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수만 개의 부품으로 구성되는 제품이다. 이러한 제품에는 차체나 엔진을 만드는데 필수적인 금속은 물론이고 경량화를 위해 사용되는 각종 플라스틱류, 탑승자의 신체와 가까이 닿는 부품의 천이나 가죽 등 사용되는 소재의 종류도 정말 다양하다. 자동차를 하나 만드는데 다양한 소재가 들어가지만 ‘이런 곳도 있다고?’하는 생각이 드는 업체들도 있다. 불과 20~30년 전만 하더라도 TV 등을 만드는 제조사가 자동차 분야와 연관되는 경우는 거의 없거나 대단히 한정적인 정도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빠져서는 안될 중요한 부품이 된 디스플레이들이 차량 곳곳에 설치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3M은 어떨까? 이제는 제품명이 보통명사가 되어버린 스카치 테이프는 물론이고 학창시절 누구나 사용해봤을 ‘포스트잇’, 무언가를 만들거나 부착하는데 사용하는 각종 접착제들, 예전 컴퓨터에 없어서는 안될 디스켓, 최근 들어 사용이 늘어난 마스크 등 다양한 제품들을 만드는 곳 정도로 이해하고 있겠지만, 3M에서는 이런 개인용 제품들은 '사업 전체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다양한 분야에 걸쳐 3M의 제품들이 사용되고 있고, 이는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 이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을 듣기 위해 지난 23일 한국쓰리엠 본사에서 진행된 테크 브리핑에 참석해 분야별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3M과 자동차

3M이 자동차와 연관이 있나 싶겠지만, 자동차 관련 사업을 시작한지는 벌써 100년이 넘었을만큼 3M 사업에서 상당히 긴 역사를 자랑하는 분야다. 첫 시작은 자동차 표면을 다듬기 위한 연마제로, 이를 통해 자동차 분야에 뛰어든 3M은 다양한 제품들을 자동차 산업에 공급하고 있다. 3M의 주력 분야인 접착 솔루션과 관련된 제품 중 대표적인 것이 마스킹 테이프다. 지금이야 도색 등의 과정에서 원하는 부분에만 도료를 분사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사용되지만, 과거에는 이에 대한 방안을 떠올리지 못해 하나의 색상으로만 차량을 도색하거나, 일일이 수작업을 통해 라인을 그려야 했다고. 하지만 마스킹 테이프를 고안해 적용함으로써 대량 생산 과정에서도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부분적으로만 색상을 입힐 수 있게 되어 보다 화려한 자동차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3M이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고객과의 소통’이다. 고객을 만나 당면한 어려움에 대해 설명을 듣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 애플리케이션 엔지니어링팀과 R&D팀이 모여 회의를 거쳐 솔루션을 개발해 제품을 공급한다. 앞서 설명한 마스킹 테이프의 경우에도 도색 과정에서의 어려움에 대해 고객, 즉 자동차 제조사에게 설명을 듣고 3M 관계자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고민해 도출해낸 결과물인 것이다. 한국쓰리엠 주형석 프로는 “이러한 과정들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테스트”라고 강조한다. 고객에게 맞는 솔루션을 개발했을 때 결과물이 제품에 원하는 것 이외의 다른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3M에서도 R&D 분야 못지 않은 투자를 테스팅 역량에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다양한 기술로 만들어진 제품은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고객에게 제공된다

단순히 하나의 제품을 통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량생산 체제에서는 설비 단위로 솔루션이 제공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이를 위해 3M에서는 제품 개발 과정에서의 협업을 통해 실물을 만들지 않아도 제품 성능을 예측할 수 있는 장비나 설비 디바이스 시뮬레이션 모델링으로 서포팅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지원들은 국가 단위에서 이뤄질 수도 있지만, 이 정도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은 전 세계의 담당자들이 머리를 맞춰 지원 방안을 찾아내고, 이를 통해 만들어진 솔루션은 글로벌 스케일의 공급망을 통해 고객에게 제공되거나, 필요한 경우엔 현지에 생산설비나 공장을 갖춰 제공된다고 한다.

 

3M과 배터리

전기차 배터리에도 3M의 다양한 솔루션이 제공되고 있다

자동차가 내연기관으로 운행되던 시절에도 산업과 밀접한 연관을 갖던 3M이지만, 점차 추세가 전기차로 바뀌면서는 더욱 3M이 뛰어드는 분야가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차단 소재로, 우리가 흔히 아는 3M의 차단소재로는 빛과 열,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한 틴팅 필름 같은 것도 있지만, 3M의 차단소재는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에도 다량으로 공급되고 있다. 현재 전기차의 상당수는 긴 주행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리튬이온 배터리를 많이 사용하는 추세인데, 충격이나 열, 압력 등이 가해지면 화재나 폭발의 위험성이 존재한다. 3M은 이를 막아주기 위한 소재들을 공급하는데, 완벽한 차단은 불가능하나 상황을 최대한 지연시키거나 최대한 막아주기 위한 소재들이 개발되어 투입되고 있다고 한다.

