스템, 횡풍안전제어 등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이번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로 패밀리카의 대명사인 카니발도 경제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그동안 높은 연비를 보여줬지만 환경 문제 등으로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온 2.2 디젤도 이번 세대를 끝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그 역할을 하이브리드가 대신할 수 있는 성능을 보여주는 만큼 단종으로 인한 빈자리의 아쉬움이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카니발 하이브리드로 충분한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의 하이브리드 보급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정 차급 이상의 모델에서만 하이브리드가 적용되어 왔는데, 소형급이나 그 아래 모델에서도 적용 속도를 높여 전동화 과정을 더욱 빠르게 앞당긴다면 브랜드가 목표로 하는 탄소 배출량 제로의 단계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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