자동차 배터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고객과 함께 파악하고 내부에서의 연구와 개발, 테스트를 거쳐 완성된 솔루션이 제공된다

예를 들어 충격으로 인해 하나의 셀에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높은 열로부터 다른 셀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하고, 평소에는 배터리 간에 충격이나 마찰이 일어나지 않으면서 문제가 발생했을 땐 배터리가 부풀지 않도록 과하지 않은 적당한 쿠션과 압축성 등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적용된 소재들의 내구성도 빼놓을 수 없다. 3M에서는 이런 부분을 고객과의 협업, 즉 ‘Bench to Bench’를 통해 고객에게 방안들을 제시하고 고객과 함께 이 솔루션에 대한 학습을 진행하며 솔루션이 최적의 상태로 적용될 수 있도록 돕는다.

배터리 열 관리를 위해 적용되는 3M의 소재들

배터리 압력 관리를 위해 적용되는 3M의 소재

예를 들어 고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하기 위해 국내에선 파우치 형태의 배터리를 주로 사용하는데, 원통형 대비 폭발이나 팽창 등의 상황에 대한 예측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3M은 직접적으로 평가 과정을 통해 얻어낸 결과로 보완을 진행하고, 이를 토대로 고객에게 어떤 솔루션이 필요할지를 제안한다고. 이를 통해 다양한 솔루션의 제품들이 개발되어 공급되고 있는데, 안전을 위한 열 차단 소재는 물론이고 배터리가 정상 성능을 낼 수 있도록 적당한 열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열 관리 소재 등 다양한 형태와 성능의 제품들이 공급되고 있다고 한다.

 

3M과 접착 솔루션

전기차 배터리 냉각에 사용되는 금속 구조물로, 위아래를 연결하는데 용접 대신 3M의 접착 솔루션(중앙 빨간 원 안 노란색 소재)이 사용되는데, 이를 물리력으로 분리할 경우 소재가 찢어질 만큼 강력하다고 한다

3M의 주력인 접착 솔루션도 자동차에서 빼놓을 수 없다. 3M의 접착 솔루션은 일반 산업이나 가전, 전자, 건설, 운송 시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접착제, 필름, 고정제, 테이프 등 다양한 형태로 공급되어 설계나 재료, 공정의 문제들을 해결해왔다고. 물론 천 등의 소재를 내장재에 고정하는 용도는 물론이지만, 의외의 분야에서도 접착제가 사용된다.

볼트와 너트를 접작체로 대체함으로써 그만큼 배터리 설계의 자유도가 높아진다

전기차에서도 3M의 접착 솔루션이 사용되는데, 바로 배터리다. 배터리와 접착제, 연관이 있을까 싶었지만, 한국쓰리엠의 이하영 프로는 “이러한 구조용으로 사용되는 접착제들은 부품을 고정하는 볼트와 너트를 대체할 수 있는 강도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한다. 조금 더 가까운 예를 들자면 최근의 스마트폰이나 노트북들은 볼트의 사용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접착제나 테이프 등을 사용하는 빈도가 늘어났는데, 이는 제품 전체의 무게를 가볍게 하고 볼트를 줄여 더 얇은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배터리에 쓰이는 접착제도 마찬가지로, 볼트와 너트의 숫자를 줄여 무게를 줄이는 목적과 함께, 볼트와 너트가 사라짐으로써 배터리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배터리 팩 전반의 두께를 줄이는 동시에 배터리 디자인의 자유도를 높여주게 된다고.

다양한 산업에 3M의 솔루션이 제공되고 있다

브리핑의 설명을 듣고 나니 포스트잇 정도나 떠오르던 3M이 다양한 산업 분야, 특히 자동차의 곳곳에 다양한 형태와 방식을 통해 꽤나 밀접하게 닿아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100년도 넘게 자동차 산업과의 관계를 이어오고 있고, 전기차로 변화하는 최근에는 그 관계를 더욱 깊게 가져가고 있다는 데서 3M이라는 회사의 저력을 새삼 다시 보게 됐다.

현재 항공우주 분야에서 사용되는 3M의 접착 테이프들

물론 이러한 차단 소재나 접착 솔루션만이 끝은 아니다. 이 외에도 상상도 하지 못했던 자동차 산업의 분야들에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수많은 분야에서 3M의 기술이 사용될 수 있는 건 고객에게 주는 신뢰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고객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객과 머리를 맞대고, 다시 개발진들이 머리를 맞대 고객에게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 그리고 그 솔루션을 통해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을 얻어냈기에 지금의 3M이 있는 것이다. 먼 훗날 인류가 지구를 넘어 우주로 나아가는 시점에도 3M이라는 브랜드는 계속 함께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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